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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도시농부의 텃밭수확물 갈무리하기...토마토 소스 만들기.

| 조회수 : 7,553 | 추천수 : 107
작성일 : 2009-09-01 02:00:02
올해는 참 힘든 해였습니다. 많은 이들의 삶에 큰 기둥이 되었던 분들이 갑작스럽게 떠나가시고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위로 받을 곳을 찾지 못했던 여름이었습니다.
과거에 저는 정신적으로 힘들 때면 한밤중에 차를 몰고 드라이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버릇은 없어졌습니다.
대신 이제는 근처 제 밭으로 갑니다.



많은 이들이 제주 올레를 걸으려고 합니다.
저도 제주 여행을 5박 6일간 하면서 무작정 걷기만 했습니다.
그 때의 경험이 1년간 삶에 힘이 되어주는 것을 경험했기에 요즘의 열풍이 이해 갑니다.
그러나 누구나 다 그렇게 훌쩍 일상을 던지고 올레로 달려갈 수도 없고,
힘들 때마다 일년에 몇 번씩 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텃밭으로 달려갑니다.
이곳에서 제주 올레를 만나고, 얻은 것으로 며칠간 버팁니다...



제 텃밭은 7년동안 4번을 바꿔가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올해는 거의 100평 가까운 면적을 합니다. 혼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습니다. 맨 처음 밭 전체를 트렉터로 갈아엎을 때만 도움 받았을 뿐,
비닐멀칭과 장대 세우기 파종과 모종 심고 물 주고 잡초 뽑고 수확하고... 그 모든 것을 혼자서 합니다.
올해는 혼자서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극한으로 체험해보는 해이고, 이렇게 했을 때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를 깨닫기 위한 해입니다.
정신이 산란스러월 때는 더 몸을 고되게 합니다.
몸이 힘들면 정신은 더 맑아집니다.
가장 원시적인 노동을 하면서 내 마음을 다지고 정신은 자유를 얻습니다....



어떤 이는 뭣 땜에 그 고생을 사서 하냐고 할 것입니다.
그건 마치 자가용 타고 쌩하면 지나갈 수 있는데 뭣 땜에 땡볕에서 걸어가냐고 하는 것과 같지요.
이것은 걸어보지 않으면 거기서 얻는 것들을 자가용 안에서는 절대로 상상도 못하는 것 같이
텃밭에서 잡초 하나하나를 뽑으면서, 물동이를 나르면서, 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비로소 내 마음 속에 일어나는 생각과 깨우침은 그 누구도 뺏아갈 수 없는 수확입니다.



마트가 아니면 채소를 구할 수 없는 줄 알았고, 누가 막 수확한 농작물을 줘도 이걸 어떻게 갈무리해서
내 입 속으로 넣어야할지를 몰랐던 7년전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제 변화는 인간의 진화 과정과 비슷하다 할 것입니다.
어떤 이는 농사를 지어 손질하고 말리고 데치고 그런 과정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마트에서 다 손질된 것을 씻을 필요도 없이 꺼내서 요리를 하는 것이 진짜 현대인이 누려야할
편리한 생활이 아니냐고 생각할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농사 짓고 손질하고 갈무리하는데 들어가는 그 시간에 취미와 교양을 쌓는 시간을 가지고
그런 하찮은 것들에 쓰는 시간은 절약하는 게 삶에 유익한 것이 아니냐고요.
그러나 내가 편리함을 따라 아꼈던 그 시간들이 내게 준 것은 별로 없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며
흙에 뿌렸던 그 시간들은 나를 변화 시켰습니다.
나는 내가 이렇게 변할 줄 정말 몰랐습니다.
이런저런 취미가 많고 관심사가 폭넓은 저로선 이 텃밭을 이렇게 오래하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그것은 이 일이 내가 살아갈 힘을 주기 때문이고, 절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 시키기 때문이지요.
어떤 이가 예전 나를 생각하며 그러더군요. “용 됐다”고요. 모두 텃밭을 하면서부터 시작된 변화입니다.
요즘도 텃밭을 보며 스스로에게 중얼거립니다. “니가 커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주말농장을 하지만 정작 수확이 나오면 어찌할줄을 모릅니다.
제일 만만한게 쌈채소. 이것은 별다른 가공이 필요없으니까요.
그리고 다른 수확물이 나오면 당황합니다.
왜냐면 우리는 어느새 이미 가공한 것들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가공하는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그래서 귀찮아하고 엄두를 못 냅니다.
그러나 인간이 진화되어가는 과정은 바로 먹을거리를 가공하고 요리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수천, 수백년간 진화해온 그 과정을 우리는 불과 며칠만에 해치울 수 있습니다.


올해 수확이 짭짤했던 것이 오이입니다.
이번엔 다다기 14개, 조선오이 4개를 심었는데, 다다기 오이 모종이 품종이 좋은 걸
구해 심었더니 예년에 비해 심하게 수확이 좋았습니다. ^^


오이를 기르려면 긴장대를 세우고 오이망을 씌우는 등 일이 많지만 여름 수확으로
좋은 작물이라 건너뛸 수가 없지요.


