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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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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인물분석 - 정희편

쑥과마눌 조회수 : 6,284
작성일 : 2018-05-20 09:57:34

사람이 도를 닦는데 

절안과 절 밖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정희를 보면서

세속 떠나 

머리깍고 중이 된 겸덕보다

머리는 치렁치렁하고, 

화장도 찐하고,

옷도 엠마누엘 웅가로풍으로다

소시적 패티김버젼으로 입고서

왁자지껄 술집을 하는 정희가

훨씬 제대로 도를 닦는 도인으로 보였다.



요새 여성사이트마다 시끄러운

비혼이 어떻고

기혼이 어떻고

요사이 벌어지는 그 숱한 논쟁들도

결국은 누가누가 덜 외롭고, 덜 고독하며, 덜 드럽게 혼자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대어 놓고, 

처절하게 외롭고, 고독한 모습을 보여주는 정희는

내벽이 단단하니 외벽을 붙들 수 있다는 장인정신으로

꿋꿋이 버티다가 홀로 새가 되어버려 허탈한 이선균보다

훨씬 안팎이 일관된 사람이다.


이십년이란 세월이

어찌 나를 두고 떠난 애인에 대한 감정만으로 흘릴 세월이던가


멀쩡한 육신으로 천년만년 살자고 

법적으로도 맹세하고

가족앞에서도 떳떳하게 식도 올리고

자식새끼 조랑조랑 낳아 놓고도

아침밥 잘 먹고 나서,

그날 저녁에 돌아 오지 못하는 그런 황망한 이별도..


지리멸렬하게 사네 못사네 수십년을 살아내고,

구경꾼도 지쳐, 가족도 지쳐

호호백발이 되어서도 안물안궁 싸워대며 살아가는  

잘라내지 못한 인연도..


바로 위층에 있는 살림집을 가기 위하여

일층에 손님 보내고

가게를 나와 온 동네를 돌고 돌아 

다시 돌아가는 그녀의 귀갓길도

다 절밖에서 도 닦는 사람들의 길이다.



겸덕의 마음이야 

내 알랴만은

세상을 구할 도를 찾아 산속에 들어 갔다가도

아름답고, 처절하게 외로운 여인이 있으면

중노릇 때려 치고, 뛰쳐나와 살림차리고, 

술집 셔터라도 내리는 것이

내 맘에는 더욱 부처님뜻에 합당해 보이더만


세상만사 아동바동 살다가, 

범생이 친구놈 이선균이 하는 거 보니, 

저래 살아도, 많이 억울할 꺼같고

세상에는 가망없으니, 

산속으로 들어 갔다는 

중새끼 따위가 문밖을 걸어 잠그고 닦은 도가

세상 한복판의 도에 비해 무겁다 까불 이유가 없다고 본다.


난 정희의 그 유명한 독백

손님이 없는 가게방의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면서

하루를 잘 지냈다며 해대는 그 대사를 들으면서,

도인의 염불로 들렸다.


나는 소녀적 시장길에 엄마의 짐꾼으로 셔틀을 했었다.

가난하고 알뜰한 엄마는 재래시장을 구비구비 돌며, 장을 봐서리

딴청과 시쿵둥의 달인인 나를 성가시게 했었는데..

생선을 사는 좌판에선 유난히도 나의 주의를 환기 시키곤 했다.

그 생선 할마니가 슬쩍 골라 놓은 생선을 작은 놈으로 바꾸어 놓는다면서 말이다.


딴데서 사믄 되는 그 간단한 진리를 강추하려 들썩이는 나를

그 할마니가 젊어 술꾼 남편한테 시달리고,

나이 들어 술꾼 아들놈한테 시달리고,

며느리 도망가고 손주들 맡아 키우느라 저리 산다는 말로 막았다.


저 할매,

노년의 짐같은 어린 손주들이 

사실은 짐이 아니라

저 극성의 힘이야

저 할매

도 닦는데, 우리가 보태야 한다

이번에 손주들한테 닦은 도는 허투루 안 갈끼다.

보고 배울 즈그 아베가 도망갔거든..

저리 고생한 사람은

일 놓으면, 골골 아프다 금방 죽는다꼬.


