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의 기일이었어요.
매년 어머니의 기일이 되면,
우리 5남매는 모두 저희집에 모입니다.
그리운 어머니를 생각하고,
어머니 생전 우리 자식들이 받은 그 무한한 사랑에 감사드리며...
다 함께 모여서 이 날을 기리기 위해서지요.
우리집은 오라버니 넷에 막내딸 저 하나랍니다.
아이를 너무나 이뻐하시던 어머니께서
아들이어도 좋지만, 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시며...
나이 마흔에 막내를 하나 낳으셨는데...
그게 바로 저였던 거지요.
하나밖에 없는 귀한 막내딸이었던지라
내내 부모님의 사랑,
또 나이 차이가 참 많이 나던 오라버니들의 사랑까지...
참 감사하게도 이 모든 복들을
모두 듬뿍 받으면서 살았었지요.
하지만 오래오래 제 곁에 계실꺼라 믿고만 있던
저희 부모님 두 분은
연세도 많으셨고 지병도 있으셨던지라...
수년전에 어머니가 먼저 떠나시고
이어서 아버지 역시...
저희 자식들 곁을 떠나서
편안한 그 곳으로 가셨습니다.
남은 우리 자식들은
그 분들이 남겨주신 추억들을 곱씹으며
우리 생애에 넘치도록 받은 그 사랑만큼...
우리 아래의 자식, 자손들에게
그 마음을 고스란히 나누어 주면서 살아가고 있지요.
이렇게 두 분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고...
몇 년 전에 둘째 오라버니도 우리곁은 떠나셨지요.
그래서, 우리 5남매는..
일년 중 설날, 추석, 어머니기일, 아버지기일, 오라버니기일...
이렇게 다섯번을 각각 나누어서
각자의 집에 모여서 의미있는 시간을 나눈답니다.
매년 설날은 큰 오라버니댁에서,
그리고 둘째 오라버니 기일이 돌아오면,
이 날은 우리 둘째올케언니 집에서 다들 모입니다.
그리고 아버지 기일은 셋째 오라버니댁에서,
추석은 넷째오라버니댁에서..
그리고 어머니 기일은 우리집에서 이렇게 매년 모이는 거지요.
참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이렇게 한번씩 정해진 날,
두런두런 모여서 소박한 음식들을 함께 나누며
우리 안에 늘 간직되어 있는 정을 또 함께 나누는 시간...
손님들이 오실 시간을 기다리면서
손의 움직임도 점점 빨라지고
때로는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지만...
매년...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들을 준비하게 되는 것은 다 이런 까닭이지요.
깨끗이 다듬어 놓은 콩나물을 큼직한 냄비에 넣고..
참기름으로 구수하게 볶아 냅니다.
물론, 간은 국간장으로 하고요.
그리고 다 볶아낸 콩나물은
반찬통에다 옮긴 다음,
나물 볶을 때 냄비는 매번 한가지 볶아낼 때마다 설거지 할 필요없이
이대로 그대로 계속 씁니다.
여기에 무도 채 썰어서 넣고...
콩나물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볶아 냅니다.
구신 참기름 냄새가 부엌에 진동을 하는데,
한 젓가락 먹어보면
입에 확 퍼지는 달큰한 무나물의 맛... 참 정겨워요.
나물을 뭘 한가지 더 할까 하다가...
취나물을 향긋하게 무쳐내기로 했어요.
취나물을 시장에서 사 와서는
손질하고 적당하게 잘 삶아서는 물기 뽀꼰 짜 내고
먹기좋은 길이로 이렇게 칼로 다듬어서...
된장으로 구수하게 버무려도 맛있지만
이날은, 취나물 자체의 향이 더 도드라지도록
간장과 참기름으로
입에 삼삼하게 양념을 했지요.
국간장과 진간장을 1:1 비율로 넣어서
맛있게 나물간을 맞춰 줍니다.
그리고 참기름도 같이 넉넉히 넣고요.
