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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 조회수 : 12,050 | 추천수 : 7
작성일 : 2016-11-30 10:50:39

지난 주말에 촛불집회에 참가한 동생놈이
led촛불이랑 들고 댕긴 깃발을 카톡으로
무심한듯 쉬크하게  자랑질합니다.

저 또한 82쿡에 올린 키톡의 김장코스프레를
슬며시 링크해 보내 봅니다.

동생놈이 놀래서 말립니다.
누나..거기서..그라믄..안돼..
거기는 요리의 숨은 고수들이
젓가락 길게 늘여
무림의 대나무숲으로 삼고
각종 양념와 마법소스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곳.
아무리 솜씨는 젬병이고,
배짱이 옘병이라도 ...
손님, 거기서 그러시면 안됩니다.

(그..그럴까?!)
(환영해 주는 거 같든데?)

그거 사람들이 착해서 그른다.
요리레서피 찾아 들린 사람들이
누나꺼 보면서
개황당에 눈 썩으면 어쪌..

아..진정 그렇단 말인가.
우리 남매 늘 데면데면하지만,
서로에 대한 진솔한 막말은
그 누구한테 보담 아낌없습니다.

그래서 풀어 봅니다.
내가 안 만들고, 맞춤주문하여 찾아와
그저 난 데우고, 오븐에 쳐 넣기만 한,
쌀국의 추수감사절디너



자자..
인터넷에서 주문한 홀푸드 추수감사절음식들을
데울 접시위에 주루룩 놓습니다.
모두 79불인가? 89불인가? 들었습니다.
뭘 사면.. 그걸로 끝일뿐,
가격따위는 기억하지 않습니다.
남편한테 백불인가 이백불인가밖에 안 들었다고.. 뻥 튀길 거만 기억하면 됩니다.



보이는 은박지에 고이 놓이신 터키를
얼굴 한번 들쳐보지도 않고
오븐에 쒜리 넣고 325도로 네시간 굽습니다.

그리곤
역시 홀푸드에서 챙겨준 각종 허브를 털어 놓고
다시 싸서 한시간정도 냄새가 배이게 합니다.
대충 보니 뭐 로즈메리네..에..또..로즈메리?..또 로즈하고 메리? 정도네요.



초대받은 가정이
직접 만들어 온 햄이 참으로 기개가 높습니다.

역시 기개 높은 저 또한.. 제가 한 요리를 손님에게 먹이지 않는다죠.
제 음식은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서요.

그러나, 터키옆의 한 구석에 수줍게 놓여졌던 지난 번 그 김치

그 미모와 자극적인 성격에 손님들이 맛보고, 성공적..로맨틱이라고..들 합니다.
인사치레라는 남편의 속삭임을 못 들은 척,
두포기째 꺼내 놓고야 말았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키톡은 마무리가 어렵..
사진이 끝이면, 키톡도 끝인감..요?
......................................
에라이..모르겠습니다.
이어서 씁니다.

요사이 매주마다 열리는 촛불집회로
세계 시위문화의 한 획을
새롭게 긋고 있는 우리나라가 되겠네요.
 
편향된 언론사가 하이에나처럼 호시탐탐 틈을 노리고, 
깽판으로 왜곡되기 쉬운 사소한 마찰이 주는 나비효과를 자각한
철저한 시민 개개인이 전략가로 임한 집회의 평화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마음 짠합니다.

그러나,
광화문..
영상으로만 봐도
저 곳은 정말 멋져요.
 
오래된 고궁이 있고,
그 뒤에 그림같은 인왕산이 있고..
그 고궁과 산사이에 청와대가 있고..
 
처음에 박정희가 만든 의도와는 달라졌겠지만,
광화문의 높다란 곳에 큰 칼 찬
이순신장군이 위풍당당 계셔서,
세월호 천막은 12척 남은 배처럼 보이고,
촛불은 물결처럼 도도히 흐르지요.
 
역사를 잘 몰랐을때는
광해군도, 정조도, 영조도, 세종도, 이순신도, 정철도..
그저 고만고만하게 한 가닥하고 살았던, 역사속의 인물로만 취급했다지요.

그러다, 공부도 해보고, 역사를 알게 되고,
무엇보다 험한 세상을 살아보니,
한글을 만든 천재가,
애민사상마저 투철한 왕이여서,
계 탄 백성을 만들었던 사기캐릭터 세종과
다시 보기 힘든 불세출의 전략가이면서
대기만성형 캐릭 이순신
이 두분이 단연코  타의 추정을 불허하는 인물들이고,
정은이와 그네가 그토록 좋아라 한다는 동상으로다 만들어,
광화문에 둘만한  할 분들입니다.
 
그 두분이 다 있는 광화문,
내 어린 시절의 추억과 청춘의 기억이 다 있는 곳.

가로수의 은행나무가
양귀비처럼 색을 바꾸고,
똥냄새를 풀풀 풍기던 계절은
집회 몇번에 오고 갔는데..

