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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인물분석 - 막내 기훈이

쑥과마눌 조회수 : 2,956
작성일 : 2018-06-02 03:05:33

나의 아저씨에서 송새벽은 최고였다.
그 어떤 아쉬움도 없고, 
기존 이미지의 그늘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제대로..막내 기훈이
그 역할을 아주 깔끔하게 해 내었다.

송새벽은 그리 날아 다니며
나의 최애 캐릭터가 되었다.
그런 나의 편애와 사심이 오히려 막내의 인물분석에 짐이 될만큼.

사실 글이란게 스르륵 나와야 하는데,
아끼다 똥되는 게
인간계 불문율이지만,
인물분석에도 해당되어서리
오래 주물러 맛탱이가 가버린 요리같이 되버렸다.

그러면, 또 어떠랴.
기훈이 아닌가.
써 내리가다 보면, 기훈이 가진 그 쩌는 매력때문에
그 어떤 막손의 평가에도 빛날 것이다.

영화판에서 발 담근 사람들 만나 보았는지?
나는 뭔 독립영화가 아니라, 
레알 독립운동 하는 사람인줄 알았다.
패기는 하늘을 뚫고 허세는 쩔고,
모든 유명배우마저도 
그들앞에선 
다 걔 혹은, 쟤였다.
(안다, 모두 다 그렇지는 않은 걸..)

올..황당한 걸. .하다가도,
그들이 버티는 그 환경을 생각하면,
그 열악함과 조악함과, 
황당할 만큼의 벌이와 대우를 생각하면,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 그 세계에서
저리라도 안하면, 어찌 버티랴 싶어
닥치고 들어 주었다.

기훈은 그런 잘나디, 잘났으니, 잘난 것외에는 
아무 것도, 아무도 아닌 곳에서
어린 나이에 한순간이나마 빛을 받았던 존재였다.

그것이 운이였던, 연대가 맞았었던
그 찬란한 빛을 홀로 선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따스하게 내 얼굴을 비추었던 모멘트를 가졌던 거다

그 순간이 각인되었는데..
그 순간을 어찌 잊으랴.

그런데, 기훈은..
고두심여사의 곱슬머리 막내
이 화상은 끝난 거라고 외친다.
나는 아니였던 거라고..
내가 여기가 아닌 거 같다고..

사람은 사는 것 자체가 굴욕이다.
생로병사..그 모든 것이 사실 거지같다.

현실이 비루하고, 고되고, 나를 농락할 수록
내가 가진 꿈은 
지렛대가 되고, 의지가 되다가, 
결국 나의 전부가 된다.
그리고, 그 꿈에 햇살이 한번이라도 장난처럼 비추었던 사람들은 
더욱 더 그 구원의 지푸라기를 놓치 못한다.

내 초라한 삶에,
내 별거 없는 일상에,
그 꿈이 있음으로 
나에게 제공되었던
요모양 요꼴인 내 꼬라지에 대한 
숱한 변명과 핑게의 탄탄한 기반인 그 꿈을
기훈은 감히 놓아 버린다

도인이 산골 산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듯
장인 또한 마스터피스를 생산해 내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막둥이 기훈이는
그 화려함의 끝판왕
그 반전의 회심의 카드로 
가진 돈에 비해 
어마 무시한 판돈이 드물게 잭팟을 터트리는 영화판을 
우산접듯 접는다.

그리고,  그가 시작한 일은  청소일이고,
그 청소일을 그는 나의 아저씨 16부작동안내내
제대로 각잡고 열심히 해낸다.

운전을 할 때도,
청소를 할 때도,
수금을 다닐 때에도..
장하게 말이다.

사람은 대부분 성인 adhd이다
본격적으로 달려 들어 집중하는 거 겁낸다.
해보지 않고는 남탓할 수 있고
가보지 않은 길은 못 가봤다고 후회할 수 있어서
한탄하면서도 떳떳하고 당당하다.

그런데, 냅다 달린후
내 실력의 그 적나라한 바닥을 보면 
이건 원망도 못하고
그냥 빼박이다.

그래서, 다들 아껴 둔 재능하나씩 키우면서 산다
노래방도 좋은 독무대가 되고,
아들놈 숙제 대신 그려준 그림도 대박이 된다.
가장 큰 재능은 
술먹고 하는 한탄이고,
못나디 못난 부모탓이며,
자꾸 걸어 나가다보면, 배우자도 걸고
먹여 살려야 할 자식 새끼들까지 걸 수 있다.


비겁하지만, 안전한 길이고,

계속하다보면,

자신까지 그리 믿게 되는 길이다.


허나, 제대로 덤벼 본 사람은 안다
깻잎 한장 차이로 나를 이겨내는 사람들이
그 깻잎 한장을 더 만들기 위해 발광했던 지난날들을 말이다.
발광이 달리 발광이 아니다.
미쳐 날뛰어 까맣게 재를 만들어 낼 만큼 불 싸질러야 나오는 빛이다.