향기로운 취나물에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솔솔...
저는 삼삼하게 간 한 이 취나물만 상에 있어도
밥 한공기 비웁니다.
나물은 이렇게 딱 3가지만...
사실 이번에는 그냥..
나물은 생략할까 생각도 했지만,
매일 우리집 밥상에 오르는 정겨운 나물반찬을
이런 날에 오히려 빠뜨려 버린다는게
왠지 서운한 맘이 들어서는...
결국 가까운 시장으로 잠시 나가서
얼른 장을 봐 와서는
이렇게 몇가지라도 서운치 않게 만들어 낸 것이지요.
하고나니,
역시 만들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국 끓일 차례예요.
큼직한 곰솥을 꺼내어서
얼큰하게 소고기국을 한 냄비 끓입니다.
언제나 좋은 고기를 주는 믿음가는 정육점에 들러서
국거리용 한우를 넉넉하게 사 왔네요.
이렇게 곰솥에다 모두 넣고는...
달달 볶다가
무도 넣어서 같이 볶습니다.
우리집은 소고기국 끓일적에
따로 참기름이나 들기름 같은 기름을 쓰지 않아요.
고기를 볶아낼 적에,
소량의 물로 볶아 줍니다.
따로 기름없이 이렇게 볶아서 푹 끓여내게 되면
이 소고기 자체의 기름기만 해도
육계장처럼 뻘겋고 먹음직스럽게 기름기가 도는 국이 됩니다.
그러면서 훨씬 담백하면서도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이 나오지요.
한참을 푹 끓여낸 소고기국입니다.
건더기도 정말 푸짐하니 들어가서는...
얼큰하니 먹음직스러워 보이지요?
소고기에 무,
그리고 대가리 다듬은 콩나물 넉넉히 넣고...
고사리 삶은 것, 토란대 삶은 것에
손질할 때 숙주도 같이 삶아 두었다가 함께 넣었지요.
그리고 소량의 마늘 다진 것 넣고
국간장으로 맛있게 간 맞추고
고춧가루도 얼큰하게 잘 풀어서 넣고요.
여기에 모든 건더기가 푹 익어서
부들부들 해 졌을적에
대파 송송 썰어서 넉넉하게 한 두어줌 쥐어서
이렇게 마지막즈음에 넣어주면 됩니다.
우리집에서 제일 큰 냄비인 이 곰솥에다...
이렇게 가득 육계장 소고기국을 한 냄비 끓였네요.
손님들이 드실 적에
다 드시고는 국 좀 더 달라 하시면...
모자람 없이 넉넉하게 바로 더 드릴 수 있어야 할테니까요.
입천장이 데일 정도로 팔팔 끓을적에
국그릇에 넉넉하게 떠서 먹으면
속이 확 풀리는 듯 얼큰한 육계장의 이 국물맛이란
언제 먹어도 또 얼마나 좋은지...
집에서 이렇게 끓여 먹게되면
좋아하는 건더기들까도 마음껏 더 덜어먹을 수 있으니
어떻게 먹어도 참 푸짐하니 좋습니다.
그리고 양념 소불고기도 넉넉하게 재워 둡니다.
얇다란 불고기감 대신에,
이번에는 두께가 좀 있는 고깃감으로 준비했어요.
몇 점 미리 구워먹어 봤더니 고기가 두께가 있어도 아주 야들야들한 것이...
그냥 고기만 구워서 참기름장 찍어 먹어도 맛난 고기인지라
이렇게 재워 먹으면 양념맛까지 더하니
아이들도 맛있게 다들 잘 먹겠지요.
맛난 잡채도 이렇게 큼직한 스뎅볼에다 만들어 놓고요.
이만큼 제법 넉넉하게 만들었어도,
손님상에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다 없어져 버렸어요.
상차릴 시간이 다 되어가니,
슬슬 해물탕도 만들기 시작합니다.
재료들 다 손질해서는 큼직한 웍에다 넣고서
이제 볶기 시작할 때네요.
