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초가을 햇살이 비스듬히 스며드는 거실 창가에서
왼종일 수피-댄스를 추고 있습니다,
올해의 비염 시즌도 드디어 끝난 듯 하거든요. - 얏호~~
( * 수피 댄스 ( Sufi whirling) : 수피교도 남자들이 추는,
빙글빙글 도는 무아지경의 춤 )
이 모든 고통이 시작된 것은 결혼 직후 . .
첫아기를 낳고 몇년 후 어느해 추석 무렵이었죠.
어쩐지, 저보다 약 7년 앞서 시집 와 있던 손아랫 동서가
한가위 때면 전 부치고 서서 늘 훌쩍거리고 있더라니... ...
(동서 키 172CM 에 전지현 닮은 미인이고 엄청 건강 체질)
다른 땐 만나면 안 그런데 추석 땐 훌쩍거리고 있는 게
일종의 "힌트" 일 수도 있었는뎅... 그땐 몰랐었네.. ㅜ
(동서는 저보다 더 심한 갈굼 당한 처지)
설(구정), 시부 생신, 어버이날, 한가위 (다행히 시모 생신과 겹침) , 김장
등 시댁 의무 행삿날 다녀오면 이후 약 한 달간 몸이 시름시름 했는데
(육체 노역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미친 표정+언행+태도들의 "뒤끝" 때문... ㅜㅜ)
추석 무렵이면 특히 더 심하게 아프기 시작하더군요.
평생 앨러지 전혀 모르고 살아왔기에, 초기엔 그게 바로 [비염] 증세라는
걸 인지 못하고 한참 세월이 흐르고 본격적으로 증상이 극심해지면서
인터넷 검색 후 알게 되었죠.
처음엔 그저 코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인후부가 간질+매캐+싸르르
하면서 맑은 콧물이 흐르고 부지불식간에 막 터지는 재채기로 시작.
다섯살 터울로 둘째를 늦게 낳고 기르며
유치원 안 다니는 첫아이와 갓난쟁이 둘째 아기 케어하던 시절
증세가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면서, 첫째가 초등 저학년 때 최고 정점을 찍었어요.
눈물 콧물 재채기가 문제가 아니고
이 무렵부터 온뭄 오한에... 근육+관절통에
( 우와~~~~~ 혹시 사시사철 만성 비염 있으신 분들,
이 정도의 고통 속에 살고 계신 건 아니죠~? - 만약 매일이 이렇다면
도대체 어케 살아요?)
어느해 가을엔 정말 너무 아파 자다가 새벽에 눈이 번쩍 뜨이고
눈물이 줄줄 나면서 대성통곡을 했더랬어요.
아우~~ 비염을 겪어보지 않으신 분은
이게 얼마나 삶의 질QUALITY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지 상상도 못 하실 듯요.
어떤 날엔 식사 준비하느라 싱크대 앞에 서 있는데
콧물이 주르르르 떨어져서 마룻바닥이 흥건해질 정도
콧 속 어딘가에서 끈끈한 투명 점액이 "무한 생성"되다보니
체액의 물 성분을 몸의 다른 조직에서 끌어와서 그런지
오히려 눈은 뻑뻑해서 안 떠질 정도 ,
그리고 평소 피부의 건조감은 전혀 안 느끼는 수분 충만 체질이지만
비염 씨즌엔 손가락 끝이 버석버석 마름....
더불어 손톱까지 완전 파삭파삭 메말라서
파이껍질처럼 겹겹이 벗겨지고 바스라지고....
발바닥도 수분이 싸악~ 사라지며 내딛을 때 마치 '족저근막염'처럼
뭔가 보행 불편하고 아픔.... ㅠ
콧속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있다 보니
공기 교환이 잘 안 되어 산소포화도 떨어지는 듯 - 즉, "Brain Fog"증세에
단발성 기억 상실이 느껴짐... (두뇌 회전이 빨리 빨리 안 됨)
코로 호흡이 안 되다 보니, 수면 중 저절로 '구口 호흡'으로 전환되어
목이 컥~막혀 깨어나니 9월 한 달간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됨.
