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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이들수록 가슴에 담아둘 말은 많아진다

11시의밤 조회수 : 6,049
작성일 : 2018-12-25 23:32:19

 제가

82를 알게된뒤로 정말 좋은 습관이 생겼어요.

뒷담화를 아예 하지 않는점.

사람을 세워두고 불필요하게 수다떨지 않는점.


이유는,

듣고있는 사람입장에서

혹여나 제 이야기를 지겨워할수도 있고

지루해할수도 있잖아요.


대신,

82에 와서

가볍게 소소한 일상이나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중에

현명한 조언도 얻을수 있잖아요.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도 있어요.


그런데,,

단점도 있어요.

무슨일이든지 82가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점점 내 이야기를 하지않고

본의아니게 나이들수록 가슴에 담아두게 되는

말은 더 많아진다는 것..


아마도,

제가 맘편하게 이야기를 터놓을 믿을만한

사람이 없었던것일수도 있어요.

저렇게 친하게 지내다가도,

의견이 틀어지기라도 하면

갑자기 제 약점을 향해 화살을 날릴수도 있고요.


평소의 저는 나긋나긋하고 상냥한 편이거든요.

그러면서도 타인과 거리를 둘줄도 아는 법을 제법 터득했어요.

외로워도 외롭다고 절대 말하지 않아요.

그 이야기를 하면 그래, 그럼 나와 함께 커피한잔 하자!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고

오히려 타박을 주거나, 인생에 대해 한수 조언을 얹어주려는

모습으로 바뀌는것을 여러번 보았거든요.


어쩌다가 급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만났다가

말끝마다 자랑으로 끝맺는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세상 모든 이야기는 전부다 자랑이 아니면 할 이야기가 없나봐요.

꼭 그런 것으로 실망하지 않더라도 혼자있을때보다

더 맘이 헛헛해져서 돌아오는 날이 더 많았어요.


요즘은 연락처들이 카톡만 있으면 전부 친구로 연결되더라구요.

그럼 심심하고 할일없을때, 그 연락처들을 클릭해봐요.

경동보일러, 단감농장, 단골 갈비집여자사장님, 잘가는 미용실원장님,

그외 연락처주고받았던 지인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서로 연락도 하지않는데 저도 모르게 친구로 다 맺어져있어요.

잠시 클릭해본 그들의 일상들이 잔잔한 모래밭처럼,

펼쳐져있더라구요.

놀이공원의 회전목마에 앉아있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있는 모습도있고.

하늘나라 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단골 갈비집사장님의 웃는 얼굴도 있고.

제게  불친절한 마트점원이 예쁜 아가씨랑 꽃축제가서 귀엽게 웃는 모습도 있고.

그렇게 누구하나 건성으로 지나갈수없는 중량을 가진 사람들하나하나가, 라이브러리더라구요.


그렇게 이세상의 사람들 하나하나가 그렇게 열심히 세상을 살고 진지하게 살아가는데

왜 나는 그 사람들과 진지한 대화를 하지 못했던건지.

왜 그들의 속깊은 내면을 알수가 없던건지.

카톡의 그 사진 몇장만으로도 그들의 삶이 그렇게 진중하고 소중한 무게였는데

왜 나는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고 가는 길목에서도 왜 나는 그렇게 가벼운 타인일수밖에 없는건지.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무시할수 없는 한가지가 있대요.

그건 인생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 맘으로 상대를 대하려고 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가벼운 존재인 타인일수밖에 없는,

외로움.


어젯밤 우연히 여섯살 아이의 동영상을 핸드폰에서 보게 되었어요.

기계치인 제가 어떻게 이런 동영상을 남겨두었는지 모르지만,

이제 말을 배우기시작한 아이가 뒤뚱거리다가 "아람,아람"

하고 제게 말을 건네요.

이미 그 시절이 기억에 남지않은 저는 아이의 그 단어를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궁금해서 동영상속의 저를 바라보았어요.

"바라암,~~하늘을 살며시 지나가는 바람? 바람이구나?"

다행히 제가 그렇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나오네요.


바람,

그것도 지나가는 바람.

