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깡패 고양이와 마음

.... 조회수 : 1,079
작성일 : 2015-07-18 20:16:22
고양이는 기분이 가끔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기본적으로 숨기는 것 없고 솔직한 성격입니다. 좋은 것은 좋다고 하고, 더 달라고 야옹야옹 울면서 조릅니다. 싫은 것은 싫다고 분명히 의사를 표시합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때도 있지만 그런 날은 거실에서 혼자 잡니다. 그를 위해 거실에 놓을 크고 동그란 도넛 모양 쿠션을 사왔어요. 사실 대부분은 기분이 좋고 그럴 때는 몸의 최대 면적을 저와 밀착하고 침대에서 잡니다. 몇 시간이나 계속 골골 그루루루룩 합니다. 지금도 컴퓨터 위에서 불편하게 누워 자고 있습니다. 제 옆에 있어야 하니까요.

며칠 전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는데 다들 잘 자리잡고 일하고 있습니다. 수 년 만에 다들 만난 터에, 업무 분야도 아주 달라서 서로 직장 이야기도 시원하게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비교적 자세한 이야기를 해도 주변인들의 귀에 들어갈까 하는 걱정이 없어서, 서로 직장과 인간관계의 열받는 사정을 격정 토로했네요. 

무슨 말을 하다가 제가 뉴욕은 너무 건물이 높고 사람도 많아서 피곤하다고 했더니, 친구 하나가 정색을 하며 너 뉴욕 언제 왔었냐는 겁니다. 그래서 언제 언제 갔었지, 했더니 아니 왔으면서 왜 연락을 안 했냐고 하네요. 저는 친구가 직장과 가정 일로 너무나 바쁜 것을 알아서(한 2년은 매일 새벽에 집에 들어갔다고), 일부러 연락을 안 했어요. 페이스북을 보고 있어서, 근교에 집을 산 것도 알고 아들 둘이 잘 크고 있는 것도 알았지만, 제가 가서 묵으면 친구가 신경쓰고 그러면 민폐가 될까봐서요. 그런데 친구는 제가 연락도 안 하고 안 들른 게 거의 믿어지지 않는 일 같았어요. 왔으면 당연히 연락할 줄 알았나봐요.

저는 사람들한테 거리를 두는 편이고 겉보기와 달리 매우 눈치를 살피고 내성적이라, 남의 집이 편하지 않고, 또 친구한테 민폐 될까 걱정이 되어서 그런 거였는데. 사실 이 친구는 저한테 스스럼없이 작은 일을 부탁하고 또 저는 잘 도와줍니다. 하지만 제가 부탁하는 입장이 되는 건 부담스러워서 어지간한 일은 혼자 해결하고 말아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가끔 직장에 보이는데, 저는 알아볼 수 있지요. 

또 다른 친구는 고등학교 때 다른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갔는데 지금 만나니 매우 건강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자신을 잘 표현하고 있었어요. 커리어도 시원하게 잘 끌어나가고 있었고,  또 그 친구의 직관에 새겨 들을 부분이 있었어요.

또 다른 친구는 욕심이 매우 많았고 그래서 좀 부담스러웠는데, 지금 다시 만나보니 말을 무척 예쁘게 하고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좋아할 만한 성격이네요. 

저는 기분이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을 터부시하는 문화에서 자란 편이라서 (가정과 직장이 공히 매우 보수적인 문화임) 가끔 제 진짜 감정이 무언지 잘 모르겠어요. 책임감이나 배려가 너무 우선하다보니 제 행복을 찾기가 어려워요. 항상 뭔가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차 있어요. 안 해도 그만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하나봐요. 고양이와 친구들을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하루였어요.
IP : 118.32.xxx.11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7.18 8:26 PM (59.6.xxx.224) - 삭제된댓글

    잘은 모르겠지만 참 다정하고 아기자기한 분같아..^.^

  • 2. ...
    '15.7.18 9:23 PM (180.230.xxx.90)

    제가 좋아하는 깡패 고양이와 그 집사님~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 같다는 생각을 글 읽을 때 마다 합니다.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며 사셔도 될 것 같아요. 지나고 보면 짧고 아쉬운 게 인생입니다. 좀 더 즐거운 일을 많이 하시고 많이 누리고 사시길 바라요. 아마도 제 딸과 비슷한 연배이신 것 같아서 마음이 끌리네요. 제 딸도 혼자 일하면서 예쁜 고양이와 멀리서 살거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7683 플라스틱아일랜드 40대 괜찮을까요 5 장마 2015/07/29 1,740
467682 일드마니아분들 제발 좀 봐주세요 4 프라하홀릭 2015/07/29 1,428
467681 렌지후드 분해청소 해보신분 계신지요 4 정보 2015/07/29 3,265
467680 데이트 성폭력은 사랑 아니라 폭력이다 루스베네딕트.. 2015/07/29 654
467679 7천만원 4개월만 빌릴때 가장 경제적인 대출(?) 3 머니 2015/07/29 1,230
467678 점집 4 불면증 2015/07/29 2,047
467677 김광진 의원 '근거없이 믿으라는 곳' 교회 폄훼로 파문 2 힘내세요 2015/07/29 1,001
467676 진짜 괜찮은 공포 추리소설 추천해주세요~ 10 여름휴가 2015/07/29 1,588
467675 수시학생부전형과 논술중에(5등급아이) 11 수시 2015/07/29 2,882
467674 고추 바사삭 치킨 드셔보신 분 계신가요? 10 굽네 2015/07/29 2,763
467673 전업분들 암검진 잘 받으세요?? 7 ㄱㄱ 2015/07/29 1,451
467672 휴가왔는데 비오면 어떡하시겠어요? 5 당황 2015/07/29 1,937
467671 어제 연봉협상관련 원글입니다.(모든 도움말씀 감사드립니다) 1 흠흠흠 2015/07/29 1,192
467670 말이 넘 많아서 힘들어요 15 ㅇㅇ 2015/07/29 4,292
467669 종일 앉아서 근무하는데 다리가 너무 아파요 3 빗물 2015/07/29 1,198
467668 워터파코 리솜스파캐슬 이랑 블루원 둘중에서요 2 알려주세요 2015/07/29 1,371
467667 중학생에게 스스로 분발심 을 기대하는건 욕심일가요?.. 9 ..;; 2015/07/29 1,383
467666 5억주신다면 매년 생신상 차리시겠어요? 55 ~~ 2015/07/29 17,586
467665 덴마크 지하철에서의 깜짝 플래시몹 - 페르귄트의 아침 14 호박냥이 2015/07/29 1,818
467664 갱년기 냉증땜에 설사까지 하네요 ㅠㅠ 4 44살 2015/07/29 1,886
467663 팔부분 많이 파인 민소매속에 뭘 입는 게 좋을까요? 4 .. 2015/07/29 1,075
467662 샤넬 오케이즈 관세 얼마나 나올까요? 샤넬 2015/07/29 438
467661 속마음 표현하기 방법....저는 어려워요. 5 속마음 표현.. 2015/07/29 1,932
467660 그라비올라 드셔보신 분 계세요? 1 선샤인 2015/07/29 1,113
467659 내돈 가져갔냐며 진지하게 묻는 시어머니.. 45 갑자기 2015/07/29 14,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