제목 써놓고 보니 둘이 정말 안어울리네요. 둘다 세글자인데 담고 있는 의미도 어감도 어찌 이리 다른지.
찬바람 부니 뜨끈한 국물 음식이 생각나지 않나요? 매년 끓이는 사골 대신 올해는 육개장 들고 찾아왔어요. 흐~
추석 때 선물 받아서 반은 양념 재워놓고 소분해 남은 갈비가 두덩어리나 있어요. 한덩어리에 1kg 좀 넘네요.
육개장은 양지머리나 사태로 끓이는 게 좋은데, 선물 받은 고기 그냥 버리게 될까봐 갈비로 시도해 봤어요.
갈비는 기름기가 많아서 국물 요리에 좋지 않아요. 그러니 좋은 양지머리나 사태가 있으면 훨 간편하게
육개장을 끓일 수 있겠죠? 갈비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충분히 뺀 후, 하얀 기름덩어리를 제거해 줘요.
뜨거운 물에 튀기 듯이 삶아 뼈속의 불순물과 기름기를 한번 더 제거해주구요. 사태나 양지머리로 끓일
때는 이 과정을 생략해도 돼요.
다시마를 담가둔 찬물에 양파와 무, 고기의 잡내를 잡아줄 마늘 등의 향신료를 넣고 팔팔 끓였어요.
물이 팔팔 끓으면 다시마는 건져내고 고기를 넣어줘요. 끓는 물에 다시마를 넣고 끓여도 된다고 하는데,
다시마는 넘 오래 끓이면 끈적이는 물질이 나와서 찬물에 담가 충분히 맛이 우러났다 생각되어 그냥 정석대로
건져 냈어요. 센불에 팔팔 끓입니다. 고기가 가라앉아 안보여요. ^^;
고기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면 고기는 건져내서 갈비뼈 제거하고 양념을 해둡니다. 끓인 국물은 기름기
걷어내려고 차갑게 식히고 그 사이 재료 준비 했어요. 기름기 적은 부위로 하면 역시 이 과정도 생략해도
되겠죠?
국물 식는 동안 육개장 야채 손질을 했어요. 대파는 6cm 정도 길이로 썰어 네모지게 썰어두고,
밤새 불린 고사리와 육개장에 빠져선 안될 토란대! 당면도 미리 불리구요, 맛타리 버섯도 쭉쭉 찢어 준비했어요.
길이가 일정한 건 육개장에 넣고 오른쪽에 올망졸망한 녀석들은 느타리전으로 재탄생 될 것입니다. ㅋ
파의 파란 부분은 진이 나오기 때문에 국물 요리에 쓰지 말라고 하지만, 뭔가 파란게 있어야 그래도 국답잖아요.
숙주가 없어 콩나물 준비했구요.
불린 고사리와 토란대는 살짝 데쳐 물기를 꼬옥 짠 후 역시 6cm 정도로 썰어줘요.
콩나물도 삶아서 물기를 빼주구요.
익힌 야채와 고기에 고추가루, 참기름, 소금, 후춧가루, 깨소금, 다진 마늘 넣어 조물조물 무쳐줘요.
전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서 반은 미리 고기 양념할 때 쓰고 반은 야채랑 섞을 때 넣어줬어요.
벌써 육개장 탄생의 조짐이 보입니다. ㅋ
식혀서 동동 뜬 기름을 걷어낸 육수예요. 진하게 우러났죠? 국물 요리의 비법은 재료를 많이 넣어 많은 양을
끓이는 거래요. 저희 집은 5식구나 되는데도 엄마는 국 한번 끓이면 큰 들통에 2~3일치 씩 끓이곤 하셨어요.
김치찌게도 미역국도... 삼계탕도 한꺼번에 7~8마리 끓여서 한마리씩 먹고 나머지는 닭죽 끓여먹던지 했죠.
갈비탕이나 삼계탕이 식당 맛을 집에서 못내는 이유가 그런 거라는군요.
올리브유를 살짝 두른 후 고춧가루를 볶아줘요. 이러면 따로 고춧기름 쓰지 않아도 육개장 맛이 제대로
나더라구요.
타기 직전까지 볶아 줍니다.
그리고, 재료들을 몽땅 놓고 다시 한번 달달 볶아 줘요. 참기름을 넣어서 눌러 붙지 않아요.
육수를 부어 팔팔 끓여주구요.
재료들을 저으면서 느타리 버섯을 넣어요. 한꺼번에 넣어도 되지만, 버섯향을 살리려고 느타리버섯은
데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볶으면 부서지거든요.
