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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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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애들한테 참 잘하네요..

은하 조회수 : 2,534
작성일 : 2020-04-14 10:04:49

지금 초 고학년 딸아이 ebs라이브 수업 한 과목 끝나고

줌 모의수업 기다리는데 음악을 틀어요.

동생이랑 같이 즐겨듣는 요새 음악인데

애아빠가 이번에 새 노트북 사서 세팅해주면서

음악 쫙 넣어줬대요. 남매가 따라부르면서 즐거워하네요.


애들 어릴 때 자잘하게 기저귀를 잘 갈아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ㅜ)

이런 식으로 아빠가 자식을 사랑하는 게 정말 큰 힘이 되겠다 싶을 때 많아요.

큰 세상, 큰 그림 그릴 수 있게 항시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해 주고

대회 나가면 멘탈 흔들릴 일 없이 무조건 잘 할 수 있다고 든든하게 지지해주고.


돈 쌓아놓고 사는 집안 아닌데 사치 부리지 않으면서

애들 데리고 등산, 여행 다니고 ...

미국 가서는 큰 애랑 둘이서만 그랜드캐년 다녀왔어요.

그 때 똑같은 햄버거를 아침, 저녁 차 안에서 먹었다는 얘기 하면서

둘이 되게 재미있게 얘기하고 그래요. 공부도 얼마나 잘 가르쳐 주는지 ...

수학, 영어.. 주말에 한 시간씩 가르치고 ...딸은 눈빛이 또 초롱초롱하고.

내가 주는 간식 먹으면서 .. 아빠랑 게임하고.

저 역시 딸이잖아요. 제 입장에선 이렇게 크는 우리 딸이 너무 다행이고 감사해요.


전 딸 많은 집 둘째였고 제일 똑똑했는데

반대급부로 제일 나대는 것처럼 보여서

사람들 앞에서나 뒤에서나 아버지한테 핀잔을 많이 받았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친척들 앞에서 엄마 챙겼다가 까불지 말라고 창피 당한 거,

아버지 회사 아유회 다녀와서 돌아오는 길에 노래를 왜 그렇게 못 부르냐고 해서 기죽고 슬펐던 거,

사소한 그런 게 아직까지 선명해요. 떨궈지질 않아요.

... 집안에서 엄마 의지 되어주고 .. 내 마음 힘든 거 하나 내색도 못하고

내적불안이 얼마나 컸는지 ... 게다가 우리 엄마는 초 고학년인 내 앞에서 과도 들고 자살쇼 벌였었어요.

그런 거 다 저만 봤죠.. 알콜중독 수준이에요. 매일 술에 술주정에 오랜 실업자 신세에도 엄마를 하인 부리듯.

지금은 두 분 한테 정나미 떨어져서 마음이 차갑지만.. 어쨌든 문득문득 그래요.

어렸을 때 되게 외롭고 힘들어서 난 왜 이렇게 나약하고 힘든 생각만 하나 그랬는데


..그래도 혼자 힘내서 직장 잡고, 일 하면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이만큼 산 거 장하다 혼자 토닥토닥. 그럽니다.

ㅈ금 아버지라는 분 되게 웃겨죠. 딸보다 사위를 더 좋아합니다. 사위바라기입니다.

나한테 전화를 못 하는 건지 안하는건지

저도 잘 안가고... 연락 안합니다.


그냥 딸 커가는 것 보니 이런 내 삶 대물림 안되어서 너무 좋고요.

아이가 세상에 나갈 때 엄마아빠가 쏟아부어준 거 가득 안고

가슴 쫙 펴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요새 대부분 아빠들 자식들한테 참 잘하죠~

너무 바람직해요..




IP : 121.190.xxx.138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0.4.14 10:09 AM (221.143.xxx.111)

    그런 정서의 고리 끊고 좋은 남편 만나서 아이들과 벅찬 감동 느끼며 사니 제가 다 기쁘고 대견하네요.
    쭈욱 행복하세요~

  • 2. ^^
    '20.4.14 10:15 AM (218.239.xxx.173)

    좋네요
    저희 남편도 자식사랑은 더 할 수 없어 어려서 기저귀며 이유식이며 다 먹였는데 아이 사춘기를 못 받아들여 와장창 물건을 부수며 싸우는데 기가 막힙니다.

  • 3.
    '20.4.14 10:16 AM (175.116.xxx.158)

    사실 남편의.협조없이
    가족끼리 화목하기불가능하죠
    가정이 안정되고 아빠가 잘해야 애들도 안정되고요
    좋은 남편 만나셨네요

  • 4. wj
    '20.4.14 10:22 AM (124.49.xxx.61)

    저희집도 애들한텐 천심이에요.
    애들먹고은거 사고싶은건 다 사주고
    반찬도 있는데로 다 꺼내주고..ㅎㅎ

  • 5. 부럽습니다
    '20.4.14 10:32 AM (223.33.xxx.119)

    저희 남편이 저에게 못하는건 그냥 참을수 있겠는데
    자식에게도 참 못해요. 부모자격도 없는 아버님 아래 자라 그런가 시가 남자형제들이 다 그렇네요

  • 6. ㆍㆍ
    '20.4.14 10:37 AM (122.35.xxx.170)

    원글님 남편의 자식으로 살아보고 싶네요. 사랑 듬뿍 받으며ㅎㅎ

  • 7. 원글이 ..
    '20.4.14 10:40 AM (121.190.xxx.138)

    집안에서 엄마 역할만큼 아빠 역할 중요한 거 당연한데
    그 당연한 걸 지금 애 키우면서 새삼 느끼고...
    결코 쉬운 일 아니라는 거 한 번 더 느끼고... 그렇네요.

    부럽습니다님... 힘드시겠지만 아이들 더 보듬어 주세요..
    부모 중에 누구 한 사람이 역할을 못하면
    나머지 한 쪽이 많이 감당해야 하는 것 같아요.
    사는 게 참 쉽지 않죠.,

  • 8. ..
    '20.4.14 10:46 AM (218.148.xxx.195)

    둘째입장에서 참 공감되네요
    눈치껏 자라야했던 시절이 생각나서 부모에게 당당한 제 아이들이 부럽기도하고
    제 모습이 안타깝더라구요

  • 9. rainforest
    '20.4.14 10:49 AM (183.98.xxx.81)

    부러워요. 아이들도 자신감 가득한 아이들로 건강하게 잘 자라겠어요.^^
    요즘 잘하는 아빠도 많지만 아빠의 역할을 보고 배운게 없어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우리 집에도 하나 있죠. 돈'만' 벌 줄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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