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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3/ 이탈리아 피렌체2 편 (이번 회 강추!)

나누자 조회수 : 3,659
작성일 : 2018-10-13 13:41:34
(지식의 향연이 펼쳐진 회라, 줄이고 줄여도 글이 기네요. 알아서 피하시거나 읽으시거나~ -_-)

# 지난 주에 이은 피렌체 탐방 이야기. '영국인 묘지'에 다녀온
영하/ 영국인만 묻힌 묘지는 아니고 서양인이 두루 잠들어 있는 곳으로 시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이 젤 유명인이었음.
로버트의 구애에 답한 그녀의 멋진 편지 한구절.
"제가 쓴 시가 꽃이라면 저의 나머지 부분은 어둠과 어울리는 뿌리에 불과해요."

- 묘지투어가 취미(?)인 영하 님의 얘기가 꽃피던 중 
진애/ 작가에게 죽음이 중요한 이유는 죽음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생기기 때문임.
희열/ (진애에게) 멋진 묘비명을 이미 남기셨다면서요?
진애/ 내가 납골당을 지었는데, 한쪽 벽에 넣을 글귀를 써달라길래 "인생은 '의외로' 멋지다."는 문구를 새겨넣었음. 

# (숙소 근처)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다녀온
상욱/ 미술에 관심이 큰 편인데, 미술은 과학에 근접한 예술임. 
'인간은 소리에는 잠길 수 있지만 빛에는 잠길 수 없다.'는 말이 있 듯, 
소리는 사방에서 밀려들지만 시각은 분석적이어서 미술을 볼 때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됨. 
마사치오의 원근법을 구현한 그림 '성 삼위일체'를 봤는데, 나중에야 그 그림의 뛰어난 점을 이해했음. 
진애/ 그림에 원근법이 시작되면서 건축에도 원근법이 도입되고 직선의 미학이 이루어졌음.  

시민/ 모딜리아니의 목이 긴 소녀 그림 (주: '젊은 여인의 초상')을 처음 봤을 때 
원근법 없는 그 그림이 따뜻해서 너무 좋았음. 난 원근법이 있는 그림에선 감동을 느낀 적이 없음.
진애/ 대부분 평면화에서 감동을 받게 됨. 
왜냐하면 원근법 그림에선 그걸 만든 사람의 통제력과 엄격한 질서가 느껴지기 때문임.
상욱/ 원근법이라는 게 수학적이고 기계적이고 과학적인 것이어서 그러함.
그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하라'일 텐데, 바로 그걸 구현한 사람이 갈릴레오였음.

# 우피치 미술관에서 보티첼리의 그림에 홀렸던 상욱이 작품 <봄>의 배경을 설명하던 중
진애/ <봄>은 피렌체를 찬양하기 위해 그린 그림으로 말하자면 관제미술임.
시민/ 관제미술이라지만, 시대상황이 주는 규제와 억압이 있을 때도 능력있는 예술가들은 자신의 기준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듦,

# 베키오 시청사(주: 옛 메디치 궁전이었던 박물관)에 다녀온
진애/ 마키아벨리가 초상화와 흉상만으로 큰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던데, 그가 왜 그렇게 중요한 인물인 거임?
시민/ 책(주: 군주론) 때문임. 그가 공무원을 시작할 땐 피렌체가 공화정이었는데 도중에 군주정으로 넘어갔음.
그 왕정 때 메디치에게 헌정하는 책을 쓴 게 군주론임.

영하/ 그 책에 유명한 글귀가 있음. "인간은 은혜를 모르고 인내를 모르고 배은망덕하고 기회주의적이며 이익에 밝지만 제멋대로 행동한다."
시민/ 그런 인간들을 다스리는 군주가 어떻게 다스려야 성공하는가? 를 얘기한 게 '군주론'임.
그 책에서 인간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천한 존재로 평가를 내렸으나 인간에게 그런 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 생각함.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기준 때문에 누구도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한 말을 그가 그 책에 썼던 것임.

진애/ 그는 내 인생의 캐릭터 중 하나인 인물임. 20대 때 그 책을 읽고 시야가 달라지는 경험을 했음.
시민/ 사실 그가 헌정했던 로렌초는 읽지도 않은 이 책이 대박난 건 프랑스에서였음. 
카트린 메디치가 프랑스 왕가로 시집갔는데, 
남편이 바람피우고 자신을 홀대하는 시간을 그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견뎠음. 
그시절 노스트라다무스가 나타나 그녀의 아들 셋이 다 왕이 될 거라는 예언을 했는데,
예언대로 아들 셋이 왕좌에 올랐으며 그녀가 섭정을 했음. 카트린을 통해 '군주론'이 프랑스에서 구현된 것임.

