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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남교사 바라본 신안 학부모 여교사 성폭행 사건

미개한 시골 조회수 : 6,630
작성일 : 2016-06-12 16:35:45

신안군 학부모의 여교사 성폭행 사건.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온 국민을 경악의 도가니에 빠뜨린 이 사건이......
솔직히 내겐 그리 새삼스럽지 않다. 섬마을은 아니지만 시골 오지의 학교에 초임 발령을 받았던 교사로서, 또 이 지독한 가부장 사회의 남성으로서 나는 그러한 불상사가 빚어진 인과관계라든가 그 야만적 행위의 전모가 어제 본 영화처럼 내 머릿속에서 생생한 그림으로 그려진다.

가해 남성들이 그 여선생님을 술자리로 끌어들인 심리적 배경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고백컨대, 동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의 남성인 내게 그 야만적인 남성지배적 문화는 사실 익숙한 풍경이다. 그리고 교사이기에 나는 그 여선생님이 그 술자리에 합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안다. 폐쇄적인 지역 특성상 사회적 관계망에서 고립된 이방인으로서, 오지에 근무하는 교사가 식당에서 만난 학부모가 술을 권할 때 반응할 수 있는 선택지는 별로 없다. 그가 20대의 여성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 남성 동물들은 바로 이러한 존재 조건상의 역학관계를 악용하여 그 극악무도한 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본다.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성적 욕망을 품지만, 강간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성욕의 본질은 철저히 관계지향적이다. 나의 욕구 충족은 상대의 욕구 충족을 전제로만 이루어진다. 파트너가 희열을 느낄 때 나도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는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절규하는데, 그걸 보며 쾌감을 느낀다면 이는 정신병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동방오입지국 헬조선의 남성들에게 이 정신병은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말하자면 이 사회는 강간공화국이라 하겠다.

이 사회가 강간공화국인 증거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도처에 널린 룸살롱이나 마사지시설, 그리고 노래방 보도로 상징되듯 소돔과 고모라를 방불케 하는 퇴폐향락 문화가 우리 일상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널려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강간과 이게 무슨 상관 있냐 할 것이다. 밀접하게 관련 있다. 이 막장 메카니즘 속에서 강간이 “학습”되기 때문이다.


흑산도에서 일어난 불상사를 보면서 내 초임 시절에 겪은 일이 떠올랐다. 버스에서 내려 30분을 걸어가야 닿을 수 있는 시골 학교였는데, 여느 농촌 주민들이 그러하듯 학부모들은 대체로 순박한 분들이었다. 그러나 순박함의 이면에 가부장적 폭력성이 원시적인 방법으로 표출되고 하는 풍경이 때때로 나를 불편하게 했다. 이들의 일상은 농사일과 술판으로 점철된다. 하루의 힘겨운 노동을 알코올로 보상 받아 연명해 가는 이들의 소외된 삶은 에밀 졸라의 소설 [목로주점]에 나오는 딱 그 풍속도이다. 그리고 술판에는 반드시 ‘여자’가 동반되었다.

목로주점과 달리 이 강간공화국의 촌락에선 ‘여자’가 너무 쉽게 공수된다. 야간업소에선 물론이고 벌건 대낮에 식당에서 술 마시다가도 전화 한 통이면 짧은 치마 입은 아가씨들이 커피를 들고 나타난다. 이른바 ‘다방 레지’다. 커피배달이지만 커피는 후진 욕망의 배설을 위한 매개체일 뿐, 고객의 관심은 온통 ‘여자’의 치맛속에 모아진다. 거기서 빚어지는 행위나 서사구조에 대해 사실적 문체로 그려내기는 너무 불편하다. 그 속성에 대해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성폭력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었다.