그것도 하늘을 살며시

소리죽여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건넨 그 말이

전 외로운 구름한조각처럼 제맘속에 울리네요.

꼭 누가 건넨말처럼.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라는 인삿말처럼.


IP : 121.184.xxx.133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12.25 11:34 PM (117.111.xxx.81)

    님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봐요 ^^;

  • 2. 나는누군가
    '18.12.25 11:38 PM (211.177.xxx.45)

    윗분처럼 비꼬는 댓글들 제발 쳐주무세요. 원글님 글 잘 읽었습니다.

  • 3. 원글
    '18.12.25 11:40 PM (121.184.xxx.133)

    그런가봐요, 하고싶은 말이 많을수록 가슴속에담아둘 말은 많아진다는 생각을 하는걸 보면..

    따숩다,꼬숩다,쟁여놓다, 녀자,라는 말 어쩐지 거부감이 생기는 어감이잖아요?
    혹시나 저의 단조롭고 중요할것 없는 수다가 상대방에게는 얼른 피해버리고 싶은 시간낭비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짜증나는 말투성이라면??
    그런 생각만으로도 아찔해요..

  • 4. 공감
    '18.12.25 11:43 PM (219.248.xxx.137)

    오히려 사이가 틀어지니 제가 하소연했던
    말들이 약점이 되어 부메랑으로 ~~
    차라리 필요한 말만 하자

  • 5. 뻘소리전문가
    '18.12.25 11:44 PM (1.237.xxx.156) - 삭제된댓글

    ...

    '18.12.25 11:34 PM (117.111.xxx.81)

    님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봐요 ^^;

  • 6. 플럼스카페
    '18.12.25 11:45 PM (220.79.xxx.41)

    원글님 글 보면서 공감하고 갑니다.
    82 잘 아실테니 첫댓글은 그냥 못 본 걸로 해두셔요.

  • 7. 첫댓글아정신차려
    '18.12.25 11:48 PM (1.237.xxx.156)

    다들 나한테만..

    ... | 조회수 : 419

    작성일 : 2018-12-25 23:30:21



    이거해라 
    저거해라 
    이거하지마라 
    저거하지마라 

    제가 아기인가요? 

    중딩, 고딩인가요? 

    이건 뭐 학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주위에 선생님들만 잔뜩이네요. 

    숨막혀 죽을것 같아.. 

    IP : 117.111.xxx.81

  • 8. 벨베데레
    '18.12.25 11:50 PM (59.16.xxx.145) - 삭제된댓글

    원글님 글이 바람처럼 제게 다가와서 말걸어서...
    로그인하고 댓글 달아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원래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상대방 이야기 아주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는데...
    결혼하고 속에 쌓인게 많다보니
    몇년전부턴 상대방이 이야기도 하기 전에 제 이야기 하는 버릇이 생겨버렸어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요.

  • 9. 안녕물고기
    '18.12.25 11:53 PM (99.102.xxx.108)

    사람을 세워두고 불필요하게 수다떨지 않는다222222

    무슨일이든지 82가 먼저 떠오른다2222222

    82 알고난 뒤 생긴 동일한 증상이네요^^

  • 10. 그게요
    '18.12.25 11:54 PM (223.62.xxx.254)

    남욕이나 남험담을 하는 것도 그렇고..
    자기 비하도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니

    좋은 자기 얘기만 하게 되다보면 자랑같이 느껴질수 있겠어요.

  • 11. ...
    '18.12.25 11:56 PM (220.117.xxx.197) - 삭제된댓글

    말을 아끼는 분이라 차분히 글로 마음을 담으실수있나봐요. 공감도 많이 되고 저도 요즘은 사람들에게 열고지내던 마음이 위축되는 시기라서요.
    그런데 사람은 어차피 다 타인이다라는 속내도 드러날수밖에 없어 서운함 내지 단절감을 느끼고 돌아서는 사람도 있었을거란거는 알아주세요. 제가 마음에 상처가 좀 된 오랜 친한 언니가 썼나싶을 정도로 생각이 비슷하시거든요. 일상적으론 품위있고 깊이있고 경우 바르고 좋은 분이지만 자기 주위 낮은 울타리 대문은 꼭 닫아두시는 분. 님 글 읽고 저도 속마음 써보고갑니다.