(잘 자야 회복이 빠른 법인데, 산소-이산화탄소 교환이 잘 안 되는
호흡기계 교란이 인체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 것인가 절실히 깨닫게 됨)
푹 자지 못하고 제대로 호흡 못하다 보니
9월 중순부터는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
(한국의 열대 여름에 이은 9월 잔서殘暑의 기분 나쁜 열기에
비염 허열+식은땀의 콜라보레이션을 안 겪은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허열+식은땀이란 것은 인체의 정기精氣를 굉장히 축나게 하는 것이로구나
생생히 경험하게 됨. - 그럼에도 아이들과 식구들 케어는 계속 해야 하니
아침에 아이들 등교시키고 나면, 누워서 울면서;; 아이들 오후에 다시 하교할 때까지
쓰러져 있기도 했어요. (40대 중후반 몇 년간 9월마다 이러 했음)
그러던 것이요 ,
약 5년 전 시모가 돌아가시면서
몇 달 후 처음 맞이했던 추석엔 증상이 상당히 (저절로) 개선되어서 놀랐었고
(즉 비염 증상 원인의 상당 부분이 스트레스 였단 걸 알 수 있음)
작년 여름엔 코로나 후유증Long COVID으로 본격적인 구충驅蟲 작업을 했는데
그러면서 가을 비염 증세가 또 한 단계 완화되는 게 느껴졌구
올해도 마찬가지로 상당히 비교적 나아진 비염 씨즌을 보내게 되었는데요...
( *완화되었다고 해서
그게 불편/고통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차원은 아니구,
몇년전처럼 너무 아파서 엉엉 울 정도는 아니라는)
사실 이게 전형적인 비염 증세란 걸 인지 못했기에
해마다 9월에 이렇게 된통 아프고 나면 '아~ 내가 시가의 폭력과
아이들 낳고 기르며 너무 혹독하게 고생해서 드디어 이상한 몹쓸 병에 걸렸나봐'
그러고 살았는데... 이게 비염이란 걸 인지하게 되면서는
(82 통해서 알게 되었음) 해마다 탁상 캘린더에 "비염 일지"를 적어 왔어요.
신기하게도 보통 9月1日 딱 증세가 시작되어 9月30日 딱 완전 소실되곤 했는데
올해는 8月 28日 경 인후부가 간질 간질 뭔가 쓰라린 느낌으로 시작
(혀 끝이 보드라운 연구개 부분으로 저절로 자꾸 가서 닿으며
그 부분을 혀끝으로 긁게(?) 됨)
지난주 10月 5日 증상이 99% 슬그머니 소실되어 버렸네요...
가장 심했던 몇년 동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넘어온 편이지만
올해도 역시 가벼운 몸살끼 같은 비염 후속 증상이 있었고
특히 9월 마지막 주엔 아이로부터 이상한 감기(?)까지 옮아서
비염+감기의 콜라보 파티를 제대로 느껴봤어요.
( * 왜 이상한 감기라고 하냐면, 잡스런 일반 감기+인플루엔자+Covid19 변이종
같은 호흡기계 감염을, 현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자꾸자꾸 옮아 오기 때문이죠.)
(숩쉬는 게 잘 안 되니, 옥상에 빨래를 널러 갈 때
계단 오르며 무릎이 시큰, 다리가 후달달~ 거리는 걸 처음 느꼈어요.
혹시 만성 질환 있으신 분이나 노인들은, 매일 이런 산소와 원기元氣 부족 상태로 이렇게 다리가 후달달 거리는 몸으로 그냥 살아가는 걸가? 처음으로 생각해 봄 )
병원을 원체 싫어하고 양방약은 평생 거의 안 먹고 살아와서
비염약을 먹는단 생각을 못하다가 재작년 처음으로 소아과 주치의 쌤께
약을 지어와서 먹었었구요 .
