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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 안녕.txt

아들 조회수 : 2,267
작성일 : 2020-07-16 15:13:14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오늘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할까 합니다.

어느 자식이 아니겠습니까만 저역시 

저를 이루고 있는 많은 부분을 모친으로부터 받았습니다.

 

30여년전 대학을 낙방한 후에

화장실 문을 걸어잠근 채 울고 있을때

모친은 그 문을 뜯고 들어와서 위로 대신에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까지 대학이 뭐라고 내가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뜯겨나간 문짝을 보며 잠시 멍했던 저는 

빵터졌습니다.

고3때도 도시락도 안싸줬으면서 뭘 그렇게 키웠냐고

뭘 그렇게 키웠냐는 제 대꾸에

이번에는 모친이 빵터졌습니다.

그건 맞다며

 

제삶에서 청승과 자기연민은 그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모친은 그렇게 어떤 일로도 잘했다 못했다를 평가하지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공놀이로 남의 유리창을 깨는 따위의

자잘한 말썽에도 꾸중 듣는 법이 없었습니다.

니가 내라며 그 청구서를 제 손에 쥐어줄뿐

 

뭘하라 말라 한적 없던 모친이 제게 딱 한번 하지말라는 주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담배를 피던 제게

피고 말고는 네 선택이나 목사님도 심방을 오시고 하니

방에서 말고 밖에서 피라고 주문을 했고,

저는 담배를 피기로 한 이상 숨어서 피고 싶지않다고

내방에서도 피겠다고 맞셨죠.

나가서 펴라, 내방에서 피겠다

그렇게 족히 한시간을 온갖 논리로 우기는 저를 한동안 바라만 보던 모친은

제 빰을 한대 후려치고는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펴라 이자식아!

 

그렇게 어떤 금지도 없이 어른이 된 저는 나이가 제법 들어서 깨달았습니다.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한 누구의 허락도 필요없고

내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는 제 나름의 살아가는 방식은

제가 잘 난게 아니라

온전히 모친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엄마! 안녕!

 

http://www.ddanzi.com/free/632798543

IP : 203.247.xxx.210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엄마의 그아들
    '20.7.16 3:17 PM (211.236.xxx.51)

    엄마도 비범하신 분이셨을듯.

    김어준씨의 남다른 정신세계의 삶의 태도는 어머니로부터 나왔군요.

    어머님도 편히 쉬시길 빕니다.

  • 2. ㅇㅇ
    '20.7.16 3:19 PM (218.48.xxx.164)

    이전에 김총수 책 건투를 빈다에 보면 나오는 내용인데요
    그때 이거 읽고 김총수가 참 부러웠어요
    참 대단한 모친을 두셨던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 어머니가
    '20.7.16 3:21 PM (223.62.xxx.44)

    보통분은 아니시네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어머니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해 봅니다.

  • 4. ..
    '20.7.16 3:27 PM (112.151.xxx.59) - 삭제된댓글

    결혼과 이혼 얘기도 있었죠.
    엄마에게 결혼한다니까 누구랑?이 아닌 언제? 였다고
    아버지는 축하한다 하고 50만원 주셨다고

  • 5. ...
    '20.7.16 3:29 PM (219.248.xxx.52)

    딴지일보 첫 페이지의 선언문을 읽는 그 순간
    생각했어요.

    이 자식은 천재다.

    바로 그 한두해 전에
    무려 국회의원인가 시의원인가가(누군지 아직도 못 찾음)
    연방제 통일도 생각해봐야한다는 한마디 했다고
    구속되는 것이 tv뉴스에 나왔죠.
    그런 시절이었는데.
    자발적인 황색언론이라는 딱 한마디로
    그 서슬퍼런 모든 검열을 비켜가며
    할말 다 했어요.

    사랑합니다. 총수.

    어머님 감사합니다.

  • 6. ...
    '20.7.16 3:32 PM (219.248.xxx.52)

    검열이라면 이상하지만.
    검열이라곤 말하지 않던 시절이지만
    특히 국회가 개판이라 제대로 말할 수 있던 시절도 아니던.

  • 7.
    '20.7.16 3:42 PM (221.159.xxx.170)

    엄마 안녕!
    하는데
    돌아가신지 44년이 지난
    엄마생각에 울컥 했네요.ㅠ

  • 8. 엄마..
    '20.7.16 6:26 PM (110.8.xxx.60)

    저희 엄마가 작년에 돌아가셔서 그런지..
    문대통령도 김어준도 안희정지사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기사를.볼때마다
    울컥하게되네요..
    다들 너무 힘드시겠구나... 더 행복한 때.. 그런 기억만
    가지고 가셨음 좋았을걸...

    그래도 엄마... 우리 행복한 순간들만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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