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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날로그 시대를 사는 두 아들

... 조회수 : 3,065
작성일 : 2016-02-29 09:50:52

예술가의 남다른 감성을 가진 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큰 아이가 밀양사건을 뒤늦게 알고는 관련자의 페북을 다 뒤지고 밤새 울었답니다.

방학이 되면 아무일 없었단 듯 편히 살고 있는 철면피 관련자들을 찾아

전부 죽이고 자신이 감옥에 가버릴까 한다고 해 제 가슴을 아프게 하네요.

저희 아들 둘. 남다른 공감 능력과 예민함, 명민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감성적이라 늘 걱정입니다.

큰 아이는 마치 20세기 초의 모던 보이같습니다.

김구 선생님을 가장 존경하고, 지는 싸움인 줄 알면서 죽음을 향해 장렬하게 걸어들어간애국지사들을 동경하며

이기는 편에서 약삭빠르게 사는 자들을 경멸하며,

백석의 시와 김수영, 김승옥, 기형도의 글을 사랑하고, 김윤식, 김현의 평론을 좋아하고,

예이츠와 블레이크의 시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위로를 받는.

러시아 문학에 묘사된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 인간의 죄와 벌, 양심의 문제, 세상을 어떻게 정의롭게 바꿀까

이런 데에 지나치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나 독일과 같이 잘못된 과거에 대한 진정한 참회가 이루어 지지 않은 우리 역사에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관련 자료를 모아 소설을 쓰고 싶다고 틈틈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윤식교수가 자신의 글을 평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죠.

유학을 가서 공부하는 모습도 요즘 아이들이 아니라 마치 구한말 서재필 선생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모습입니다. 늘 결연하고 장엄하기까지 하지요.

세종의 사람을 살리는 정치, 고노무현의 계산하지 않는 우직한 삶을 케네디의 패기와 닮았다고 존경합니다.

젊은데 왜 다들 패기가 없을까? 엄마 오래사는 건 중요하지 않아.

공부도 외국인으로서는 하기 힘든 공부를 도전해서 하고 있습니다.

둘째 역시 비슷합니다.큰 아이보다는 좀 더 냉철하고 분석적이죠. 두뇌회전이나 공부에 대한 재능은 큰애보다 크구요.

고등학생인데 좋아하는 가수가 한대수입니다.

두 녀석은 어릴 때 소풍을 보내면 용돈을 거리의 행상이나 거지에게 다 주고 자신들은 쫄쫄 굶고 돌아오기 일쑤고,

치킨집에서 닭을 사면 차에서 장작구이 통닭 두마리를 6천원에 파는 아저씨 앞을 차마 지나가지 못해 

늘 길을 돌아가야 했고

그런 두 아들의 엄마노릇하기가 쉽지 않았지요.

세상은 빠르고 계산적인데 저희 두 아들은 아날로그 세대를 사는 아이들입니다.

둘은 너무 친해서 늘 논쟁하고 밤새 이야기하기를 즐기지요.

저희집 안에서 저희는 행복합니다만..

바깥 세상을 바라보며 많이 아프고 마음을 앓는 두 아들이 늘 걱정입니다.

자신들이 너무 행복해서, 혜택받고 살고 있는 것에 늘 미안해 합니다.

조금만 무심했으면 좋겠어요.

IP : 1.223.xxx.2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6.2.29 10:05 AM (182.208.xxx.57)

    대체 어떻게 교육하면 저런 아들이 되나요.
    남의 아들인데 진심 부러워요.
    그 정도로 깊은 사유와 바른 가치관이 정립된 아이들인데 걱정할 일이 뭐 있나요.
    크게 될 아이들 같아요.

  • 2. 원글님
    '16.2.29 10:12 AM (223.62.xxx.40)

    원글님걱정은 충분히이해되요
    요즘아이들같지않다는거, 힘든일이긴해요
    그런데요
    전 너무 부러워요
    아이들이 따뜻함을가진 순수함이있잖아요
    저도 이리키우고싶은데,싶었는데...
    저희애는 방황하는 청춘이예요
    원글님 화이팅하시고
    아이들도 크게될거라믿고,반드시그리될거예요~

  • 3. 남다름
    '16.2.29 10:26 AM (218.153.xxx.27)

    부모님의 영향이 있을수도 있고
    참 바람직한 일이긴 하지만
    이 나라에서 살아내기가 힘들거 같은
    마음이 먼저 드네요. 다소 속물적인 시각으로.
    좌절하지않고 저대로 큰다면 큰인물 될거 같습니다..

