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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밥상대신 꽃상~ 대령합니다

| 조회수 : 11,504 | 추천수 : 10
작성일 : 2018-03-15 23:00:12



키톡에 자주 오고 싶으나,

올 수가 없는 쑥과마눌입니다.


네, 손이 개막손..ㅠㅠ 맞습니다.


허나, 그런 저에게도 껀수가 생겼으니,

사진빨 제대로 나오게 차려준 밥상을 받았습니다.

이쁜 밥상에다가,  남이 차려준 밥상이라죠.


밥중에 밥은

뭐니 뭐니 해도

남이 차려 주는 밥입니다.




 

아이들 학급에 친한 친구형제가 있습니다
각각 우리 아들1호와 2호의 같은 반 베프라죠

형제의 엄마는 교양있고, 예의바르며, 친절하고, 상냥하십니다.
체질이신듯한데, 체질 맞답니다.
형제를 키우면서 점점 터프해지긴 했다고 주장하는데,
제가 보기엔 아직 멀으셨습니다.

그 형제엄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드라마 이야기가 나왔고..
이번 생은 처음이란다..에서 언급한 책이야기가 나왔고..
그 책들을 가지고 있었던 저는 살면서 드물게 만나는,
제가 쓸모있어진 드문 예를 잡았고..
    
그리하여, 책을 빌려 주었고..
그 녀의 눈이 반짝해졌고...

그후로 그 엄마와의 카톡에는
교양에도 진심이, 예의에도 진심이, 친절에도 진심이, 상냥에도 진심이..
하트 모냥을 하고, 글자 밖으로 튀어 나와 있었고..

급기야는 이 밥상을 받았습니다.

저쪽 구석에 있는 바깥은 여름이라는 책이 그 주인공입니다

안 권합니다. 

저 책은 탁월해서..

너무도 높고 외롭고 쓸쓸하게

자식잃은 엄마의 마음을 잘 그려서 괴롭습니다.

그만 좀 개롭히십시요..ㅠㅠㅠ






봄이 오면

제가 사는 곳에는 수선화가 천지빼깔로 피어납니다.

한국아파트 화단에서 우연히 만나는 쑥처럼

심고 가꾸는 이없어도 삐죽삐죽 올라 옵니다.


어느 해부터, 

이 노오란  꽃이 피어나면 생각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자그만 하고, 겹꽃이라 꽃들이 얼굴을 맞대고 재잘거리는 거 같아서..

그리고 피는 계절이 이맘때라서 더욱 그러합니다.



Forget Me Not..

그려그려..

안 잊어..

못 잊어..




이 동네엔 한국할머님이 계십니다.

도매가 끝나고 남은 꽃들을 싼값에 사서 요양원이나 쉘터에 가져다 주는 봉사를 하십니다.

가끔 남으면, 교회에 와서 푸십니다.

요번에는 커다란 사과상자에 가득 든 오만원권 현찰처럼 수선화를 가져오셨습니다.


한두다발을 찜해 놓고,

하이에나처럼 상자주변을 맴 돌다가,

사람들이 다 집어가고 남은 상자를 슈킹했습니다.




물욕..꽃욕..화욕..에 쩝니다.

바닥에 후다다 떨어진 꽃다발까지

꽃에 대한 집념은 쥐박이가 울고갈 기세입니다




꽃병이 없어, 큰 컵에다도 꼽고 봅니다.

애들이 컵 달라고 하믄, 못 들은 체 할겁니다.




꽂다가 좀 지칩니다.

몇백송이 되는 이 수선화들

향기에 쩔어 들면서.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에 살았다면,

요번 주말에 콩떡 나노 먹을 때

옆에서 한송이씩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간절합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콩떡을 한손에 들고

다른 한손에는 이 꽃을 쥐고

경복궁 뒤쪽 바라보며

떡 먹고, 캬~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목이 메여 오는 건

전적으로 물을 들 손이 없어서 일뿐이라 생각하며 말이죠.


모진 세월 

잘 헤쳐 나온 82쿡언늬 동생들에게

멀리서 쉽게쉽게 말만 잘 보탠 사람이 어떻게 또..사진으로 거들뿐입니다.





 


이른 봄에 핀

한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냐고

묻는


- 도종환, 한송이 꽃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별헤는밤
    '18.3.15 11:47 PM

    앗 내가 좋아하는 쑥과 마늘님이시닷!!!
    모진 세월....이런 글들 히나 하나가 큰 힘이었던걸요
    거기 그렇게 피어 있어 주어서 고마워요

  • 쑥과마눌
    '18.3.16 12:23 AM

    감사합니다.
    요번 토요일 광화문행사에는 참석 못해도,
    수년내에 82쿡 언니들 환갑기념으로 시베리아횡단 기차타고 유럽간다는 번개공지 올라오면
    냅다 달려 갈 겁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다시 화이팅~

  • 2. andyqueen
    '18.3.16 12:46 AM

    다른말이 뭐가 필요할까요 ...요즘 sns처럼
    그저 좋아요 꾸욱 누르고 싶습니다

  • 쑥과마눌
    '18.3.16 1:46 AM

    말 필요 읎따
    좋아요^^

  • 3. 쩜쩜쩜쩜
    '18.3.16 9:09 AM

    먼 곳에 계셔도 쑥과마늘님이 가까이 계신 듯 합니다.
    "Forget Me Not..
    그려그려..
    안 잊어..
    못 잊어.. "
    이 아침 또 울컥하게 만드십니다..

