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머니날과 남편의 절친

... 조회수 : 3,815
작성일 : 2024-05-13 10:51:16

여기는 미국, 5월의 두번 째 일요일은 어머니날입니다. 

각자의 어머니를 챙기는 동시에 모든 어머니가 축하를 받는 날이어서 친구끼리도 친척어르신께도 간단한 인사를 건내고 서로 축하합니다. 

 

남편의 중고등학교 친한 친구들이 가까이에 사는 편이어서 오전과 이른 오후에 각자 어머니와 모임을 마치고 오후 3시 정도에 가장 큰 뒷 마당을 가진 친구 집에 각자의 아이들과 함께 모입니다. 

이 모임의 호스트는 12살부터 남편의 베프, 제가 살면서 본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입니다. 

이 친구가 없었다면, 결혼 후 20년 가까운 미국에서의 삶이 참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저희는 난임부부였고, 작년에 더 이상 어떠한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남편이 꽤 씩씩하고 재미있는 사람이고 아이들과 잘 놀아요. 그런데 작년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아이들과 놀면서 눈에 슬픔이 차는 것을 여러 번 발견하게 되었어요. 몇 번 그런 일이 있고, 남편과 의논해서 저희가 괜찮아질 때까지 당분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임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오늘 모임에도 가지 않았는데, 조금 전에 이 친구가 아이들 둘 데리고 먹을 것 잔뜩 들고 왔어요.

그리고는 먹을 것 들고 온 것만큼 어마어마한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남편에게는 약간의 비속어도 섞어서 뭐라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uncle , auntie 가 되는 것도 만만치 않다면서 당분간 거기에 집중하라고 해요. 그러면서 분명히 아이들을 다그쳐서 만들었을 best uncle, best auntie 카드를 내 놓습니다. 아...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절친의 향기. 

그런 기분 아시죠? 소중한 친구에게 듣는 잔소리는 사람 사이의 모든 거리를 없애는 것. 

이렇게 저희는 어머니날을 마무리하고, 앞으로는 다시 아이들 생일을 핑계로 어른들도 즐겁게 노는 친구들의 모임에 나가기로 했어요. 

 

그리고 정말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기 계신 모든 어머니들! 어머니날 축하합니다. 

모두 애써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IP : 108.20.xxx.186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축하드려요
    '24.5.13 10:55 AM (39.7.xxx.31)

    좋은 인연도. 그걸 소중히 여기시는 원글님도 참 좋네요.

  • 2. ㅇㅇ
    '24.5.13 10:57 AM (59.29.xxx.78)

    원글님 부부도 절친도 다들 좋은 분 같아요.
    지금은 아픈 곳 쳐다보지 말고 서로를 보며
    많이 웃어주세요.
    좋은 일 생기기를 멀리서 잠시나마 기도할께요.

  • 3. ..
    '24.5.13 11:01 AM (108.20.xxx.186)

    39님, 59님 좋은 말씀 해주셔셔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슬픈 눈 하는 사람이 사흘 설거지 하기로 했어요.

    저희는 아이를 가질 수 없지만, 이 친구 말대로 이웃, 친척, 친구들의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삼촌, 아주머니 하려고요. 이렇게 마음 먹고 사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아요

  • 4. 행복하시길
    '24.5.13 11:09 AM (116.123.xxx.107)

    미국 생활이 좋은 점도 많지만 참.. 여러가지로 외롭고 힘든 점도 많죠?
    그래도 정말 좋은 친구들이 있으니 늘 행복하기 바랄께요. 진심으로요.
    슬픈눈 하는 사람이 사흘이나 설거지라뉘...ㅋㅋ
    두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시리라 믿어요.
    타지에서 건강 늘 유의하시고, 더 많이 행복하세요!!!

    덕분에 잊고 있던 미국친구들에게 메세지 보냈네요.
    Happy Mother's Day!!

  • 5. ...
    '24.5.13 11:13 AM (108.20.xxx.186)

    116님 저희의 행복을 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ㅎ 제가 음식할 때 이것저것 다 꺼내서 하는 사람이라 설거지가 많거든요. 절대 지지 않을거에요!