# 피렌체 대성당에 다녀온
희열/ 시민 샘이 소 덕후라면 진애샘은 미켈란젤로 덕후이시던데?
진애/르네상스에 수많은 인재들이 있으나, 건축과 공간에는 3인의 천재가 있다고 생각함.
1.브루넬레스키 2.미켈란젤로 3. 알베르키(노벨라 성당 건축)
이 3인이 르네상스 정신을 구현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었음. (미켈란젤로 천재성을 설명하신 부분에 공감.)

진애/초기의 사실적인 작품에서 후기로 갈수록 중간을 생략하며 둔탁한 작품을 만드는데, 그게 감정을 더 잘 드러냈음.
미완성작품일수록 돌 속에 그의 마음이 들어있는 것 같다고 느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다비드 상이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노예 연작임. (저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

진애/ 메디치 가문을 피해 살던 방에 그의 스케치가 남아 있는 벽을 따라 걸으며 가슴이 덜컥했음! 
(눈물을 훔치실 때 저도 따라서 울컥~ - -;)
정치적으로 도피해 있는 순간에도 자신의 정신을 자기가 가진 수단으로 표현하고 있었다는 게 참... (눈물)

# 피렌체 근교 소도시 탐방을 마치고 모인 토스카나 한 농가에서의 저녁식사.
영하/ 아그리투리스모 (농업 관광)라고 도시 여행에 지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임.
진애/ 모나리자 그림 속 흐릿한 뒷 배경이 이곳 풍경이라고 함.

- 갈릴레오 박물관과 피사의 사탑을 다녀온 시민과 상욱
상욱/ 지도를 좋아하는 시민 샘과 코드가 너무 잘 맞았음. (갈릴레오를 '얘가'라고 지칭하다가 시민 샘에게 혼남. ㅋ)
그가 남긴 중요한 업적 1. 운동의 법칙을 만듦.(물리학의 아버지) 2. 지동설을 확립함.
문화와 예술의 도시였던 피렌체가 그로 인해 과학의 시대를 열었음.
(뻘 덧글: 철학자였던 우리 할아버지 서재 벽에 "eppur si muove (지구는 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던 게 기억났음. - -)

상욱/ '그레고리 달력' 반포에 참여하며 그의 지동설이 유독 탄압을 받았음.
재판 과정에서 지동설을 부정하여 목숨은 건졌는데, 재판정을 나서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했다는 썰은 낭설임.
정말 그 말을 했다면 그도, 들은 사람도 다 죽었을 것임. (사석에서 했을 수는 있음.)
시민/ 가짜뉴스인데, 군중의 심리를 타고 퍼진 것임. 믿고 싶은 것을 담은 가짜뉴스는 빠르게 확산됨.
영하/가짜 정보의 확산 속도가 진짜 정보보다 6배 빠르다고 함. 
루머가 진실은 아니지만, 그 대상을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는 것임.




IP : 122.34.xxx.30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재밌는 리뷰네요
    '18.10.13 1:43 PM (119.149.xxx.186)

    알쓸신잡 이번 시리즈가 저는 참 좋네요

  • 2. 나누자
    '18.10.13 1:51 PM (122.34.xxx.30)

    뒷부분 토스카나 지역의 풍광을 잘 담아낸 영화가 있으니,
    리브타일러와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연한 '스틸링 뷰티'라는 영화예요.
    제가 그 영화 보고 나서 말년은 그곳에서 보내다 죽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품게 되었... ㅋㅎ

  • 3. 스틸링뷰티
    '18.10.13 1:54 PM (119.149.xxx.186)

    기회있으면 봐야할듯
    토스카나의 태양이란 영화도 그래요

  • 4. ...
    '18.10.13 2:00 PM (218.236.xxx.162)

    서로 소통하며 다른 와중에 통하는 모습들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죠 출연진 모두가 아름답네요
    자세히 정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5. 덕분에
    '18.10.13 2:52 PM (1.229.xxx.214)

    자세한 정리 감사합니다. 본방 보면서 재방 다시보면 정리해야지 했었는데 ^^

  • 6. 시월에
    '18.10.13 3:07 PM (59.12.xxx.242) - 삭제된댓글

    알쓸신잡3ㅡ이탈리아 피렌체2편. 원글님 오셨군요
    감사드려요!

  • 7. . .
    '18.10.13 3:08 PM (59.12.xxx.242)

    알쓸신잡3ㅡ이탈리아 피렌체2편. 설명 감사드려요!