    대접 받으신 음식이 수제비랑 떡볶이인가요?
    왠지 우아하신 그 분이 음식솜씨는 없으실 수 있다고
    상상해봅니다^^;;;;
    우아해지고 싶은데 안 돼서 샘 한 번 내봤습니다^^

  • 쑥과마눌
    '18.3.16 8:01 PM

    저도 늘 가까이 있는듯 하여요^^
    맛난 우동이랑 떡볶이였어요 ㅋ

  • 4. 찬미
    '18.3.16 10:08 AM

    유쾌하게 적으셨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글을 한숨에 후다닥 읽어 내려왔습니다
    멋진 그분과 수선화와 글 내용이 너무나 예쁘면서도 가슴 한켠이 ....

    마음이 듬뿍 담긴글~
    감사합니다^^

  • 쑥과마눌
    '18.3.16 8:02 PM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
    오랜만에 올린 요리가 드문 키톡글이라 민망했쓰요 ㅎ

  • 5. aeneid
    '18.3.16 11:21 AM

    감사합니다
    글 올려주셔서~
    유쾌하고 깊이도 있어요^^
    내 사는게 바빠 잊고있었는데
    노란꽃!! 아이들아 잊지않을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만 하다가
    일부러 로그인하여 댓글 달아요!!

  • 쑥과마눌
    '18.3.16 8:05 PM

    노란꽃으로 시작하여
    목련이 처절하게 져버리는 사월중순까지..
    생각나고 괴롭고 그랬는데,
    올해는 생각이 나도, 괴로운 마음대신 위로의 마음이 드는 걸 보니, 이게 다 고생한 82쿡님들 같은 사람들 덕분입니다

  • 6. 샌디
    '18.3.16 7:55 PM

    오랫만에 보는 쑥과마눌님의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가까이 사시면 친구하고 싶어요~ ^^

  • 쑥과마눌
    '18.3.16 8:06 PM

    환갑기념 유럽행 시베리아횡단열차로 모두 모이기로..콜!

  • Harmony
    '18.3.17 11:15 PM

    쑥과 마눌 님 반가 반가와요.!!
    울집마당에도 봄되면 수선화가 지천으로 피는데
    유럽행 시베리아횡단열차 언제 타시는지요?
    블라디보스톡역에서 모두 만나는건가요? 기대됩니다!!^^

  • 쑥과마눌
    '18.3.18 3:09 AM

    Harmony님
    몇팀으로 나눠 진다고 합니다
    체력되는 언니들은 개마고원에서 캠핑하고 오는 캠핑파,
    하얼삔역에서 안중근의사 기념 태극기 집회하고 오는 신태극기파
    개성가서 원조 개성만두 먹고 오는 먹방투어파
    성질급해 블라디보스토크에 곧장 오는 파
    연해주와 헷갈려 여전히 헤매고 있는 언니들 잡아 오는 안내파
    그때까지 잘 살아 내 봅시다.
    적금 들어가며..ㅋ

  • 7. 가브리엘라
    '18.3.16 8:03 PM

    블로그에서 볼땐 그저 예쁜 꽃이었는데 아...벌써 그 계절이 왔구나 싶네요.
    올해는 어찌나 굵직한 사건 연속인지 잠시 잊고 있었어요.
    미안하네요...

  • 쑥과마눌
    '18.3.16 8:09 PM

    그러게 말입니다
    다이나믹 코리아에 트럼프까지 가세하니
    더욱 정신없네요. 그래도..모두
    Forget Me Not

  • 8. 세잎클로버
    '18.3.19 1:19 PM

    저도 일주일 전 아이들과 동갑내기인 큰아들 군에 입대시키면서 '멀리 가버린 아이들도 저리 머리깎고 부모님 눈물배웅받으며 입대했을텐데...자식잃은 부모님들은 이 아쉬움의 시간도 누리지 못하시는구나!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잊지않겠다 다짐했답니다. 일주일인데도 보고파지는데...... 비도오는데 슬퍼지네요...

  • 쑥과마눌
    '18.3.20 1:48 AM

    아이들을 키우면..
    기쁜 순간, 슬픈 순간, 아쉬운 순간..
    순간순간들을 지나면서 생각나고, 기가 막히고..
    그러는 거 같아요..

  • 9. 소년공원
    '18.3.24 6:00 AM

    그러고보니 곧 4월이네요...
    꽃 구경 감사합니다.

  • 쑥과마눌
    '18.3.24 8:28 AM

    여기는 아직 마이 춥네요 훌쩍~

  • 10. 솔이엄마
    '18.3.25 12:18 PM

    쑥과마눌님의 글에 목이 메어오는건 무엇때문이라고 해야할까요? ^^
    유쾌하고 좋은 글 올려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저도 Forget Me Not

  • 쑥과마눌
    '18.3.29 1:59 AM

    반갑습니다. 솔이엄마님

    가늘고, 길게, 두고두고 끈질기게..
    모진 생명력으로 오래오래 갈려면,
    웃을 때 웃고, 유쾌할 때 유쾌하여 하루하루 살아내어야 할듯 합니다.
    얼마전 베스트에 오른 세가지 깨달음처럼요.

    우리 모두 화이팅~
    자주 오셔요~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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