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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산골편지 --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는가??

| 조회수 : 3,078 | 추천수 : 30
작성일 : 2004-04-14 10:39:20


울진 장날이다.
성당에 선우교육이 있어서 6월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

차로 50분 되는 거리를 꼬불 꼬불 불영계곡을 따라 몸도 같이 휘두르고 간다.
성당에 도착하면 어찌나 어지러운지 주현이는 그만 토할 때가 종종 있다.

아이를 성당 교리실에 보내고 나머지 식구들은 장보러 나섰다.
토마토,방울토마토,가지,오이,수박,참외,고구마 모종을 샀다.

과일에도 워낙 종약,제초제를 많이 치는터라 아이들 간식거리를 넉넉히 준비한 셈이다. 몇 낱 열릴지 몰라도....

아이들위해 이것 저것 고르는 무늬만 농부인 그이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내일은 아이들과 먹을거리 심는다고 부산을 떨 박씨 일가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

귀농을 허락하자 그이는 사표수리도 되지 않은채 차 먼저 처분했다.
지금 차는 농촌에서 너무 사치스럽다고.

그래 구입한 것이 포터 더블캡이다.
앞에 여섯 명이 탈 수 있는 트럭.

그 트럭을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것을 보고 그만 혼자 울었다.
처음 그 트럭을 타고 나가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둘바를 몰라 하는데 아이들은 좋단다.
뒤에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나.

처음 그 트럭을 타고 광화문에 있는 한국생산성본부에 원고갖다 주러 가는데 내내 우울했었다.

옆에 탄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창 밖을 보니 다 나만 쳐다보는 것같고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이 표정은 나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듯했다.

그리고 귀농!!!

귀농 후에는 처음보다 조금 덤덤해지긴 했지만 솔직히 아무렇지 않은듯하지는 않았다.

손도 그을릴대로 그을리고 나물캐고 고추심느라 갈라지고 터져 시장이나 성당에서 무엇을 집으려다가 내 손에 내가 놀라 움츠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내 산골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산골차림에는 그 터진 손이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우리는 흔히 나 위해서 산다고 한다.
그리 강조하는 걸보면 남위해 사는 부분 또한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어떨까'하는 마음에 집착하다보면 우선 주체성을 잃게 되고 겉치레에 치중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내가 얼마만큼 주인으로서 자리잡고 있느 하는 것이다.

내가 중고트럭을 타고도 행복하면 그만이고 다 갈라진 손으로 다녀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았는데 이제는 일치되어가고 있다.

도시에서 좋은 차타고 좋은 옷입고 다니면서 제일 행복해했는가.
불평도 없고 자식,남편에게 만족하며 살았는가 반문해 보고 싶다.
몸뚱아리의 주인인 마음이 평화로운가가 문제라고 본다.

우리 산골에 심심잖게 손님이 찾아온다.
가족이나 부부가 올 때가 많은데 대부분 남자는 이 생활을 동경하는 눈치인데 부인은 거침없이 "이런데서 살으라면 난 못살아요"한다.

이곳이 사람살 데가 아닌가? 듣고 나면 이내 마음이 언잖다.
그럴 때 묻고 싶다.

"그대는 도시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인가?"

난 말이다.
우리 하늘마음농장에 오는 다른 이들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이곳에 돈을 벌기 위해 오지 않았다.

돈은 도시에서 버는 편이 훨씬 고상하고 빠르다.

그러나 나만이 평화롭기 보다는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평화를 맛보기를 바란다.
도시에서 찌든 때를 벗어버리고 싶을 때 조용히 마음을 감싸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저 바람처럼 왔다가 세속의 모든 가슴앓이를 내려놓고 갈 수 있도록 빈 자리를 마련해 놓고 싶다.

지금 이 순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달라이라마는 말했다.

"진정한 자비심은 물질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라고............

*******************************
비가 안온다고들 야단이다.
아닌게 아니라 마늘들도 삐죽 삐죽 고슴도치 가시처럼 쑥쑥 돋아나더니 얼굴이 노래가지고 땅만 쳐다보고 있다.

길가에 뿌려둔 조그만 꽃씨들도 꼭꼭 숨어 어디에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있다.
하늘을 본다.

별들이 소풍나온듯 여기 저기서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내일도 나의 이웃에게 물주기는 틀린듯하다.