  • 4. 훌륭함
    '16.2.29 10:31 AM (125.183.xxx.190)

    태교나 어릴적 환경이나 양육하신분의 성향이 너무 궁금하네요
    보고만있어도 행복하시겠어요
    대단하다
    감사하다
    훌륭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5. 원글
    '16.2.29 10:34 AM (1.223.xxx.2)

    한국 유학생들과 공감대가 없어서 힘들어합니다.
    정말 자잘한 고민들, 취직과 여자 이야기로 날밤 새는걸 이해하기 힘들다고..
    신부님의 시대를 읽지 못하는 강론에 불끈.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만 노력하는 게 무슨 자랑거리냐고 불끈.
    외국 친구들 중에는 자기류의 아이들이 꽤나 많은데 자신과의 차이점이라면
    훨씬 지혜롭고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저희 아이가 듣는 과목이 학생들을 선별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 6. 음...
    '16.2.29 10:34 AM (182.224.xxx.25) - 삭제된댓글

    이론적으론 너무 훌륭한 아이들이지만
    현실세계에선 좀 걱정인게 사실이지요...
    저도 어리지만 너무 바르고 순진한 아들을 키우는 입장이라 고충을 좀 이해합니다.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중심을 잡으며 세상에 적응하는 훈련?을 시키고 있어요.
    아드님들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는 어떤가요?
    일급수에선 물고기가 살 수 없듯.. 친구 사귀기 힘들더라구요.. 남자아이고하니 사회생활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걱정이되어 적당히 타협?하며 좀 굴리고 있습니다. ^^;
    많이 좋아져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조금 달라지긴 했습니다. ^^

  • 7. 솔직히 말하면
    '16.2.29 10:34 AM (1.234.xxx.187)

    살기가 녹록치 않죠 그래도 재능이 있어서 아마 그걸로 밥 벌어먹고 살 거예요. 특히 소설을 쓰려면 남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그렇게 넘기지 않고 민감하게(? 좋은 뜻입니당) 포착해야 하니까 더더욱 남다를 건데 지금 시기엔 이런 것들이 아이에게 약간의 손해로 다가오겠지만 조금만 더 나이들고 '현실감각'만 갖추고 나면 재능에ㅡ날개를 달 거예요.
    그 동안에 약간의 상처는 있을 수도~ 큰아드님이 소설 준비도 하는데 겉멋들지 않고 마음까지 따뜻하다니 저는 장래가 크게 기대되는데요?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다행이구요
    보통 이런 성향의 아이들은 자라면서 부모님께 상처받는 경우 많은데 원글님이 얼마나 좋은 엄마인지도 읽히고요^^
    디씨의 현자 라는 글 찾아 읽어보세요~~

  • 8. ...
    '16.2.29 11:06 AM (180.230.xxx.163)

    계속 외국에서 살아야 할 성향이네요. 제 아들이 비슷한 타입이고 공부도 외국에서 했거든요. 지금 한국에서 직장생활 하는 데 힘들어 하네요. 지나치게 옳고 그름에 민감해서 마음을 잘 다쳐요.

  • 9. 어떻게키우셨길래 ㅇ
    '16.2.29 11:23 AM (125.182.xxx.27)

    아드님 생각이 멋지네요
    세상에악함도 원인없는악함이 없다는걸 말해줬슴 하구요
    아드님처럼 정의로운 아이들이있어 세상의희망은 사라지지않은것같습니딘
    잘키우세요 지혜롭게 자신을보호하며 사랑하며 사시길요

  • 10. ....
    '16.2.29 11:24 AM (58.100.xxx.143) - 삭제된댓글

    기특하고 훌륭한 아들들을 두셨네요.

  • 11. 부러워요
    '16.2.29 1:25 PM (61.82.xxx.93)

    자식농사가 최곤데 정말 금메달감이시네요.
    현실에서 적응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자기 중심이 꽉 잡힌 사람은 그런 거 개의치 않고 잘 삽니다.
    남의 눈치 보고 흔들릴 아이들 아닐 것 같으니 뜻을 잘 펼칠 수 있게 멀리 볼 수 있도록 잘 지켜보고 도움주시면 될 거 같네요.

  • 12. ..
    '16.2.29 3:42 PM (221.163.xxx.100)

    저런 아들 두고 뒷바라지 좀 해 봤으면 좋겠다.

  • 13. 원글
    '16.2.29 5:26 PM (1.223.xxx.2)

    저는 걱정이 많은데 격려의 글이 많아 놀라고 감사합니다.
    한겨레 신문 창간호부터 구독하고 후원하신 친정어머님,
    늘 책을 놓지 않으시고 염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예의발랐던 친정어머니,
    사후에야 알게된 아버지가 평생 민주화 진영에 돈을 대셨단 것.
    저야 평범하기 그지 없지만 식물부터 사람까지 무엇이든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구요.
    살아있는 것에 대한 경외감과 슬픔을 느끼고 있지요.
    임신하고도 제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 실은 태교다운 태교도 못했지만
    육아책은 수백권을 읽으며 아이들을 키웠네요.
    좋은 부모들 옆에 명암도 못내밀겠지만 부모의 순수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은 무지 하는 편이구요.
    제가 생각해도 기특한 아이들이고 주변분들이 다들 부러워하세요.
    큰 아이의 글쓰는 재능이나 문학적 감수성, 언어에 대한 재능은 그곳 교수님들도 인정하십니다만..
    아이말로 글을 쓰거나 예술 활동이란건 작가의 가슴을 파먹고 나오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합니다.
    큰 아이는 좀 영성적이라 사람들의 오라를 보는 능력, 채취를 기억하는 능력도 있었죠.
    그런데 그 능력은 점차 사라지고 있어요 아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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