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세상이 무너져도 토, 일요일 말고는 항상 출근해야 합니다.
남편도 일하느라 힘들고, 나도 일하느라 힘든데.....-_-
밤에만 사람이 있는 집구석인데도 왜 이렇게 먼지, 머리카락, 털, 부스러기 외 기타 등등의 생활 부산물은 많은 건지.....
쩝, 이건 순전히 완전 잘 먹는데다가 외쿡인처럼 가슴부터 배까지 털이 부숭부숭 난 남편 탓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내가 게을러서가 아니야..... 치우는 속도보다 빨리 더럽히는 남편이 문제야.....(허리까지 내려오는 내 머리카락은 이 순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처음엔 무식하게 몸으로 떼웠더랬습니다.
힘들더군요. 그리고 짜증나더군요.
넘치는 짜증을 남편에게 풀자, 남편이 억울해 합니다.
"아침 8시에 나가서 밤 10시나 되야 들어오는데 도대체 집안일을 언제 도우라는 거냐! 주말엔 너랑 같이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바쁘고..... 그리고 주말엔 내가 청소기라도 밀고 음식물쓰레기라도 버리고 오잖아! 나도 집안일 같이 못 해줘서 미안하긴 한데 퇴근하면 잘 시간이고 주말엔 나갈 일이 많은데 어쩌라고! 밥 차리는 게 힘들어서 그러면 굶을까?!!"
굶긴 나도 싫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남편이 많이 미안해하며 립서비스라도 열심히 했던지라 더 못 살게 굴고 싶지도 않습니다.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직장을 때려쳐?
.....-_- 오전 10시까지 출근하고 오후 6시면 칼퇴근인데다가 내 집 근처이고 근무 시간에 책 읽고 인터넷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으면서도 한달에 150에 +@로 20~30쯤 더 받는 직장 드뭅니다.
아까워서 이건 안 되겠습니다.
도우미를 불러?
나 보기보다 예민해서 남편 말고 다른 사람이 내 집에서 뭔가를 만진다는 걸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가끔은 남편도 내 물건을 내가 정리해놓은대로 해놓지 않으면 짜증나는데..... 내 성질머리를 누가 다 맞춰줄 수 있나 싶습니다.
암만 생각해봐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이대로 무식하게 몸으로 떼우는 게 정답인가? 하지만, 힘든 걸? 안 돼. 이대로는 악순환의 반복일 뿐이야..... 어쩔 수 없이 안 치우고 살아야 하나? 오, 그건 안 돼. 차라리 내가 직장을 때려치는 게 나아.
나는 수거받침을 사는데도 이주를 고민하는 여자입니다.
당연히 얼굴에 살이 쏙 빠질 정도로 혼자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고뇌와 번민으로 고통에 찬 시간을 보내는 어느 날, 구원이 찾아왔습니다.
게시판에서 본 식기세척기 사용 후기, 그리고 로봇청소기 구매 후기.
글로만 봐도 이것은 정녕 신세계.... 보라, 금전과 기계의 힘이 너를 축복하리라.
새로움에 깨이신 선지자, 만세!
뭔가를 살 때 무던히도 오래 고민하던 내가 이번에는 일주일만에 두 물건을 한방에 질렀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과연 상상했던 것과 비슷할 것인지 의심했던 나는 또 일주일만에 유레카를 외치게 됐습니다.
레알 신세계!!!!!!!
남편도 같이 외칩니다.
진작 사지 그랬어!!!!! 이제 집안일은 대충 하고 너는 나랑 손 잡고 같이 노는 거야!!!!! 나 너랑 못 놀아서 그동안 심심했다고!!!!!
남편이 골프치러 가고 한가한 토요일, 이번에는 또 어느 선지자께서 게시판에 경험담을 올리셨던 빨래건조기에 눈이 감니다.
사까마까신이 접신하셨습니다.
아, 이달에는 추석도 있고 뉘집 애들 돌이라고 오라는 곳이 3곳이고, 남편 친구도 결혼한다고 부르던데.....
월급이 스쳐지나가는 통장을 떠올리며 접신을 뿌리치려는데, 저만치서 선지자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하네요.
세면타올이 뽀송뽀송!!!!!!
.....ㅜ_ㅜ
사까마까신은 절 떠나질 않네요.
어쩜 좋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