  • 6. ...
    '24.5.13 11:14 AM (116.123.xxx.155) - 삭제된댓글

    사흘씩이나요?!
    설거지 싫어하는 전 말만 들어도 눈물 쏙 들어가네요.

  • 7. dk
    '24.5.13 11:22 AM (210.99.xxx.198)

    아 다 좋다
    좋은 사람들의 좋은 기운
    게다가 잔잔한 유머들까지 있으셔!!!
    뭘 더 바라십니까!!!!
    더 더 행복하시길~^^

  • 8. ...
    '24.5.13 11:25 AM (108.20.xxx.186)

    ㅎㅎㅎ 저도 설거지가 싫어요. 그래서 벌칙을 설거지로!

    저 유학 생활 할때는 그렇게 힘든 지 몰랐는데, 결혼해서 여기서 삶을 사는 것은 또 전혀 다른 영역이었어요. 그때 이 친구가 저를 여기저기 다 끌고 다녔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제가 어떤 불쾌한 상황을 겪을 때, 이것이 인종차별인지 개개인의 문제인지 분별이 안되어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는데, 이 친구 말이 '믿지 못하겠지만, 인종차별 아니야. 우리는 서로에게 다 불친절해. 그러니 그런 생각으로 마음쓰지 마. 한 3년 지나면 또 다 친해져. 3년 지나도 안친해지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야'

  • 9. ...
    '24.5.13 11:27 AM (108.20.xxx.186)

    dkny님 고맙습니다.
    dkny 님도 좋은 5월 신나게 보내세요!

  • 10. ㅇㅇ
    '24.5.13 11:29 AM (211.226.xxx.57)

    너무 멋찐 친구에 멋찐 원글님 부부에요. 늘 행복하세요~

  • 11. ...
    '24.5.13 11:34 AM (108.20.xxx.186)

    211님 고맙습니다.
    저 나이 들면서 이렇게 온라인이어도 서로에게 행복하시라, 건강하시라 말씀을 드릴 때, 그 순간 진심으로 바래요. 그 기분도 삶의 즐거움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옛날 식으로 댓글 하나하나마다 다시 대댓글 다는 기분도 참 좋아요. 211님도 늘 행복하세요.

  • 12. 따뜻
    '24.5.13 11:48 AM (99.239.xxx.134)

    따듯한 친구가 곁에 있어 너무 좋으시겠어요
    입양도 생각해보시길 조심스레 말씀드려봐요 ..

  • 13. ...
    '24.5.13 11:57 AM (108.20.xxx.186)

    99님 좋은 말씀 감사해요. 저희가 그 생각을 안해 본 것은 아닌데, 입양 이야기가 나오면 서로 말을 망설여요. 저희가 아직 많이 성숙하지 못한가봐요. 그래도 입양하는 것에 대한 마음, 저희 안에서 무엇이 그 대화를 망설이게 하는지 잘 살펴볼께요. 고맙습니다.

  • 14. ㅇㅇ
    '24.5.13 12:07 PM (219.250.xxx.211)

    이렇게 따뜻한 글을 쓰시는 분께 예쁜 아가들이 찾아와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러면 그 녀석들도 행복할 텐데 말이에요
    원글님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경로로든 더 많이 행복해지시기 바랍니다
    지금도 이미 너무 행복해 보이시구요

  • 15. ..
    '24.5.13 12:08 PM (118.235.xxx.226)

    눈물이 핑 도네요.
    자식 없이도 행복하실 수 있어요.
    친구가 있는 삶 소중하고 다정하네요.