  • 8. 어제
    '18.10.13 3:09 PM (14.48.xxx.85)

    내용이 너무 좋아서 시간가는줄 몰랐는데 이렇게 또 복습하게 해주시네요 감사요^^ 어제 진애님 미켈란젤로 사랑하시는거 너무 감동적이었어요~다음편도 부탁드려요~~♡♡

  • 9. oo
    '18.10.13 3:37 PM (218.237.xxx.203)

    방송시간을 잘몰라서 놓쳤는데 직접 보는거 같아요 ㅎㅎ
    선댓글후감상 합니다^^

  • 10. 원글님 대단!
    '18.10.13 4:33 PM (175.213.xxx.182)

    저 프로 관계자이신가요? 어찌 저렇게 상세히 요목조목 정연하게 소개를 !
    너무 너무 재밌게 봤어요. 재방까지 두번을.
    전 담주가 더 기대돼요.
    내가 사랑하던 시에나...(토스카나 지방 사람들 성격들은 개떡같고 의심 많고 배타적이라 과거형으로 썼음요)

  • 11. 오.
    '18.10.13 4:39 PM (121.172.xxx.29)

    감사합니다.

  • 12. **
    '18.10.13 4:56 PM (175.114.xxx.90)

    후기도 재미있네요.

  • 13. 참나
    '18.10.13 8:11 PM (118.42.xxx.226)

    알쓸신잡3ㅡ이탈리아 피렌체2편. 설명 감사드려요!

  • 14. ᆢᆢ
    '18.10.13 10:40 PM (61.85.xxx.249)

    이번 편이 특출나게 더 재밌었어요~
    복습도 즐겁네요
    감사해요~

  • 15. 나누자
    '18.10.14 2:19 AM (122.34.xxx.30)

    프로 관계자 아니고요, 속기술이 있는 터라 뇌색인들의 정신활동을 추체험해보고 싶어 놀이삼아 정리하고 있습니다. 중딩 때부터 유 작가님 팬이라 그의 말을 채집해놓는 의미가 가장 크고요.
    그래도 새끼작가가(대체 이런 단어는 누가 만든 건지? ㅋ) 방송 홍보하느라 글 올린다는 댓글은 이제 안 달리니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 -

  • 16. 나누자
    '18.10.14 2:28 AM (122.34.xxx.30)

    그건 그렇고.... 새벽에 잠깨는 순간, 예전 블로그에 썼던 피렌체 여행기가 생각나서 함 찾아봤습니다.
    8년 전, 이탈리아에서 3 년 근무하던 시기에 썼던 첫 피렌체 여행기인데 오래 잊고 있었던 글이라 피식 웃음이 나네요. (현학을 추구하던 때였다는 게 글에 묻어 있어서...)
    짧은 글이라 저의 편의를 위해서 댓글란에다 옮겨놓습니다. (폐쇄된 블로그 비번 찾느라 애먹었음. ㅎ)
    사진을 많이 찍어서 올렸는데 82에 올리려면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해서 생략.
    ------------------------------------------------------------------------------
    - 피렌체에 다녀와서

    이탈리아가 유럽 문명과 정신사의 중심이라면 피렌체는 이탈리아의 중심이다.
    르네상스 발상지이기 때문에 거리 전체가 예술이자 문화이다.
    르네상스는 피안에 있던 인간을 피안으로 부터 끌어내어 인간 스스로의 소유로 만들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르네상스 없이는 현재의 유럽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피렌체는 나그네에게 쉽게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미소짓지도 않으며, 다소곳이 마음에 와 안기지도 않는다.
    냉랭한 표정의 건물들은 오만하게 침묵하며 영원의 진지함을 고수하고 있다.
    관광객이 들끓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에 저항하며 거대한 고요가 강물처럼 이 도시의 골목과 광장을 흘러내린다.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 있을 뿐 피렌체엔 숲이 없다. 숲을 대신해 휴식을 가능케 하는 것이 어느 도시보다도 숫자가 많은 동상과 조각들이다. 그들은 피렌체의 숲이며, 산이자, 바다이다.
    조각이 지닌 운동의 아름다움, 그 긍지에 찬 선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명상에 잠기게 하는 힘이 있다.
    또한 동상이 취하고 있는 기립의 자세, 그 기품있는 쾌활함은 물리적인 죽음의 관념을 지우며 희망의 영원성을 상기시킨다. 그들은 인간의 명석한 두뇌와 심원한 정신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확신에 찬 그들의 조용함이 매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신과 인간 사이의 존재였으며, 시간 속에 들어온 영원이었다.

  • 17. 글 고마워요
    '18.11.19 2:33 AM (14.40.xxx.68)

    리플에 나온 영화도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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