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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 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 조회수 : 12,775 | 추천수 : 5
작성일 : 2016-08-24 17:04:17

#1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얘기 끝에 ‘ 요즘 더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자니 늘 피곤하다 ’ 는 얘기가 나왔다 . 그 자리 있던 20 대 후반 영국 청년이 ‘ 방콕만 해도 낮에는 무지 덥지만 밤에는 괜찮은데 서울은 밤에도 덥다 .’ 며 맞장구를 치더라 . 아 물론 한국말 하는 영국청년이다 . 이 말에 “ 한국 더워 못 살겠다 . 시원한 동남아라도 가야지 편히 자겠다 .” 라고 추임새를 넣자 모두 까르르 웃었던 일이 있다 .  

강원도에서 사과농사를 짓는다는 말을 듣고 놀랐던 적이 있는데 , ‘ 과일이 화상을 입는다 .’ 는 뉴스를 듣고 더욱 놀라고 있는 요즘 더위에 …… .


 

시원한 콩국수로 땀을 식혀보기도 하고


 

너무 찬 음식만 찾는 것 같아 K 가 왔던 어느 날은 애써 불 앞에 서서

가지찜에 , 된장찌개 , 두부부침 , 고구마줄기볶음 , 호박과 방울토마토 볶음으로 한상 차리기도 했다 .




또 어떤 날은 찬밥을 볶아 채 썬 오이를 올려 먹기도 했다 . ‘ 오이향이 좋네 !’ 라는 H 씨 칭찬을 듣기도 했던 음식 .



삶은 감자와 계란을 으깨고 마요네즈와 섞어 감자샐러드를 만들어 계피가루 , 찻숟가락으로 하나 얹어 한 끼를 때우며 ‘ 이 더위에 난 이걸 왜 만들었을까 ?’ 잠시 헛웃음도 짓게 했던 더위가 이제는 가려나 보다 .

아직 여전히 덥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은 씻을 때 , 물이 그래도 차게 느껴졌다 . 하도 미지근하기에 수도꼭지 위치를 다시 보곤 했었는데 아침엔 ‘ 찬물이 찬물 ’ 같았다 .

어쨌든 ‘ 이번 주만 버티면 밤에 잠은 자겠구나 .’ 는 희망을 가져 본다 .

“ 이 여름 더위에 다들 무탈하신지요 ?” 더위 가기 전에 이래저래 안부나 물어야겠다 .

 

#2

안부 겸 더위 식히시라고 좀 시원한 사진 몇 장





저 아닙니다


   

 이 또한 저 아닙니다. 





   

#3  

K 에게  

막바지 더위가 기승이다 . 이사한 곳은 지낼 만하니 ? 덥다고 너무 찬 것만 찾지 말고 건강 챙기길 바란다 . 아침 기사를 보다보니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 의뢰에 대해 ‘ 정종섭 ’ 이란 국회의원이 ‘ 요건에 맞지 않다 ’ 는 취지의 얘길 한 모양이다 . 헌법학자였다고 하더구나 .  

곡학아세 ( 曲學阿世 ) 라는 말이 있다 . 보통 학문을 왜곡해 세상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한다는 정도로 해석한다 . 처음 관련기사를 보았을 때 떠오른 말이다 .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 이 사람은 누구의 환심을 사고 싶어 이런 말을 했을까 ?’ 하는 의문이 들더구나 . 세상 사람들로부터 권력이 나오니 권력자이든 세상사람이든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 중요한 건 왜곡이겠지 .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와 이해관계에 따라 사물과 사건을 이해하려는 면이 있다 . 이런 면에서 보면 애초에 ‘ 왜곡 ’ 이란 말이 굉장히 억울할지도 모른다 . 하지만 사물과 사건의 본질이 있다면 그것을 올곧게 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 . 특히 학문하는 사람이라면 또는 전문가라고 불리는 집단이라면 혹은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시정잡배처럼 자신의 처지와 이해관계에 따라 사물과 사건을 쉽게 봐서는 안 되는 거 아닐까 .  

공부 ( 工夫 ), 재밌는 단어다 . 낱낱을 놓고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공부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 요즘 네가 쓰는 단어들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구나 . 아마 공부의 영향이겠지 . 단순히 지식습득에 따른 변화뿐 아니라 네 주변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는 의미일 거다 . 주변이 협소해지고 공고해지면 질수록 그들만이 쓰는 말이 쉽게 생기고 사고체계가 그들을 중심으로 굳어지고 나아가 집단의 이해관계와 나를 동일시하게 되기 쉽다 . 이건 사건과 사물의 본질에 근접하는 공부와 무관하다 . 공부가 왜곡되는 첫 단추가 아닐까 ? 주변이 협소해지며 공고해진다는 말이 의미하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 .