여성의 수치는 다중에게 노출된 점에서 일대일로 벌어지는 강간보다 어쩌면 더욱 치욕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 폭력의 성격은 담합에 의한 집단 이지메이고, 나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남성 동물들은 공동의 가해자였다. 그들은 내게 동참을 권했고 나는 얼굴을 붉히며 거부했다. 그런 나를 숫기가 없니 어쩌니 했지만 그 시점에서 내 얼굴이 붉어진 까닭을 그들은 모른다. 타오른 의협심에 술판을 확 엎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때 내가 그들보다 나이가 한참 어렸던 탓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 자리만 벗어나면 그들은 모두 좋은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엔 선량한 이웃이 룸살롱 같은 곳에서 크고 작은 성폭력을 버젓이 일삼는 페르소나는 “학습의 산물”이라는 논리로만 설명이 된다. 강간공화국의 남성들에게 비싼 돈 주고 술을 먹는 것은 성폭력을 저지를 권한을 구매한 것을 의미한다. 마르크스의 설명방식을 빌리면, 성폭력은 비싼 술값의 등가물인 것이다. 내 아내가 아닌 묘령의 여성에게 성적 욕망을 품는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그것은 부적절한 상상력이 아니라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중요한 것은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이고 내 아내도 똑같은 상상력을 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설령 실행에 옮기더라도 성적 욕망의 자기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여성을 상대로 내 욕망 실현을 강제하는 것은 엄연한 ‘강간’이다. 더구나 그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말 못할 사연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 왔을 여성에게 성적 학대를 일삼는 행위는 사디즘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 야만적인 사디즘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자신도 망가져 간다. 강간의 정신병리는 이렇게 학습되는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강간의 학습은 우리 어릴 때부터 이루어져 왔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성욕이 한창인 사춘기 시절 우리는 ‘성행위’를 ‘여자 따먹기’의 의미로 학습했다. 영어로 표현하면, ‘making love’도 ‘sleeping with’도 아닌 ‘fucking’이 성에 대한 우리 통념의 전부였다. 이런 학습이 이루어진 소년에게 여성은 오직 ‘따먹음’의 대상이었다.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 어린 시절 아이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품는 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성욕을 금기시하지 말고 성에 대한 담론을 공론화시켜 건강한 성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성 문제를 금기시 하니까 음지에서 그릇된 정보와 인식을 공유하며 왜곡된 성의식을 학습해 가는 것이다. 성교육을 고리타분하게 정절이니 순결이니 하는 정신교육으로 가지 말고, 이를테면 미래에 성인 되어 섹스할 때, 여성을 따먹음의 대상이 아닌 상호존중과 배려에 기반한 의기투합의 상대로 인식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다행이 나보다 젊은 이삼십대의 청년들이나 청소년들은 우리 때와 같은 왜곡된 마초이즘이나 가학적 성의식으로부터 덜 오염되어 있는 듯하다. ‘일베’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사실 우리 때는 성적 감수성에 관한 한 거의 대부분이 일베였다. 지금 청년들 사이에서 일베가 찌질이 취급 받는 자체가 젊은이들의 성의식이 진일보했음을 말해준다.


나는 섬마을의 남성들이 특별히 악한 자들이어서 그런 야만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중 한 인물은 과거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에게 충격을 더해주고 있지만, 이 사실로 인해 이 사건 자체의 심각성이 퇴색될까봐 우려한다. 룸살롱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여성학대와 성폭력이 당연시 되는 사회에서 성폭행 범죄의 발발 가능성은 언제 어디서든 상존해 있다.

강간범죄를 줄이기 위해 왜곡된 성산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이번 사건의 가해 남성들이 보여준다. 강간 전력이 있는 자를 포함해서 세 명의 가해자들이 멀쩡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평범한 성인 남성들이다. 강간이 성욕 배설 기회의 결핍이 아니라 왜곡된 섹스 체험학습의 결과라는 것은 문제의 섬마을이 성산업과 관련하여 어떤 곳인지를 살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동방오입지국에서 업소의 아가씨들은 ‘상품’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이들의 상품가치는 중고차 시세가 매겨지는 원리와 똑 같다. 나이가 들어 상품가치가 하락하면서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그리고 촌락으로 갔다가 맨 마지막에 섬으로 팔려 간다. 그리고 갈수록 이들의 노동강도는 세지고, 다시 말해 성폭력의 수위도 높아 간다. 인생의 막장에 처한 가련한 여성들에게 일부 짐승 같은 마초들이 어떤 가학적 폭력을 저지를 것인지 뻔하다. 성폭력에 만성이 된 자들에겐 자기 애 가르치러 온 초임 여교사도 ‘따먹음’의 대상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런 짐승들에게 가공할 피해를 입고도 용기 있게 대처한 그 선생님의 영웅적인 행위에 갈채와 존경을 보낸다. 그 자체로 그 분은 이 땅의 어떠한 교사보다 훌륭한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 부디 내상을 빨리 회복하고 교단에 돌아 와서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으로 우뚝 서시길 바란다!