부들부들하니 입안에서 그냥 바로 호로록 목으로 넘어가 버릴 정도...
보드랍게 잘 불러낸 해삼을 넉넉하게 넣고
죽순과 다른 몇가지 재료도 같이 넣어서는
전분으로 껄쭉하게 마무리 간 맞춰 냅니다.
잘 만드는 중국집 해삼탕도 좋지만..
이렇게 집에서 만드는 해삼탕에는
맛난 해삼들이 이렇게 만족스럽게 넉넉하게 들어있어서 참 좋지요.
또 다른 스뎅볼 큼직한 걸로 꺼내어서
여기에 해물 몇가지 종류 넉넉하게 넣어서
정구지전 부칠 준비도 이렇게 해 놓고...
그 옆에 넓찍하게 펼쳐 놓은 것은,
좀 전에 뒷베란다에서 부르스타 위에다 후라이팬 올려서는
한번에 2마리씩 계속 구워 낸 납세미랍니다.
오동통하니 살집 제법있고 크기도 제법 괜찮은 납세미로
8마리를 구웠네요
.
요렇게 구워 놓으면,
누구보다도 갓난 아기들이 밥반찬으로...
맨밥에 이것만 가지고도 참 잘 먹습니다.
어쩌다가 제가 아직은 좀 이른 나이에
벌써부터 우리 조카손녀, 손자들을 많이 보게 되어..
이날도 조카들이 갓 돌 지난..
귀염둥이 손녀들도 같이 다 데리고 온다기에
이렇게 준비를 한 거지요.
물론, 납세미 고소한 맛 잘 아는 우리 어른들까지도
모두 잘 먹는거야 말할 필요도 없고요.
어느때고 빠지면 서운한 감자사라다도
작은 김치통에 이렇게 그윽하게 만들어 두었고요.
중간이 저렇게 비어있는 이유는,
말끔하게 가득 채워 놓았던 것인데..
이때에는 벌써 맛 보는 것만으로도
한 두어접시 떠서 나간 때라... 이런거랍니다.
냉장고 안데 준비해 두었던 이런저런 재료들 다듬고 채썰고 익혀내고..
머릿속으로 톡 쏘게 퍼지는 맛난 겨자양념도 미리 만들어서
시원하게 냉장고안에다 넣어 두었기에...
이렇게 양장피도 준비를 했지요.
이런식으로 두 접시를 만들어서 상에 올렸습니다.
시원하게 무쳐먹는 양장피냉채라면
안 좋아하시는 분이 거의 없지요.
그래서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좀 걸려도,
다들 맛나게 드셔주시니...
이리 만들어 내면 제가 더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칼칼한 맛으로 입맛을 더 확 살려주도록
매콤한 먹을꺼리도 한가지도 있으면 더 좋겠지요?
그래서 준비한 골뱅이 무침 재료들.
골뱅이와 오징어 데쳐서 썰은 것도 같이 준비해서..
푸짐하게 무쳐서 상에 내려고 준비하는 중이지요.
이런 생채무침은 버무려 놓으면
금새 물이 생기니,
상 차리면서 제일 마지막에
즉석에서 바로 무쳐 냅니다.
골뱅이 무침도 이렇게 두 접시로 준비해서
수북하게 담아서 상에 내었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새콤달콤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그려져서...
입안에 군침이 그윽하게 고입니다.
일찍 오신 분도 계시고,
시간에 맞춰 오시거나 약간 늦게 도착한 분도 계시고 해서...
상차림 사진은 정작 찍지를 못했답니다.
손님들이 계시면
차려놓은 상에다 카메라를 가져다 대고 찍는 일이
저에게는 참 불편해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위의 사진들만 보셔도...
대충 어떤 음식들이 놓였겠구나..하고 짐작이 되실꺼예요.
때로는 그대로 보여드리는 상차림 보다는...
이렇게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그 상차림을 푸짐하게 차려내는 상상을 즐기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참 좋쟎아요.
