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도 어김없이 바쁘고 정신없었지만 그럭저럭 끝자락이 보이고...
학생들은 이제부터 기말 과제 발표며 제출때문에 바쁘겠지만 상대적으로 교수들은 조금 한가한 주말을 즐길 여유가 생기는 시기입니다. 물론, 학기말이 끝나면 그 산더미같은 과제 채점 때문에 더더욱 바빠지지만요.
저희 동네와 길 하나 건너 주택가에 사시는 동료 교수님이 마실을 오셨어요.
여유로운 주말이기도 해서 모처럼 커피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오늘 고른 품종은 콜롬비아 탠저린 커피인데, 달콤한 향이 강하다는군요.

아직 로스팅 하기 전의 커피빈은 메주콩이랑 크기와 색깔이 비슷해요.

이런저런 기계를 새로이 사용해보길 좋아하는 코난아범이 얼마전에 구입한 로스팅 팬이예요.
볶는 중에 커피콩 껍질이 마구 흩날리게 되므로, 야외에서 사용하는 것을 강추합니다.
시간도 제법 걸리니까 아그들 단도리도 미리 해두어야 하지요. (둘리양, 넌 꼼짝없이 잡혔어! ㅋㅋㅋ)

중간불과 약한불을 오가며 슬슬 볶기 시작한지 2-3분이 지나면
톡~ 톡~ 하고 튀는 소리가 나면서 콩껍질이 분리되기 시작해요.
색깔도 노르스름하게 변하구요.
이 때 후~~~ 하고 불어주면 콩껍질은 저절로 다 날아가버리고 콩알맹이만 남아요.

콜럼비아 탠저린은 에스프레소 용으로 아주 좋다는데, 정말로 이렇게 윤기가 반질반질 흐르는 빈이 되었어요.
10분 정도 더 로스팅해서 얻은 색깔이지요.

어느 정도 화력에 몇 분이나 로스팅을 했는지, 지난 번 다른 품종은 이보다 더 약한 불에 더 오래 로스팅을 했었고,
커피빈의 색깔이 이번과 달랐고, 에스프레스용과 그냥 커피빈이 핸드밀로 갈았을 때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등등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우리 부부와 이교수님...
(사진속에는 제가 없어요. 저는 찍사...)

요즘 바리스타 놀이에 흠뻑 빠진 제 남편...

나도 한 번 해보자며 핸드밀을 돌리시던 이교수님...

이 핸드밀이 전에 쓰전 블랙앤데커 보다 훨씬 더 맛있게 갈아지더군요.
단 하나 단점은 뚜껑이 없어서, 반항적인 커피빈이 탈출을 하곤 한다는 것.
그래서 프링글스 뚜껑을 활용해서 덮개를 만들어 씌웠어요.

몇 백 달러짜리 전기로 작동하는 에스프레소 메이커를 구경하다가,
이건 값이 무척 싸다며 좋~~다고 구입했던 비알레티 주전자...
그런데 알고보니 비알레티 상표 아닌 것은 더 싼 것도 있더라는 반전...

아래에 있는 물이 끓으면 커피를 거쳐서 위로 올라간다고 손가락질로 가르쳐주고 있는 비알레티 주전자 그림.

바리스타 남편은 우유 거품으로 카페라테를 만드는 재주까지 익혔으나,
오늘은 콜롬비아 탠저린을 처음으로 맛보는 날이므로
원래의 순수한 맛과 향을 감상하려고 그냥 에스프레소를 만들었어요.

한 잔 마시면서 향이 어떻네, 맛이 어떻네, 카페인 함량이 어떻더라네...
하며 또 수다 삼매경 중인 세 사람.
가방끈들이 길어서 그런가...
시시콜콜 커피 한 잔에서도 이런저런 변인 분석과 결론 도출 등의 리서치를 하며 놀았다는...

에스프레소는 잔이 작아서 자꾸만 더 따라서 마셔줘야 하지요.

다음 주가 지나고, 폭풍 채점과 성적처리 기간이 지나면 또 오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소년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