https://www.facebook.com/sungwoo.lee.5623/posts/1128778570494748?pnref=story

 
IP : 122.36.xxx.2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6.6.12 4:45 PM (203.251.xxx.119)

    결론은 판사들이 처벌을 너무 약하게 해서야
    성범죄 처벌이 살인죄처럼 무거워봐 이정도까진 아니다

  • 2. ....
    '16.6.12 4:51 PM (211.109.xxx.246) - 삭제된댓글

    너무 공감합니다.

  • 3. 고맙네요
    '16.6.12 4:54 PM (218.237.xxx.131)

    82에서 이상한 남자글만 보다가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분의 글을보니 놀랍고 고맙고 반가울 지경..
    포털에서 저급한 댓글 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절망이었는데 가끔은 이런분도 있네요.

    룸싸롱,노래방 문화가 성폭력의 학습의 장이라는것
    대한민국은 강간공화국이라는것
    성매매금지가 성폭력을 부추킬거라는 건 개소리라는거

    동의합니다.공감하구요.맞는 말씀입니다.
    다른 남자들도 다 알면서도 모르는척하는거겠죠.
    손에 있는 사탕 뺏기는 느낌일테니.

  • 4. 정말
    '16.6.12 4:59 PM (121.132.xxx.117) - 삭제된댓글

    그 여선생님 이번 일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옆에 있아면 이야기 해주고 샆다고 그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본인 탓 하지 날라고, 선생님은 잘못한거 하나도 없다고요. 그렇게 현명하게 대처한거 너무 잘했고 그 용기와 강단에 감탄했다는 점도요.
    동시에 저 강간범 쓰레기들에겐 거세형 추천합니다. 신상공개도 하고요.

  • 5. 정말
    '16.6.12 5:00 PM (121.132.xxx.117)

    그 여선생님 이번 일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옆에 있아면 이야기 해주고 싶네요. 그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본인 탓 하지 말라고, 선생님은 잘못한거 하나도 없다고요. 그렇게 현명하게 대처한거 너무 잘했고 그 용기와 강단에 감탄했다는 점도요.
    동시에 저 강간범 쓰레기들에겐 거세형 추천합니다. 신상공개도 하고요.

  • 6. 이런글엔
    '16.6.12 5:03 PM (218.237.xxx.131)

    찌질,일베충들이 오려나 안오려나.

    원글님.
    가끔82에 오셔서
    잡소리, 개소리,걸핏하면 메갈이니 어쩌니 짖는것들
    글에 오금이 저리도록 좀 따끔한 댓글좀 써주세요.
    쪽팔려서 다시는 그런짓 못하도록요.
    부탁드릴게요.

  • 7. 큐큐
    '16.6.12 5:07 PM (220.89.xxx.24)

    성폭행 기사밑에 댓글 혹은 다음 카페 가보면 꼭 남자들이 꼭 이런 댓글 달더라구요..
    '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선 성매매 합법화합시다' 글 꼭 이런글로 도배되고
    여자들도 찬성찬성한다는 분 많습니다.

  • 8. 우리나라에
    '16.6.12 5:19 PM (168.126.xxx.112)

    이런 생각을 하는 남자들이 대다수라고 믿고 싶어요.

    그런 짐승들에게 가공할 피해를 입고도 용기 있게 대처한 그 선생님의 영웅적인 행위에 갈채와 존경을 보낸다. 그 자체로 그 분은 이 땅의 어떠한 교사보다 훌륭한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 부디 내상을 빨리 회복하고 교단에 돌아 와서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으로 우뚝 서시길 바란다!2222222222222222222222

  • 9. bluebell
    '16.6.12 5:33 PM (223.62.xxx.121)

    좋은 글 고맙습니다!

  • 10. bluebell
    '16.6.12 5:33 PM (223.62.xxx.121)

    https://www.facebook.com/sungwoo.lee.5623/posts/1128778570494748?pnref=story

  • 11. 정말
    '16.6.12 5:39 PM (14.52.xxx.171)

    저 여선생님 남친분...큰일 하신거라 생각해요
    큰 상처 받지 마시고 잘 극복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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