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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중3 피아노 시작하는 아들..

작성일 : 2017-10-12 11:02:02

16살 아들이 좋아하는 것.


뮤지컬과 음악영화와 축구에요.


축구는 점심시간에 급식도 안먹고 할 정도로 좋아했어요. 요즘은 약간 사그라든거 같긴해요.

친구들이랑 축구할때가 학교 생활의 에너지라고~


뮤지컬은 한번 봤다하면 거기 나오는 노래에 꽂혀서 살아요. 너무 좋대요. 자긴 뮤지컬 보면 막 소름끼친다고 하대요.

집에서 엄청 따라 부르고, 한동안은 질릴때까지 듣는거 같아요.

물론 요즘 아이처럼 힙합도 좋아하구요. (쇼미더머니는 저랑도 같이 봐용^^)


음악이 많이 나오는 영화도 엄청 좋아해요. 추석연휴때 싱스트리트 라는 영화를 봤는데,

학교에서 원어민 선생님이 추천해주셨다고 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요즘 또 그 영화 ost에 꽂혔네요. (안보신분 강추^^)


이 녀석이 저번달부터 피아노를 시작했어요.

초등때는 한번 배워보라고 꼬셔도 절대 안한다던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라구요.

집 근처에 피아노 학원에 전화로 여쭤봤더니, 선생님이 아이를 무척 궁금해 하시더군요. 그런 아이 많지 않다고..

학원 다녀온후 어땠냐고 물으니..선생님이 왜 피아노 배우고 싶냐고 물어봤대요.

자기는 기쿠지로의 여름 이란 일본 영화에 나오는 피아노 곡 summer을 연주하는게 목표라고 했다고~

선생님께서 기초 배우면서 동시에 summer도 같이 배우게 해준다고 해서 너무 좋대요.

예전 저희 어릴때 바이엘 뭐 그런게 아니라 요즘은 책이 많이 바뀐거 같더라구요. (저도 피아노는 못쳐요)

매일 학교 끝나면 집에 와서 샤워하고 피아노 치러 갑니다.

공부는 집에서 영어 공부만 하고, 다른 학원은 다니질 않아요.

고등학교는 특성화고 가기로 결정했어요. (요리 배울거에요)

그렇다고 성적이 아주 바닥은 아니고, 중간정도는 합니다.

책을 읽으면 바로 잠드는 특수한 체질을 가져서....(누굴 닮았는지 싶지만.. 제가 가끔 책 읽다 기절하듯 자네요 ㅠ)

대신 학교 수업시간에 잠은 안잔다고 해요. 자기는 나름 수업에 집중한다더군요. 믿어야죠 암~~

언젠가 제가 물었죠. 지금 공부 열심히 해봐야 나중에 후회가 없지 않을까? 했더니.

엄마 그러다가 죽으면 어떡해..공부만 하다가....(뭘까요? 이 아이 머릿속은 뭘까요? ㅎ)

그래 그럼 너무 아깝긴 하겠다 했죠. 맞는 말이긴 한거 같아서..ㅎㅎㅎ

집안이 금수저도 아니고, 원하는걸 전부  팍팍 지원해줄 형편은 아니지만,

아이가 좋아한다는거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게 있으면, 해주게 하고 싶은게 부모 마음인가봐요.

어제는 퇴근하고 집에 가니,  엄마 나 이제 양손 조금씩 쳐요 하면서 핸드폰에 summer 녹음한거 들려주더라구요.

집에 피아노가 없어서 학원에서만 연습하는데도 벌써 양손을 하네요. 천잰가봐요 ㅎㅎ

저한테 왜 진작 피아노 안가르쳐줬냐고 말하길래.. 난 너 어릴때 분명 물어봤었다고 하니..자긴 기억이 없대요.

앞으로 다 적어놓고 녹음도 해놔야겠어요.


퇴근 길에 라디오에서 조지 윈스턴의 THANKS GIVING이란 곡이 나왔는데, 넘 좋더라구요.

집에 와서 아이에게 같이 들어보자고 했어요. 아이가 무척 좋아하네요.

비도 오고 쌀쌀한 가을 저녁,

된장찌개 끓이며..

음악이 가득한 집이 (비록 내집은 아니여도..ㅠ)

아이와 함께 하니 너무 행복했습니다.


p.s...