우리 엄마는 천주교인이고,

그런데, 사주를 믿고,

그런데, 또 불교도 좋아하고,

남들 도 닦는 것도 좋아해서

당췌 추측불가인 어떤 것을 믿는 사람인데

가끔씩 던진 말이 내 맘에 가라 앉아 있을때가 많다.


우리 모두 다 같이 도 닦으며 살지 않나?


사람들 많이 오가는 인터넷 어느 담벼락에

되도 않는 말 써놓고 가는 걸로도 닦고..

울적한 밤에 연예인 이야기로 니편내편 치고 받으면서도 닦고 말이다.


새벽녁에 우두커니 

그 미모로 술집앞에 앉아 있던 정희에게

짐 싸들고 길 떠나던 이지안은 

같이 도 닦는 도반의 의리로 앉았다 간다.


불 싸지를까보다고

다 늦게 강짜 부린 정희를 찾아 온

겸덕에게 이선균이 안겨준 미친년 꽃다발

그 꽃다발과 승녀복의 콜라보는 청혼으로 딱인데..

와서, 같은 말 하고 지 편하자고 가버린 겸덕은 여전히 도를 한참 닦아야 하는 레벨따위다


그래서, 정희는.. 

정희는 겸덕의 말로 위안이 되었을까?

그 꽃다발은 도를 닦는 정희의 앞에 바쳐진 공양같은 거.

그 뿐이다.


그래도, 정희를 안아 주고 싶다

정희보다 새끼가 있고, 남푠이 있고, 가족이 있어서 여유로운자의 아량이 아니라

일찍 오고, 늦게 오고의 차이일뿐

정희가 가는 처절하게 외로운 길은

언젠가는 모두가 합류해야  

사람의 그 본연의 길이자 도.

그 도를 여봐란 듯이 감추지 않고 

열심히 닦고 있어서 이다.


IP : 72.219.xxx.187
3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애청자
    '18.5.20 10:08 AM (39.7.xxx.204)

    저도 정희 캐릭터 마음에 들었어요
    뭐든 다 그럴수 잇는 일이라고 이해해줄거 같아서요
    그런 친구 있었으면 하고 바랄수는 있지만
    그녀의 인생여정은 참 안타깝네요
    연인이 떠나버려서가 아니라 왜 그걸 20년이나 버리지 못하는지...그게 안타까워요

  • 2. 쑥과마눌
    '18.5.20 10:10 AM (72.219.xxx.187)

    ㄴ 저도 왜 20년?
    안타까와 한참을 생각했는데,
    그녀가 수도승같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도인이라 그런듯요.
    왜 그가 떠났을까..그 화두로 이십년요.

  • 3. ..
    '18.5.20 10:26 AM (182.228.xxx.37)

    겸덕으로 인해 도닦는 도인처럼 정희는 변해간거겠죠?
    겸덕이 절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또래의 비슷비슷한 여자들처럼 살았을거고 또 어쩌면 더 철딱서니 없는 여자였을지도 몰라요 ㅎㅎ
    겸덕이 절로 들어간 계기가 명확하게 와닿지는 않은데
    나중에 겸덕이 절에서 내려올수도 있을듯해요.한번 오기가 힘들지 정희를 찾아온것만으로도 그런 희망을 갖게 되네요.

    다른 인물편도 써주세요^^

  • 4. ..
    '18.5.20 10:28 AM (211.176.xxx.202)

    글이 참 좋네요. 드라마보며 늘 정희가 묵직하게 다가왔는데 ...

  • 5. 와우
    '18.5.20 10:34 AM (122.37.xxx.121)

    글로 도를 닦는 작가신가요?
    저장합니다^^

    기훈이 유라에 대해서도 써주세요~

  • 6. 쑥과마눌
    '18.5.20 10:47 AM (72.219.xxx.187)

    ㄴ 맞아요, 겸덕때문에 많이 영향을 받았겠지요.
    그러나, 겸덕은 겸덕의 길을..정희는 정희의 길을 가겠지요.
    겸덕이 산사에서 면벽수도 한다고, 자물쇠 채우는 장면을 보고..스님, 머셨어요..했네요.

    차라리, 이지안을 데리고, 누운 정희가 제대로 도를 수행하셨다는 느낌이 팍 오더군요.

