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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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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고사리는 고기보다 맛있어!

작성자 : | 조회수 : 6,863 | 추천수 : 192
작성일 : 2003-05-05 20:20:01
사진발 너무 안받는 생일상차림(상차림일것도 없는...)을 올려놓고 너무 부끄러웠는데....
요리랑 그릇 복기는 잠시후로 미루고요, 오늘은 고사리랑 낙지 자랑부터.
고사리 낙지 자랑에 앞서, 우리 시동생 자랑부터....

저희 kimys 팔남매의 장남이란 건 알고계시죠? 아버님은 돌아가시고 어머님만 저희랑 사세요.
저희 어머니는 체구가 그리 크신 분도 못되는데 팔남매를 2년, 3년 간격으로 쑴붕쑴붕~~(히히, 너무 외람된 표현인가?) 아들 다섯을 줄줄이, 그리고 그 밑으로 딸 셋을 줄줄이...

형제가 여덟이나 되다보니 kimys와 막내여동생의 나이 차이는 무려 18살, 옛날 같으면 이런 딸도 있음직하죠??

하여간 이렇게 형제들이 많다보니 유독 더 친한 형제가 있고, 유난히 의견 차이가 나는 형제가 있는데...그런데 kimys가 복많은 사람인지, 형제들의 우애는 참 각별하고, 그중에서도 바로 아래 시동생의 형님사랑은 정말 지극해요.
뭐 좋은 물건이 생겨도 자기보다는 형님에게 더 필요하다고 가져오고, 맛난 음식이 생겨도 형님이 좋아한다고...사실 처음 결혼해서는 적응이 좀 안됐어요, 저희 친정 삼남매는 형제들끼리 사이가 나쁜 건 아닌데도 '무소식이 희소식'하면서 각자 자기 가정에 충실한 스타일이거든요, 물론 일이 있으면 짝꿍들까지 여섯이서 똘똘 뭉치지만...
하여간 첨에 우리 서방님을 보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어요. 저렇게 형님을 존중할 수도 있는 거구나...
형님 좋아한다고 메사니 사서 나르고, 제가 추측컨대 일부러 겨울이면 그거 사러 가는 것 같아요, 형님 주려고, 꼬막사서 나르고, 그 무거운 꼬막을..., 제가 요리하는 거 좋아한다고 누가 선물했다는 진짜 맛있는 일본된장도 동서 안주고 저 가져다 주고...

이런 우리 서방님, 저희 아파트 바로 옆동에 사셨는데 2,3년전 고향으로 내려갔어요.
고향인 보성에 공장을 하나 사서, 소 사료제조업을 하시는데 사료라는게 아이들 분유와 마찬가지여서 축산농가들이 아무리 좋은 사료라도 쉽사리 바꾸지 못해, 서방님 참 많이 힘들어 하세요, 고향이라곤 하지만 이모님과 사촌형제들 몇 있을 뿐, 서울에 처자식 어머니 형제들이 다 있으니 외로우실테구요.

이번 kimys생일엔 올라오지 말라고, 5월말일 어머니 생신에나 올라오라고 했는데, 그 서방님이 차도 안갖고, 기차 타고 토요일날 올라오셨어요.
거의 문어라 불러도 좋은 만큼 큼직한 낙지가 담긴 묵끈한 봉지와 고사리 봉지를 들고...
"형수, 이 고사리 내가 직접 말린거예요"
"진짜요?"
하면서 내미시는데 봉지가 2개에요.  보성 차밭 가는 길 오른편 산좋은 곳에 자리잡은 서방님의 공장, 그 뒷산, 그 공기좋은 곳에서 직접 채취한 것이라는데, 하나는 며칠 전 말린 거고, 작은 봉지 하나는 바로 전날 고사리를 꺾어서 바로 쪄서 말려가지고 온 것이라네요.

서방님이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마음으로 고사리를 꺾었을지 미루어 짐작이 되고도 남으니, 도저히 먹어선 안되고 실험실에서 쓰는 유리병 같은데 넣어두고 감상을 해야할 듯 하지만...

그래도 과감하게 물에 담갔어요. 물에 불려서 삶아서 잠시 놔뒀다가 볶았는데...


아, 고사리 색부터 다르네요. 보통 파는 건 짙은 갈색이고 좀 질기고, 어떤 좀 싫은 냄새가 나는데, 이건 색깔도 너무 이쁜 밀크초콜릿색이고, 부드럽고, 연하고...
우묵한 프라이팬 한 가득 볶았는데 아주 조금, 그저 한 두어젓가락 정도만 남고 다들 먹었어요. 진짜 고기보다 맛있더라구요. 솔직히 저 나물 별로 안좋아하고, 그래서 맛나게 볶을 줄도 모르는데, 제가 태어나서 고사리가 맛있는 음식이라는 건 어제 첨 알았어요. 이젠 고사리나물에 재미붙일 것 같아요. 서방님이 주시고 간 것도 열심히 먹고, 평창에서 고사리 소식 들리면 좀 사서 비축하고...


