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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비오는 창경궁

| 조회수 : 12,643 | 추천수 : 6
작성일 : 2016-07-25 18:19:27

#1

덥네요 . 비오는 날 창경궁입니다 .

잠시 쉬세요 .


 

창경궁 들어가며 오른쪽에 있는 전각인데 ,

K 가 꼬꼬마 시절 이곳에 앉아 찍은 사진이 있더군요 .



바로 이 풍경 때문에 자주 위 전각마루에 앉았었지요 .

 






 

여기까지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 직접 가보시라고 .... ㅎㅎ


 

집복헌과 영춘헌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

본래 떨어져 있던 건물을 조선말기 다시 지으며 연결했다고 하더군요 .

정조가 돌아가신 곳이기도 하고 후궁 소생의 왕이 출생한 곳이기도 하다는 군요 . 즉 후궁의 처소였다는 말 .

 

이곳에서 ‘ 서화취미 ’ 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기에

‘ 누가 이런 고상한 취미를 가졌누 ?’ 하며 들어가 보았더니 , 정조더군요 .


   

"밤사이 문안알고자 하며 오늘은 병환이 어떠신지 알고자 합니다 . 오늘은 마마께서 생일음식을 해 주셨는데 ( 다 ) 먹지 못하여 조금 드리오니 잡수시기 바랍니다 . 세손 ."

정조의 한글편지중 하나입니다 . 여성에게 쓰는 편지에는 꽃그림을 그려넣었다 하더군요 .

정조의 한글편지첩은 왕가에서도 한글을 꽤 썼었다는 사실을 입증한 중요 사료라고 합니다 .


   

이곳에 앉아 밖을 보면 이렇습니다 .



앉으면 차 ? 생각이 절로 나겠지요 ?

앉는 것 까진 괜찮습니다만 차는 상상만 하시길 .

 



 

집복헌과 영춘헌 , 두 전각을 이어 ㅁ 자가 된 마당입니다 .

낙숫물 소리 삐걱거리는 마루소리는 녹음을 했으나 이곳엔 올릴수가 없네요. 사진으로 상상하시길







 

#2


 



올해 처음 옥수수 걷어와 함께 차린 밥상

가지전과 감자채 나물 , 된장찌개에 깻잎을 넣고 지은 나물밥 비스무리 한 것

깻잎 넣은 밥은 처음인데 향이 너무 진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

양념간장이나 고추장에 비비면 더욱 향 걱정은 없어지고 .


 

채칼로 썬 감자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

간장 , 소금으로 간하고 미나리 , 부추 , 실고추에 들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버물버물 .




 

텃밭 다녀와 아침겸 점심 먹고 낮잠 한잠 자고 일어나

매운 냉면에 맥주 한잔 후 , 왠 지 섭섭해서 만든 추억의 누룽지와 감자채전

저녁이라기엔 이르고 간식이라기엔 많이 과했던 일요일이었다 .

      

#3

K에게


선거철도 아닌데 정치뉴스가 넘쳐난다 . 유쾌하지 않은 정치뉴스는 더운 날 짜증을 높이는 것들 중 하나인 것 같다 . 하지만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무시하긴 힘든 일이다 . 그러니 짜증은 잠시 접어두고 알아야 할 것은 알고 생각할 것은 생각하렴 . 그렇게 판단할 것은 판단해서 필요하다면 행동도 하고 . 요즘 정치뉴스는 비리와 사드가 주요 이슈처럼 보인다 . 너희 또래들은 사드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니 ? 궁금하긴 한데 서로 바빠서 아직 묻지 못했다 .

 

사드 문제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 안전과 이익 ’ 인 것 같아 . 안전은 ‘ 전자파에서부터 전쟁위험 ’ 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 이익은 외교와 국방 , 경제국가에서 국익이라고 불리는 것과 이로 인한 국내정치에서 이익의 측면이 있겠지 .

 

전략 목표라고 부르기도 하는 남북긴장완화와 한반도 비핵화에 사드가 한 발짝 다가간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 당장의 논란에서 만큼은 그 반대처럼 보인다 . 긴장완화와 비핵화 전략은 ‘ 안전 ’ 이라는 범주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어 . 이익은 전략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취사선택에서 잣대쯤 될 것 같아 . 이 둘이 충족된다면 그 다음은 전술 , 이익은 극대화 하고 손실은 최소화 하는 선택지만 남겠지 .

