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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얻어걸린 성찬, 그리고 (almost) 소매치기의 추억 in Nice

| 조회수 : 11,897 | 추천수 : 2
작성일 : 2016-05-03 04:04:40

저희가   3 월   30 일에   출발했으니까 여행 떠난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었네요 .


불과 11 박 12 일의 여행이었지만

떠나기 여러 달 전부터 여행 계획과 준비로 들뜨고 행복하고

다녀와서 또 이렇게 한 달 넘게 즐거움이 계속되는 걸 보면

여행은 분명 투자 대비 이익이 큰 장사 같아요 ~ 라고 쓰고

즐겁게 니스에서 먹은 것들을 추억해 보려고 하는데 …

 



 





한국에 있는 맏언니가 보내온 사진 .

고향 읍내 장터에서 먹을 수 있는 8 천원짜리 산채비빔밥이래요 .

여행 가서 먹고 온 것들이 다 무의미해지는 순간 ㅠㅠ

저희들 모두 이곳까지 7 인분 배달해 달라고 애원했어요 .

 

급상실된 의욕을 간신히 추스려 니스의 기억을 꺼내봅니다 .

 



오전에 니스에 도착한 저희 일행은  

에제 (Èze) 행 버스를 타기 위해 일단 호텔 앞에서 트램을 타고 이동했어요 . 

그런데 몇 정류장 안 가서 트램이 갑자기 멈추더니 뭐라고 안내방송이 나오네요 .

불어를 알아들을 리 없는 저희는 해맑게 딴짓하고 있었는데 …

안내방송이 계속될수록 모든 승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저희 일행을 향하는 쎄 ~ 한 느낌 .


순간 , 어디선가 경찰이 대여섯 명 나타나더니  

한 3 량 정도 되는 트램기차의 문을 차례로 잠그고  

맨 앞문으로 저희더러 내리라는 겁니다 ! ( 어머 , 왜 ?)


저희가 모두 내렸더니 우리 가방 좀 보자는 거에요 . 

( 그 경찰들이 친절하게도 영어를 구사하려 노력했으므로 ... 

본래는 ‘ 너희 가방 확인해봐라 ’ 였는데 처음엔 ‘ 너희 가방 좀 보자 ’ 로 들렸어요 )


순간 , 저희가 소매치기로 지목된 줄 알고 황당 ;;;


알고 보니 트램 운전기사가 CCTV 로 우리 주변에 소매치기가 있는 것을 보고는  

경찰을 부르고 트램을 멈춘 것이었어요 . 

저희가 아무 것도 분실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몇 차례나 거듭 확인한 경찰은 트램을 떠나 보냈어요 . 

그러더니 저희더러 조심하라고 하더군요 . 

이 모든 것이 불과 5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  

와우 ~ 니스 경찰 브라보 ~


정신 차리고 보니 훈남도 이런 훈남이 없 …( 쿨럭 )

다음 트램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랑 인증사진도 찍어주고 ㅎㅎ  

( 근데 맏언니 카메라에 … 덴장 )


사실 이번 여행 떠나면서 파리 , 바르셀로나 등 소매치기 많기로 악명 높은 도시들을 들러야 하는 까닭에  

저희가 무척 신경 썼거든요 . 특히 회계인 저는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죠 .

근데 니스쯤에 가서는 경계가 많이 해이해졌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다시 바짝 긴장 … 은 커녕

우리는 니스 경찰도 앞장서 보호해주는 뇨자들이라며 희희낙락 ;;;

 


다음 트램을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간 저희는

에제행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는 시간이 남아 근처에 아무 레스토랑이나 들어갔어요 .

1 시 정도 되는 시각이었는데 그 동네 카페들이 전부 노상에 의자와 테이블을 내놓고  

주민들이 커피나 맥주 한 병씩 들고는 일제히 ‘ 사람 구경 ’ 을 하고 있더라고요 ㅎㅎㅎ

이에 저희도 동참 !


음식이 너무 늦게 나와서 버스 놓치면 안되니까  

8 명이 될 수 있으면 메뉴를 통일하여 ‘ 오늘의 요리 ’ 를 주문했는데 … 꽤 괜찮았어요 .

