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82를 알게된뒤로 정말 좋은 습관이 생겼어요.
뒷담화를 아예 하지 않는점.
사람을 세워두고 불필요하게 수다떨지 않는점.
이유는,
듣고있는 사람입장에서
혹여나 제 이야기를 지겨워할수도 있고
지루해할수도 있잖아요.
대신,
82에 와서
가볍게 소소한 일상이나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중에
현명한 조언도 얻을수 있잖아요.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도 있어요.
그런데,,
단점도 있어요.
무슨일이든지 82가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점점 내 이야기를 하지않고
본의아니게 나이들수록 가슴에 담아두게 되는
말은 더 많아진다는 것..
아마도,
제가 맘편하게 이야기를 터놓을 믿을만한
사람이 없었던것일수도 있어요.
저렇게 친하게 지내다가도,
의견이 틀어지기라도 하면
갑자기 제 약점을 향해 화살을 날릴수도 있고요.
평소의 저는 나긋나긋하고 상냥한 편이거든요.
그러면서도 타인과 거리를 둘줄도 아는 법을 제법 터득했어요.
외로워도 외롭다고 절대 말하지 않아요.
그 이야기를 하면 그래, 그럼 나와 함께 커피한잔 하자!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고
오히려 타박을 주거나, 인생에 대해 한수 조언을 얹어주려는
모습으로 바뀌는것을 여러번 보았거든요.
어쩌다가 급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만났다가
말끝마다 자랑으로 끝맺는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세상 모든 이야기는 전부다 자랑이 아니면 할 이야기가 없나봐요.
꼭 그런 것으로 실망하지 않더라도 혼자있을때보다
더 맘이 헛헛해져서 돌아오는 날이 더 많았어요.
요즘은 연락처들이 카톡만 있으면 전부 친구로 연결되더라구요.
그럼 심심하고 할일없을때, 그 연락처들을 클릭해봐요.
경동보일러, 단감농장, 단골 갈비집여자사장님, 잘가는 미용실원장님,
그외 연락처주고받았던 지인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서로 연락도 하지않는데 저도 모르게 친구로 다 맺어져있어요.
잠시 클릭해본 그들의 일상들이 잔잔한 모래밭처럼,
펼쳐져있더라구요.
놀이공원의 회전목마에 앉아있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있는 모습도있고.
하늘나라 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단골 갈비집사장님의 웃는 얼굴도 있고.
제게 불친절한 마트점원이 예쁜 아가씨랑 꽃축제가서 귀엽게 웃는 모습도 있고.
그렇게 누구하나 건성으로 지나갈수없는 중량을 가진 사람들하나하나가, 라이브러리더라구요.
그렇게 이세상의 사람들 하나하나가 그렇게 열심히 세상을 살고 진지하게 살아가는데
왜 나는 그 사람들과 진지한 대화를 하지 못했던건지.
왜 그들의 속깊은 내면을 알수가 없던건지.
카톡의 그 사진 몇장만으로도 그들의 삶이 그렇게 진중하고 소중한 무게였는데
왜 나는 그들과 어깨를 부딪치고 가는 길목에서도 왜 나는 그렇게 가벼운 타인일수밖에 없는건지.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무시할수 없는 한가지가 있대요.
그건 인생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 맘으로 상대를 대하려고 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가벼운 존재인 타인일수밖에 없는,
외로움.
어젯밤 우연히 여섯살 아이의 동영상을 핸드폰에서 보게 되었어요.
기계치인 제가 어떻게 이런 동영상을 남겨두었는지 모르지만,
이제 말을 배우기시작한 아이가 뒤뚱거리다가 "아람,아람"
하고 제게 말을 건네요.
이미 그 시절이 기억에 남지않은 저는 아이의 그 단어를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궁금해서 동영상속의 저를 바라보았어요.
"바라암,~~하늘을 살며시 지나가는 바람? 바람이구나?"
다행히 제가 그렇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나오네요.
바람,
그것도 지나가는 바람.
그것도 하늘을 살며시
소리죽여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건넨 그 말이
전 외로운 구름한조각처럼 제맘속에 울리네요.
꼭 누가 건넨말처럼.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라는 인삿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