 

다시 말해 사드배치는 ‘ 한반도 안전에 기여하는가 ?’ 라는 물음이 우선되어야 해 . 그다음 사드 자체 안전이 검증되어야 하고 . 사드배치가 가져올 이익은 엄밀한 저울질이 필요한 국가 행위야 . 어디에 어떤 과정을 거쳐 배치해야 할지 논하는 건 마지막 과정이겠지 , 이건 공개적으로 추진되야 할 사항처럼 보이는데 현재 사드 논란은 이 모든 것이 순서 없이 섞여 있고 결정되었다는 데서 비롯된 듯하다 .

 

혹 너희들끼리 얘기할 기회가 있거들랑 , 또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거들랑 이런 접근은 어떨까 싶어 잔소리 같지만  해봤다 . 그냥  노파심이니 이해해주렴 .

 

날이 꽤 덥다 ,

사랑하는 딸 ! 더위 조심하고 오늘도 행복하렴 .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별빛속에
    '16.7.25 6:59 PM

    전각에 앉아 걸레질 하던 생각시들이 빗물 떨어지는 모습에도 소곤소곤 까르르 했겠지요^^.
    정조대왕의 한글편지중에 오타란 부분을 두줄 긁고 보낸 편지가 너무 귀여웠어요.
    서재 생기면 책가도 병풍 드리우고 저런 책장에 과시용으로 있어보이는 책들 꽂아 두고 싶네요 ㅋㅋ
    제목도 근사하고 사진은 더욱 근사하고 글은 더더욱 근사합니다.

  • 오후에
    '16.7.26 11:12 AM

    옆에 설명이 없으면 읽기 힘든 글씨체였지만 정조의 한글 편지는 저도 인상깊었습니다.
    책장도 근사했고요. 나도 한번 만들어 볼까 싶어질 정도로....

  • 2. 대전아줌마
    '16.7.25 10:31 PM

    어머 너무 맛난 음식과 함께 너무도 잘 어울리는 풍경이네요.

    얼마전 경기도로 이사와서, 그토록 가고팠던 창경궁 야간 개방을 처음 가봤는데...낮에 보는 창경궁은 또 다른 멋이 있네요. 조만간 한번 더 다녀와야겠어요.

  • 오후에
    '16.7.26 11:15 AM

    앗 대전분이시네요. 예전에 대전에 살았었는데.... ㅎㅎ
    창경궁 마루에 걸터 않아 보내는 시간이 풍경보다 사실 더 좋았습니다. 저는.

  • 3. 소년공원
    '16.7.25 10:50 PM

    저희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싶은 풍경입니다.
    언제고 아이들 데리고 한국 방문할 기회가 오겠죠?

    열무김치 비빔국수 오늘 아점으로 당첨입니다 :-)

  • 오후에
    '16.7.26 11:20 AM

    창경궁/창덕궁/후원/종묘 연결해서 둘러볼수 있습니다.
    이걸 다 돌아보려면 하루는 걸리는데 식사문제가 함정이죠.
    하지만 매점서 간단히 요기하고 돌아보면 새로운 정취가 있어요.
    특히 봄가을 후원은 ....

    그리고 열무김치가 아니라 열무넣은 비빔냉면이었답니다. ㅎㅎ

  • 4. 부관훼리
    '16.7.27 10:48 AM

    어릴때의 창경궁하고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네요.
    한적한 분위기가 저곳에서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고싶게합니다. ^^

  • 오후에
    '16.8.25 5:40 PM

    창경궁, 창덕궁, 후원을 둘러보시면 하루가 모자랄 수도 있습니다.
    서울 오시면 꼭 한번 둘러보기 바랍니다. 관광객 많지 않은 비오는 날이라면 더욱 좋을 겁니다.

  • 5. 솔이엄마
    '16.8.7 10:27 AM

    창경궁 처마밑에 앉아서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은 풍경입니다. ^^

  • 오후에
    '16.8.25 5:40 PM

    그렇죠 처마밑에 앉아 멍때리기 딱 좋은 풍경입니다.

  • 6. 캔디
    '16.8.8 1:30 AM

    제가 수원에 살다가 학창시절에 살던 광명시로 이사온 이유가 있어요.
    바로 제가 좋아하는 저런 곳을 가기 위함이지요.
    그런데 돈 버느라 아이 뒷 바라지 하느라 자주 못 가더라구요.
    이 사진 보며 또 한숨 고르고 갑니다.
    (아직은 다리힘 남아 있으니 계획 한번 잡아야 겠어요. 사진 감사해요ㅎㅎ)

  • 오후에
    '16.8.25 5:42 PM

    ㅎㅎ 이사까지 하셨다니 자주 다니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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