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식구님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
설을 쇤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보름도 훨씬 지났네요.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대보름이 되면 묵은나물이 그렇게 먹고 싶더라구요.
지난 주말에 친정에 가서 오곡밥과 묵은나물 먹고 온 이야기 풀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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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 보리, 조, 수수, 팥, 콩, 흑미, 쌀 등을 넣어서 지은 오곡밥입니다.
어렸을 때는 오곡밥이라면 질색을 했는데, 왠일인지 쫀득하니 고소해서 맛있었어요.
활동적이고, 심하게 말하면 극성스러운 울엄마.
아버지 병간호를 17년째 해오면서도 한시도 쉬지 않으세요.
작년에 동네 이웃분들이랑 배추, 무, 호박, 들째, 가지, 상추, 고추 등등을 심고 가꿔서
직접 농사지은 푸성귀로 김장을 하시더니만, 호박이랑 가지, 시레기는 말려두셨대요.
바싹 말려서 저장해놓았던 것들을 불리고 데치고 삶아서 보름나물을 만드셨어요.
호박오가리? 호박고지?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질깃질깃한 식감이 좋은 호박나물.
채썬 무에 들기름 듬뿍, 새우젓, 다진 생강,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려서
중간불에서 포옥 익히다가 송송 썬 대파를 넣어주면 달큰하면서도 짭조름한 무나물이 됩니다.
밥에 비벼 먹어도 좋고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구수해요.
신기하지요. 엄마가 구워주면 조기도 굴비맛이 납니다. ^^
큰딸 왔다고 녹두를 갈아서 녹두전도 부치고 생선도 굽고 하니까 푸짐한 한상이 되었네요.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싸준 보름나물을 밀폐용기에 담아서 보관하고,
나물 좋아하는 이웃과 나눠 먹을 것은 따로 담았어요.
나물 좋아하는 남편을 둔 동네 친구에게 한 도시락 보내고,
보름나물 먹고싶어하는 동네 동생한테도 한 도시락 보내고,
자주 뭘 얻어먹어서 고마운 이웃에게도 한 도시락 드렸어요.
가끔씩 아이들 먹을 순대국이나 추어탕을 포장해 올 때가 있는데
포장용기를 깨끗이 씻어두었다가 반찬 나눠 먹을 때 쓰면 참 좋더라구요.
긴 겨울방학이 끝나자마자! 또 긴 봄방학이 찾아왔어요... ㅠㅠ
그래도 먹는 게 남는 거라는 신념으로 가족들 밥상을 차립니다.
오늘 점심에 차려먹은 따끈따끈한 밥상이에요.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죠? ^^
작은 아이가 동치미를 좋아해서 가끔 담가 먹습니다.
예전에 제빵 배울 때 친하게 지내던 동생한테 배운 건데 지금까지도 써먹네요.
아주 간단하게 만들고 빨리 먹을 수 있는거라 혹시 도움이 되실까 싶어서 레시피 올려볼께요.
무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소금, 설탕을 넣어 절여줍니다.
소금과 설탕의 양은 나중에 국물을 부어주었을 때의 간을 생각하시고 넣어주시면 되요.
그래서 절일 때 소금과 설탕의 양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갑니다.
동치미의 단맛을 내려고 설탕 말고 뉴수가와 같은 첨가물을 넣으시는 경우가 있어요. (울엄마ㅠㅠ)
설탕을 넣으면 나중에 동치미가 익었을 때 국물이 끈끈(?)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요.
그런데 무를 절일 때 소금과 함께 설탕을 넣어주면 그 끈끈함을 방지할 수 있더라구요.
어쨌든 한 시간쯤 무를 절여두었다가 편으로 썬 마늘과 생강, 양파, 배, 붉은 고추, 쪽파(없으면 대파)를
넣고 버무린 후에 물도 함께 넣어주시면 되요. 간은 찍어먹어봤을 때 살짝 간간하다 싶으면 되구요.
저는 주로 여름에 이 동치미를 만들어 먹는 편인데, 더운 날씨에 실온에 하루만 두어도
부글부글하니 동치미가 확 익는데, 그 맛이 찡하고 좋았어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상온에서 2~3일쯤 두시면 국물이 뿌얘지면서 알맞게 익을 거에요.
혹시 이 레시피대로 동치미를 만들어 보시는 분이 계신다면
부디 맛있게 잘 익기를.
속이 뻥! 뚫리도록 시원하게 잘 익기를
기원합니다. ㅎㅎㅎ
편안한 금요일 되시고,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래요.
저는 토요일에 촛불 들러 나갔다가 일요일에 속초 가요.
감기 걸리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전 이만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