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gi87’은 29일 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지금 위기에 처한 것은 곽노현이 아니다’란 제목의 글(☞ 글 보러가기)에서 “오세훈 물리칠 때는 트위터의 힘을 예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트위터 민심을 체크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앞서 지난 26일 박명기 교수가 긴급 체포되고 <동아일보> 단독 기사에 이어 검찰발 기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전국이 ‘박노현 태풍’에 휘말렸던 당시 트위터러 ‘hagi87’은 28일 오후 “곽노현 사건을 차분히, 냉정하게 바라보자는 역풍 불기 시작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급제동을 걸었다. 그는 차분하게 법조항과 정황 등을 짚어가며 반박 논지를 제시해 트위터러들의 많은 호응을 끌어냈다. 네티즌들은 “노무현 죽이기와 완전 판박이 닮은꼴이다, 또 다시 후회해선 안된다”며 ‘폭풍알티’를 했고 검찰 수사에 대한 반박 멘션을 쏟아냈다.
‘hagi87’은 이날 글에서 “직을 상실하더라도 곽노현은 경제적으로는 어려워져도 최소한 명예는 유지한다, 이광재나 문국현의 경우와 같기 때문이다”며 “그렇다면 진짜 위기는 누구에게 찾아올까”라고 따져나갔다.
먼저 민주당의 행보와 관련 그는 “박지원의 강경발언은 거의 홍준표를 연상시켰고, 여기 부담을 느낀 손학규의 김가도 아니고 박가도 아닌 발언은 그가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임을 각인시켰다”면서 “민주당은 적어도 정치꾼들이라면 이 사건에서 대중들이 옳건 그르건 간에 노무현 데자뷔를 보고 있음을 읽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함으로써 앞으로 ‘호남 자민련’ 이미지를 재확인시키고 말았다”면서 그는 “한나라당보다 더 큰 목소리로 사퇴를 외쳐대는 박지원, 추미애의 모습을 보면 ‘혹시 박태규한테?’ 이런 의심이 들 지경이다”고 꼬집었다.
<한겨레>, <경향>, <오마이> 등 진보매체에 대해서도 ‘hagi87’은 “지금 주요 포털사이트에 곽노현 관련 기사들은 조중동 프레임으로 도배되어 있다”며 “과거에는 이런 기사들 사이에 <한겨레>, <경향>, <오마이>의 기사들이 예리한 각을 이루면서 사태의 이면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차별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이 놀았다. 그 결과 포털이 사실상 떡검 프레임으로 도배가 되었다”며 “하지만 네티즌들은 <뉴스페이스>, <위키트리>, <뷰스앤뉴스>, <딴지일보> 등등 하여간 다양한 출처를 통해 사실을 수집하고 트위터로 퍼 날랐다”고 그간 흐름을 짚었다.
‘hagi87’은 “그 결과 <한겨레>, <경향>, <오마이>는 그들의 주요 독자층의 엄청난 불신을 사고 말았다”며 “트위터로 곽노현 교육감의 선의를 인정하고 적어도 떡검의 언플에 분노를 공감하는 사람들은 바로 2009년에 <한겨레>, <경향>을 수십부씩 사서 길거리에서 나누어 주었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한겨레는 경향은 누구에게 호소할 것인가? 민주당에게?”라고 물었다.
그러나 <오마이>에 대해선 “내가 아는 몇몇 시민 기자들이 이제 의미 있는 행동을 개시하기 시작했다”고 일말의 여지를 뒀다.
또 문화평론가 진중권씨, 조국 서울대 교수에 대해서도 ‘hagi87’은 “진중권의 트윗은 심지어 ‘앞으로 이 사람 글은 리트윗 하지 맙시다’라는 QT로 올라오기까지 했다”며 “내가 아는 한 진중권의 트윗이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진중권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쪽은 조국이 아닐까”며 ‘hagi87’은 “실상 조국의 명망을 높여주었던 사람들은 노무현 추억세력들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데자뷔 현상같은 곽노현 사태때 슬기롭지 못하게 대처하면서 조국은 자기가 선언한대로 폴리페서를 비판하는 순수한 교수로 남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hagi87’은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진보진영의 사이버 좌파들은 뜻밖에도 이번 사태에 조중동의 프레임에서 같이 말하거나 아니면 소신없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차라리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도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트위터 하룻밤만 훑어 봐도 그런 성명 안낸다”
시민단체와 관련해서도 ‘hagi87’은 “운동권은 이상하게 보수적이다 못해 봉건적이다. 북한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수령 비스무레한 분위기가 있다”며 “그래서 언제나 소수의 지도자들이 다수의 대중들의 여론을 주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그들은 대중들을 언제든 자기들이 조작 가능한 대상으로 여기는 착각에 빠진다”며 “그 결과가 몇몇 시민단체 대표들의 ‘사퇴촉구’ 성명이다”고 시민단체들의 이어진 사퇴성명을 비판했다.
‘hagi87’은 “트위터를 하룻밤만 훑어 봐도 그런 성급한 성명서를 발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간부위주 시민단체의 문제점이 백일하에 드러난 셈이다”며 “어느 트위터러는 이번 사태를 ‘보수대 곽노현’, ‘보수대 진보’가 아니라 ‘엄숙주의 구운동권 지도부와 진보적인 다중의 대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지나가면 각종 운동권 단체 지도자들의 발언권은 현저하게 약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같이 조목조목 짚은 뒤 ‘hagi87’은 “이들은 이번 사태가 지나면 모두 현저하게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다. 이중 가장 위험한 쪽은 안 그래도 사양산업인 종이신문업 한겨레로 예상된다”며 “아마 ‘진알시’처럼 자발적으로 한겨레를 배포하는 운동은 영영 사라질 것이다. 조중동 프레임에 가려진 진실을 보여준다는 브랜드를 상실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참여연대, 전교조 등의 단체도 간부와 대중이 따로 노는 형국이 되고 말 것이다”며 그는 “전교조는 이미 그런 상황이 상당히 많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며, 이번에는 확인사살이 되고 말 것이다”고 비판했다.
‘hagi87’은 “혹시 이들이 내년 총선, 대선때 민주당이 압승하고 그 덕에 한자리 얻어먹으려면 민주당과 이해관계를 같이 할 거라 생각한다면 크게 후회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EBS ‘지식채널e’ 프로그램의 김진혁 PD도 “곽노현에 대한 옹호는 정확히 말해 기존 진보 세력의 시각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다. 그것도 아주 엄청난 수준의 거부다”라며 “판은 엎어졌고 틀은 깨졌으며 사람들은 계몽으로부터 벗어났다. 바로 여기서부터 민주주의가 시작된다”고 이번 사태를 분석했다.
김PD는 “어쩌면 대중적 진보는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형태가 꼭 기존 정당을 통해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닐 수밖에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며 “대한민국 진보는 노무현 생전과 생후로 나뉜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