    ㄴ 정희가 목에 가시였어요. 늘 걸리고..

    ㄴ 도는 팔이쿡 아줌들 모두가 닦는 것이랍니다. 유라는 관심없고요. 이쁜것들..쳇
    기훈이는 막내죠? 막내는 관심있어요 후후

  • 7.
    '18.5.20 10:53 AM (223.62.xxx.225)

    쑥과마늘님, 글 좋네요. 석탄일 이브^^ 선물 같달까.

    엄마 형제 중에 수도자가 많아요. 수도자 형제들이 힘들다 넌 좋겠다 징징대면, 이러셨어요. 결혼생활은 홀로 사는 수도생활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수도생활이다. 길도 잘 보이지 않는.

    저도 엄마 말 중에 흘려듣고 귀찮아하는 말들 많지만,
    가끔 원글님처럼 내 맘 속에 가라앉아 있는 엄마의 말들을 나이들며 발견합니다.

    감사해요.

  • 8. 아 ~
    '18.5.20 11:06 AM (211.208.xxx.61)

    쑥과마늘 닉네임으로 검색해도 글이 안 보이는 건
    왜 일까요?
    아쉽네요 ^^

  • 9. 쑥과마눌
    '18.5.20 11:07 AM (72.219.xxx.187)

    ㄴ 그러고 보니, 석탄일이 이 근처인듯요.

    맞아요. 살아 보니, 사는 게 도 닦는 일이네요.

    그래도, 엄니는 수도자 형제들이 있어, 훌쩍 만나러 가는 날도 있고..그러시겠네요.

    저도 감사해요

  • 10. 쑥과마눌
    '18.5.20 11:08 AM (72.219.xxx.187)

    ㄴ 자세히 보세요.

    마늘 아님. 마눌! 쑥과마눌

    쑥과 마늘을 많이 먹으면, 마눌이 된다고 그리 지었어요. ㅎ

  • 11. 아~
    '18.5.20 11:10 AM (211.208.xxx.61)

    글군요. 팬 한명 추가요^^

  • 12. 배고파
    '18.5.20 11:13 AM (211.59.xxx.122)

    정말 제가 본 정희의 느낌을 잘 해석해주셨네요
    원글님의 글솜씨가 너무 부럽네요 ^^

  • 13. 배고파
    '18.5.20 11:15 AM (211.59.xxx.122)

    저도 원글님 다른글 찾아보고싶어요~~

  • 14. aa
    '18.5.20 11:16 AM (115.88.xxx.75)

    아니 쑥과마늘님은 어떤분이신가요......?
    어제 사채업자 광일이에 이어 오늘 정희 이야기..정말..
    드라마만큼 몰입하게 되는 멋진 글이예요

  • 15. 쑥과마눌
    '18.5.20 11:18 AM (72.219.xxx.187)

    ㄴ 감사해요.

    팔이쿡이 정리하면서 예전 게시판에 썼던 글들이 많이 안보여요.
    블러그 있으니, 와서 보셔요.
    어차피 공개된 거, 다시 풀어 봅니다.

    blog.naver.com/miraclekim2

  • 16. 비루
    '18.5.20 11:24 AM (220.78.xxx.202)

    글이 너무 좋아 저장 좀 할게요^^

  • 17. 방금일어나서
    '18.5.20 11:45 AM (175.223.xxx.191)

    이불속에서 읽고 있다가
    눈물이나서 이불로 눈물닦고 있네요.

    그러네요.
    정희가 겸덕보다 한수위의 도를 닦고 있네요.

    정희 정말 너무 짠해요.
    저도 정희처럼 일터랑 집이랑 한곳이예요.
    저도 퇴근할집이있었으면 좋겠고...

    새벽에 자려고 누우면
    출근하는 사람들 발자국소리에 쓸쓸해지고....

    도대체 박해영작가님은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각각 다른 사연의
    등장인물들의 삶을 저리 잘 알까요?

    그 각자의 심정과 고달픔을
    어찌저리 잘 알까요?

    암튼...

    쑥님 글 정말 너무 좋습니다.
    그 생선가게 할머니 손주들은 잘 살고 있으려나...

