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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부의 세계를 보는 다양한 시선

아줌마 조회수 : 2,512
작성일 : 2020-04-17 09:59:03
나 잘난 줄 알고 나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다가
이제와서 세상 무서움을 조금씩 알아가는 아줌마입니다
요새 살면서 느끼는 건 운전면허 처음 따서
겁없이 운전 하다가
운전이 익숙해 진 다음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와~ 그때 진짜 위험했는데, 그땐 위험한 줄도 모르고 그랬구나’
뭐 이런 감정? 아무튼 인생의 구비구비에서
내가 아무생각 없이 한 행동들이
만약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면??? 이런 아찔함으로
혼자 가슴 쓸어내리는 이제는 나이먹은걸 부정할 수 없는
그런 아줌마입니다~
어쩌면 그 세월동안 세상을 보는 렌즈를 갖게 되서
그 렌즈로 과거의 나를 보니 그런 아찔함을 느끼는거겠죠~
그리고 그 렌즈는 앞으로도 더 견고해져서
지금 내가 하는 어떤 행동도 미래에 내가 바라보면
아찔하다고 느낄 수 있고
아무튼 그렇게 나이를 먹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

주변에 얘기를 해보면 를 보면서
이렇게 자기 자신의 렌즈로
자기 아픈 부분을 확대해서 보더라구요

결혼초창기에 남편이 바람피다 걸렸지만
그냥 봉합하고 살고 있는 친구는
이태호랑 여다경이 바람피는 과정을 가장 포커스 해서 보고
다 보고 나면 식은 땀이 날 정도라고 하더라구요

20년 가까이를 백수남편(늘상 뭔가를 한다고는 했지만
사실상은 돈한푼 못벌고
돈벌어온 마누라가 저녁상 차려 바칠 때까지
손가락 까딱도 안하던)을 먹여살리다 이혼한 친구는
지선우를 속이고 돈을 빼돌린 이태호를 보면서
살의를 느낀다고 하더라구요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한테 잘못해도
자기 엄마가 자기한테 잘못한거 이상 잘못할 수 없다고
엄마한테 분노가 많이 쌓인 ( 제가보기엥 그러면서도
늘 엄마한테 인정받고 싶어해요) 친구는 이 모든 것이
지선우의 성장과정에서 바람피는 아빠와 그게 불안한 엄마,
그리고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자라서
겉으론 화려한 성공을 했지만
진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못배워서
이태호한테 의지? 집착? 하는 마음이 커서
결국 자기 삶까지 파국으로 치달아가고 있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에(제가 보기엔 지금까지 이어오는)
엄마와의 관계에 렌즈를 갖다 대더군요

저요?
저는 지선우와 준영이의 관계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준영이가 엄마는 엄마는 바쁘지 않았냐며
자긴 중요하지 않지 않냐며
아빠랑 살겠다고 하는데 너무 아프더라구요
큰아이는 제가 엄마가 된다는게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키우느라 엄마가 아니라 선생님? 사감? 이런 입장이었어요

바쁘기도 바빴고 ㅠ
아이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늘 그 잘못을 확대 재생산해서 지적하기 바빴고
눈감아줘야하는 일에도 끝까지 파헤쳐 지적을 해야 끝났죠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들이었지만
엄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뛰어넘는
엄마의 역할이 있다는걸 그땐 몰랐어요
그냥 이태호 없이
지선우와 준영이가 썰렁?(저만 그렇게 느꼈나요?)한
상황을 보면(보통은 준영이가 아일랜드 식탁에 앉아있는)
몇년 전 저와 아이가 생각나서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당시 제가 아이를 지금보다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아니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었는데
지선우도 그래서 아들한테도 거부당하는게 너무 슬퍼서요 ㅠ

또 속은 한없이 나약한데
겉으로는 완벽하게 보이려는 지선우의 모습이
(흡사 물 안에선 발버둥치는 백조같죠)
오히려 주변 사람들한테는 재수없음으로 비춰져서
이태호가 바람피는걸 고소해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마음 밑바닥 속에 있는 질투? 속물근성?
뭐 이런 것도 보이구요

내얘기 들어주고 날 위로해주는 것처럼 와서
나의 넋두리 듣고 다른데 가서 옮기고 또 아닌척하고
부정할 수 없을 땐 사과하고
그리고는 또 같은 행동패턴을 반복하는
설명숙같은 인물도 내 주변에서 떠올리게 되구요
거걸 알면서도 또 설명숙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왔던
지난 날의 나도 보이네요

아무튼 19금 막장이네 뭐네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어찌보면 인생을 보네요
이만큼 살아보니
인생이 어릴 때 생각했던 동화 속 이야기고 아니고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닌 인생을 이만큼 살아내고
잎으로도 묵묵히 같이 살아낼 친구들에게
그동안 수고했다고 그리고 잎으로도 수고라하고
서로서로 토닥여주고 싶은 맘이 들어요.


