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열무 뽑는 여자.

멀어서미안 조회수 : 3,334
작성일 : 2024-04-30 15:51:46

전화가 왔다.

이번 주말연휴에 시골에 올 수 있냐는 

엄마의 전화였다.

왜그런고 하니,   비닐하우스에 심은 열무가

너무 싱싱하고 좋아 김치를 담가주고 싶은데

와서 가져갈 수 있냐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다는 엄마.

 

그러나 나는

시골에 계신 엄마가  뭐 해놨으니 가져가~

뭐 할건데 왔다가~   하면

냉큼 다녀올 거리에 살고있지 않다.

 

평균 3시간  밀리면 4-5시간.

주말에는 거의 4시간 이상 밀리는 곳이라

주말이동은 자제하는 편이다

 

다녀올 일이 생기면  평일끼고 월차내서

다녀오는 편인데

이번 연휴는 토요일에 일을 하는데다

공휴일에 비소식까지 있다.

시골에 갈 계획도 없었으나  상황으로 봐도 다녀오긴 어렵다.

 

싱싱하고 푸른 열무를 보니 

저걸 맛나게 김치를 만들어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을 엄마.

 

먹을 사람 없다고 

이웃집에 다 나눠주기도 한두번이지

이번엔 못 그러겠다며

뽑으면 몇다발 나오겠는데

마침,  내일 장날이니  내다 팔아야겠다고 하신다.

 

워낙 좋고 싱싱해서 값도 잘 받겠다며

차선책으로 열무 팔생각을 하셨다.

근데 팔곳이 있냐 물으니

자주 가는 채소가게가 있는데

가끔 이렇게 농산물 사기도 한다며

앞전에도 그 채소가게에 말린 토란대와

묵나물을 (그땐 싼값에) 파셨다고 했다.

 

엄마~ 그래그래~

고생해서 키운 열무 괜히 남한테 다 나눠주지 말고

(매번 나눠줬더니 당연한듯 받아먹기만 한다고...)

그거 잘 뽑아다가 좋은 값에 팔아서

엄마 맛있는거 사드셔~~.  했더니

 

그래그래~ 그래야겠다.

자식에게 나눠주지 못하는 마음이 

살짝 누그러지신 것도 같아 보인다.

 

근데  엄마~

오늘 내 생일인데....

 

먹고살기 바쁘고  자식들도 다섯.

애들 생일 기억하고 챙기고 살 형편도 안돼었지만

또 그런걸 세세하게 챙기는  성격도 아닌 엄마여서

나는 그냥 오래전부터 그런걸 아무렇지 않아했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몇전 전까지는  내 생일이면  그냥 내가 엄마에게 전화해서

딸 생일이라 알리고

딸 낳느라 엄마도 너무 고생하셨으니

맛있는 거 사 드시라  얼마 안돼지만 용돈 보내드리고

서로 축하했었다

 

올해는 바쁘기도 했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딱마침  걸려온 엄마의 전화라니.

 

어머나~ 엄마가 내 생일을 어떻게 기억하시고 전화를 하신걸까? 했더니

전화의 목적은

열무였다.

 

그래도 엄마의 그 마음을 알아서

열심히 열무 얘기 들어 드리느라

내 생일이라는 말 꺼낼 타이밍을 놓쳤다.

 

저녁이 되면

엄마는 비닐하우스에서

그 싱싱하고 푸릇한 열무를 북북 뽑아내서

예쁘게 단을 만들어 놓으실 것이다.

 

내일 엄마의 열무가 좋은 값에 잘 팔렸으면  좋겠다.

 

 

 

 

 

 

IP : 125.130.xxx.125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4.30 3:53 PM (211.114.xxx.77)

    그러게요. 엄마의 열무가 좋은 값에. 아니 다 팔렸음 좋겠네요.
    님. 생일 축하해요. 제가 축하해드릴게요. 토닥토닥

  • 2. 우와
    '24.4.30 3:55 PM (210.96.xxx.47)

    이런이런
    우리 이쁜님 생일 축하드려요.

  • 3. 오..
    '24.4.30 3:56 PM (183.103.xxx.161)

    글 좋은데요?
    글짓기 연습해 보세요.