사회관계가 복잡해지고 직업이 다양해지며 소위 분업과 전문이라는 말이 각광 받고 있지만 이 말이 갖고 있는 폐쇄성과 이해상충 문제를 지나쳐 보지 마라 . 직업을 갖는다는 건 어느 집단에 속하고 그 속에서 생계를 해결하고 사회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다 . 지금은 이것도 벅차다고 하는 세태이지만 이따금 네 직업과 네 삶을 돌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얘기 건네 본다 .  

사랑하는 K 야

오늘도 행복하렴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그루
    '16.8.24 11:17 PM

    ㅎㅎㅎ 어쩜~ 음식 하나하나 다 아름다워요.
    휴가지에서의 즐거움이 전해져 옵니다.
    늘 한폭의 수묵담채화 같은 오후에님의 일상.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는내내 잠시 더위도 잊었네요.

  • 오후에
    '16.8.25 5:20 PM

    잠시 더위를 잊었다니 감사합니다.
    막바지 더위에 무탈하시길....

  • 2. 미니네
    '16.8.25 9:30 AM

    k양이 부럽네요. 좋은 부모님이 계시니~~~ 더불어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 오후에
    '16.8.25 5:29 PM

    돌아보면 어릴적 부모님을 비교하고 불만가득했던 적이 있었죠.
    지금도 그 비교하는 버릇 다 못버리고 있지만...

    비교가 행복을 접어버린다는 걸 그래도 머리로는 안답니다.

    님은 충분히 좋은 부모이실겁니다.

  • 3. 사람사는 세상
    '16.8.25 11:43 AM

    정말 음식들이 깔끔하고 단정해요..저도 따님이 부럽네요.
    저런 이야기들 해주시는 부모님 너무 좋으실듯..

    근데 저 계곡 우리나라 당연 아니겠죠?
    밥먹고 싶어요..ㅠ.ㅠ

  • 오후에
    '16.8.25 5:35 PM

    음식을 깔끔하고 단정하다 해주시니 몸둘바를.... 감사.

    사진속 계곡은 꽝시폭포라는 곳입니다.

    저도 밥먹고 싶습니다.
    요즘 더위에 밥다운 밥을 건너뛰고 있어서
    누가 뜨끈한 국과 찰밥에 김치겉저리로 한상 차려줬으면 합니다.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네요.

  • 4. 터크맨
    '16.8.25 6:27 PM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한다지요. 자제분이 쓰는 단어 하나 하나까지. 깜짝 놀랐습니다. 배움 얻고 갑니다. 그리고 가지 요리 눈으로 맛있게 먹고 갑니다^^

  • 오후에
    '16.8.26 4:38 PM

    맛있게 드셨다니 감사합니다. ^^

  • 5. 새벽아침
    '16.8.25 7:37 PM

    오후에님의 숨은 팬 입니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다른집 나이든 딸인 제가
    매번 곱씹어 보게 됩니다. 오늘의 글과 사진도 정말 감사드려요.. ^^

  • 오후에
    '16.8.26 4:40 PM

    K에게 쓰긴 하지만 사실 쓰는 편지이기도 합니다.
    철없어서 바빠서 정말 몰라서 몰랐던 것들을 저도 곱씹어 봅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길...

  • 6. 소연
    '16.8.26 7:31 PM

    잘지내시네요 ^^
    이 더위에.. 식사도 잘하시고
    전 불량주부 중 입니다~

  • 오후에
    '16.8.29 5:31 PM

    이제 더위도 갔나봅니다.
    하늘도 높고 무엇보다 바람이 '나 가을이야' 하네요.
    불과 며칠전만해도 밥먹기가 힘들었는데...

  • 7. 별초롱이
    '16.8.27 9:25 AM - 삭제된댓글

    채식 메뉴도 좋고
    k양에게 쓰신 내용이 참 좋습니다^^

  • 오후에
    '16.8.29 5:32 PM

    감사합니다.
    채식을 좋아하시나봅니다.

  • 8. 사만티
    '16.8.29 12:03 PM

    라오스 여행 다녀오셨나봐요? 꽝시폭포.....참! 이쁘죠? 하지만 지금은 우기라 흙탕물이 되었답니다.
    더위엔 역시 비어라오가 최고예요! 얼음 가득 채워서.....
    정갈한 상차림에 식욕이 마구마구 생기네요.

  • 오후에
    '16.8.29 5:35 PM

    얼음채워먹는 맥주 처음엔 '왜 맥주를 이렇게 싱거워서 어찌 먹으라고' 했는데 어느새 그렇게 먹고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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