내일은 하다못해 물을 길어다가라도 먹여야겠다. 마늘,채송화,목화,홍화,매실나무에게....................


2001년 오월 13일에
개구리소리 요란한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싱아
    '04.4.14 12:12 PM

    요즘음 용기있는 하늘마음 가족들이 부럽습니다.

  • 2. 솜사탕
    '04.4.14 12:25 PM

    소피아님.. 몸과 마음, 머리의 조화가 항상 잘 이루어 지시길.....
    많이 느끼고 갑니다. 언제나 산골편지 기다리고 있어요.

  • 3. 푸른바다
    '04.4.14 12:47 PM

    하늘님 부럽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는거 아닌가요 먼저 시작한용기 .....자연 속에서 욕심없이 산다는건 아무나 할수 있는일은 아니지요

  • 4. Ranhee
    '04.4.14 3:23 PM

    꽃이 참 좋네요. 우리땅에서만 볼 수 있는 순박함과 단아함.
    크리스탈 꽃병에 꽂힌 장미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느껴지는데....
    이런 식으로 비교하는 것도 도시사람의 한계라고 남편이 그러더군요.
    자연에서, 그 큰 품안에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도시를 안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시가 가장 좋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한것 같아요.
    도시에서 나서 자라 그것외에는 둥지틀어본 적이 없는 이들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좋다고 비교할만한 근거자료를 스스로에게서 찾아볼수는 없거든요.
    사시는 모습 많이 나누어 주셔서 정말 더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아니 비교급이 아닌 최상급으로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5. 제비꽃
    '04.4.14 7:50 PM

    우렁각시님 위에 꽃은 "할미꽃"입니다 ^^
    소피아님 항상산골소식 잘듣고 있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가정에 늘함께 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

  • 6. 하늘마음
    '04.4.14 10:46 PM

    싱아님, 용기값을 치르며 살지요. 아직은요.
    그래도 이 글을 쓴 2001년에 비해 지금은 도시때를 조금 벗어서인지 '지금 이 순간'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많이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산골의 아침은 새들의 노래로 시작됩니다.
    그런 말은 책에서나 보았었는데 실제로 경험하다보니 아주 신비롭습니다.

    늘 평안하소서.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 7. 하늘마음
    '04.4.14 10:49 PM

    솜사탕님, 지금은 많이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니 몸도 마음도 자연의 향기를 묻히게 됩니다.

    아이들도 방학 때 서울에 가면 이내 산골로 오고싶어 안달을 합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아무리 자연 운운하며 부모가 데리고 산골로 갔어요 아이가 적응 못하면 되돌아 가야지 어쩌겠어요.

    그런데 선우, 주현이 모두 신나합니다.
    좋은 말씀감사드립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 8. 하늘마음
    '04.4.14 10:52 PM

    푸른바다님, 욕심이 없긴요.
    코흘리개 때 서울로 와서 살았으니 그동안 묻은 때를 그리 빨리 벗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그래도 처음 귀농했을 때와 지금
    생각의 차이를 느낍니다.

    삶에 더 진솔해질 수 있고, 자연을 둘러보고 느낄 수 있고...

    오늘 서울 손님들 드리려고 회를 사러 죽변에 갔다 오는데 불영계곡가의 가로수들이 가을분위기더라구요.

    무지 아름다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리며 안녕히 주무세요.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 9. 하늘마음
    '04.4.14 11:01 PM

    Ranhee님, 할미꽃은 언제 보아도 정겨워요.
    고개숙인 모습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들하고 같이 동화를 읽고 나니 더욱 그렇고 ...

    그러다 귀농해서 본 할미꽃
    친구나 다름없어요.

    할미꽃은 왜 꼭 무덤가나 외진 곳에서 피는지...
    그래서 더 의미있는 꽃이다 싶어요.

    지금 산골아이들은 서울에서 오신 손님이랑 뽑기 해먹느라고 정신없어요.

    그 때나 이 때나 뽑기는 정말 맛있어요.

    산골의 저녁 바람은 아주 신선해요.
    보내드릴 수만 있으면 날려 보내드리고 싶을 정도로요.

    건강하시구요.
    늘 평안하소서.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 10. 하늘마음
    '04.4.14 11:06 PM

    우렁각시님,할미꽃입니다.
    할미꽃은 정말 근사하지요?

