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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무우쪼가리로 맥주한잔~

| 조회수 : 9,719 | 추천수 : 4
작성일 : 2014-11-16 00:27:09

 

하루종일 움직인다는 것은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이 무엇이랴~  걸음 멈추고 양이나 염소떼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인가?  하는 싯구절처럼 가끔은 걸음 멈추고

다음엔 무슨일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 시간도 있습니다. ^ ^

 

허리가 32는 되어야 컨디션유지가 된다는 나름의 판단인데

그래서 맨날 바지를 32사이즈로 사입는데

그럼에도 맨날 바지가 헐렁한......

 

한때는 38인치도 꽉꼈던 시절이 있었는디...... ㅠㅠ

 

 


오늘 오전~

아내는 닭밥을 준비하고

저는 달구들에게 쬐끔 남겨두었던 무우수확해서 무우청 먹이고......

 

그리고 아내는 점심상 물리고 아이들데리고 친정으로 산토끼~

저는 또다시 머슴모드로 돌아서 땔깜준비......

 

숲속에는 생동감만 넘치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경쟁에 밀려 쓰러진 나무들......

마치 과거의 제 모습과도 같은......

 

한때 -아내와 결혼을 앞두고- 처절하게 망해서 두번의 자살시도끝에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시험도 할 겸 별일을 다 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병아리부화장부터

노가다판의 목수일까정......

 

지금도 가장 가슴이 아픈 일은

서투른 초짜가 목수일을 하던중 외벽에서 추락직전 구사일생하고는

여기저기 찢어진 작업복에 시커먼 멍투성이의 몸뚱아리를 보고

아내가 오열하던......

그래서 아내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던......

 

딸아이를 낳을 즈음부터 십여년간

참으로 많은 것들을 가슴으로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아내와 저는 금융권에서 돈장사를 하는 직장에 근무했었습니다.

그걸 은행이라고 하던가요?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잘 나가던 시절~

 

넘버쓰리인가? 의

백조가 물위에 우아하게 떠있는데

물밑에서는 *나게 발길질하고 있던......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잇따르던

몸값 치솟던 시절에 과감하게 때려치웠습니다.

 

금융이 경제의 혈맥을 순환시키는 것이 아니고

사기꾼으로 전락되어가는 모습이며 이런저런 일에 환멸을 느껴 그만두었지만......

 

제가 삼십중반 아내는 이십후반이던 시기에

'우리 강원도 어디 산속에 들어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자'  합의를 보았는데

워메~  강원도 땅값은 왜그리 비싼건지......

 

3박4년간의 개고생을 바탕으로 돈독이 올라

이것저것 돈되는 일은 다했음에도 풀리지 않는 마음의 갈증~

 

과연 내가 사람답게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

 

언젠가 돌아가신 아버지께 여쭸던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요?"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다."

 

간단한 표현속에 내재된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쉽지않은......

 

덕분에 몇해 전 예전의 직장에서 몇차례 복직을 권유했음에도

사신으로 온 후배들에게 한마디로 거절하곤 했습니다.

"고객들 상대로 사기치며 살기는 싫어~"

 

마님을 모시고 사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남부럽지않게 자세잡고 살 수 있는 기회들을 마다할때마다

아내는 단 한번도 토를 단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응원의 말씀 혹은 하해와 같은 술안주를  하사하시거나......

 

깔끔한 정장에 룸에서 접대를 받거나 하거나

그런 짓거리를 해야만 하는 월급쟁이들을 보면 가끔 측은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커넥션~   혹은 관계~ 그 속에서

사냥감을 먹는 거미는 따로있고 그저 거미줄에서 춤춰야 하는 광대가 되어야 하는

지금 이순간에도 불나방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남편들이거나 아빠들이거나......

 

술취해 들어온다고 고급술집영수증이 양복주머니에서 나왔다고

남편을 쥐잡듯한다면

그 남편 진짜 쥐~  됩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설 자리를 잃고 외줄타기를 해야하는......

 

 


오늘은 친정으로 산토끼~ 하시며 마님께서 하사하신

그이름도 거룩한 대구탕재료로 쓰고 남은 무우쪼가리에 맥주한잔 하는 중입니다.

 

단순하지만 커넥션을 거부하는 무우 몇조각~

 

단맛이 납니다.

거미줄속의 한접시에 십여만원짜리 과일안주같은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언젠가 나름 건달이라는 인간과 술한잔하며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무슨 건달이여~

동네 술집들 상대로 삥이나 뜯어 먹고사는건 양아치고

건달이라면 그래도 힘있는 놈들 뒤통수쳐먹고 살 정도는 되어야 건달이지~"

 

그렇게 보면 우리의 권력층인지 지도층인지 하는 분들은

양아치수준도 아닌 양아치 똘마니쯤 되는 것 같습니다.

힘없는 중서민층 상대로 삥뜯어 먹고 사시는 분들이니......

 

갈대와 같은 사람마음이 어떻게 변할런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제 생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렇게 치사하게 사느니 차라리 넥타이 끄트머리 문고리에 묶고 말지......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라
    '14.11.16 4:45 AM

    타협하지 않을 것에 대한 자부심과 동시에 가혹한 책임의 무게에 씁쓸해지기도 하지요. 농부님같은 분들이 계셔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인 것 같아요. 힘내시고 너무 약주 자주 드시는 것 같은데 자중하세요. 건강이 최고입니다.

  • 게으른농부
    '14.12.2 9:15 PM

    요즘같은 세상에 술없이 살기가 쉽진 않은 것 같아요. ^ ^

  • 2. 심마니
    '14.11.16 8:16 PM

    그런 순간들이 있으셨군요.
    사기 치며 살아 봤자 결국 자신의 영혼을 팔아먹는 행위이고
    그 업보는 반드시 따르는 법인데 말이죠.

  • 게으른농부
    '14.12.2 9:15 PM

    생각의 차이인가봐요. ^ ^

  • 3. 우뭇가사리
    '14.11.17 10:25 AM

    저도 돈장사 하는 곳(운용사..)에서 일하다가 사기치는 기분이 들어서, 하고 싶은 일 하려고 그만두었지요.
    언제나 좋은 글, 사진 즐겨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게으른농부
    '14.12.2 9:16 PM

    운용사...... 사람 힘들게 만드는 곳이죠. 잘 하셨습니다. ^ ^

  • 4. 장구봉
    '14.11.17 10:27 AM

    뭔가 답답한 현실인데

    탁 트인 마음이 들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힘들고 힘든 노동이지만 맘 속에 그런 심지를 지피며 사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 게으른농부
    '14.12.2 9:17 PM

    오랫동안 꿈꿔온 농사일인데
    그래서인지 농사일을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 ^

  • 5. 조금느리게
    '14.11.17 12:50 PM

    가을무는 보약이라던데, 보약을 안주로 드시는군요. 육체노동의 신성함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 좋은 글 자로읽었습니다^^

  • 게으른농부
    '14.12.2 9:18 PM

    그 신성함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죠? ^ ^

  • 6. yjyj
    '14.11.22 1:24 AM

    글을 너무 재밌게 쓰시네요 팬될까봐요~^^

  • 게으른농부
    '14.12.2 9:18 PM

    에구~ 감사합니다. ^ ^

  • 7. 개안네
    '14.12.7 1:32 PM

    멋지십니다 !

    그리고 ... 부럽습니다~~~

    조용하고 평온한 아름다운 행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

  • 게으른농부
    '14.12.10 8:32 PM

    그저 산속에 파묻혀 있다보면 마음이 평온~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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