 





주인 언니의 호통을 듣고 어디선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온 주방장 옵화 ( 아마도 남편인 듯한 ㅋ ) 가

순식간에 만들어 준 …

 


스파게티에 곁들인 고기는 마치 갈비찜이나 꼬리찜처럼 하루 종일 푹 졸인 듯 부드러웠고 .

 





연어를 주문한 언니들도 맛있었대요 . 함께 나온 빵도 굿 !


 

착한 가격에 맛있는 점심을 해결한 저희는 ( 회계 몹시 기쁨 ) 

버스터미널 가는 길에 커피 한잔씩 하기 위해 인근 빵집에 들렀는데 …. @.@ 오 마이 갓 .





여기가 정녕 흔한 동네 빵집이란 말입니까 ? 커피도 단돈 1 유로 .( 회계 춤을 춤 )

 

 




 

( 니스 , 여기가 천국인가보오 )

 





이후 에제와 …

 

 


모나코까지 둘러본 저희는 밤 늦게 니스로 돌아왔어요 .




9 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간 . 

일단 아무거나 먹자 … 하며 중심가인 마세나 광장쪽으로 걸어갔는데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더라구요 . 레스토랑들도 거리에 내놓은 테이블을 접으며 파장 분위기 . ㅠㅠ

맥도날드라도 가야 하는건가 …? 하고 자포자기할 무렵 , 저 골목 안에 웬 불빛이 …

 





 

가보니 그 레스토랑은 아직도 사람들이 많더군요 . 

8 명 자리가 있냐 물으니 잠깐만 기다리라면서 라운지 같은 곳으로 안내했어요 . 

그리고는 기다리는 동안 마시라며 샴페인을 한 잔씩 …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레스토랑 ,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네요 .

 

웨이터들이 2 층으로 나르고 있는 음식을 보니 …. 오 지저스 ~~

 


이곳은 알고 보니 보카치오 (Boccaccio).

여행 떠나기 전 , 직장 동료로부터 적극 추천 받았던 곳이었어요 .

원래 내일 밤에 예쁘게 차려입고 오려했던 곳인데 …  

이렇게 구질구질한 차림으로 맘의 준비도 없이 들이닥치리라곤 ㅠㅠ

일행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 이 언니들 , 뻔뻔하게도 잘됐다며 쾌재를 부르네요 .

 







일단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듯한 해산물 플래터를 주문하고 …

 

 






다른 테이블에서 많이들 먹고 있는 빠에야와 파스타도 주문했어요 .




 

 

 

그런데 .... 무슨 세숫대야 만한 접시에다 주네요 . 이게 2 인분이에요 .

 

 



 

우리 옆 테이블의 관광객으로 보이는 어느 일행은  

( 남자들만 와서인지 )  인원수대로 주문한 모양인데 ... 

테이블이 무슨 장독대처럼 변하는 광경을 목격 . 

접시와 빠에야팬이 너무 커서 테이블에 다 놓지도 못하더군요 .



저희도 원래는 몹시 허기져서 더 많은 양을 주문하려 했으나 …

잽싸게 옆 테이블 ( 남녀 둘이 데이트하던 ) 을 스캔한 누군가가  

‘ 여긴 양이 많다 ’ 고 현명한 판단을 한 덕에 과다 주문을 방지할 수 있었어요 . 

그래도 빠에야가 남았답니다 . 우리 일행에겐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죠 . ㅎㅎ

 







나중에 여행이 끝나고 저희 일행에게 가장 맛있게 먹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많은 분들이 이 날 보카치오에서 먹었던 해산물 , 그 중에서도 특히 생굴을 꼽네요 .

 

 


 

이번 여행 통틀어 가장 비싼 식비를 지출한 곳이기도 했지만 … 

뭐 , 다들 기억에 남는 식사였다니 회계 혼자 조용히 울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레이스
    '16.5.3 8:43 AM - 삭제된댓글

    비바람 치는 아침에 만나는
    니스와 복카치오..
    세숫대야 빠에야와 한쟁반 해산물!!!
    너무 좋아하는 조합이라 눈물이 찔끔 나네요.
    예술입니다.^*^

    좋은 곳을 소개해주신 꼰누나 회계님 감사드리며

    추천 빵~~~~!!! 입니다.
    입니다.!!!

