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를 2년간 키우면서 느낀 게
강아지는 아주 천천히 신뢰와 사랑을 준다는 겁니다
공원길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호기심과 관심에
고개를 쳐들고 흠흠 하며 냄새도 맡고
급기야는 수줍게 머리를 조아리기도 하는 녀석이지만
그게 그냥 순간이고
쿨하게 얼른 자기 산책길 가거나
집으로 고고~
이 정도의 관종끼도 있고
사람도 좋아하긴 한데
그냥 잠깐의 플러팅 정도?
이런 성향의 녀석을
1살 때 데려와서
처음 집에 들이니
혼자 저기 떨어져 소파에서 자더라구요.
내가 뭘 못하게 막거나 잔소리를 하면
"니가 뭔데??" 하듯 대들거나
내 손을 왕! 물거나 할퀴고요
한 1년은 손에 손톱자국과 물린상처 없는 날이
없었어요
데려와 중성화시키고
나도 아파서 보름동안 입원하고
돌아왔더니
다른 가족이 돌봐줬지만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지
그날 밤 처음으로 내 다리 사이에 들어와
편히 자더라고요
(내가 그리웠을까요?)
이게 제일 처음 느낀 변화였어요
그리고도 또 오랫동안
물고 대들고 화내고....
그렇지만 아주 천천히 변하더라고요
자기가 짜증나는데 만지거나
길고양이를 만났을 때 얼른 안아올리면
급발진하여
내 손을 물려고 할 때가 있는데 그때
" 엄마 아야 할꺼야?" 이러면
멈추었어요
한번은 자는 애가 너무 귀여워
살살 만졌는데
깊이 자다 깨서 제 손을 살짝 물었어요
그래서 화를 내고 혼내니
이불밖에서 오래 서성이길래 오라하니
다가와 한참을 핧고 용서를 비는 제스츄어를 취하고요
2년을 키운 요즘은
이제 제 베개를 같이 배고 자요
겨드랑이에 끼어서 자기도 하고요
몇 일 간 일 때문에 긴 외출을 할 때는
돌아와 밤에 자려고 누우면
얼른 다가와서 내 품으로 와서
가슴을 끌어안고 한참을
안심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있어요
정말 평화롭고 행복한 느낌을 주지요
그밖에 모든 다른 규칙을 잘 지키고
나의 요구도 훨씬 잘 듣고요
우리 강아지가
이젠 나를 많이 사랑하는 느낌이 들어요
2년간 힘든 상황 속에서
정성을 다해 큰 사랑을 주며
키웠는데
천천히
조금씩
어느새
우리 강아지의 사랑도
나만큼 충만해 졌어요
강아지의 사랑은
천천히 와요
조바심내지 말아요
강아지도 사랑받는 거
다 알아요
그리고 다 되돌려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