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소싯적 외국물 좀 먹은 울 친정아버지 항상 하시는말이 가죽제품은 구찌, 시계는 로렉스, 캐시미어는 버버리, 화장품은 랑콤
외국살며 명절에 찿아뵙지도 못하는 미안한맘
여기사람들 하는대로 크리스마스면 이거저거 챙겨 박스하나 만들어 보내드리는걸로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했었죠.
나는 매일 하루 매상이 얼마인가.
70만원넘으면 다행이다, 월세는 내겠구나....50만원 안되는날이면 오늘만 이렇겠지하면서 일희일비하고 살지만.
가방끈만으로는 남들부럽지않은 아들이 젤 잘난줄아는분들.
집이 백평이라네.
화장실이 4개라네.
외제차타네.
라면서 무슨 미국사는게 큰 호강인줄 알고있는 노인분들.
일년에 한번가는 아울렛몰 버버리 매장.
아는건 어릴적 친정아버지에게 들은 풍월.
캐시미어는 버버리.
정가매장가기엔 지갑도작고 간도작아 멀리멀리 몇시간 운전하는 아울렛몰에서 두분 캐시미어 목도리며 손가방이며 누비옷이며 좋아보이면 매년 사서 보내드렸지.
분명 나는 한달 매상을 쓰고왔어도 언제나 우체국에서 부치는 상자크기는 왜이리 초라한지.
그해 겨울엔 정말 처음으로 몇주문닫고 한국이란델 가봤다.
그저 애들이랑 한번은 거기가 어딘지 이곳저곳 구경시켜주고싶은맘에.
올만에 뵙는 시아버지 젤 좋아하시는 목도리랑 모자 매일 쓰신단다.
흐뭇하다.
울 시모 농반진반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나는 하나도 못쓰게 한다시네.
저 목도리 한번해보니 얼마나 따시던데 다 자기꺼라고 나 하나도 안주네하는 말에 괜시리 미안하다.
언젠가 겨울에 그 매장에서 얼마나 좋길래 울 아버지 30년을 캐시미어는 버버리라시나하고 둘러보는 나를 본 남편이 사라고 반강제로 목에 둘러줘 내겐 엄청난 고가품인 내 목도리.
초라해뵈지 않으려고 한국올때 두르고왔죠.
만지작 만지작거리는 내손은 갈등하다 결국 이거 하세요하고 얼른 풀어 둘러드린다.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함박 웃음에 내가 딱 좋아하는 색이다하다가 문득 고개를 아들에게로 돌리면서 풀어버리신다.
애비 니가 해라. 너 춥다.너 하나 있어야지.
아들이랑 너무 오래 떨어져사셨던가,,, 잊으신 모양이다.
그 아들은 숨막혀 목폴라티도 못입는 사람이란걸....생전 목도리란걸 할수없다.
목도리하면 당장 숨을 못쉬어서 얼굴이 파래지는걸.
그런데도 그걸 아들목에 둘러주시며 아니다 이건 뜨시다 니가 해라 애비가 해야한다.
첨에는 좋게 어머니하세요하던 아들 나중엔 저 싫어요 목도리 못해요하고 목소리 높인뒤에야 겨우 진짜야? 하며 아쉽게 다시 당신목에 두르신다.
그러면서도 내내 이걸 애비가 해야하는데.....애비 추운데. 이거 참 뜨신데 애비 진짜 필요없냐?하시며 오로지 당신 아들만 바라보시던 그 모습.
내목이 시리다.사실은 내목이 시린건지 내맘이 시린건지 모르겠다.
그날 나는 고맙다는 말이나 들었던가? 아니 에미목은 괜찮냐고 춥지않냐고 한번 묻기라도 하셨던가, 내목은 아니 내 얼굴은 한번 쳐다보셨던가.
작다면 작은일.....하지만 니 까짓게 뭔데하던 시모의 그 비명이 귀에서 울릴때 언제나 이 기억도 새록새록 새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