  • 12. 원글
    '18.12.25 11:57 PM (121.184.xxx.133)

    82맘님들,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혹시 닭털처럼 가벼운 존재감이었어도
    그럼, 커피한잔 할까라고 말한번 해주세요^^
    아람을 바람으로 알아듣는 귀처럼, 한번은 그렇게...^^

  • 13. 힝~~ ㅇ
    '18.12.26 12:17 AM (61.81.xxx.191)

    원글님 그냥 목소리도 엄청~ 고우실 것 같아요..^_^ 마음도 곱고~

  • 14. 좋은글
    '18.12.26 12:30 AM (93.203.xxx.214) - 삭제된댓글

    이네요. 저도 공감이 많이 가요.
    여기 82에서 읽으며 배운 것들 많거든요.

  • 15. 와~
    '18.12.26 12:33 AM (114.204.xxx.3)

    원글님 글에 공감×100^^

  • 16. 원글님
    '18.12.26 1:14 AM (126.233.xxx.92)

    글 잘 읽었구요
    딴건 모르겠고
    sns 에 올려진 사진들 믿지 마세요
    카톡 몇장 사진으로 일희일비 하는 것처럼 시간낭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다 외로운게 삶 아닌가요
    아무리 식구들 사람들 내주변 북적대도
    내맘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으면 외로운거죠

    어케 사는게 옳은지도 모르겠고 아마 죽을때까지 모르겠죠
    근데 저는 적당히 저를 방임합니다
    예전의 나는 내가 혹 실수하지 않았나 틀리지 않았나
    잘못하지 않았나 조바심 내며 살았다면
    지금은 그럴수도 있지 하며 다독거려줘요
    여태 목숨부지(?)하고 열시미 잘도 버텼다 하며 ㅋㅋ

    친구끼리도 그렇다잖아요
    관계 틀어지고 헤어짐이 많아져도 슬퍼하지 말고

    그동안 나를 만나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라고 어디서 본거 같아요

    왜냐믄 우리는 애초부터
    너무나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래요
    너무 다른 생각으로 살고 있는 존재들인데
    서로 맞춰주고 같이 만날수 있었다면
    너무나 감사할 일이라녜요.

    그래서 짧은 인연이라도 늘 감사해요

  • 17. ㅇㅇ
    '18.12.26 1:41 AM (182.216.xxx.132)

    인생 무겁죠
    카톡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의 무게 동감합니다

  • 18.
    '18.12.26 7:02 AM (175.197.xxx.79)

    글 잘쓰시네요 ㆍ
    가슴에 담아둔다 ᆢ 저도 요즘 그걸 느낍니다 ㆍ
    나이들수록 너무 외로워집니다 ㆍ헛헛 합니다

  • 19. ...
    '18.12.26 9:02 AM (116.34.xxx.239)

    잔잔하게 건네는 말씀 같습니다.

    나이 들수록 가슴에 담아두는 말이 많아진다라는 건
    아주 잘 나이 먹는 거라고 믿고 싶네요.

  • 20. 오우~
    '18.12.26 11:39 AM (112.162.xxx.107)

    말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글로는 본인의 생각을 잘 표현하시네요.
    같이 대화하면 따뜻할 거 같은데 왜 주변분들은 다들 그럴까요?
    부모님도 힘든 얘기하면 듣기 힘들어 하시더라구요.
    원글님처럼 상대가 불편하게 느낄 얘기는 가슴에 담아두고 같이 공감하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얘기를 하면 헤어짐이 아쉬울 수도 있을거 같아요^^
    힘내시고, 연말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엔 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래요.ㅋ

  • 21.
    '18.12.27 5:50 AM (223.62.xxx.62)

    원글님, 가슴 따스해지는 글 고맙습니다.

    내 마음속 칼끝보다 매서운 바람 때문에 힘들었는데,

    잠시라도 따뜻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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