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으로 먹은 맛있는 콩국수가 채 소화되지 않아서 밥생각도 없을 때인데도 낙지 비빔밥과 연포탕이 그래도 맛있게 느껴진 걸 보니, 이집 음식이 정말 맛있는게 분명합니다
이른 점심을 두둑하게 먹고 나오니 비가 오락가락합니다.
그나마 유달산을 헤메일 때 비가 안와서 다행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꾸질꾸질한 날씨에 구시가 골목길을 헤메는게 싫어서 어딜갈까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슬렁슬렁 걷다보니 눈앞에 코롬방 제과가 딱!
사실 우리 친구들은 물건 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사는게 싫다기 보다 들고 돌아다니는게 귀찮아서요. ㅎㅎㅎ
시티버스 해설사께서 코롬방 제과가 유명하니 빵도 사드세요 라고 해도 서울에도 맛있는 빵 많은데 뭘 사냐 그러던 친구들입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코롬방 제과가 눈앞에 보이니 다들 대동단결해서 자연스럽게 빵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한적하던 목포 시내 사람들이 다 코롬방 제과에 모여있나 싶을 정도로 북적북적합니다.
우리는 무슨 빵이 유명한지도 몰랐는데, 크림치즈 바게트와 새우바게트가 유명하다는데, 이 두가지는 진열도 안하고 카운터에서 직접 배급합니다. ㅎㅎㅎ
알고보니 이집의 크림치즈 바게트가 맛있는 녀석들 전국 빵집 특집에 뽑혔던 빵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자연스럽게 일단 줄을 섰고요.
다들 조금씩만 사려다가 어쩌다보니 한보따리씩 샀습니다.
지금까지 여행에서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재기입니다.
아마도 우리들의 안타까움이 지갑을 열게 한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침 지금 다들 톡이 왔는데, 빵은 거의 다 먹어치웠답니다.
뭐, 빵맛은 서울의 맛있다는 빵 딱 그정도입니다.
다들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고.... ㅎㅎㅎ
대신 서울 빵값보다 대략 30~50% 정도 저렴합니다.
제 눈앞에서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5천원짜리 밤식빵은 서울에서 비슷한 가격의 밤식빵보다 2배는 큽니다. 한 친구의 남편이 밤식빵 맛있다고 했답니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밤식빵에 당황하고 결국 사지 못한 저와 다른 친구는 매우 아쉬워하는 톡을 나누었습니다.
푸짐한 빵봉지를 하나씩 달랑달랑 들고 비가 오락가락하니 실내 관광지를 가기로 낙점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국립해양유물전시관으로 갔습니다.
70년대에 학교다닌 분들은 신안 앞바다 보물선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나실 겁니다.
이 전시관은 신안 앞바다에서 건져낸 배에서 나온 유물을 전시한 곳입니다.
일반 지도나 네비게이션에는 국립 해양문화재 연구소라고 나올 겁니다.
전시실은 연구소의 일부분이니 같은 곳입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전시관은 정말 한적하고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입니다.
이 허허벌판에 여러개의 박물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박물관을 좋아해서 지금은 없어진 중앙청에 국립박물관이 있었을 때부터 열심히 다녔습니다.
나이 들어서는 미술관도 좋아해서 지금도 휴일이면 미술관 박물관에 다니는 걸 즐깁니다.
20 여년 전에는 석달동안 유럽의 유명 미술관, 박물관만 찾아다녔던 여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여행 당시에는 유럽의 미술관, 박물관들이 부럽기만 했는데, 요즘 우리나라 미술관, 박물관들이 너무나 훌륭해져서 더이상 부러워할 필요가 없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우리나라 미술관 박물관은 단지 잘 지은 껍데기 건물만 멋있는게 아니라 전시기획이나 내용이 알차서 이벤트성으로 한번 가봤다로는 소화가 안되고 자주 자주 생각날 때마다 가봐도 볼 것과 배울 것이 늘 새로와서 매번 감탄하곤 합니다.
혹시 유럽 여행한 분들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독일 베를린에는 박물관 섬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유명한 박물관, 미술관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입니다. 신, 구 국립박물관, 페르가몬 미술관, 보데 미술관 등이 다닥다닥 모여있어서 박물관 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위치한 이곳은 베를린의 박물관 섬을 연상시킬 정도로 여러 박물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남농로를 사이에 두고, 목포 문화예술회관, 국립 해양문화재 연구소, 목포 자연사 박물관, 문예역사관, 목포 생활도자 박물관, 남농기념관, 목포 문학관, 목공예 전시관이 있습니다.
가히 목포의 박물관 섬이라고 할만하지 않습니까?
이 전시관은 심지어 '무료'입니다.
우리는 물품보관함에 빵봉지들을 던져놓고 천천히 전시를 관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전시관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제 2 전시실의 신안선관입니다.
전시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시실의 형태, 전시 방식과 관람객에게 설명하는 방식, 안내판 등등 너무나 세련되게 잘 되어 있어서 관람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우리 넷은 모두 감탄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시를 무료로 보는 건 너무 미안하다, 하다못해 도네이션 박스라도 놓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흥분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박물관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전시실은 충격적으로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전시관이 홍보되지도 않고, 가본 사람도 없어서 리뷰도 많지 않은 현실이 안타까왔습니다.
즉흥적인 결정이었지만, 이 전시관 방문의 우리 목포 여행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이 전시관의 또 하나의 포인트는 휴게실입니다.
제가 박물관, 미술관에 큰 점수를 주는 또하나의 포인트가 뮤지엄 카페인데요.
뮤지엄 카페가 근사하면 제 애정에 플러스 점수를 팍팍 주거든요.
이 전시관의 휴게실은 제가 만나본 모든 뮤지엄 카페 가운데 감히 첫손 꼽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정확히는 음료 판매하는 곳과 테이블이 있는 곳이 한층 분리되어 있어서 카페라기 보다 관람객 휴게실이라고 해야하지만, 이 건물을 설계하고 만든 사람들에게 기립박수라도 쳐줘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멋진 곳입니다.
우리 넷도 가장 전망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한참을 즐겼습니다.
목포를 방문하는 분들은 꼭 한번 방문해보시라고 추천합니다.
박물관, 전시관에 관심이 없어도, 이 휴게실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감히 목포 최고일 거라고 강력히 말씀드립니다.
이 휴게실 옆에는 유치원, 초등 저학년 어린들을 위한 시설도 있습니다.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다른 시설과 수준을 보자면 여기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거라 짐작해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길건너 남농기념관도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쪼들려서 이번에는 지나가기로 합니다.
너무 길어서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