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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평생후회되는일 있으세요?

비가와서 조회수 : 3,327
작성일 : 2020-04-17 08:17:27

비도오고 사무실엔 앉았는데 일도 시작하기 싫고.. 커피 한잔 놓고 옛날 일을 생각해봅니다.

평생 후회되는 일이 있으세요? 저는 두가지 있어요.

그 중의 하나가 비가 오는 날 있었던 일이에요.

대학교 1학년? 2학년?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저는 시골에서 올라와서 대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고

imf 때 집이 망해서 집에서 돈을 하나도 못 받고 대학생활을 했어요. 과외를 여러개 했지만 등록금과 생활비로 항상 돈을 모잘랐고 그래서 보증금 없이 한달에 10만원짜리 집에서 살고 있었네요. 서울에서 10만원 짜리 집이면 진짜 허술했죠.

공동 화장실도 문이 제대로 안 잠길 정도였어요.


비가 오는 날이었고 문을 걸어놓고 잠이 들었는데. 제가 정말 예민한 사람이거든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일어나보니 어떤 남자가 제 몸위에 올라타 있는 거에요. 윗 옷을 올리고 가슴을 만지려는 상태

그때 청 반바지에 하얀색 티를 입고 있었던 까지 기억이 나네요..

발로 뻥 차고 몇번 더 발로 밟은 뒤 바로 올라타서 팔 비틀었어요. 그 옆에 하늘색 커튼 끈이 있었는데 비튼 팔을 묶었네요.

그 남자도 너무 놀랬는지 큰 반항은 안하고 체념하더라구요. 제가 키가 큰 편이고 운동을 해서 근육이 좀 있는데 남자는 꽤 왜소하고 말랐어요. 그렇게 끌고 집 바로 옆에 있는 파출소에 갔어요. 그때 새벽 2시 정도

완전 의도적이었던게 그날 비가 많이 왔거든요. 아마도 소리 지르는 걸 못 듣게 할려고 새벽을 노린게 아닌가 싶어요.

그 남자를 끌고 비를 쫄딱 맞고 파출소에 갔는데.

어떤 경찰이 앉아 있었고 되게 삐딱한 태도로 앉아서 남자 지갑을 보데요. 같은 학교 대학원 생이었어요. 좋은과 대학원.

그러더니 혀를 끌끌차며 학교 선배가 아가씨를 너무 좋아해서 이렇게 한거 같은데 앞길이 구만리 같은 선배 미래 망치지 말고 그냥 한번 봐주라는 거에요. 무슨 일이 일어난것도 아니지 않냐. 뭐 피해입은거 없죠? 이러면서.

남자 인생망치지 말라면서. 사랑이 죄냐.. 뭐 그런 말도 했던거 같아요.


저 꽤나 당차고 똑똑한 대학생이었는데. 그때 왜 그랬을까요?

그냥 한참을 듣다가 알겠다고 하고는 집에 돌아갔어요.

다음날 제 집 문 앞에는 cd하고 쪽지. 그리고 3만원이 들어있는 하얀 비닐 봉투가 걸려있었구요.

저한테 그렇게 하기 전에 제 지갑도 뒤져서 돈도 가져갔던 모양이에요.

너무 좋아서 참지 못하고 그렇게 했다고 미안하다고 적혀 있었어요.

그때. 고발을 반드시 했어야 했는데. 그 뒤로 그 놈은 제 생각엔 잘 되어서 엄청 여자들을 괴롭히면 살았을것 같아요.

나오면 많은 확율로 높은 직위에 올라갈수 있는 대학원이니까.


지금은 저도 나이를 많이 먹어서 가족도 이루었고 사회적으로도 지위가 높아졌는데도 이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후회스러워요. 이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반드시 죄값을 치루게 했을꺼에요.

그냥 비가 오니까 이런 저런 생각이 나네요.


IP : 210.180.xxx.20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0.4.17 8:24 AM (175.117.xxx.166)

    여기다 털어버리고 이제 모두 잊으세요.토닥토닥..
    과거는 아무 힘이없어요. 그 개새끼는 남이 언젠가복수해서 개처럼 살고있을거예요.어린시절 뭘아나요?n번방 피해자들 봐도 어리미 말도안되는 협박에 넘어가잖아요..이제 기억도 안나실거예요.