  • 18. 방금일어나서
    '18.5.20 11:46 AM (175.223.xxx.191)

    블로그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19. ..
    '18.5.20 11:53 AM (114.204.xxx.159)

    저도 원글님처럼 느꼈어요.

    그리고 겸덕은 정희를 평생 놓지 못할거에요.

    동훈을 데려다주면서 정희를 보고 그 밤에 면벽 수행을 하고
    정희가 찾아온날 문을 걸어잠그고 밥도 먹지 못하고 끊어내려던 마음은 정말 잘라졌을까.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대신 깨달았겠죠.
    정희가 저를 잊지 못해서 겸덕이 또 정희를 담고 있던게 아니라
    겸덕이 정희를 놔주지 않았다는거.

    그래서 찾아가 너를 잊었다고 이제 너를 봐도 괜찮다고
    없는 마음을 지어내고

    정희가 자신을 털어버리길
    그래서 겸덕 자신도 정희를 놓아버리길 바라는거라고.

    그래서 겸덕이 하수라 느꼈어요.

    사람 마음 하나 제대로 보듬어주지도 거두어주지도 못하면서
    뭐 그리 거창한 도를 논하는지.

  • 20. 쑥과마눌
    '18.5.20 11:53 AM (72.219.xxx.187)

    ㄴ 감사해요

    ㄴ 제가 어렸을적에, 가게 한 구퉁이 방에 산 적이 있지요.
    엄마는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고생스러웠는데..
    애들을 늘 보니깐 안심되었다고.
    그냥 보기만 하셨음.

    다시 새벽에 자려고 누워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이리 외치셈. 이젠 당신들 차례! 고생들 하셔~난 이젠 휴식이영~ㅋ

    박해영 작가는 따스함을 숨길수 없는 작가고요.
    글 완성도도 이번이 최고인듯요
    이딴 식으로 드라마 쓰시면, 문학이 진심 많이 힘들어질듯요.

    생선가게 할매는 술꾼 할배가 돌아 가신후 얼굴이 활짝 피어서 회춘을 하시고,
    손자손녀는 다행히 무럭무럭 자라나서, 짠한 맛이 가신 탓에
    우리 엄마가 대놓고 장사 그딴식으로 하지 말라고 가끔씩 쿠사리를 준다고 하십니다.

  • 21. 쑥과마눌
    '18.5.20 11:58 AM (72.219.xxx.187)

    ㄴ ..님, 동감요

    절밥을 길게 먹으면 뭐한데요.
    정희가 가서 외친 소리에 찍소리도 못할 레벨인 것을요.
    세상속 악다구니 속에 염불이 있고요.
    가난한 사람들 사는 동네 벽에 진리가 쓰여 있다고 사이먼가펑클은 노래했다고요!

  • 22. 부추달래
    '18.5.20 12:01 PM (223.62.xxx.95)

    글 잘 읽었습니다 울림이 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겸덕이 하는 수행의 길과 정희의 길이 다르지 않다는 말엔 동의하지만 .. 수행의 길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어차피 출가인과 세속의 삶은 가고자하는 방향도 다르고 지향하는 바도 다릅니다
    정희처럼 살면서 도를 얻을수 있다는 말도 맞지만
    과연 정희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본인의 미치도록 외로운 삶이 도를 향한 환희의 순간으로 느껴질까요?
    겸덕이 사람을 죽이고 찾아와 도망가자 말하면 주저없이 따를 여자가 정희랍니다. 사람들은 고통에 찌들린 상황을 보면 도닦는 심정으로 견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도는 결코 고통의 순간에서는 찾을수가 없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길 고행에서는 깨달음을 얻을수 없다 하셨지요. 아마 겸덕이 정희와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는건 여전히 평정을 찾지못하고 치열하게 마음을 다스리려 애쓰는 부분에서 인듯합니다. 정희의 20년을 그도 여전히 놓아버리지 못했음을 .. 그리고 거기서 겸덕이 절을 나와 정희 옆에 있을거란 추측도 가능할 법 합니다
    겸덕의 길과 정희의 길이 같지 않음을 분명히 나눌수 있는건.. 죄에 대한 인식입니다 . 수행자는 산속에 살며 자신이 저지를수 있는 모든 죄를 차단시킵니다.
    하지만 정희는 그 외로움에 못이겨 언제든지 죄를 지을 준비가 된 사람입니다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줄수있는 정희는 .. 안타깝게도 도를 닦고 있는게 아닙니다. 자신의 결핍을 타인에게 구하는 자세는 결코 깨달음으로 갈수 없습니다. 겸덕은 대자유인입니다 나의 결핍과 아픔을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메꾸며 그 누구도 의지하지 않습니다.
    겸덕과 정희의 인간적인 면모는 닮았지만 가는 길은 같지 않습니다.