차려진 밥상이 없어서
혹여라도 왠지 좀 섭섭하다고 느끼실 것 같아서...
특별한 것은 없어도
그 대신에 오늘 아침에 차려 먹은
밥상을 보여드릴께요.
제 글을 보신 분들이라면
오늘 아침 밥상도...
지금까지 늘 자주 봐 오셨던 밥상과...거의 비슷할껍니다.
늘 똑같은 사람이 요리를 하고,
늘 똑같은 가족이 둘러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입맛 비슷한 가족들의 밥상이란
사실 차려내는 음식도 식기도...
언제나 비슷한 느낌이기에...
더 친숙하기도 하고
그만큼 정겹게 느껴지니까요.
요거...아삭아삭하니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맛이 들어가고 있네요.
김치가 벌써 또 떨어져 가는지라
며칠전에 겨우 3포기로 만든 배추김치 한 접시와...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잘 먹는 반찬...
늘 똑같은 맛의 엄마표 장조림이고요.
뒷베란다에 놓아 둔 생선구이기에서
기름 빼면서 바삭하게 구워 낸 안동 간고등어 두마리...
간간한 것이 비리지도 않고 참 맛있습니다.
이 때부터 가족들이 벌써 하나 둘씩...
식탁으로 모이네요.
아침 먹으려고 자리에 앉기 시작했기에...
얼른 사진찍기를 끝내고 빨리 식사를 하려고
남은 각종 반찬들은 또 이렇게 모아서 찍었네요.
멸치볶음과 나물 볶은것 세가지 담은 접시..
그리고 맛있게 잘 익은 열무김치 한 접시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
기름 발라 구운 고소한 김이랍니다.
오늘은 국 대신에
순두부찌개를 큰 뚝배기에 팔팔 끓여 내었어요.
콩나물과 열무김치, 버섯..
그리고 다른 몇가지 채소와 보드라운 순두부 한 모.
여기에 각종 해물을 두어줌 정도 넉넉하게 쥐어서
육수가 시원하게 우러나도록 끓여서 낸...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의 해물 순두부찌개랍니다.
방금 상에 올린지라..
뚝배기가 넘칠듯이 펄펄 끓고 있네요.
다들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저를 들고서...
맛있고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는
각자의 직장으로... 또 학교로 향합니다.
내일이면 또 토요일이니...
이렇게 매번 한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이 돌아오면
한가로운 주말을 기대하면서 반기는 기쁜 마음이...
가족들의 표정에 그대로 보이네요.
이렇게 아침마다 식탁에 둘러 앉아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서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제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
혹은 오늘 계획된 일들...
아니면 세상 돌아가는 몇몇 관심사 이야기들 등등...
연방 밥을 먹으면서도
좋은 이야기에는 다들 표정이 환하게 펴지고,
혹시라도 듣기 싫은 이야기라도 나누게 될라치면
인상은 찌푸려지고 목청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참 신기한 것은...
밥 숟가락을 놓을 때에는
어떤 마음의 앙금도 그대로 남겨두지 않고
다들 밝은 얼굴로 기분도 마음 가볍게,
늘 식사를 마무리 합니다.
저녁식사 이후 밤새 오랫동안 비워놓았던
빈 속을 채워주는 기분 좋은 포만감도...
아마도 한 몫을 하겠지요.
그래서일까요..
각자가 속한 처소를 향해서 다 떠나고 난 후에도
집안에는 방금 전 함께 음식을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가족들의 그 온기가...
저는 늘 집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 느낍니다.
제 귓가에도, 제 마음에도..
좀전에 하루를 시작하며 서로 나누었던 인사가
밝고 신나는 메아리가 되어 이렇게 들리네요.
'자,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보자~'
하면서 나눈 서로의 목소리들이 말이지요.
아직도 때로는 강풍이 불기도 하는 묘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그래도 4월이 시작되고 맞이하는 주말은
완연한 봄느낌이 나네요.
모두 좋은 시간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