일기장에나 써야할 이야기를
왜 여기에 갑자기 쓰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맘 가는대로 써서 말이 되는 내용인지도 질 모르겠네요
조금있다가 부끄러워서 지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썼으니 확인 버튼 눌러봅니다
혹시 이 긴 글을 읽으신 분이 있다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IP : 112.151.xxx.229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추가
    '20.4.17 10:08 AM (210.223.xxx.17) - 삭제된댓글

    저도 추가해요
    저는 커리어를 제가 원하는 만큼 성공시키지 못했어요
    그래서 드라마에서 의사 변호사 교수 같은 주인공들 보면
    몰입해요... 상상하고.. 부러워하고..

  • 2. 추가
    '20.4.17 10:09 AM (210.223.xxx.17) - 삭제된댓글

    저도 추가해요
    저는 커리어를 제가 원하는 만큼 성공시키지 못했어요
    그래서 드라마에서 여자 의사 변호사 교수 같은 주인공들 보면
    몰입해요... 상상하고.. 부러워하고..

  • 3. 설명숙같은 친수
    '20.4.17 10:12 AM (175.123.xxx.211)

    한테 뒷통수 맞고 정신차리고 행복합니다,
    우리 친정 문제 남편 사이 아이 문제 비밀이 없이 다 나눴는 데
    여기저기 은근 슬떡 흘리고 간보고..내가 모르는 사이에
    참 많이도 소문내고 이간질 ...지금은 안보고 살아 행복해요

  • 4. 아줌마
    '20.4.17 10:18 AM (112.151.xxx.229)

    오호~ 추가 너무 좋은데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렌즈들
    이걸 발동시키는 드라마라
    막장드라마니 뭐니 해도 저에겐 좋은 드라마인거 같아요
    물론 보고나면 기가 빨리지만 ㅠ

  • 5. 아줌마
    '20.4.17 10:19 AM (112.151.xxx.229)

    설명숙같은 친구는 ㅠ
    정말 어디에나 있고
    어떨 땐 나도 모르게 내가 설명숙이 되었을 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우리모두 마음 속 깊은 곳에
    우리 자신에게도 드러내기 부끄러운
    속물근성 있지 않나요? ㅠㅠ

  • 6. 맞아요
    '20.4.17 10:19 AM (211.214.xxx.30) - 삭제된댓글

    결혼 안한 저는 거기 나온 싱글 친구가 부부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히 무시당하나 싶고 좀 실없어 보여서 짜증나고
    저렇게 난리치고 살다가 이혼하더라도 결혼이라는 경험을 해보는게 나은건가 그런 생각도 해봐요.

  • 7. ..
    '20.4.17 10:20 AM (112.158.xxx.44) - 삭제된댓글

    저도 설명숙 같은 ㄴ. 친구는 저 혼자 생각이었더라구요. 사람은 이용의 대상이래요. 40년 넘게 이끌어온 제가 빙신이예요. 꺼져라 보지 말자

  • 8. ...
    '20.4.17 10:28 AM (210.179.xxx.39)

    저도 지선우같은 능력녀 커리어우먼이었다면
    저렇게 내 분 풀리도록 남편에게 복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아이들 마음 상처줄까 그냥 내속만 썩고 덮었을까...생각해요

    끝까지 노력하지않고 일찍 결혼해버린
    20대의 내 자신을 원망합니다

  • 9. 저두요
    '20.4.17 10:29 AM (172.98.xxx.121)

    정말 친하다생각했고 그쪽에서 간 쓸개 다줄듯이 하던 친구였는데 한순간에 그모든게 거짓이라는거 알게 해준 사람 ...불행은 나만 겪는게 아니에요
    힘든사람에게 손이라도 잡아줄수있는 인간이고 싶네요

  • 10. 아줌마
    '20.4.17 10:30 AM (112.151.xxx.229)

    ..님
    하아 ~
    사람은 이용의 대상이라니요 ㅠ
    아예 작정한 설명숙도 존재하는군요 ㅠ
    위로드려요 토닥토닥

  • 11. ..
    '20.4.17 10:31 AM (211.205.xxx.62)

    그남편 평범한듯 어리버리한데 악함을 드러내니
    무섭더군요
    본인의 욕망이 최우선인 인간
    지선우가 사람보는 눈이 없어요. 주변인들도 하나같고.