그리고 그 문어에 가까운 낙지, 얼마나 부드럽고 맛있는지...가족들이 "낙지볶음 간이 딱 맞고 맛있어요"하길래 그랬죠, "그건요, 양념의 승리가 아니라 재료의 승리에요, 재료가 너무 좋아서"


오늘 아침 우리 서방님, 어머니께 아침 문안인사하고 보성으로 또 내려가셨어요...
사료 매출이 확 늘어버려야텐데, 우리 서방님 돈벼락을 확 맞아버려야할텐데...
서방님의 뒷모습을 보니 다시또 그런 바램이 드네요.
김혜경 (kimyswife)

안녕하세요?82cook의 운영자 김혜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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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정화
    '03.5.5 9:46 PM

    와아...정말 보기좋은 우애시네요.
    부러워요....

  • 2. 김혜경
    '03.5.5 10:36 PM

    쿠치나님, 제가 괜히 심란하게 해드리는 듯해서 죄송해요.

  • 3. 이경숙
    '03.5.5 10:39 PM

    혜경님이 로또복권 꼭 당첨되어야하는 이유 또 하나가 있군요.
    너무 심성이 착한 서방님이시네요.
    물론 kim선생님과 혜경님의 마음을 아시니 그렇겠지만
    서로를 염려하며 아끼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 4. 박은희
    '03.5.5 10:39 PM

    역시 핏줄이 좋아여...^^
    든든한 동생이 있어서 행복하시다는 거 남편분도 알고 계시겠져?
    그리 많은 식구들이 똘똘 뭉쳐 사시는 거 보니까 제가 다 맘이 흐뭇합니다.
    앞으로 저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5. 야옹버스
    '03.5.5 11:37 PM

    사부님께서 마음이 너그러우신 이유가 있었군요...

    "가족에게 사랑받은 사람은 다른사람을 사랑할줄 안다..."

  • 6. 재영맘
    '03.5.6 12:07 AM

    정말 두분운 복인 이신가봐요.
    요즘같은 시대에 그런 시집식구는 천연기념물감인데요.
    저도 3남매 맏며느리이지만요, 맏이는 그런거레요, 권리는 없구 의무만 있다구, 정말 그런것 너무 느껴서, 힘들떄도 많지만 더 힘든건 맏이는 원래 그런 것으로 아는 점이죠.
    다 똑같은 사람인데, 맏이 됐다구 아량넓고 욕심은 없어야 되고 부모님꼐는 항상 잘해야되구,
    전 부모님꼐 잘하지도 못하지만 그 책임감 얼마나 무서운데요.
    시동생, 정말 잘 되실 거예요, 원칙을 아시는 분이니,
    제가 너무 맏이 입장에서만 글써서, 불편하신 분도 계시겠네요,
    그냥 제가 너무 부러워서요,

  • 7. orange
    '03.5.6 3:48 AM

    선생님도 서방님도 복받으실거예요....
    정말 대단하세요....
    보기 좋네요.... 부럽기도 하고....
    맏며느리는 하늘이 내린다는데.... 선생님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저도 4남매 맏며느리지만 저는 맨날 힘들어만 했거든요..... 또 반성합니다....

  • 8. 김수연
    '03.5.6 10:42 AM

    무엇보다 혜경님의 마음씀씀이가 부럽네요. 본받아야겠죠?

  • 9. 최은진
    '03.5.6 11:23 AM

    참 부럽네요....
    저희 신랑은 4녀1남중 막내거든요....모르던 사람들이 그말들음 경악을 하져....ㅎㅎ
    제가 언니가 없어서 시누이들하구 잘맞으면 언니처럼 지내고싶은데 그게 잘 안되요...
    잘맞을거같은 둘째시누이는 캐나다에 이민가서 없구......
    그런 시동생하나 있음 나 진짜 잘해줄텐데....ㅎㅎ
    이제 결혼한지 2년밖에 안됐는데 벌써 꾀가 나요....
    첨엔 무슨날이면 진짜 상다리휘어지게 이것저것 식단짜서 다 했는데 갈수록 이럴필요 없다싶어서..
    낼모래 어버이날은 맛난것좀 해야겠네요....
    글구요....혜경님....저두 나이먹으믄서(?) 나물이 참 좋아지던데요....
    고사리 부드러운거 사다 국간장넣고 볶음 얼마나 맛잇는데요.... 아마 국산은 소고기보다 비쌀거요...
    아~ 배고파...^^

  • 10. 정경숙
    '03.5.6 5:58 PM

    맞아요..
    저희도 오형제인데 네째 아주버님과 유난히
    친하죠..
    시댁에가서 일열심히 한다고 그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인다며 수표 한장 받았지요..
    난 십만원이려니 생각했는데 나중에 자세히
    보니 일백만원 기절할뻔했죠..
    필요한것 사라시며..
    감사....
    은혜를 갚아야할텐데..
    형제간이란 역시..

  • 11. 송선옥
    '03.5.6 7:15 PM

    저도 친정이 8남매인데요,저랑 큰언니는 무려 23살 차이나 나요.
    그리구 위4명이랑,아래 4명이 세대차이 대문에 자연스레 따로 놀게 되더라구요~
    부럽네요!

    그리구 저두 시골살아서...그 고사리가 얼마나 맛잇는지...짐작이 갑니다!!

  • 12. 잠비
    '07.3.5 7:34 AM

    형제의 우애는 복 받은 가정의 기초입니다. ㅎ ㅎ
    읽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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