  • 2. 아놔
    '20.4.17 8:45 AM (180.68.xxx.158)

    이런 ...
    너무 끔찍한 기억이네요.ㅡㅡ
    그놈도 미쳤지만.
    경찰 쓰레기 어쩜 좋아요.

  • 3. 경찰을
    '20.4.17 8:49 AM (211.245.xxx.178) - 삭제된댓글

    죽이고싶네요.
    지딸이나 지손녀,지마누라한테 저런일이 일어나도 남자 신세 망치지않게 용서해주고살고있겠지요.
    미친ㄴ

  • 4. 나쁜x 벌받겠죠
    '20.4.17 8:50 AM (223.62.xxx.254)

    생각만해도 놀라고 힘드셨겠지만
    당찬 대처에 보통 분이 아니시라는 생각이 들고
    잘 하셨다고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선량한 많은 사람들이
    어리석거나 사악한 이들과 부대끼며
    힘들게 살았던것 같아요.
    다행히 점점 좋은 사람들에 의해
    정치, 법,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돼서
    그런 x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될거예요.
    저x은 같이 실컷 욕해드릴게요.
    오늘 하루도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기억으로 채우시길 바랄게요.

  • 5. ㅠㅠ
    '20.4.17 8:53 AM (210.218.xxx.128)

    큰일 날뻔...
    평생 트라우마였겠어요.
    오늘 털어버라세요
    꼬옥 안아드리고 갑니다

  • 6.
    '20.4.17 8:58 AM (180.69.xxx.34)

    글로 읽었는데 섬뜩하네요
    그 남자 님 사건 이후로 개과천선했길 바래봅니다

    님은 그 때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으셨을 것 같아요 저라도 그랬을 듯 해요

    경찰놈이 경찰이 아니네요

  • 7. ㅡㅡ
    '20.4.17 9:00 AM (118.44.xxx.152)

    남자들 성의식이 그정도였어요 티비에도 강간 장면이 많이 나오고 그들이 지금 중년이니 미투때 떠는 남자도 많았을거지만 남자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했을거라 생각해요

  • 8. 나쁜놈
    '20.4.17 9:08 AM (1.225.xxx.214)


    존경의 박수 일단 보냅니다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여자가 드물어요 사실.
    그 남자와 경찰은 분명 벌을 받았을 겁니다
    님이 아닌 다른 이의 손을 통해서라도.

  • 9. 옛날에는
    '20.4.17 9:08 AM (211.204.xxx.142)

    의식들이 많이 저랬어요.
    사회인식도 그리 큰일이아닌걸로
    치부해버리기 일쑤였죠.
    지금은 인식자체가 많이바뀌어
    성추행만해도 잡혀가는데 말이죠.

  • 10. 와와
    '20.4.17 9:23 AM (221.149.xxx.183)

    정말 용감하셨네요! 털어버리세요~(그 새끼랑 경찰은 사는내내 재수 없었을거예요)

  • 11. ....
    '20.4.17 10:20 AM (1.241.xxx.70)

    용감하세요!! 그따위 기억은 이제 잊고 행복하세요 그새끼는 언젠간 천벌 받으리라 생각하시구요.

  • 12. ㄱ자식들
    '20.4.17 12:28 PM (124.50.xxx.74)

    님은 자신을 지켜낸 사람이예요
    그런건 쉽지 않아요 어려운일이구요
    위기상황에서도 정확한 판단을 했고
    현명했어요
    멋있는 사람이예요
    그러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거예요

  • 13. ..
    '20.4.17 4:00 PM (14.52.xxx.3)

    그렇게 대처하다니 대단하세요.
    이젠 잊어버리고 행복하게 사세요.
    그 놈은 결국 어디선가 벌을 받았을거예요..

    경찰 정말 어이없네요. 뭔 그런 대처를..

  • 14. .......
    '20.4.17 4:09 PM (125.136.xxx.121)

    아유~~ 그땐 아직 사회적으로 그랬던 기억이 나요.유부남이 미혼 여직원 성희롱하다 걸려 고소하니 아줌마들이 전부다 남자편들더라구요. 남의 가정 파탄나게한다고.. 니가 참지 왜 그랬냐고 하면서 말도 많았어요.그분들 세대는 여자가 남자한테 맞아도 할말없다는 사고방식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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