  • 2. 그레이스
    '16.5.3 8:46 AM

    비바람 치는 아침에 만나는
    니스와 복카치오..
    세숫대야 빠에야와 한쟁반 해산물!!!
    너무 좋아하는 조합이라 눈물이 찔끔 나네요.
    예술입니다.^*^

    좋은 곳을 유쾌하게 같이 여행하는 기분.
    꼰누나 회계님 감사합니다.^^

  • 3. 초모
    '16.5.3 9:21 AM

    너무 부러워
    오늘도 외면하고 싶었으나ㅠㅜ
    이성의 힘으로 끄응 눌렀습니다^^;;

    사진과 글로
    큰 기쁨을 주시는 분~~계속 끝까지 응원합니다!!

  • 4. 커다란무
    '16.5.3 10:34 AM

    도저히 못참고 학교갔다올 아이에게 줄 빵이라도 먹으러 갑니다
    추천을 안할수가 없어요^^

  • 5. 다이아
    '16.5.3 10:42 AM

    해산물 플래터....정말이지 푸짐하고 맛있어 보이네요.

    혹시 니스를 가게 된다면 보카치오 꼭 가볼께요^^

  • 6. 루이제
    '16.5.3 10:46 AM

    이글을 다 읽고 내 머릿속에 박힌,,문장

    식탁이 장독대 처럼 변하는,,광경.

    아.........꿈같은 광경입니다.
    세수대야에 담겨 나오는,,해산물 빠에야

    너무 재밌고, 유쾌하고,,진정,,달필 이세요~~~

  • 7. 파도치는
    '16.5.3 11:33 AM - 삭제된댓글

    니스가서 훈남경찰도 만나고 맛난것도 먹고..
    부러워요..

  • 8. 싸싸
    '16.5.3 11:45 AM

    내년에 가족과 프랑스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요.
    순전히 꼰누나님 후기보고 필이 꽂혀서요.
    혹시 일정표 있으시면 메일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경비와 식당 같은 정보도요.
    저도 제가 일정 다 짜고 숙박, 항공 다 예약해서 우리 아들 유럽, 호주, 뉴질랜드를 자유여행으로 보내본 경험이 있어서 얼마나 수고하셨을지 짐작이 되서 쉽게 달라고 하기가 죄송스럽네요.
    자세한 일정이 아니라도 도시 순서만이라도 알려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 싸싸
    '16.5.3 2:15 PM - 삭제된댓글

    ssassa1@hanmail.net입니다.

  • 꼰누나
    '16.5.3 10:30 PM

    제 자료 보내드릴게요. 이메일 주소 지우셔도 됩니다 ^^

  • 미셀
    '16.5.4 7:16 AM

    저두 메일 부탁드려도 될까요? 꼰누나님 여행기와 사진이 너무 좋아서 열독하고있어요ㆍ 지난여행분도 찾아서 보고있어요 ㆍ

  • 미셀
    '16.5.4 7:19 AM - 삭제된댓글

    제 멜주소는 hskim8133@daum.net
    미리 감사드립니다 ㆍ꾸벅

  • 플라메리아
    '16.5.4 8:55 AM

    저도 부탁드려도 될지.. 저도 마리 감사드립니다..
    haejung4@gmail.com

  • 싸싸
    '16.5.4 9:34 AM

    정말 고맙습니다.
    가게 되면 가는 곳마다 꼰누나님 생각날 것 같아요.^^

  • jysull
    '16.5.4 2:44 PM

    저도 내년 남프랑스 여행 예정이라 좀 부탁드릴게요.
    꼰누나님 포스팅. 늘 잼나게 읽고 있어요 넘 감사드립니다 꾸벅~

  • jysull
    '16.5.4 2:46 PM

    이멜 주소는 jysull&daum.net 입니다

  • 백김치
    '16.5.5 12:33 PM

    저도 멜 받고파요

    solcheggot@hanmail.net

  • 클라우드
    '16.5.5 11:00 PM

    저도 멜 주시면 너무너무 감사하겠습니다
    pirena@hanmail.net

  • 모카22
    '16.5.19 4:21 PM

    저도 메일 받고받고 싶어요~ 여행기가 아주 살아있어요~
    지금 아주 헝그리한 아줌마.. 컴속으로 먹으러 가고싶네요~ ^^
    아차.. meeouk@nate.com 메일도 남겨드려요~!! ^^***

  • 9. 깡통
    '16.5.3 12:26 PM

    덕분에 좋은 구경하네요.
    저도 가보고싶어요~
    경치도 좋고 음식들도 훌륭하네요.
    빠에야가 너무너무 먹고싶어요 ㅠ

    좋은글 감사합니다^^^^^^^^^^^^^^^

  • 10. 항상감사
    '16.5.3 2:15 PM

    파김치에 밥 두그릇째 먹으며 읽었습니다. 나드...빠에야...저런거 먹고 싶다...

