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둘이서 후쿠오카 다녀왔어요. 제가 일본어를 꽤 합니다.^^
교통, 숙박, 환전, 일정 다 제가 준비했고 짐은 정말 최소한으로 캐리어에 속옷만 챙겨서 여권과 돈만 들고 가볍게 갔어요.
이번 여행은 최근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하며 힘들었을 남편에게 선물을 해주고싶어 떠난 거였네요.
남편이 요즘 취미로 낚시를 시작했는데 좋은 낚시용품은 대부분 일본제품들이라 현지에서 원하는 걸 보면서 직접 고르고 사게 해주고 싶었어요.
첫날 도착해서 식사하고 숙소에 체크인 한 후 바로 나와서 가장 크다는 낚시용품샵을 데리고 갔습니다.
남편이 놀라면서 좋아하더군요.
그동안 남편이 물욕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건 엄청난 오해였어요.
저는 남편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서 그렇게 눈을 빛내며 돌아다니는 걸 처음 봤습니다.ㅎㅎ
다음날은 또다른 유명한 낚시용품샵을 데리고 갔습니다. 전날 원하는 걸 하나 못 찾았는데 다행스럽게 거기 있더군요.
전 남편이 필요로 할 때 통역을 하거나 남편이 쇼핑이 길어지면 대기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폰을 보며 기다리고요.
그 다음날은 백화점 밀집 지역에 가서 방한의류나 논슬립 신발 등을 쇼핑하고요.
최근에 내가 작업비로 3건 받은 거 전부 환전했으니 그 한도내에서 사고 싶은 거 사라 했네요 ^^v
남편이 미안했는지 자꾸 저보고도 뭐라도 사라는데...희생의 차원이 아니라 저는 결혼 전에 여행도,쇼핑도 원하는 거 많이 해봐서 별 미련도 없는데다 요즘은 미니멀한 것에 매력을 느끼며 지내는 터라 안 샀어요.
원래 여행가면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차마시며 책보거나 맛있는 거 먹거나 노천탕에서 쉬다 오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이번에도 쇼핑 중간중간 남편과 연애할 때처럼 손잡고 걷거나 맛있는 거 먹으면서 쳐다보며 웃는 시간이 즐겁더라고요.
무엇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너무 좋아하는 남편을 보니 마음이 좋았어요. 뭔가 짠하기도 하면서요.
17년을 살았는데...그렇게 아이처럼 좋아하는 얼굴은 처음인 것 같았어요.
화도 잘 안 내고..술도 안 마시고..생전 비꼬는 말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 무덤덤하게만 생각했는데..남편을 찾아온 지름신이 쉽게 떠나지 않더군요 ㅎㅎ
마지막날은 좀 근사한 곳에서 식사도 하고 경치좋은 곳에서 커피도 마시고 하면서 느긋하게 보냈습니다.
여행다녀온 후 남편이 저에게 전보다 더 잘 해주려고 하는 게 보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도 더 가지려고 하고, 커피마시고 싶다면 바로 커피 내려주고 ㅎㅎ 무슨 말만 꺼내면 엉덩이 가볍게 바로바로 일어나서 해주고 방실방실 웃고 다니네요.
다음엔 오사카를 데려가야하나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