  • 23. 눈빛
    '18.5.20 12:08 PM (24.57.xxx.110)

    지난전 저의(외 많은) 부탁에 이렇게 쑥과마눌님이 덤덤한듯 여전히 시크 딴청식을 풀어준 글을 보니 너무 좋고..반가워요.^^
    정희의 사무치는 외로움과 서글품 웃음속에 늘 드리워진 촉촉한 눈가가 왜 더 저미게 저를 아프게 했는지 님 덕분에 더 선명해졌어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그 시장통 할매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생선파시며 살기를 바라구요. 따스한 글입니다.

    아참..저장은 어떻게 하는건가요?

  • 24. 눈빛
    '18.5.20 12:09 PM (24.57.xxx.110)

    지난번 ㅎㅎ

  • 25. 쑥과마눌
    '18.5.20 12:10 PM (72.219.xxx.187)

    ㄴ 부추달래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실 이 리뷰를 쓰면서도, 제대로 정진하고 계시는 수도자께 누가 될까바 고민했습니다.
    수행자의 결심과 결단을 가벼이 보지 않고, 그들이 전 인생을 걸고 가는 그 길에 존경을 보냅니다.

    제가 쓴 이 글은 외로움에 치를 떠는 정희에게 몰입하여, 정희 편에 서서 일방적으로 쓴 글이니,
    참고하여 봐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일반인도 제대로 그 고독과 대면한 사람은 외로움을 못이겨 죄를 짓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열매의 형식만 다를 뿐, 그들도 세상속에서 깨우치기 때문이지요.

    부추달래님의 글은 오랫동안 생각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6. 부추달래
    '18.5.20 12:11 PM (223.62.xxx.95)

    그럼에도 겸덕보다 정희에게 이끌리는 마음은..
    혼자 이겨내야할 일이라며 사람 좋게 웃음 지어줄 겸덕보다 같이 술한잔 기울이며 나대신 욕도 해주고 같이 울어주고 취한 밤 이불 깔아주며 자고 가라고 해줄수 있는 사람이 .. 우리에게 절실하기 때문아닌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픈 마음은 본능이고 결코 놓아버리기 힘든 마음입니다. 겸덕은 그것을 버리기 위해 애쓰고 우리는 의지처를 찾아 해매는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 27. 쑥과마눌
    '18.5.20 12:14 PM (72.219.xxx.187)

    ㄴ 눈빛님 열화와 같은 성화에 덜 뻘쭘하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쓰다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또 손가락이 길을 찾게 해주는데..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 아니라, 자꾸 게을러 진답니다.

    그 할매는 우리 엄마랑 옥신각신 흥정을 하며, 목하 장사중이시며,
    속 썩이던 할배가 죽고 회춘하고 계셔서, 엄마의 마구 질투를 받고 계십니다

  • 28. 쑥과마눌
    '18.5.20 12:30 PM (72.219.xxx.187)

    ㄴ부추달래님 글이 참 좋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러합니다.
    의지처를 찾아 헤매고, 누구라도..
    심지어 쓰레기 같은 인간도 붙잡고, 놓아 주지 못하지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잘라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가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정희가 세수를 하면서, 한동작 한동작을 풀어 내는 말을 하고...
    자신의 집을 돌아돌아 다시 들어가고..하는 그 장면들이 수도자의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속세를 버리고 간 겸덕에 대한 사랑이나 집착 의지로만 보였던 장면이
    이십년이라는 세월속에..그리고,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생활의 단면들 속에 ..
    사실은 인간 본연의 고독함과의 싸움같이 보였답니다.
    처음의 시작은 사랑하는 연인과의 날벼락 같은 이별이였지만,
    나중에는 살아가면서 우리가 겪는 수많은 이별과
    궁극에 가서 홀로 만날 죽음이라는 이별과의 싸움과 연습으로요

    생각할 꺼리 많이 주셔서 감사해요^^
    진심으로요..

