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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엄마, 통영 그리고 기억

| 조회수 : 13,232 | 추천수 : 6
작성일 : 2017-04-02 23:58:02




지난 금요일(31일) 엄마랑 나들이,

통영 중앙시장에서 장 봐온 걸로

만들어봤습니다.


냉장고에 일주일 넘게 있었던 오이가 냉동 되어가는 바람에^^

제철 식재료들이라 다 맛났습니다.

나이들수록 나물이랑 단순하게 양념한 게 좋아집니다.


콩나물국이 젤 어렵더만 요새는 콩나물국과 무침 중간 지점에서

신공도 발휘할 정도로 ㅎ

자꾸 하니 늘어갑니다.


 팔순이 지난 엄마는 늦복이 터졌다고

동서고금 차려주는 밥상이 젤 맛있습니다.


돈만 벌면 다 되는 줄 알았고, 엄마한데 돈 번다고 갑질도 했고

엄마의 늙음은 전혀 몰랐습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오십 대 언저리로 머물고 있었습니다.

엄마한데 받기만 하다가 어느 새 부양을 해야한다는 책임감으로

바뀐 그 때부터 엄마에 대해 게으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예 무심했습니다.




 

뒷모습은 그대로인데....


엄마의 속도는 많이 느립니다.

생각도 말도 행동도

기다립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싸가지 없게 고함 지르고 닥달도 하고.

어느 날 밥상에서 "너가 무섭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기다리면서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나를 봅니다.


엄마와의 여행은 3월 초에 통영 첨 갔고

너무 좋아 다시 3월 말에 갔습니다.

갈 때는 근혜양이 탄핵된 기념으로 갔고

31일은 구속이 된 날이였습니다.

통영국제음악회 오픈 연주회 미리 예매한 거라 ㅎ

우리의 일상에 들어오지마, 이제는.




베토벤 합창교향곡 연주,

나훈아 공연 이후로 클래식 공연은 처음입니다.

엄마는 다 신기해하고 어느 연주자는 너무 예쁘더라,

합창이 너무 좋다, 다 좋다....


제가 갑자기 심청이가 되어 가나 봅니다.

이러다 제가 먼저 ㅎㅎㅎㅎ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고
    '17.4.3 12:07 AM

    옛글 검색해보니 2006년 6월 16일 이후 거의 햇수로 10년 만에 키친토크에 얼굴 내밉니다.
    그 동안 굶고 살았습니다.
    영혼이 없는 밥^^

  • 2. 꽃편지
    '17.4.3 2:31 AM

    음식 사진보다 글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제가 곧 쉰인데...저 역시 엄마의 나이듦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그냥 엄만데...
    어느새 백합꽃 같은 머리와 구부정한 허리
    절뚝거리는 걸음...외국살이 하는 딸이라 1년에
    한두번 뵙는데 그때마다 너무 놀랍니다.
    엄마가 보고싶네요. 엄마...

  • 3. 소년공원
    '17.4.3 4:51 AM

    팔순이 넘으신 어머님 뒷모습이 어쩜 저리도 아름다우신가요?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도 일흔이 넘으셨어요.
    제 기억에는 엄마가 언제나 40대이신 것만 같은데...
    제가 그 나이가 되었네요.

    저도 울엄마 보고싶어요... 엄마... ㅠ.ㅠ

  • 4. 독특
    '17.4.3 7:31 AM

    꼭 저를 위한 글인가 싶네요
    저는 지난주에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여든 다섯 ..그 연세에 한창 건강하신 어머니들도 많으신데
    왜 우리 엄마는 돌아가셨을까요
    부모님 계실때 잘 해드리라는 말이 참 식상하게 들렸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제가 모든 사람들한데 해주고 싶은 말이 되었네요
    물론 엄마와 행복했었던 기억들도 나를 힘들게는 합니다
    또 그러고 싶은데 더 이상 이 세상 어디에도 엄마가 없다는 것 때문에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고...
    나 사느라 곁에서 돌봐드리지 못했던 것도 너무 죄스러워 어디다 어떻게 풀어야할지 모르겠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어요
    제가 잘 못한 것들은 엄마가 다 용서해주시겠죠?
    늘 엄마는 괜찮다 걱정하지마라 하셨으니까요
    엄마하고 여행하시는 원글님 너무 너무 부럽습니다
    저 원래 욕심 별로 없는 여자라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었는데
    여든 넘으신 연세에도 꼿꼿한 모습의 어머님 정말 부러워요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원글님하고 오래토록 행복한 시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 5. 자수정2
    '17.4.3 9:02 AM

    저도 항상 딸 입장인줄 알았는데
    이제 서서히 당연히 엄마 입장으로
    가는 중 이네요.
    출근길에 눈물이 툭 떨어졌어요.

  • 6. 세딸램
    '17.4.3 9:48 AM - 삭제된댓글

    어머니 뒷모습이 정말 너무도 어여쁘셔요~~
    전 엄마랑....정이 없는 편인데
    저희 딸들은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원글님 넘 부러워요~~^^

  • 7. 헤르벤
    '17.4.3 9:50 AM

    누구의 딸로서 엄마로서
    저도 많이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구나 싶습니다
    고마운 글 감히 잘 읽었습니다.
    두분 모두 건강하세요~~ㅎ

  • 8. 헝글강냉
    '17.4.3 10:19 AM

    에휴 저도 엄마한테 잘 해드려야 하는데 저번에도 다퉜다죠 ㅠㅠ
    참 성격 안맞는데 이제 제가 맞춰드려야 할 나이네요... 글과 사진 잘 봤습니다 멀리 사니 뵙지는 못하고
    오늘 엄마께 전화한통 드려야겠어요.