팔팔 끓으면 대파를 넣어줘요.
짜잔~ 국물맛이 진하고 건더기가 푸짐한 육개장이 완성 되었어요~
그냥 이렇게 먹어도 맛있고.
당면 넣고 계란 풀면 식당표 육개장 때깔이 나죠? 주말에 한솥 끓여서 이틀 내내 먹었는데도 물리지 않는다고
또 해달라더군요.^^;
육개장에 잘 익은 총각김치만 있어도 한그릇 뚝딱이겠지만 요즘 제대로 된 밥상 못 받는 남편 위해 굴전,
느타리버섯전, 호박전 했어요. 이날 프리님이 맛타리버섯 탕수 올리셔서 빙그레 웃었다지요.
요즘 느타리버섯이 맛있더라구요. 저도 조만간 프리님의 맛타리버섯튀김 탕수 함 해먹을거예요~
시엄니가 추석에 주신 총각김치가 잘 익었어요. 육개장 아주 그만이더라구요.
제가 요즘 회사 일도 많아지고 남편도 온에어중이고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판인데, 한 아파트 사는 남편
후배 분이 친척이 제주도에서 농장을 한다면 귤을 한박스 선물해주셨어요. 아놔, 선물 받은 음식 재료는
야물딱지게 남김없이 먹어줘야 합니다. 귤쨈 했는데요, 귤이 넘 달고 야들야들해서 하얀 심줄만 대충
제거하고 속껍질 안 벗기고 했어요. 귤과 설탕의 비율은 5 대 3~4 정도가 적당한 듯 해요. 귤의 당도와
식성에 따라서 가감하면 될 것 같은데, 5대 3 이하로 넣으면 오래 보관 하지 못한다고 해요. 전 선물할 거라서
올리고당으로 했어요. 좀 모자란 듯 해서 설탕 조금 넣구요. 유기농 설탕은 색깔이 곱게 나오지 않아서
올리고당으로. 올리고당과 설탕을 귤에 부은 후 뒤적여 두면 이렇게 물이 많이 나와요.
부글 부글 가열하면 물이 더 많이 나옵니다. 이때는 젓지 않아도 돼요.
귤이 탱탱하게 부풀어 올랐다가ㅏ 터지면서 해체 됩니다. 귤을 드르륵 믹서에 갈아서 하기도 하던데,
전 귤이 탱글 탱글 부풀어 올랐다가 터지는 모습이 귀여워서 그냥 이렇게 해요. ^^
폭 폭 폭 기포가 올라올 정도의 온도로 계속 저어주는데, 이때는 열심히 저어서 눌러 붙는 것도 방지하고
귤 속의 수분도 날려 줍니다.
기포가 천천히 올라올 정도가 되면 귤쨈 완성. 농도 맞추는 게 애매하면 잼을 찬물에 넣어 한번에 풀어지지
않을 정도로 하면 된다는군요. 하기 전에 실패 안하려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흐~
완성된 귤쨈은 뜨거운 물로 소독한 병에 담아요. 오른쪽 건 선물해주신 분 댁에 갖다 드렸구요, 왼쪽 건
이쁜 후배 3총사에게 선물 ㅋ. 두번에 걸쳐 했는데, 처음 건 색깔이 선명하게 곱게 나왔는데, 이건 좀 오래
끓였나 봐요. 그래도 귤이 달아서 맛은 좋았답니다. 아직 귤도 많이 남았고 넘 감사해서 두번째 선물도
준비중이예요.
원래 빼빼로데이는 제가 안 챙기고 남편한테 받아 내거든요. 재작년엔 아침에 암것도 없길래 문자를 보냈죠.
'내 빼빼로는 지각중인가요?' 그랬더니 한참지나 문자가 오더라구요. '30분 후에 MBC 서점에 가면 귀여니
빼빼로가 있을거야' (음 제가 남편한테 한 귀여움 해서요. 용서를. ^^;) 그래서 일산에서 셔틀 타고 공수된
왕빼빼로를 기대하고 서점에 달려 갔더니 서점 사장님이 멋적어 하면 까만 봉다리를 내밀더군요.
아놔... 빼빼로 달랑 한통. 그래도 아몬드 빼빼로라 용서 해줬어요. 그렇게 멋없는 사람이예요, 남편은.
