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에서 이런 저런 도움 늘 받고 있습니다. 글 재주가 없어 길게 써서 죄송합니다.
밤 늦게 너무 속상해서 잠도 못자고 넋두리합니다.
어릴때부터 너무 순하고 착해서 걱정이던 아이가 고등 들어가면서부터 살짝 달라지더니 고3인 현재 가족과의 소통을 원하지 않아요. 치열한 중학교 학군에서 상위권이었던 아이가 원해서 무난한 일반고에 지원했고 문과 성향 아이가 이과에 가서 고1~고2 1학기까지 무난히 1점 후반을 달리다 고2 학기말에 2점 초반, 지난주 3-1 중간고사를 망쳤어요. 수학(기백, 심화수학)만 1이고 나머지 주요과목은 1~2, 과탐2는 예측불가 (지구과학2를 엄청 못 친듯요 4-5? ), 한국사는 버렸답니다..
영재까진 아니어도 자기꺼 알아서 챙겨하는 아이인데 2학년 2학기 부터 좀 느슨해지더니 코로나 기점으로 완전히 풀리더라구요. 코로나 때도 다른 애들 전부 학원, 독서실 다녔지만 수학만 온라인수업 시키고 4월중순까지는 집에만 있었구요
학교 개학과 동시에 다시 학원을 가긴 하는데 하루종일 폰으로 유튜브, 카톡, 블록쌓기(테트리스 같은 게임)만 하는 거에요. 공부할 때는 폰 안 만지기로 약속해 놓고 선생님과 카톡 한다는 등 공부는 진짜 1도 안 했어요... TT
잔소리를 좀 하려하면 말끝마다 나 알아서 한다. 신경쓰지 마라. 뭔 말을 해도 내가 알아서 할께..
아빠가 무슨 과를 가려고 하느냐 어느 대학을 고민하느냐 등등 뭔 말을 해도 대답은 기계적으로 동일합니다
내 알아서 한다... 말도 못 붙이게 해요. 좀 더 물어보면 짜증을 내고 삐치고... 정말 부모를 대하는 태도가 루드했어요.
뭐 먹고 싶을 때만 명령하듯 이거 먹자 저거 먹자... 우리는 그 때라도 소통의 시간을 갖고자 어디든 식신원정대처럼
데려가고 먹였습니다.
도저히 안 되어서 독서실은 못 보내고 아빠 사무실 (개인 사무실이라 조용합니다)에서 공부한다고 가는데 좀 낫긴 해도 집에서와 거의 같다는 거죠... 중간고사 기간 내에는 밤샘을 하기도 했지만 그게 갑자기 공부한다고 되겠어요..
아이가 산림 생태 쪽으로 학종으로 준비중이었는데 이 녀석이 어디서 선배, 친구들 등 이상한 얘기를 듣고 한국사, 정보, 외국어 같은 과목을 버렸다는 거에요. 제가 학종은 흐름을 봐야 하는데 안된다고 최소 3등급이라도 받아놔야 한다고 수차 얘기했지만 내 알아서 할께 반복하더니.... 2학년 말 일본어를 5, 정보 4로 마무리했구요
급기야 이번 중간고사에서 한국사는 거의 바닥인 걸로 보여요. 물어도 성질만 내는 걸로 봐서요.. TT
그래도 한국사 1,2학년때는 1이었거든요. 오늘 학종 관련으로 상담을 받으면서 이제 현실을 파악하는 거 같아 보이구요
중간고사는 망쳤지만 이제 남은 한달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고 한달동안은 폰을 저한테 맡기기로 해놓고... 도 오늘 학원 다녀와서 하루종일 잘 때까지 (12시 전에) 폰 보다 자는 겁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최대한 스트레스 주지 말자고 아빠랑 둘이 공부에 대해 잔소리 안하며 지내오다 오늘 밤 보다 못한 제가 잔소리를 하며 말을 좀 심하게 했어요. 이때까지 너한테 엄마가 투자를 얼마나 했는데 너는 노력을 너무 하지 않는게 아니냐 제발 정신차리고 몇달만 참자는 둥,,,, 달래면서 얘기했고요 무엇보다 가족과의 대화는 하자고 했어요 어떤 대화든 내알아서 할께로 답하는 게 아니라 엄마나 아빠가 부르면 "네" 오늘 별일 없었니라고 물으면 "네, 아니오.. 등" 뭐든 힘들지만 기본적인 대화는 성의껏 하자 엄마 아빠도 네가 아무렇게나 하고 무시하는 듯한 말에 상처를 받는다고 우리 소통하자고 하니.. 대화를 안 하면 된다고 제발 자기한테 말을 걸지 말으라는 겁니다. 아빠가 원래 안 그런데 (본인은 안 그렇다고 생각하고) 얘기하다 보면 말이 길어져요 잔소리나 강요는 아니고요. 그래서 공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대신 우리 일상 대화는 서로를 배려해서 하자고 마무리했습니다.
남편은 사교육에 의지하지 말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하고 공부보다는 신앙, 인성을 주로 강조하고요..
저는 일을 하는데 제가 받는 월급을 거의 두 아이의 사교육에 붓고 있을 만큼 교육에 올인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열심히 안 하는 아이가 너무 서운하고 몇달만 좀 참으면 앞 길이 더 편할텐데 안 하는 아이 보면 안타깝고요.
대부분이 아이가 원해서 시킨게 아니라 혼자 하겠다는거 제가 억지로 시켜서 제가 할말도 없지만서두요..
남편은 그런 제가 이해가 안되고 저는 좀 더 노력하면 인서울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안 하는 아이가 밉고 야속하고... 상냥하고 순한 아이가 저때문에 저렇게 변했나 싶기도 해서 자책도 되구요.
계속 공부 안 할 거 같은데 정말 어떻게 할 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입시가 끝나면 아이가 좋아질까요? 다른 아이들도 이런지 .. 너무 힘이 드네요.
주절주절 얘기할 곳이 없어 여기 털어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