  • 4. 저희 엄마도
    '24.4.30 3:56 PM (211.235.xxx.89)

    이제 늙으셔서 기억을 못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서운한데ㅜㅜ
    제가 축하해드릴께요. 토닥토닥222222

  • 5. ^^
    '24.4.30 3:58 PM (61.84.xxx.5)

    한편의 수필같은 글이네요
    생일 축하드려요~
    어머님의 열무도 좋은값으로 다 팔리길 바랍니다~

  • 6. 쓸개코
    '24.4.30 3:58 PM (118.33.xxx.220)

    담담하게 쓰신글.. 원글님 좋은 딸이다..
    근데 아깝네요. 열무순도 비빔밥 해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가까운곳에 사셨으면 실컷 드셨을텐데요.

  • 7. ..
    '24.4.30 3:59 PM (211.206.xxx.191)

    생일 축하 합니다.
    열무김치 들기름 고추장 넣어 쓱쓱 비빈 열무김치밥 먹고 싶네요.

  • 8. 소설가세요?
    '24.4.30 4:00 PM (106.101.xxx.70)

    윗님 글 제가 쓰려던참이였어요
    한편의 단편소설 읽은 느낌이예요
    생일 축하드라고
    오늘은 열무보더 더 맛있는거 드세요

  • 9. 00
    '24.4.30 4:00 PM (211.222.xxx.216)

    서운한 마음을 글로 잘 푸셨어요.
    토닥토닥 대신 위로 드립니다. 더불어 생일 축하합니다.
    너무 잘 쓴 수필입니다

  • 10. 000
    '24.4.30 4:05 PM (223.39.xxx.239)

    한편의 수필 잘 읽었어요
    저도 주말에 4시간 거리 엄마한테 갈건데
    열무김치, 파김치 담가 와야겠네요
    근데
    담주가 어버이날이라 혹시나 오려나
    전화하신건 아닐지...

  • 11. ㅇㅇ
    '24.4.30 4:07 PM (222.233.xxx.216)

    눈에 그려지는 글 좋습니다

    ^^원글님 생일 축하합니다 축복합니다 ^^

  • 12. 혹시
    '24.4.30 4:08 PM (211.234.xxx.236)

    어머님 당신 생신도 잘 안챙기시지 않나요?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제 자신에게 게으른 것은
    사랑하는 자식에게도 안되더라고요

    그렇게 어머님이 당신 자신을 챙기실줄 몰라
    내 생일도 잊었나보다 하시고
    최고최고로 기분좋은 저녁 시간 보내세요~~

    한편의 수필 같은 글에 담긴
    원글님의 예쁜 마음 잘 읽고 갑니다

  • 13. 미더더기
    '24.4.30 4:12 PM (175.214.xxx.100)

    담담하게 쓰신 글 읽기가 좋아요.
    저도 시골에 부모님이 계셔서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지금 임신을 해서 열무 물김치가 너무 먹고 싶어 엄마에게 물김치가 먹고 싶다고 말하니
    임신했을 때는 그게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며
    열무 1박스를 담그셨는지, 보내신 열무 물김치는 한 가득이라 빨간고추장 넣고 열무김치 넣고 쓱쓱 비벼서 매 끼니를 먹고 있어요.
    시골에 계신 엄마 생각도 나고.. 좋은 글이예요.
    생일 축하드려요!!

  • 14. ㅇㅇ
    '24.4.30 4:12 PM (175.114.xxx.36)

    돌봄받고 사랑받은 경험이 모자라 딸들에게 알게모르게 상처준 엄마들, 훌쩍 자라서도 사랑과 관심이 고픈 딸들 모두 안쓰러워요.

  • 15. 쓸개코
    '24.4.30 4:16 PM (118.33.xxx.220)

    아참, 원글님 생일축하합니다!!

  • 16. 원글
    '24.4.30 4:40 PM (125.130.xxx.125)

    맞아요. 엄마도 당신 생일에 큰거 바라시지도 않고
    그냥 되면 되는데로, 오면 오는데로...^^
    저흰 어버이날 자식들이 따로 알아서 하는 편이라 모이는 편은 아니고
    거리가 있어서 어버이날이 있는 주 공휴일엔 잘 안움직여요.
    글에 썼듯, 어버이날 전화로 축하하고 그 다음주나 월차내고 평일 끼워서
    시골 다녀오는 편이에요.