작은 아이는 그림 그리는거 좋아해요. 집에서 내내 그리고 있거든요 ㅎㅎ

저요? 저도 악기 하나 배우고, 드로잉 수업 받으러 일주일에 한번씩 갑니다.

저렴하게 동네에서 가르쳐 주는 곳이 있거든요.

딜레당트란 프랑스어가 있어요. 예술을 직업으로 하진 않지만 즐기는 사람이라고..

직업은 따로 있어도, 예술을 즐기는 삶이 저에겐 가치 있다고 느껴져요.

우린 어찌보면 모두 예술가인데,

사는게 힘들어서, 잊게 되나봐요.

남이 하는걸 보는것도 좋지만 잘하진 못해도 내가 하는게 얼마나 즐거운지..

먹어 봐야 맛을 알듯이, 직접 해봐야 그 즐거움을 더 알지 않을까 싶네요.











IP : 211.105.xxx.177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성이 살아있는
    '17.10.12 11:06 AM (73.176.xxx.94)

    멋진 아드님이시네요.

  • 2. ㅎㅎ
    '17.10.12 11:08 AM (182.225.xxx.22)

    아침부터 원글님 글 읽으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싱스트리트 영화 저도 보고 싶네요.
    좋은 음악을 듣는것도, 내가 직접 연주를 해보는것도, 글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요리를 하거나.
    뭔가 삶의 여백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그런 게 있는것 같아요.ㅎㅎ

  • 3. ㅡㅡ
    '17.10.12 11:09 AM (1.236.xxx.20) - 삭제된댓글

    좋아하는게 있고
    그걸 즐기며
    팍팍한 삶에 활기를 주머 살수있는거
    이거 굉장한 축복이예요
    하고싶은거없고 즐거운것도없다는게
    얼마나 힘든데요 돈을떠나서요
    이 아침 답답한일이 있었는데
    글 읽으며 부럽고
    좋네요
    행복하세요~

  • 4. ^^
    '17.10.12 11:14 AM (115.139.xxx.153)

    댓글 달러 로긴 했어요
    글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원글님이 멋지시니 아이들도 멋진거지요
    음악이 흐르는 집
    상상만 해도 행복합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요~~

  • 5. 플럼스카페
    '17.10.12 11:18 AM (182.221.xxx.232)

    저희 아들...초딩...이 히사이시 조 음악을 좋아해서 피아노 시작한 케이스라 반갑네요^^* 말씀하신 summer 가 계기였어요. 요즘은 인생의 회전목마 치고 있어요. 저희 아들은 음대 가고 싶다는데...그냥 보고만 있어요^^;

  • 6. 음음
    '17.10.12 11:26 AM (112.216.xxx.202) - 삭제된댓글

    엄마가 예술을 좋아하셔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물들었네요 ^^
    참 보기 좋아요~
    여기 게시판에서 본 엄마 모습중에 제일 마음에 듭니다!!! 멋지세요!!

  • 7. ㅋㅋㅋ
    '17.10.12 11:27 AM (175.223.xxx.114)

    좋은 현상이네요..
    저도 아들한테 말해요..각서 쓰라고..
    맨날 기억 안난다 해서리....

  • 8. ...
    '17.10.12 11:43 AM (183.98.xxx.95)

    예술가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근데 직업을 가져야 먹고 사니..요즘은 프리랜서가 많으니 인생을 즐겁게 살수 있을거 같아요
    예전에 획일화돼서 어디 취직 못하면 완전 바보 취급을 받았으니..

  • 9. ..
    '17.10.12 11:48 AM (1.221.xxx.94)

    멋있는 아드님 두셨네요
    부럽습니다

  • 10. 쓸개코
    '17.10.12 11:51 AM (218.148.xxx.130)

    원글님도 좋은엄마같으시고 아이가 참 매력있네요.^^
    댓글님들처럼 저도 읽는내내 미소지었어요.