14개 다다기오이의 첫 수확이 이래서, 처음으로 농사 지은 것으로 오이지를 담갔지요.


담가서 김치냉장고에 한 통 넣어놓고나니 뿌듯합니다.


요즘은 다다기오이가 끝났고 조선오이의 계절입니다.
조선오이는 요정도로 작을 때 먹거나 노각으로 만들지요.


요즘 노각이 심심찮게 나오네요. 마트에 가니 1개에 1500원이라던데..^^


몇 개 안 심은 옥수수가 제법 결실했습니다.


새벽에 나가보니 청개구리가 옥수수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서 방 빼줄 생각을 안하네요.


옥수수는 쪄먹고 옥수수수염은 잘 씻어서 말려서 보관하거나 바로 수염차를 만듭니다.
옥수수 수염차는 소변을 잘 나오게 합니다.
맛은 파는 옥수수 수염차와 비슷해요. 좀 진하게 끓여서 냉장고에 두고 수시로 꺼내 마셨답니다.


수확이 한창일 때는 정말 많은 양이 나오죠.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것들을 다 갈무리해서 일년 내내 먹습니다. 마트 가도 살 게 없어요. ^^;;


오이는 한창 수확 때 피클을 만들어서 일년 내내 먹습니다.


가지는 다 먹지 못하는 것은 바로 바로 말립니다.


올해는 아삭이 고추를 심었는데 고추장아찌를 많이 담아서 친구네도 두 통 주고
저도 두 통 담갔고, 이제 삭힌고추를 담그고 있습니다.





올해는 토마토가 잘 되었습니다. 수확량보다도 맛이 좋았습니다.
올해 목표는 ‘짭짤이토마토’였는데 거의 근접했습니다. ^^
이건 종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재배법에 차이가 있는 것이니까요.
맛이 좋다보니 상처 난 것도 하나도 안 버리고 다 갈무리하고, 샐러드 해먹습니다.
매일같이 샐러드를 한 그릇씩 먹습니다. 사먹으라고 하면 절대로 이렇게 못 먹을 저입니다.



우선, 토마토로 소스를 두 병 만들었습니다.
스파게티를 자주는 아니더라도 잘 해먹는 저로선 좋은 갈무리지요.
어렵지 않게 보통 많이 하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토마토 잘 익은 게 많으면 해보면 좋지요.

<토마토 소스 만들기>
재료; 토마토. 양파. 마늘.
향신료; 바질. 오레가노 등.


토마토 씨를 따로 빼놓습니다.
토마토 껍질이 걸리는 분들은 살짝 데쳐서 껍질을 벗기시고, 저같이 무딘 분들은 그냥 합니다. ^^


토마토를 작게 썹니다.


마늘을 다집니다. 마늘 좋아하는 분은 넉넉히 넣으면 좋습니다.


올리브유 두르고 마늘을 볶습니다.
그리고 양파 다진 것을 넣어 볶습니다.


양파와 마늘을 다 볶아지면 잘라놓은 토마토를 넣어 볶아줍니다.


뒤적이며 볶다보면 즙이 많이 나옵니다.
그때 따로 모아둔 씨도 넣어서 같이 끓여줍니다.
아무 것도 안 넣어도 즙이 많이 나와 국물이 한 가득 됩니다.
저어가며 중불에 타지 않게 계속 졸여줍니다.


거의 걸죽하게 되었습니다.
이때쯤 간을 맞춥니다.
바질, 오레가노 같은 향신료를 꼭 넣으시고요, 소금, 설탕 등을 넣어 맛을 맞추세요.
바질, 오레가노는 생잎이 없으면 마트에서 말린 것을 사서 넣으시면 됩니다.
맛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케찹을 좀 넣어서 간을 맞춰도 됩니다.


완성된 토마토 소스입니다.
당장 먹지 않을 거라면 병을 소독한 다음에 밀폐하시면 실온에 놔둬도 됩니다.

6월부터 시작된 수확물은 집안 요소요소에 잘 갈무리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김장배추 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분은 시간적 여유가 많고 그러니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시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팍팍한 삶에 이 텃밭은 숨 쉴 여유를 줍니다.
저는 도시에 사는 도시농부이고 영원히 전업농은 못 될테지만, 제가 이 일을 통해서 얻고 배운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것으로 인해 내가 살 수 있었으니까요.
도시 한복판에서 태어나 단 한번도 흙을 만져보지 않은 도시인으로 살다가 발견한 이 세상은
나를 과거로 회귀 시키는 듯 했으나, 결국은 이 정신없는 현대를 제 정신으로 살아갈 힘을 줍니다...