    주말에만 다녀오기는 시간적으로 너무 안맞아서요.

    저도 항상 안타깝고 아쉽고 그렇습니다.
    30-1시간 거리에만 살았어도 제가 정말 자주 가서 엄마 도와드리고
    엄마한테 배울것도 많고 하고싶은 것도 많아서요.

    저도 나이들어 가는지 제 생일 이런거 별 의미 안둬요.
    그냥 매일매일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고요. ^^

    근데 참 희한하죠. 이번 생일에는 그동안 서로 안챙기고 잘 지나갔던 사람들이
    축하연락을 해와서 부담스럽네요.ㅎㅎ

    그나저나 엄마가 마음 흔들리지 말고(주변에 다 나눠주지 말고)
    열무 좋은 값에 꼭 팔아서 맛있는 거 사드셨음 좋겠어요.
    그렇게라도 뭔가 아쉬움을 달래셔야 할텐데 말이죠.

    댓글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 17. ..
    '24.4.30 6:56 PM (121.163.xxx.14)

    좋은글 잘 봤어요
    열무김치 먹고 싶은데
    혼자 살아서 한단은 엄두도 안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3391 솔선재질문) 솔이가 처음돌아갔다가 다시 왔을때요 7 궁금 2024/05/15 1,590
1593390 몇년만에 만나서 2 무시 2024/05/15 1,001
1593389 택배 대전HUB에서 계속 하차만 하는건 뭘까요? 3 택배가 2024/05/15 780
1593388 요즘 딱 덮기좋은 차렵이불 무게는 3온스? 3 이불 2024/05/15 691
1593387 비가 곧 올건가봐요 3 ㅁㅁ 2024/05/15 1,388
1593386 커피분쇄도 알려주세요 ~ 5 땅지맘 2024/05/15 939
1593385 12시30분 양언니의 법규 ㅡ 파타야 드럼통 사건의 범행동기.. 2 같이봅시다 .. 2024/05/15 1,217
1593384 지금 대학병원 초진 되나요? 3 2024/05/15 1,522
1593383 사위의 외할머니 초상 23 2024/05/15 4,079
1593382 친정과 얼마만큼 (지역) 가까이 사세요? 9 ㅇㅇ 2024/05/15 1,034
1593381 공원 운동기구가 저는 도움이 많이 되어요 3 ㅇㅇ 2024/05/15 1,616
1593380 아침 산책하다 가수 바다랑 예쁜 딸 봤네요 7 장미꽃길 2024/05/15 4,637
1593379 라인 지분 당장은 안 판다...'대통령실이 발표' 13 ... 2024/05/15 2,855
1593378 울민족 참 대단하지 않나요 24 gfdsa 2024/05/15 4,318
1593377 여주쌀 맛있나요? 5 주문 2024/05/15 707
1593376 어메이징오트 몸에는 좋은거죠? 7 오트 2024/05/15 1,628
1593375 중학생 부모님들 과제요 12 과제 2024/05/15 1,333
1593374 교통사고 합의금이요 3 oo 2024/05/15 1,181
1593373 북촌에 안암(고수 국밥집) 가보신분? 7 2024/05/15 1,092
1593372 얼굴살이 많아서 살이 쳐지는데 이거 어떻게 없앨까요? 4 얼굴살 2024/05/15 1,988
1593371 증상으로 당뇨 발견하신 분들 계세요? 12 당뇨 2024/05/15 4,154
1593370 카카오스토리 방문자수 왤까요? 3 질문 2024/05/15 1,018
1593369 뉴탐사) 김스타 장시호 JY. 내용 무시할수 없어보여요 5 ㅇㅇㅇ 2024/05/15 2,571
1593368 진짜 이웃 잘 만나야해요 7 ... 2024/05/15 3,476
1593367 말수가 적으면 수용적으로 보이나요? 9 ㅇㅇ 2024/05/15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