    산골에는 더러 있어요.
    저 위 무덤 가에는 아주 많아요.

    떠나간 영혼을 지켜주는 것같아 한동안 보게 돼요.

    온몸에 솜털이 많지요.

    산골에 오니 소박한 꽃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얼마나 소중한지요.

    산골은 불을 지폈어요.
    그래서 방이 절절 끓어요.
    아파트에 살 때 아프면 보일러 온도를 올리지요.

    그럼 바닥은 안뜨겁고 건조하기만 하여 더 몸이 찌뿌드드하고...

    산골의 바닥은 이리 몸을 부드럽게 만져줍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 11. 하늘마음
    '04.4.14 11:13 PM

    제비꽃님, 안녕하세요?
    할미꽃은 참 의미있는 꽃이다 싶어요.
    그저 말입니다.

    모습도 저 잘난 멋에 멋드러지게 피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대로의 답답함은 있었어요.

    밤바람이 아주 포근해요.
    그것은 하늘에 별님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그런 것같앙.

    머리가 아주 따사롭습니다.

    기도해주신다는 말씀에 벌써 힘이 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 12. 레아맘
    '04.4.15 4:23 AM

    할미꽃이 저렇게 이쁜꽃인지 몰랐네요...저도 도시 토박이...꽃이름 풀이름 너무 모르죠...

    님의 글 읽고 제 자신을 많이 돌아봅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든지 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주신것 같아요..

    가끔씩 님이 사시는 그곳의 바람과 꽃내음..그리고 평화로움 전해주세요.
    늘 행복하세요~

  • 13. 둥이모친
    '04.4.16 12:51 AM

    전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산 속에서 어린시절을 다 보냈습니다.
    그곳에서는 우리의 4계절을 몽땅 내 몸으로 자연스럽게 느끼면서 살았는데, 나이를 먹고 어느날 돌아보니 계절이 오고가는 것을 억지로 찾아가며 느끼려고 애쓰는, 안쓰러운 저를 보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어요. 지금은 주변에 도시에서만 살아온 사람들과 제 정서가 틀리다는 것을
    자주 느끼곤 합니다.
    시댁이 당진인데 결혼해서 갔더니,
    집 앞에 스무발짝만 걸으면 되는 언덕에 밤나무, 감나무, 대추나무등 온갖 것들이 많아서
    저를 너무 행복하게 하더군요. 그런데 도시출신 우리형님이 하우스에 있는 온갖 채소들은
    먹거리라고 열심히 뜯어가면서 중학생이 된 딸이 집 앞 언덕도 산이라고 못 가게 하더군요.
    가시찔린다. 넘어진다... 그러면서... 충격이었어요.

    아이들한테는 정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거라 생각하면서라도 위안을
    삼으세요. 전 정말 부럽네요.

  • 14. 하늘마음
    '04.4.17 11:18 PM

    레아맘님, 할미꽃이 실물을 보면 더 멋집니다. 다른 표현을 하고 싶은데 언어의 한계를 느낄 정도입니다.
    멋있다 말고 뭐라하나...

    뭔가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꽃입니다.
    색깔도 그렇구요. 고개숙인 모습이 그렇게 생각이 깊을 수가 없어요.

    요즘은 고개를 바짝 세운 사람이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음을 할미꽃을 보며 느낍니다.

    건강하시구요.
    가끔 뵙겠습니다.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 15. 하늘마음
    '04.4.17 11:23 PM

    둥이모친님, 선우 , 주현이가 정말 좋아해요. 저도 꿈이 있어 행복합니다.
    도시에서는 꿈이 없었어요.
    욕심투성이었지요.

    저도 서울에서만 자랐어요.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었지요.

    그러나 그리 살아보니 자연이 얼마나 큰 스승인지 몰랐습니다.
    지금은 자연이 아이들의 반 이상을 키우고 저는 조금의 물만 뿌려주고 있을뿐입니다.

    그런 지금의 선택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작은 것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가진 것에 너무 감사하다는 것.

    그런 것은 돈주고도 못사니 ....

    오두막의 바람과 별들이 고마운 그런 밤입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구요.

    그런 어린시절이 있으신 님도 행복하신 분이십니다. 분명...
    늘 평안하소서.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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