올빼미화원. http://blog.naver.com/manwha21/130065247234
매발톱(올빼미) (manwha21)

화초, 주말농장 14년차입니다. 블러그는 "올빼미화원"이고. 저서에는 '도시농부올빼미의 텃밭가이드 1.2.3권'.전자책이 있습니다. kbs 1라디오..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내천사
    '09.9.1 2:38 AM

    매발톱님 오랜만이시네요.. 텃밭 너무 부러워요... ㅠ.ㅠ

    저 오늘 촉진제 맞은 배추를 즈질 소금으로 절여서 다 삭아버린 김치땜에 좀 속상한데,, 이참에 텃밭에 배추를 심어버릴까요..ㅋㅋㅋㅋ

    아. 난 텃밭이 없구나.. ㅡ.ㅡ;;;;;

  • 2. 매발톱
    '09.9.1 3:07 AM

    김장배추가 그렇게 소금을 많이 치고 2년, 3년 묵혀도 안 녹아내리는 이유는 추운 계절에
    속성이 아니라 천천히 90일동안 길러서지요.
    배추를 고르실 때는 통이 큰 것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90일 배추를 속성으로 키우는 경우는 조직이 연해서 소금기를 견디지 못한답니다.

    아는 이가 제가 기른 배추로 절반, 다른 데서 산 배추로 절반 김장을 담궜는데
    제 배추는 씽씽하고 다른 데서 산 배추는 다 녹아버렸더군요.
    소금은 똑같고 방법도 똑같은데... 배추 차이지요.

  • 3. momo
    '09.9.1 7:29 AM

    매발톱님, 반가워요(저 혼자만 ㅠㅠ)
    저, 매발톱님의 김장 보관방법 저장해 놓고 김치 할 때마다 꺼내서 보고 따라 한답니다.
    김장 보관방법 자세히 82쿡에 올려주신 것,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
    저도 나름? 텃밭을 일구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손을 안 봐서 매발톱님의 수확과는 천양지차이라 부끄럽군요 ㅠ_ㅜ

  • 4. 옥당지
    '09.9.1 9:16 AM

    ...................................................................................................아! 구구절절...

  • 5. 홍천산골
    '09.9.1 10:08 AM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농사짓는 사람으로 많이 공감되었습니다.
    저 역시 결혼전 도보여행을 몇번 다녀 보았던것이 이 곳에서의 삶에 힘이 됨을 많이 느낍니다.
    딸아이가 크면 같이 도보여행을 가고 싶습니다..딸아이의 의견을 물어봐야 하겠지만요..^^;;
    근처에 토마토 농사를 짓는 분이 계신데 남는 과숙성된 토마토를 주십니다.
    저도 소스를 만들어보고자 하는데요.. 혹 만든 소스를 얼려도 괜찮은지요.
    냉장고가 좁아서...ㅡ.ㅡ;;;

  • 6. moonriver
    '09.9.1 12:01 PM

    무척 오랜만에 오셨네요.
    반갑습니다~

  • 7. loveahm
    '09.9.1 12:05 PM

    매번 느끼는 거지만 매발톱님.. 글 정말 잘 쓰십니다..
    제가 마치 텃밭 한가운데 서있는것 같네요.

  • 8. 발상의 전환
    '09.9.1 12:16 PM

    주옥같은 말씀! 신도가 아님에도 아멘 소리가 절로 나와요~^^b

  • 9. 매발톱
    '09.9.1 12:20 PM

    홍천산골님. 비닐팩에 납작하게 넣어서 열리면 좋지요.
    하지만 냉장고가 좁다면 저처럼 밀폐해서 보관하시고 먹을 것 1병만 냉장고에
    넣는 게 더 좋답니다.
    블로그 가시면 병 밀폐하는 것도 같이 올려져있습니다. 가서 보세요.^^

    올해는 농사 일에 치여서 많이 바빴습니다.
    가을바람이 쌀쌀해지자 한 해가 다 간 느낌이 드네요.

  • 10. 쪼매난이쁘니
    '09.9.2 7:59 AM

    비록 제가 수확한 토마토는 아니지만 딤채에 토마토들 아무리 갈아마셔도 줄어들지를 않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정말 감사한 레시피 들고갑니다.
    감사해요~~

  • 11. 살다
    '09.9.2 7:05 PM

    저희 부모님도 서울에서 조~~그맣게 농사를 지으시는데
    두 분이 스무평만 있어도 뭐 안사먹어도 되겠다고.. 소일거리도 되고 좋다고 하십니다.
    백평이라니 저로선 가늠조차 안되네요..
    앞으로도 농사짓고 수확하고 요리하신 이야기 부탁드리겠습니다..

  • 12. 매발톱
    '09.9.3 1:35 PM

    농사 이야기와 수확 갈무리는 아무래도 블러그에 많이 올려요.
    시시콜콜...^^

  • 13. 올리브
    '09.9.3 5:08 PM

    저도 한국 돌아가면 님처럼 텃밭가꾸며 살고 싶습니다.
    블로그에 자주 놀러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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