볼때마다
내 마음 건들여, 장탄식을 하게 만들던
교보문고 건물 로비입구에 철마다 바뀌는 글귀에는
요즈음...무엇이라 쓰였는지..

.................................................
지난주 시위에 있었던 뮤지컬배우들의 민중의 노래를 계속 듣고 있어요.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a slave again...

그 역사적 장소에 전철타고 후딱 갈 수 있는 82쿡님들이 부러운 사람입니다.
그리고,
길라임 씨..
거기서 그라믄 안된다네요.


3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붕어빵
    '16.11.30 11:35 AM

    터키도 김치도 정말 맛있어 보여 한자리 끼고 싶어요~
    촛불도 열심히 들고 밥도 열심히 챙겨먹다 보면 좀 더 나은 세상이 오겠지요.
    연말연시에 화이팅합시다요~!

  • 쑥과마눌
    '16.11.30 12:17 PM

    암만요..
    밥심으로 버티고, 힘내서 달려요~

  • 2. 고독은 나의 힘
    '16.11.30 12:00 PM

    쑥과마눌님... 어디서 숨어 있다가 이제 나타나셨는지..
    글빨이 장난아니시지 말입니다...
    넘 재미있어요..


    광화문.. 그렇지요... 이순신 장군에게 아직 열두척의 배가 남아있었듯이
    저희에게는.. 세월호의 7시간이 마지막 뇌관이 되어줄것이지요..

    그나저나 저도 내년 부터는 우리동네 홀푸드 를 적극 이용해야겠어요..

  • 쑥과마눌
    '16.11.30 12:19 PM

    광화문 너무 멋져요.
    누가 알고, 그리 디자인하고, 연출한 것도 아닌데..
    시민들이 쓰는 드라마라죠.

    어데 숨어 있지도 않았고, 여기서 이러지도 않았었죠^^
    살림엔 게으른 자의 꾀가 최고라죠.
    홀푸드..짱

  • 3. ripplet
    '16.11.30 2:29 PM - 삭제된댓글

    각설하고
    길라임은 저기서 저러면 안되지만
    쑥과마눌님은 여기서 늘 이러고 계셔야되는 걸로 결론냅니다.
    남동생분 말씀은 그냥 뭘 모르는 막말인 걸로..훗.^^

  • 4. ripplet
    '16.11.30 2:36 PM

    각설하고
    길라임은 저기서 저러면 안되지만
    쑥과마눌님은 여기서 늘 이러고(?) 계셔야되는 걸로 결론났습니다.
    남동생분 말씀은 그저 뭘 모르는 어린 백셩의 막말인 걸로 녀겨 어엿비 듣고 흘리시믄 되나니 ㅎ.

  • 쑥과마눌
    '16.12.1 6:23 AM

    고대로 동생에게 전하겠습니다 ㅎ

  • 5. 숨은꽃
    '16.11.30 3:43 PM

    고수들이 운집한 밀림에
    쑥과 마늘이라는 또하나의 고수가 나타났당 ㅎㅎㅎ
    웃을일 없는 요즘
    쑥과 마늘님 글에 빵 터졌습니다

    동생분께 전하세요
    나는 손님이 아니라
    여기서 이러셔야 한다고~ㅎㅎ

  • 쑥과마눌
    '16.12.1 6:23 AM

    맞쥬..손님 아닌거 ㅎㅎ

  • 6. 날개
    '16.11.30 6:16 PM

    윗님,,자세히 보시면 쑥과 마눌..님입니당^^
    요리에 초연하신걸 보면 제 꽈인듯 합니다. 요즘 쑥과 마눌님의 재미진 글을 보며 거의 팬이 되가고 있어요. 자주 자주 오셔요~

  • 쑥과마눌
    '16.12.1 6:24 AM

    같은 꽈 다니시는군요 ㅎㅎ
    감사

  • 7. Harmony
    '16.11.30 10:16 PM

    잠 안와서 깨어있다 이런 재미난 글도 발견하게되는군요.
    위에분이 알려주기전에는
    쑥과 마늘 을
    드시고 환생하신 웅녀님인 줄..ㅋㅋㅋ
    쑥과 마눌 님이셨군요.
    남편분이 인정한
    시집가도 될정도의 김치담그는 실력과
    키톡 무림 고수의 숲을
    필빨로 가로지르니
    쑥과 마눌님!!!
    여기서 이러셔도 됩니다.ㅋㅋㅋ
    웃을일 없는 요즈음 크나큰 웃음주셔서고마와요.
    곧 남동생분과의 베틀을 키톡서 보고싶네요. 꼭 환영한다고 알려주세요ᆞ

    추천 쾅~~입니다요. ^^

  • 쑥과마눌
    '16.12.1 6:26 AM

    쑥과마늘을 많이 먹고, 꾹꾹 참으면 마눌이 된다는 뜻입니다. 감사^^

  • 8. 백만순이
    '16.11.30 10:44 PM

    오늘 뉴스보다 열딱지나서 딴데 틀었다가 그래도 이러면 안되지싶어 또 뉴스틀기를 반복했는데.............덕분에 키득키득 웃어댔네요~
    쑥과 마늘님 글은 글 사이사이에 리듬이 숨어있는듯~ 굿거리장단으로 읽혀지네요