그래도 누구보다 선하고, 의로운 사람이죠. 어쨌든 이벤트 없이 100년 만에 한번 오는 111111 데이를 보낼
수는 없어요. 퇴근하고 나서 빼빼로 공장 차렸답니다. 저게 밤 10시인데, 첨 만들어본 빼빼로라 새벽 4시에
끝났어요. 깜짝 선물 망치지 말라고 아침 6시에 촬영 끝내고 들어와주는 고마운 남편. ㅋ
그런 남편을 위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요? 러브 러브에 하트 뿅뿅에 아주 난리도 아니군요.
저거 하나 하나 토핑 하면서 남편과 스텝, 연기자들 건강하고, 시청률 좀 잘 나오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어요. 지성이면 감천인데, 이 정도면 감천감 될까요?
포장까지 곱게 해서 이쁜 바구니에 담아 11월 11일 아침에 주었어요. 감동 백배. ^^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도 82cook 따라쟁이의 임무는 하고 삽닌다. 리틀스타님과 프리님의 양배추초절임
따라해봤어요. 작년에 밀가루떡볶이 해먹고 싶어 마트 갔다가 6천원짜리 양배추 보고 식겁해서 저렴떡볶이에
금배추가 웬말인고 하여 눈물을 머금고 내려놨는데... 바로 다음 날 양배추 김치 어쩌고 이야기가 나와서
또한번 눈물 삼켰던 기억이... 올해는 양배추가 참 싸요. 적양배추도 한통 있어 단단한 줄기 제거해줬어요.
양배추 소금에 절이고, 단촛물 만들고, 홍합부추전 하려고 마른 홍합 불리고 있어요.
엄마는 부추전에 항상 홍합을 넣으셨는데, 요즘 같은 제철엔 생물이 많지만 생물 홍합 흔치 않잖아요.
그럼 국물 다시용으로 비치돼 있는 마른 홍합 불려서 해주셨어요. 그래도 아주 맛있답니다. 홍합 맛이 너무
빠지지 않게 물은 적게 잡아요.
전 자랄 때 참 무뚝뚝하고 공부 밖에 모르는 딸이었는데, 결혼하기 2~3년 전부터 엄마랑 대화도 많이 하고
친구처럼 지냈어요. 퇴근 무렵에 엄마랑 한잔 하고 싶으면 집 근처 족발집이나 통닭집에 제가 도착하면 배달될
시간 즈음에 주문을 하고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전어철에 전어트럭이 아파트 입구에 있어 전어를 사간 적도
있는데, 엄마가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좋아하시는 전어 먹는 것 보다 엄마가 전어 좋아하는 거 기억하고
있는 게 이뻐서였겠죠?
제가 사가기도 했지만, 더러는 엄마가 후딱 안주를 만드셨어요. 김치삼겹살볶음과 홍합부추전은 아직도
두고두고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남편 만나기 전 크리스마스이브와 발렌타인데이도 남자가족들 따돌리고
엄마랑 단둘이 케익 사서 오붓이 보냈죠. 애인도 없이 이게 뭐냐고 구박하면서도 참 행복해 사셨는데...
떠올릴 때마다 가슴 시리도록 그리운, 이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주고 가셔서 참 감사 해요.
아, 홍합 땜에 또 이야기가 샜네. -_-
이렇게 그릇으로 꼭꼭 눌러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넣었어요. 아이고 참 야물딱지게도 눌러 놓았군요. 흐흐
다음 날인데, 적양배추 덕분에 이렇게 고운 색깔이~ 전 양배추, 깻잎, 적양배추, 깻잎 순서로 깔아줬거든요.
이쁘기도 이쁘지만 정말 새콤달콤, 고기를 부르는 맛이네요. 우리끼리 먹기 아까워 한통은 선물할 거예요.
선물 드릴 분이 여행 중이셔서 오늘 갖다 드리려구요.
양배추초절임 한 날 저녁 식사인데, 초절임은 익는 중이라 홍합부추전만 보이는군요. 요즘 배추가 달아서
배추 절여서 갈비찜이랑 같이 먹었어요. 시판 고소아게에 시금치를 두르니 맛도 모양도 업 되네요.
우리 현우님, 아니 우빈님 ^^ 드라마 완제하는 토요일이 유일하게 남편과 제대로 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날이예요. 그래도 주중에 한그릇 아침상을 차리다 보니 시간이 훅훅 가네요.
찍어놓은 사진도 많은데, 글 올릴 시간도 없고, 파란 계정 막은 이후로 유료 호스팅에
사진을 올리는데, FTP로 올려야해서 글 올리기가 힘들어요. 흑흑.
82 언니 동생 친구들의 칭찬이 저의 힘인데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