  • 16. ㅇㅇ
    '24.5.13 12:12 PM (219.250.xxx.211)

    그리고 슬픔으로 인해서 고립되는 건 참 안 좋은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걸 깨뜨릴 수 있는 그 밝음과 당당함을 가진 친구분이 참 좋은 사람이다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이미 조금더 자란 아이를 가진 친구들의 모임 속에서
    원글 님이 언젠가 아주 조그만 아기와 함께 등장해서 축하를 받는 그런 장면도 떠올랐어요
    슬픔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시간을 두고 차차 의학적인 또는 사회적인 다양한 방법들 생각해 보세요
    사랑을 줄 수 있는 길은 참 많은 것 같아요
    대한민국이 난임 쪽으로 탁월하다는데 무슨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까지 떠올리면서
    저도 마음으로 예쁜 스토리 전개되기를 기원할게요

  • 17. 멋짐
    '24.5.13 12:18 PM (210.178.xxx.242)

    까끌한 말을 들었을때
    문질문질 해 주는 따뜻한 말을 해 주는 친구처럼
    저도 성숙해지고 싶어요
    원글님 행복하세요.
    결핍도
    못가진 것도 아닙니다.
    세상 사랑스러운 친구분도 행복하시길

  • 18. ...
    '24.5.13 12:24 PM (108.20.xxx.186)

    219님.. 아 어찌 말씀을 드려야 할지..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그저그런 사람이지만, 제 남편은 모든 생명체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사람이어서, 이 사람의 아이를 꼭 낳고 싶었어요. 14년을 애썼는데, 안오네요. 저희 둘다 종교는 없지만 이런 생각도 많이 해요. 당신의 사랑이 꼭 필요한 곳이 있나봐.
    그리고 말씀하신 슬픔으로 인한 고립. 맞아요. 괜찮아질 때를 기다리면 그 사이 고립될 지도 몰라요.
    오늘 이 친구가 와서 다양한 영어욕을 섞어서 저희에게 뭐라고 하는데
    그래 우리가 멍청했어. 겁장이야. 미안해. 미안하다구 하면서 셋이 결국 킥킥대며 대화를 마쳤어요.
    219님 말씀 듣고나니 더 고맙네요. 남편의 베프, 이제는 나에게도 베프

    많은 감사한 말씀에 오늘 행복하게 잠 들 것 같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 19. ...
    '24.5.13 12:26 PM (108.20.xxx.186)

    118님 눈물이 핑 돈다고 하시니, 갑자기 저도 핑 돌았어요.
    남편이 미리 잠들어서 다행이에요. 저 사흘 설거지 그대로 당첨될 뻔 했어요.

    행복 바래주셔서 고맙습니다. 118님도 행복하세요!

  • 20. ...
    '24.5.13 12:28 PM (108.20.xxx.186)

    210님
    남편 말로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이 친구에게 이렇게 험한 말 듣기 오랜만이라고 하네요.
    아이 낳고, 아닌 척 했는데, 성격 그대로 간직하고 있구나 하는데
    저는 이 두 친구의 30년도 넘은 우정을 사랑을 보기만 해도 참 좋았어요.
    210님도 행복한 5월 보내세요!

  • 21. ....
    '24.5.13 12:48 PM (175.193.xxx.138)

    조심스럽지만, 이렇게 아기 기다리고 계신 좋은 분들께, 아기천사 오며 얼마나 좋을까요. (이 글도 상처될까 조심스럽습니다만^^)
    남편 절친분 성격 너무 좋으시네요.
    먼 곳에서 좋은사람들과 행복하시길...바랍니다~

  • 22. ...
    '24.5.13 12:56 PM (108.20.xxx.186)

    175님! 저희에게 좋은 소식 들리리기를 바래주시는데, 상처라니요!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175님도 한국의 아름다운 오월 온전히 즐기시기를 바랄께요!

  • 23.
    '24.5.13 1:10 PM (118.235.xxx.107) - 삭제된댓글

    어거들 사춘기때 변하는거 보시면
    안도의 한숨을 쉴수도 있어요.
    위로차 하는 밀도 아니고 자식 키우는거 힘들어서 그래요.
    두분이서 재미나게 돈도 팡팡 쓰시면서
    행복하세요.