  • 11.
    '17.10.12 12:03 PM (221.165.xxx.224) - 삭제된댓글

    모자가 참 멋지네요~

  • 12. 간혹
    '17.10.12 12:18 PM (211.36.xxx.161) - 삭제된댓글

    그런 학생이 있어요
    몇 달 안걸려 몇 년씩 친 학생들보다 더 잘해요
    우리나라는 피아노 교육과정이 문제에요

  • 13. ㅇㅇ
    '17.10.12 12:19 PM (125.129.xxx.145)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 줄 알고..
    또 그것을 향해 살아가는 삶..
    행복하실 것 같아요
    아드님 부럽네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구체적으로 알고 실천하는 삶..
    이제야 깨닫고 그렇게 살고 싶은데 이젠 나이가 너무 많네요

  • 14. 샬랄라
    '17.10.12 1:07 PM (125.176.xxx.237)

    참 재미있게 사시네요

    댓글 다시는 분들도 즐거워 하시고

    저도 어른이되어 엄마에게 왜 피아노 안 가르쳤냐고 물어보니
    몇 번 이야기했는데도 동생은 배웠는데 저만 안한다고 했다더군요

    속으로 강제로라도 가르쳐 주셨으면
    생각은 몇 번해 보았는데
    제 성격에 그런 방식은 불가능 일거에요

    원글님 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드님이 다음에 후회를 적게 할 수있게
    원글님이 아드님이 했으면 하는 것을 원글님이 집에서 아이들이 볼 때 좀 해보세요

    예를 들어 아주 재미 있는 책을 추천 받아 애들 보는 곳에서 재미있게 또는 집중해서 보시면 아드님이

    엄마 정말 재밌어 라고 물어 보면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좀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일이 반복이 되면 더 효과가 있겠죠

    자연스럽잖아요

    그런 것이 어디 피아노 뿐일까요?
    지금 생각해 봐도
    이것도 배웠더라면 저것도 배웠더라면
    많습니다

    어른이 되어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배워봤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잘 안되었어요

    그림도 잘 그렸으면

    외국어도 몇 개 잘 했으면

    ................

  • 15. 넌 나에게 언제나 태양이다
    '17.10.12 1:08 PM (211.105.xxx.177)

    댓글 감사합니다.^^
    플럼스카페 님 아드님도 summer가 계기였다니~ 와~~그 곡의 끌어당기는 마력? 매력이 확실히 있나보네요. 아이 키우면서 사춘기가 중요하잖아요. 죽네 사네하면서리..ㅎㅎ
    전 아이의 감수성이 폭발하는 시기가 바로 이때 인거 같아요.
    돌이켜보면 저도 그때 음악도 많이 듣고, 노트에 끄적끄적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었죠.
    지금보다 훨씬 아나로그적인 세대여서 더 가능했구요.
    저희 부모님이야 일하시느라 바빠서 제 진로에 대해선 그저 제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맡겨두셨죠.
    엄마는 후회하시는게 저 미술공부 안시킨거라고 가끔 얘기하세요. 그래도 뭐 전 괜찮아요.^^
    인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로 가진 않아도, 돌고 돌아 언젠간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간다는거 믿고 싶어요. 그래서 중년이 된 지금도 난 그냥 나로 머물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고...내가 금전적으론 풍족하지 않을지라도, 그거야 노력하면서 일하면 되는거고...내면만큼은 내 주변상황에 굴하지 않는 스스로의 나를 만드는게 꿈이랍니다.

  • 16. 예삐언니
    '17.10.12 1:53 PM (118.221.xxx.39)

    너무너무 멋진가족이네요.
    아.. 축쳐진 일상을 깨우는 글 정말 감사드려요.
    아이가 하고싶은일이 있는것만도 하늘에 감사할일이지요..
    부모님을 보며 고대로 이뿌게 자란 아이들이 떠올라 제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네요!!
    저도 댓글 달려고 로긴했어요~~

  • 17. 긍정이필요해
    '17.10.12 2:32 PM (220.124.xxx.167)

    이 글을 읽어 행복한 오후입니다. 아들 키우는 엄마로 원글님의 자세 또 한 번 배우게 됩니다.

  • 18. 비많이와요
    '17.10.12 3:54 PM (121.144.xxx.93)

    이 아이는 인생이 참으로 풍요로울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느끼고 배울 수 있어 부럽네요.
    우리 아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 19. 피아노강사예요
    '17.10.12 6:12 PM (221.145.xxx.131)

    지금이순간 가르쳐 주고 싶네요
    청소년 학생들을 가르쳐요 20년 됐어요
    본인이 원해서 배우고 경과도 좋고
    꾸준히 하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멋진 어른이 되어있더라구요

    아드님 기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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