  • 9. 찬미
    '17.4.3 10:22 AM

    시원시원하게 써내려 가셨지만 감동과 내공이 느껴지는글이네요

    팔순이 넘으신 어머님 뒷모습이 어쩜 저리도 아름다우신가요? 22222
    그 연세에 한창 건강하신 어머니들도 많으신데
    왜 우리 엄마는 돌아가셨을까요 222

    다시 살아계신 시절로 돌아간다면 더 잘해드릴 자신이 있는데
    정말!!!ㅠㅠ

  • 10. 비탈
    '17.4.3 12:01 PM - 삭제된댓글

    팔순이 넘으신 어머님 뒷모습이 어쩜 저리도 아름다우신가요? 22222
    그 연세에 한창 건강하신 어머니들도 많으신데
    왜 우리 엄마는 돌아가셨을까요 222

  • 11. 프리스카
    '17.4.3 4:38 PM

    어머니 뒷태 참 고우십니다~

    돌아가신 친정엄마의 나이를 넘긴 지 10년
    너무도 일찍 가셨구나를 실감합니다.
    이제는 딸의 친정엄마가 되었는데 멀리 사니
    보고 싶고 같이 여행갔을 때가 그립기도 하네요.

  • 12. 고고
    '17.4.3 4:56 PM

    댓글 고맙습니다.

    잘하려고 하면 오래 같이 있지도 못합니다.
    엄마도 저도 늙음을 인정해야 하는데, 둘 다 지금 긴가민가하면서 맞추고 있는 중입니다.

    엄마의 치매속도는 생각과 달리 빠릅니다.
    오늘 엄마약 타러 다녀왔는데 의사샘 왈

    "시간(언제 일어난 일인지 모르는 상황)
    공간(여기가 어디인지, 어제 어디 다녀왔는지)
    맨 마지막이 사람을 못 알아보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엄마는 시간과 공간 기억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방법은, "학습"
    매일 숙제를, 그림맞추는 퍼즐, 필사 등의 죽은 학습뇌를 살리는 방법을 꼭 해라고 합니다.

    엄마 자존심 상해 할겁니다. 의사는 자존심이고 뭐고
    무조건 학습해야한다고.

    형제들에게 엄마한데 과자선물말고 그림맞추기 종류별로 사오라고 해야겠습니다.

    혼자 일상을 못 꾸려 가는 상황이 온 시점이어요.

    그게 참 슬픕니다.

  • 13. 넓은돗자리
    '17.4.4 1:52 AM

    원글님 힘 내시라고 제 얘기하네요
    저희엄마가 52에 돌아가셨는데
    어느날 셈을 해보니
    제 나이가 엄마가 돌아가신 나이만큼 멀지 않았더라구요
    세월이 참 무섭습니다

    저 결혼전에 돌아가셨는데
    결혼하고 딸 키우고
    그 딸이 사춘기 들어서서 저랑 분리되려고 하고 있네요

    계실때 마음을 다하시라고 상투적인 얘기로 마무리합니다

  • 14. EL21
    '17.4.4 4:25 AM

    새벽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가
    눈물이 떨어지네요 ㅡ


    엄마'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울컥한 단어가 아닌가 싶어요 ...

    회사 , 친구, 기타 많은 것들보다 뒷쪽 순위로 밀리는 엄마라는 존재에 새삼 죄스러워집니다

    아침되면 엄마한테 전화도 하고 만날 약속도 잡아야겠습니다

    원글님 고맙습니다
    이런 글 써주셔서요...

  • 15. artmania
    '17.4.6 12:04 AM

    글 제목 보고 어~우리 엄마 고향이 통영인데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마음이 아려오네요.
    고고님, 힘 내세요.

  • 16. 튼튼
    '17.4.7 11:47 AM

    어머님의 뒷모습이 팔순 연세가 무색하게 고우십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17. 솔이엄마
    '17.4.9 10:15 PM

    고고님, 반갑습니다^^
    어머님과 한달 동안 통영을 두 번이나 다녀오셨군요.
    저는 엄마랑 단둘이 여행을 한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부럽고 부끄럽고 그렇네요.
    어머님의 병세가 호전되시기를 가만히 빌어봅니다.
    고고님, 힘내세요!!!!!

  • 18.
    '17.7.31 12:53 PM

    엄 마 보고싶어요
    천국에서 행복하게 지내세요
    원글쓴 이처럼 효녀도 아니었고..다 미안한것 뿐이에요
    다음주 엄마생신날 산소에 갈께요 엄마 엄마 엄마

  • 19. 녹차잎
    '18.1.20 10:09 PM

    여유가 있다면 연말 음악회가는거였는데 쉽지가 않네요
    5년 정도 잡고 있습니다 친정엄마가 아파서 울 애들 고생 많았죠
    치매약 등은 오줌 냄새가 얼마나 독하던지.그것보다 매일 찾는 아들. 하얀색은 다 아들 차라고 또 말하고,
    구박도 참 많이 했네요. 엄마 미안해요 . 울 아들 기저귀 갈아주어야해서 학교도 늦게 가고.
    그래도 학교에서 인성상 주지도 않더라구요

  • 20. 마리스텔요셉
    '19.1.17 1:35 PM

    전 엄마를 싫어하는데 눈물이 나네요.

    작년에 시아버님 암진단받고 수술하시고.. 저두 병이 생겨서 앞으로 수술 3번정도 해야할
    수술후 결과도 별릇인 병에 걸려서 일년내내 지금껏 맘고새입니다. ㅎㅎㅎ
    신경을 건드려서 마비가 오는 병인데
    마음이 오늘따라 터질것 같네요. ㅎㅎㅎ

  • 21. 마리스텔요셉
    '19.1.17 1:36 PM

    오타가 많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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