  • 11. 소년공원
    '16.5.4 4:56 AM

    우왕~~~ 빠에야 정말 맛있어보여요.
    저는 장독대 차려놓고 저혼자 다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위대하다!) ㅎㅎㅎ
    소매치기도 안당하시고 회계살림도 잘 하시고, 또 이렇게 후기로 여러 사람 즐겁게 해주시니 제가 궁디 토닥토닥 해드릴께염... ㅋㅋㅋ
    감사합니다.

  • 12. 수호천사
    '16.5.5 9:09 AM

    이번 여행지 저도 꼭 가보려고 합니다.
    포스트 읽고 많이 저장하고있어요. 저에게도 상세한 일정자료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kim818@hotmail.com 입니다.

  • 13. 씨페루스
    '16.5.5 3:23 PM - 삭제된댓글

    줌인줌아웃에 올리신 글로 잘 읽었어요.
    로그인 하기가 귀찮아서
    마르세유의 택시운전사 까지도 댓글쓰고픈 유혹을 참았지만
    타짜이야기에서 더이상 참을수 없더군요.
    로그인이 뭐 대수라고..^^
    꼰누나님의 여행기 정말 유쾌하고 훈훈합니다.
    힐링이 되어요. 진짜루!!
    언젠가 저도 그 경로대로 따라가고 싶어요.

  • 14. 상돌맘
    '16.5.5 9:38 PM

    저는 올 초 유럽여행을 처음 다녀온 아줌마로 프랑스 너무너무 가보고 싶네요.
    저도 염치없지만 일정표 좀 ^^
    내년 중딩되는 아들과 올 겨울 꼭 가보고 싶어요.
    thpark77@dreamwiz.com입니다~
    미리 감사드려요^^

  • 15. 리인
    '16.5.11 3:32 PM

    매번 올라오는 글을 애정하고 있는 팬이에요^^
    어쩜 글을 맛깔스럽게 쓰시는지 감탄하면서요...

    위 가격표보다 쁘띠갸또 하나에 2.3 유로 정도인데
    미국 빵집 빵 가격은 유럽보다 더 비싼걸까 혼자서 궁금해하고 있어요ㅎㅎ
    유럽여행은 몇번 기회가 있었는데 미국은 가본적이 없엇어요

  • 16. 안서
    '16.5.19 5:58 PM

    꼳언니 팬하고 싶어요~
    파리 잠깐 가본 게 다지만 그때 별 느낌이 없었던지 이상하게 프랑스가 끌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너무너무 가고싶어요. 글 감사해요~

  • 17. 쭈니
    '16.5.27 10:13 AM

    아 진짜 한발 늦은감이 있네요~
    저 자그마치 17년전에 파리-리옹- 안시 다녀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가능하시다면..저도 일정좀 멜로 받을 수 있을지요?
    감사합니다..jsy660@naver.com

  • 18. VERO
    '16.6.7 12:14 PM

    마니 늦었지만 괜찮으시다면..저도 부탁드릴께요.
    vvero@naver.com

    그리고 뺄질문이라 부끄럽지만.보카치오에서 1인1주문 안해도 괜찮나요?
    아직 해외여행 못하고 계획중이라..외국 문화를 잘 모르는데 얼마전 자게에서 외국에서는 1인1주문이 원칙이다라는 글 봐서요. 우리 나라 보통 식당가서도 아이 둘에 저희 부부 에 음식 3인분 주문해도 충분해서 늘 그렇게 해왔는데 자게에서 1인1주문이 맞다는(남기더라도 그래야한다는) 글 때문에 요즘 식당가서 4인분 주문하고 과식에 남은 음식들로 죄책감 비슷한 느낌드는 아줌마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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