그래서, 인정할 수 있다.
간발의 차이로 이긴 상대의 승리를..

고두심이 말한대로
기훈이는 많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나라가 토해 놓으면, 조용히 치우고 갈 것이지,
기어이 띵동하여, 나라에게 자신의 일을 알리고..
나라를 그래도캐년을 만들어,
자신을 조롱하게 판을 키우고..
그래도캐년이 찾아 오게 만들어,
자신에게 사과를 받도록 하고..
그래도캐년이 사과를 애정쨈으로 승화시켜,
서로의 상처라며 부둥켜 안다가..
다 키워 날려 보낸다.

나는 마누라의 바람보다 
마누라가 바람 피웠다는 사실을 형제들이 알게 되었을 때
이선균의 상처가 컸다고 본다.
이선균은 그런 사람이다.

그런 대문짝만한 상처를 지고,
고두심네 낡은 소파에 앉았는 이선균을 보고,
잘 나가서 훨훨 날아가는 애인을 둔
기훈이 말을 한다

사람..자기 치유능력 있다고..

그것이 모두를 위한 말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싸워, 밑바닥 보아버린 
자신과의 싸움의 장인만이 할 수 있는 말이고.

내 실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은
쪽팔리는 게..죽도록 싫은 사람들이 내리는
그래도 덜 쪽팔리는 마지못한 막다른 길이다.

그래야 다시 설 수 있거든.
판돈은 작아지고,
화려함의 디테일이 딸려도,
거기부터라도..
다시 손을 댈 수 있는 행운은
내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숱한 내 흠들로 부터 출발한다.

기훈은 그 어려운 걸 해 낸다.


이쁜 여배우가 아니라도
어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IP : 72.219.xxx.18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을
    '18.6.2 8:01 AM (14.34.xxx.183)

    참 좋은 글이네요 나랑 깻잎 한장 차이 실력으로 잘 나가는 친구들, 하지만 그 그 차이를 만들기 위한 발광을 나는 해보지 않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요
    우리 삶이 결국 도를 닦아 나가는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 2. 저도 분석해주세요 라고 하고싶은.
    '18.6.2 8:02 AM (211.36.xxx.104) - 삭제된댓글

    기훈은 가장 입제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마냥 철없고 ㅈㄹ맞아보여도, 자기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사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진짜 성숙하고 좋은사람이라 느꼈고요.

    사람ㅡ자기 치유능력 있더라, ㅇㅣ 말에 저는 실지로 힘을 얻었습니다

  • 3. ...
    '18.6.2 8:12 AM (211.187.xxx.5)

    자기 치부를 마주할 수 있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데 기훈이는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그래서 원하는 일을 하든 못하든 자신을 속이며 위선적으로 살 인물은 아니지요.
    성격이 지랄맞지만 그게 또 매력일 수 있는 이유가 겉과 속이 같은 인물이라 그렇겠지요.
    쑥마눌님 글 오랜만에 뵈니 나의 아저씨가 또 그리워지네요.

  • 4. ...
    '18.6.2 9:04 AM (59.15.xxx.145)

    쑥마눌님 기훈편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기훈이는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살아 갈 힘을 가진 케릭터로 거듭나는게
    참 좋았어요.
    되도 않는 영화판에 자신의 청춘을 갈아넣었다는 억울함에
    운이 없는 탓, 남탓만 하던 기훈이가
    ,나라'와의 교감을 통해서
    자신의 재능없음을 스스로의 입으로
    인정하면서 현실세계로 힘있게 발을 내딛죠.
    자존감을 되찾고,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서는 인물이라서 좋았어요.

  • 5. 요마
    '18.6.2 1:08 PM (175.223.xxx.150)

    잘읽었습니다

  • 6. ....
    '18.6.2 3:04 PM (49.164.xxx.151)

    저도 기훈 캐릭터도, 송새벽 연기도 너무 좋았어요.
    청소방 작은 봉고차를 친구가 몰 때는 아슬아슬하게 넘어지지않았지만,기훈이형제가 몰때는 옆으로 넘어가버리는데.
    우스꽝스러운 장면에서 마저 작가의 인생관이 보이네요.

    다시 일어설수 있다고.
    누구나 자기치유 능력이 있다고.

    그랜드캐년이 망가져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고 기쁨에 차 말하던 장면이랑 연결되어 있던거구나 싶네요.

  • 7. 하늘내음
    '18.6.15 12:11 AM (118.217.xxx.52)

    저두요!!!기훈이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직선으로 자신의 바닥도 당당히 볼수있는 뱃포가 좋았고 속과겉이 같음이 좋았어요.
    송새벽의 연기도 너무 깔끔했어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어요.

    예전에 방자전때도 송새벽 연기에 열광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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