  • 쑥과마눌
    '16.12.1 6:27 AM

    뉴스와 길라임이 우리를 돌게하여도..
    화나고 지치면 아니 됩니다.
    결국은 질긴 놈들이 승리하거든요. 화이팅^^

  • 9. 프레디맘
    '16.11.30 11:05 PM

    82쿡 고수는 쉽게 빨리 빨리 후두룩? 찹찹 ~ 할수록 고수 아니던가요 ㅅ.ㅅ
    쑥과마눌님도 아주 고수시네요
    글 아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 소년공원
    '16.12.1 12:03 AM

    프레디맘 님 여기서 뵈니 반가워요!
    역시, 이렇게 재미난 글이 좀 올라와야 반가운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거군요 :-)

  • 쑥과마눌
    '16.12.1 6:29 AM

    아..스삐드도 있었지요.털썩..
    그러나, 이 쑥과마눌..12척같은 스삐릿이 있으니, 버텨 볼랍니다. 아자^^

  • 10. 소년공원
    '16.12.1 12:03 AM

    키친토크 게시판의 문턱을 낮추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던 터에 동지가 오셔서 반갑소!
    더군다나 쌀국에서 김치를 담아드신다고 하니 더욱 반갑구요.
    남동생분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다양성을 존중하는 82쿡에서 무림의 고수도 계시고, 우리같은 시크한 날라리도 좀 있어줘야 균형이 잡힌다고 믿습니다.
    격하게 환영하고, 김장김치 때깔이 아름답습니다!

  • 쑥과마눌
    '16.12.1 6:32 AM

    역시 반갑소이다..동지..
    82쿡 실력이 높고 우아하다고 하나,
    막무가내로 들이대면,
    곁눈질 안할리도 없건마는..
    날라리들 흔한 사진하나 안 올리며
    문턱만 높다 삿대질하더라..쿨럭

  • 11. 행복나눔미소
    '16.12.1 1:02 AM

    김치때깔이 곱습니다.

    저도 음식은 하수인지라 (그렇다고 고수가 될만한 수준의 어떠한 능력도 있지는 않고 ㅠㅠ)
    하수가 있는 곳에서 고수가 더욱 빛을 발한다고 감히 주장합니다.

  • 쑥과마눌
    '16.12.1 6:34 AM

    옳소..밑에 깔아주는보석같은 우리 있으니..크.

  • 12. 광년이
    '16.12.1 2:23 AM

    요리는 안 먹어봤으니 모르겠지만 글은 정말 맛깔나게 쓰시네요!!
    소리내서 읽었어요. 입에 쫙쫙 붙는 표현들이 우와~!!!

  • 쑥과마눌
    '16.12.1 6:37 AM

    쑥과마눌의 요리를 안 먹어보는 이는 복이 있다지요..크..심지어, 카톡보낸 제 동생놈도 저보담 낫다지요. 허나, 사람이 느무 완벽하믄, 주변인들이 느무 질릴듯 하다지요..다시
    ..크..

  • 13. 후라이주부
    '16.12.1 9:09 AM

    홀푸드표 터키세트 괜찮아 보이네.

    이번 토요일 광화문이 미어 터지고 터졌으면 좋겠다...!
    길라임씨 미국에 방하나 얻어주고 싶네. ㅎ

  • 쑥과마눌
    '16.12.2 2:47 AM

    요번주는 여의도도 미어 터질듯 합니다.
    아..우리 길라임씨는 청송에 방 하나 예약하고 들어갑니다.

  • 14. 오후에
    '16.12.2 9:24 AM

    '데면데면 한 남매, 진솔한 막말'

    바람직한 남매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이러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추천밖에 드릴게 없네요
    아무튼 하야 김장칼은 놀라웠습니다.

  • 쑥과마눌
    '16.12.3 12:37 PM

    바람직한 남매라는 표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 15. normal
    '16.12.2 5:31 PM

    교보문고 현재 문구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입니다.
    광화문에서 촛불을 드는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고싶어서
    교보에서 저 문구를 걸었다하네요!
    용기를 내서! 지치지 말고! 싸워야죠...새로운 꿈을 위해서!

  • 쑥과마눌
    '16.12.3 12:40 PM

    역시 교보간판은 멋져요.
    궁금했던 것을 이리 속시원히 적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암요, 끝까지 견디는 질긴 놈이 결국 승자입죠.

  • 16. 야옹이야옹
    '16.12.2 9:49 PM

    터키 장식이 너무 이뻐요

  • 쑥과마눌
    '16.12.3 12:40 PM

    다 홀푸드..ㅋ

  • 17. 2더하기2는
    '16.12.19 12:41 AM

    자게에서 보고 찾아왔어요~~~^^ 글솜씨가 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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