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잡힌 가족 여행(아이 둘 데리고 가는)에 준비가 너무 안됐던지라
떠나기 이틀 전 짐싸다가 하도 심란해서 글 올린 적이 있는데요,
여러 선배님들의 심도있는 조언으로 많은 도움받고 무사히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제가 제주에 사는데요, 이탈리아 로마가 제주보다 훨씬 안춥더라구요.
비가 오는데도 그랬습니다. 어쩜 일정의 2/3 이상이 비가 오는지...
그래도 바람이 잔잔해서 우산쓰고 다닐만 했어요,
다만 많이 걷다보니 신발이랑 양말이랑 금세 다 젖어서...
그게 제일 불편했어요. 장화를 초반에 얼른 샀어야 했는데...ㅜㅜ
또 한손에 우산, 또 한손엔 아이 손을 잡느라 사진을 많이 못찍었다는 것,
그게 제일 아쉽네요.
비가 오니 야경 사진은 반영이 되서 오히려 맑은 날보다 더 예쁘게 나오더라구요.
뉴스처럼 기상이변 이런 것은 전혀 못 느꼈어요.
원래 11월부터 이탈리아가 우기라고 하네요 ㅜㅜ.
가을 겨울에 이탈리아 여행 가시는 분들은 장화도 챙기시면 좋겠어요.
숙소에서 베네치아에서 운전해서 온 분 만났는데,
베네치아도 뉴스랑 다르게 너무 평온하고 좋았대요.
숙소는 테르미니역 근처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패밀리룸에 묵었는데요,
사실 큰 기대를 안했는데 여러모로 만족스러웠어요..
일단 매트리스 탄성도 적당하고 침구가 거위털이라 아주 편안하게 잘 잤어요.
그리고 조식으로 한식을 뷔페식으로 제공하는데요,
전 여행가서 한식은 왠만하면 안먹는 편인데, 이번엔 매일 아침 다 챙겨먹었어요.
아침에 한식을 든든하게 먹고 나오니 점심 저녁 현지식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더라구요.
그래서 살이 더 쪄왔습니다 ㅠㅠ.
다들 주의를 주신 소매치기는 다행히 한번도 안당했어요.
애들 데리고 다니는 아줌마가 1순위 타겟이라 해서 긴장 많이 했는데요,
비수기라 그런지, 아예 제가 대놓고 가방을 손수건으로 감고 다녀서 그런지
전혀... 위기 의식도 못 느낄 정도였어요.
그래서 여행 후반엔 손수건도 안감고 다녔다는...
오히려 제가 물건을 놓고 다니는 게 더 문제였어요, 흑흑.
그리고 여행 초반에 남부투어랑 바티칸투어, 로마 시내 투어를
이곳에서 추천해주신 투**즐에서 신청하고 다녀왔어요.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남부투어는 이동시간이 긴 편인데요, 그 시간동안 이탈리아 역사나 문화 전반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후기를 보고 여행 초반에 일부러 넣었어요.
이탈리아 이민 12년차 가이드분께서 설명을 정말 잘 하시더군요.
배경지식을 쌓고 여행을 시작하니, 아는만큼 보인다고
나중에 저희끼리 다닐 때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버스 좌석이 여유있고 편안해서 애들은 푹 자구요.
폼페이, 아말피 해변, 포지타노...
비가 오는 와중에도 좋았습니다.
바티칸 투어도 정말 알찼어요.
17년 전 배낭여행으로 왔을 땐 친구들끼리 그냥 다녔는데요,
설명을 들으며 다니니 내가 눈으로 보는 것들이
더욱 특별해 보이더라구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건가 봅니다.
그런데 비수기인데도 바티칸에는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 하더라구요.
17년 전엔 성수기에도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세계가 좁아지긴 좁아졌나 봅니다.
가이드 아니면 쓸려다니느라 오히려 제대로 못 볼 것 같았어요.
로마 시내 투어는 망설이다 넣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나보나광장에서 시작해서 판테온, 베네치아 광장,
카피톨리니 광장, 포로 로마노, 콜로세움에서 해산)
고대 로마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까지...
폼페이, 바티칸, 로마 시내 유적들의 역사적 의미가
유기적으로 엮여지며 매듭이 지어진다고 할까요.
투어 이후로 저희끼리 설렁설렁 다닐 때도
투어 때 설명들은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아이들한테 제가 설명도 해주고요^^.
이렇게 투어도 다니고, 피렌체에도 하루 가고
(피렌체에서도 비가...ㅠㅠ
그 덕에 두오모 큐폴라도 조토의 종탑도
별로 기다리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어요.)
한 3일은 설렁설렁 스페인광장, 진실의 입, 트레비 분수등
투어때 안가 본 곳도 가보고
포로 로마노나 콜로세움 내부도 여유있게 둘러보며
로마 시내 곳곳을 다녔더니
7박 9일이 느슨하지도 않고 알찼습니다.
비수기 여행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인기 관광지에 줄이 길지 않아서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진실의 입은 20분만에 나왔어요.
보통 짧아야 30분이고 1시간 이상도 다반사라 하더라구요.)
여행 전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혹시나 이탈리아 여행을 앞둔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후기를 적어보았는데,
너무 길어진 것 같네요.
암튼 그 때 걱정하며 도움 주셨던 분들 저 잘 다녀왔어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