  • 29. 바람과나무
    '18.5.20 1:02 PM (211.211.xxx.142) - 삭제된댓글

    원글님이 바로 위에서 쓰신 "처음에는 속세를 버리고 간 ... 이별과의 싸움과 연습으로요"라는 문단을 읽고 나서야 제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 길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 자신의 길을 바꾸기도 하면서요. 정희는 정희의 길을 가고, 겸덕은 겸덕의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요. 겸덕이 울부짖는 정희를 만난 후에 문을 걸어 잠그고 면벽 수행을 한 것은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대자유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어떤 문제가 있음을 알아챘기 때문이겠지요. 겸덕이 승복을 벗고 정희에게 꽃다발을 들고 나타났다면 정희가 과연 행복하기만 했을까요?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까지나 현재진행형이겠지요. 원글님의 말씀처럼 궁극에 가서 홀로 죽음을 만날 때까지요. 겸덕이 울부짖는 정희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도 이별과의 싸움을 했을지 모르지만, 다시 정희를 만나러 갔을 때 더이상 그는 이별과 싸우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외면했던 이별과 마주설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겸덕이 정희를 만나러 간 것은 정희도 그런 싸움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 하겠지만 저는 정희가 그렇게 살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희니까요. 쓰고 보니 뻘소리네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원글님~

  • 30. 새벽의길
    '18.5.20 1:39 PM (211.206.xxx.58)

    http://star.mt.co.kr/stview.php?no=2016073017013367052

    박해영 작가 부군이 재작년에 중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지셨더라구요.. 저는 이 기사를 접하고 정희가 작가의 페르소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31.
    '18.5.20 1:54 PM (210.94.xxx.156)

    쑥과 마눌님, 부추달래님 글 모두 좋네요.
    좋은글, 행복하네요.
    저역시 정희에 감정이입해
    겸덕보다는 정희가 한수위라는 생각을 했었네요.
    한사람은 산속에서,
    한사람은 세상속에서. .
    그래도 정희가 외로움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사람같지는 않아요.
    득도가 뭔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으나,
    산속의 겸덕보다는
    정희가 더 처연해보여요.

  • 32. ..
    '18.5.20 2:57 PM (223.39.xxx.55)

    제일 부러운 인물이 정희였어요.
    겸덕을 찾아가서 찾아가서 소리지를수 있어서.
    어린시절 누군가를 좋아했어요.
    먼저 고백하거나 티를 내는건 내사전에 있을수도 없었던 일..
    처음부터 성직자의 길을 갈거란걸 알고있었기에 내가 할수있는건 그저 그사람이 본인이 원하는 길을 갈수있게 기도해주는거 그거밖에 없었지요.
    남들은 꽃같다는 20대를 연애한번 안하고 살다보니 마음속에 뜨겁던 돌이 오래된 책갈피속 꽃잎같아지더군요.
    그리되기까지 이십년 가까이 걸렸던거같네요.
    지금은..ㅎㅎ
    그저 웃지요.
    정희는 소리내서 말한번 못해본 내 젊은날대신 소리쳐주는것같았네요.

  • 33.
    '18.5.20 4:14 PM (112.140.xxx.153)

    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들은 정말정말 많네요~
    다시보기위해 저장할게요

  • 34. 오오오
    '18.5.20 5:16 PM (93.82.xxx.94)

    님 어머님 이야기 더 듣고 싶어요

  • 35. 글 감사해요
    '18.5.20 6:09 PM (116.36.xxx.231)

    원글 댓글 다 가슴에 와닿네요.
    읽으면서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 36. 워매 좋아요
    '18.5.20 11:52 PM (220.118.xxx.242)

    마음이 찌릿해용

  • 37. 애기배추
    '18.5.21 1:30 PM (113.10.xxx.150)

    우와 글 너무 좋아요. 다른 인물편 올라왔나 기다리게되네요~^^

  • 38. ㅇㅇ
    '20.6.21 7:35 PM (128.134.xxx.29)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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