  • 12. 아줌마
    '20.4.17 10:32 AM (112.151.xxx.229)

    ...님
    제 생각엔 아니예요
    그런 쓰레기한테 어떠한 내 노력 열정을 다 이상 줄 필요가 없죠
    그 잘난 지선우도 복수하는 과정에서 망가져가던데요 ㅠㅠ
    우리 지금부터라도 내 인생에 집중해서 열심히 삽시다 !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린 순간 잊어버리구요

  • 13. ㆍㆍ
    '20.4.17 10:48 AM (58.236.xxx.195)

    역지사지 못해 불륜저지르는 짐승들한테
    경종을 울렸으면 바람도 있어요.
    뭐 뻔뻔해서 합리화 쩔겠지만,
    뜨끔 불편은 하지 않을까.
    여기저기 불특정 네티즌들한테 욕이라도 많이 쳐묵고
    나쁜근성을 지녔구나 인지좀 해라.

  • 14. 원글님
    '20.4.17 11:08 AM (221.168.xxx.142)

    이 글 너무 좋아요. 때마침 비도 오는데 따스한 차 한잔 하며 인생을 관조하는 느낌이네요. 마치 국화옆에서 시처럼 돌아온 누이의 모습이요.
    저도 그 드라마 꽤 관심있게 보는 편인데(평소에는 안 봄) 각자의 입장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어요.
    이 글 지우지 말아 주세요.

  • 15. 원글님
    '20.4.17 11:09 AM (221.168.xxx.142)

    그리고 고백하자면 저는 지선우입장이에요. 현재진행형이고요.

  • 16. 저의시선
    '20.4.17 11:18 AM (118.221.xxx.197)

    전 아직까지는 아이도 어리고 남편과도 원만한 상황이라 그런지, 어찌됐든 바람과 불화, 이혼 과정에서 사이다는 없고, 완벽한 복수도 없고, 모두 상처 받고 특히 자식은 더더욱 상처 받으니 사이 좋을 때 남편과 더 보듬고, 배려하며 가정을 지키도록 노력해야겠다 싶었어요.

  • 17. 211님
    '20.4.17 11:22 AM (112.151.xxx.229)

    남편이 바람피웠던 친구랑 그거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그들은 뜨끔 불편 이러지 않는대요 ㅠ
    그냥 간절한 사랑의 주인공일 뿐인거죠
    그걸 뜨끔 불편할 사람들은 불륜으로 가기 전에
    스톱할 자정능력이 있어서 그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ㅠ
    그러면서 자기와 똑같은 다른 사람들은 욕한대요ㅠㅠ

  • 18. 원글님님
    '20.4.17 11:26 AM (112.151.xxx.229)

    우선 토닥토닥
    일단 똑똑하고 자신을 사랑하시는 분이신거 같으니
    걱정은 안하지만; 지선우같이 쓰레기에 몰입해서
    망가지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만큼 살아보니 가장 중요한건 내 인생이더구요

    옛날같으면 지선우가 이태호를 응징! 해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이태호한테 복수하면서 망가지는 지선우가 안타까워요
    지선우 잘못이라면 쓰레기를 쓰레긴 줄 모르고 내 주머니 안에 넣었었던건데 ㅠ
    그냥 쓰레기인 줄 알았으면 쓰레기통에 버리고
    잊어버리면 되는데 쓰레기통에 같이 빨려들어가는 지선우가 안타까워서요

    원글님님 인생을 응원할게요 화이팅!!

  • 19. 원글님님
    '20.4.17 11:28 AM (112.151.xxx.229)

    제 글에 깊은 공감 해주셔서 감사해요
    용기를 내서 지우지 않을게요~~~

  • 20. 저의시선님
    '20.4.17 11:31 AM (112.151.xxx.229)

    맞아요
    저도 제가 좀 집요한데가 있어서
    남편도 아이들도 좀 질리게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ㅠ
    늘상 논리적으로 시시비비 가리고 좀 모르는 척, 좀 대충 넘어가도 되는 상황에서 끝까지 ㅠㅠ

    이게 사람을 질리게 하고 그러다보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음을 보면서(이태호가 빈틈없는 지선우를 가해자로 만들죠; 이태호 엄마도 내 아들이 니 옆에서 얼마나 핌들었겠냐며)
    좀 내려놓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족을 세상을 봐야겠가는 생각도 했어요~

  • 21. 근디
    '20.4.17 11:41 AM (118.235.xxx.60)

    이태호×
    이태오0

  • 22. 근디님
    '20.4.17 12:25 PM (112.151.xxx.229)

    아이고~~~
    주인공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주저리 주저리 썼네요 ㅠ
    부끄 ㅠ

  • 23. ....
    '20.4.17 3:57 PM (180.65.xxx.71)

    글 정말 잘쓰시네요
    별생각없이 보던드라마였는데 내시선은 뭐지
    생각하게 되었네요

  • 24. ㅎ ㅇ
    '20.4.17 6:50 PM (121.200.xxx.126)

    와~~ 글 잘쓰시네요
    저도 원글님처럼 준영이와 엄마의 관계에 ~^
    6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울 아들에게 늘 미안코 세월을 돌리고싶은 40살 아들 가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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