약국의 흔한 항히스타민 제제는 제겐 정말 뒤끝이 넘 안 좋아
차라리 안 먹고 말지... 이런 느낌이었는데
(노골노골한 잠이 아닌, 아주 기분 나쁜 잠이 미치도록 쏟아지고
특히 손발바닥이 엄청 건조해지고 온몸의 물기가 싸악~ 마르는
특유의 느낌이 넘 강렬했음)
의사쌤이 처방한 약은 슈도 에페드린Pseudo-Ephedrin 계열
약물이었는데, 항-히스타민 제제보다 제게 훨씬 잘 맞아서,
하루 2~3알 먹으라는 걸 하루 딱 반 알(1/2 Tablet) 만 먹고도
증상이 어느 정도 참을만 하더군요.
비염 증세가-모든 질병이 사실 다 그렇긴 하지만- 새벽에 심해지는데
새벽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독일제 아주 쎈 "약용 아스피린" (한국엔
들어와 있지 않음) 그리고 작년 코로나 때 처방받아 남겨진 해열진통제
며칠에 한번씩 먹고 잠들며 9월 한달을 버텼어요.
+ 코싹엘
+ (어린이용) 몬테리진
+ 액티피드
하루에 반 알 씩 먹으며 버텼고, 저용량 임에도, 한 달 가까이 복용하게 되니,
왠지 걱정이....... (소심증+건강 염려증)
며칠전 "결막 결석" 글에 댓글로도 달았었는데,
앨러지나 비염 있으신 분들은 인덕션 레인지에
냄비에 정수된 물 팔팔 끓이시며 "아로마 오일" 떨구어
얼굴 바짝 대고 쪼여주고 흡입하는 거 추천드려요.
(가스레인지는 안 됩니다! - 머리 주변을 타월로 울타리처럼 만들어
증기가 오래 머물게 하고요... 이런 아로마-스팀 하고 나면
눈과 코, 목이 상당히 편해졌어요. )
수년전엔 "청비차 淸鼻茶" 집에서 직접 끓여 복용했었는데
그것도 참 좋았습니다. - 항히스타민이나 슈도 에페드린 같은 양방약처럼
마술같은 작용을 하진 않지만 ;;
특히 청비차에 들어가는 재료 중, 유근피-느릅나무 뿌리 겉껍질-
물에 담그면 다시마보다 더한 끈끈이가 우러나오는데,
청비차 마시는 중에 피부가 굉장히 윤택했거든요?
아마 유근피를 상시 복용하면 피부에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제가 공부해 보니,
9월 딱 한달만 계절성 (가을) 비염 있는 한국인들은
외래종인 돼지풀 등 몇가지 잡초에 대한 항체가 유전자 pool에
없다는군요... (가을 비염의 주원인자가 [돼지풀과 환삼 덩굴] !!)
그런 연유치고는 너무나 큰 고통입니다, 겪을 때마다 느끼지만...........
(일년의 1/12을 몽땅 날려버리는 기분이에요.)
약을 쎄게 써서 증상을 확 늘러버리면 되겠지만
누르는 건 언젠가 더 크게 터질 때가 있으니,
제 경우 약을 최소한도로 먹고 버티는데
이 비염이란 것이, 마치 [임신 ]과 비슷한 것 같아요.
임신 중 그리 감각이 이상하고 기이하게 불편하게 아프고
초기 입덧과 막달의 어마어마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하고 나면 그 강렬했던 고통의 기억?들을 싸악 잊어버리잖아요...
근데 비염이 꼭 그래요....... 해마다 9월이면, '이거 혹시 비염이 아니라
뭔가 대단히 이상한 병에 걸린 거 아닐까? 그렇게 고민하다가
10월 되면 싸그리 잊고 다음해 8월 말에 또 시작..... 무한 반복..
저는 딱 9월 한 달만 참으면 되지만 환절기 때마다 아프신 분들이나
만성 앨러지인 분들은 도대체 삶의 질이 어떨지.... 에효....
한 달만에 다시 살아나서, 글을 길게 써봤어요.
9월 중순 쯤 되면 증세가 클라이맥스로 치달아가며
몸이 축나는 게 느껴지는데, 시월 십일월 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눈누난나 하면서 노래부르고 살아지고 있네요~?
인간의 이 어리석음 같으니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