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느의사분 페북 글

ㄱㄴ 조회수 : 2,585
작성일 : 2024-04-17 16:46:35

레지던트 1년차 중반쯤이었을 거다. 겨우겨우 환자 감당하면서 하루하루 연명해 가고 있었던 시기. 
칼륨이 낮은 환자가 있어서 별생각 없이 칼륨을 보충하는 오더를 내놨던 차였다.

교수님께서 회진을 오시더니 "이 오더 자네가 낸 건가?" 하셨다. 워싱턴 매뉴얼에 있는 대로 정확하게 냈기 때문에 나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하였다.

- 칼륨이 낮으면 이렇게 보충하라고 배웠나, 내과 수업 시간에?
- 네?
- 환자가 칼륨이 낮으면 어떡하라고 배웠냐고 묻는 거네.
- 아, 그게...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다. 칼륨이 낮으면 왜 낮은지 원인을 알아볼 수 있게 기본 병력과 혈압, 몇 가지 검사를 챙긴 후 칼륨을 보충하라고 배웠던 기억이 스멀스멀 났다. 야단을 맞긴 했지만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오더리가 아니고 내과의사처럼 생각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했던 것이.

----------------

얼마 전에 칼륨이 꽤 낮은데 몇 년을 이 과 저 과 다니면서 가끔 칼륨 보충제만 처방받아 온 환자 협진이 왔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부신 종양을 발견했고(고알도스테론혈증) 외과로 보냈다. 

이제 이런 초식을 전수해야 하는데 가르칠 아이들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런 걸  배우려는 아이들도 없을 것 같다. 한국 필수 의료는 이렇게 망해 가나 보다.

IP : 210.222.xxx.25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4.17 4:54 PM (211.218.xxx.194)

    외국은 어차피 전문의 비율 자체가 낮아서...
    내과의사도 한국만큼 많지 않을거에요.

    외국은 그럼 다 망했게요.....oecd 답게...그렇게 전문의,전공의 없이 살면 됨.

  • 2. .....
    '24.4.17 4:57 PM (211.218.xxx.194)

    k 의료는 oecd 타 국과와는 또 다른 매커니즘이 있었겠죠.
    oecd 수치에 끼워맞추려고 하는 순간...아마 생각지 못한 다른 변화도 생길겁니다.

    어떻게 되는지는 누구도 모르죠...황금알낳는 거의의 배를 가르게 될지, 새로운 변종으로 진화할지..ㅎㅎㅎ.

    확신에 찬 사람들이 많아서
    반박시 난 모릅니다.

  • 3. 가만보면
    '24.4.17 7:03 PM (122.37.xxx.108) - 삭제된댓글

    의사증원을 목놓아 반대하는 사람이
    나중에 제일 많은 피해를 볼건데도 그노무 배아픈거땜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9831 선재업고 튀어 어디서 볼 수 있어요? 4 요거트 11:15:06 671
1589830 사후에까지 자주 보고싶어하시는 시댁 24 ... 11:14:12 2,662
1589829 손가락관절염 관련 ~ 6 랑이랑살구파.. 11:13:20 662
1589828 컷만 하시는 분들은 한달에 한번은 미용실 가세요? 16 .. 11:10:24 1,186
1589827 디즈니 플러스 지배종 강추합니다 8 와우 11:07:45 909
1589826 인슐린 주사 기내반입 용량? 1 알고싶어요 11:04:12 350
1589825 눈.여 작가가 젊은 여성분인가요? 6 궁금 11:02:57 749
1589824 오랫만에 영혼을 일깨우는 노래를 das 11:01:55 245
1589823 헐... 엑스포위해 12개 공관 급조 16 조국 10:57:29 1,309
1589822 민희진, 하이브가 뉴진스 부당대우한다고 한 이유 33 .. 10:57:23 2,083
1589821 솔직히 아일렛 몰랐는데요 24 그냥 10:54:39 1,892
1589820 제주 5월 서부 일정 좀 봐주셔요 5 5월 10:52:16 326
1589819 건강검진항목 선택 도움 좀.뇌검사할까요? 1 건강검진 10:50:26 139
1589818 에어컨 가스 어디서 넣어야 하나요? 6 냉방 10:49:33 357
1589817 세상떠난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32 -- 10:48:44 3,177
1589816 영양제 직구 한도 헷갈려서요. 4 .. 10:46:52 356
1589815 머리커트 파마 1 어머니 10:44:11 425
1589814 내 인생의 빛과 소금이 된 책들 8 enleh 10:41:25 1,419
1589813 특목고 학생 입시 컨설팅 꼭 필요할까요? 4 10:40:13 426
1589812 눈물의 여왕 모슬희 7 10:38:11 1,950
1589811 장나라 사진보니까 이제 서른살느낌 14 ㅇㅇ 10:31:34 2,136
1589810 서리태 속청 10:30:58 220
1589809 아일릿이 뉴진스 뭘 표절했다는건가요? 40 궁금 10:29:36 1,372
1589808 흰 셔츠 락스에 담궈두 되나요? 7 // 10:27:53 863
1589807 계약 만료후인데 정화조 청소비 10 낭의돈 10:25:01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