  • 24. 리메이크
    '24.5.13 5:57 PM (118.235.xxx.7)

    저는 원글님의 모든 상황이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어떤 관계일지는 모르지만 귀하게 사랑을 주고받을 생명체와 조우하실 행복한 시간이 곧 오시길 바랍니다^^

  • 25. 저도
    '24.5.13 8:21 PM (74.75.xxx.126)

    미국에서 결혼해서 오래 난임이었다가 아이 낳았어요. 주위에서 너무 많이 도와주고 격려해 준 아이라 어머니날 파티를 제일 크게 해요. 저 베이비 샤워해줬던 아이 없는 동료들, 남편 베프인데 아이 없는 커플, 애들 다 키워서 떠나보낸 나이 드신 상사 커플. 지금 산같이 쌓여있는 설거지 식세기 세 번은 돌려야 할 것 같지만 행복해요. 굉장히 든든한 support network가 생긴 것 같아요. 아이가 있든 없든 어머니날 핑계로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거 행복이네요.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래요 원글님. Happy mother's day!

  • 26. ...
    '24.5.13 10:25 PM (108.20.xxx.186)

    리메이크님 따뜻한 말씀에 정말 감사드려요! 표현하신 것 참 좋아요. '어떤 관계일지는 모르지만 '
    리메이크님도 행복한 시간 보내셔요~~

    저도님
    비슷한 경험 공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요 그럼요. 사람 서이의 든든한 서포트, 정말 큰 힘이에요.
    저도 님도 예쁜 아이와 함께 더 신나게 행복하게 보내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43227 최고의 소설로 뭘 꼽으시나요 37 ㄴㅇㄷ 2024/10/29 3,754
1643226 고3 수시 합격 발표 거의 다 난 건가요? 12 ? 2024/10/29 3,331
1643225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 7 가을 2024/10/29 1,187
1643224 비혼 여성 공동체 노후에 어때요 49 2024/10/29 4,333
1643223 채식주의자 읽으신분만 봐주세요..여고생이 읽어도 될까요? 30 ㅇㅇ 2024/10/29 3,164
1643222 손목 아픈데 침 맞으면 어떨까요 14 치료 2024/10/29 813
1643221 코로나 진행상황 3 선플 2024/10/29 1,063
1643220 대장내시경하다 깨면 아픈가요? 8 내시경 2024/10/29 1,182
1643219 헤어 픽셔와 헤어 스프레이 1 ... 2024/10/29 412
1643218 강아지에게 다가오는 겨울… 11 2024/10/29 1,636
1643217 세수펑크 메우려 '한은 적립금'도 손대려 했다···법률자문 결.. 7 ........ 2024/10/29 1,115
1643216 결혼할 여자네집 등기부등본 열람하기... 89 의견 궁금... 2024/10/29 22,321
1643215 82님들.. 시부모님 위독하면 슬프시던가요? 38 ... 2024/10/29 4,579
1643214 카무트 효소 얼마전 글쓰.. 2024/10/29 446
1643213 이친배 오연수역할 5 ㅇㅇ 2024/10/29 1,975
1643212 사춘기 무난하게 나는 아들 특징이 13 ㄴㄴ 2024/10/29 3,690
1643211 IRP연말정산 한도요 2 .. 2024/10/29 766
1643210 아이들 독서 끊기기 시작하는 시기가 보통 언제인가요? 12 ㅇㅇ 2024/10/29 1,347
1643209 흑백요리사에서 제일 인상 좋았던 사람이 한식장인이었는데... 24 ㅇㅇ 2024/10/29 4,204
1643208 굿이나 천도제 하고 일이 잘 풀리는 경우 있나요? 7 답답 2024/10/29 1,081
1643207 유치원생 데리고 해외여행가는데 7 짐싸기 2024/10/29 731
1643206 코로나 예방접종 얼마하나요? 4 4321 2024/10/29 698
1643205 이태원참사추모제 2 고마워요 m.. 2024/10/29 426
1643204 기아 V12 4개 방송사 캐스터들 우승 멘트 ㄷㄷ 4 ... 2024/10/29 1,199
1643203 무릎기장의 H라인 스커트 다 버릴까요? 7 .. 2024/10/29 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