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년대식 구라) 개뻥

개뻥 조회수 : 436
작성일 : 2015-01-01 20:00:24

개뻥(1)

버스가 달려와 승강장에 멈출 때마다 도로 위의 벚꽃 잎이 꽃 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애벌레들이 알집을 깨쳐 나오듯, 버스 문은 사람들을 쏟아내곤 다시 꽃잎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스레 내달린다.

누나의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꽤나 늦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날리는 꽃잎에 두서없이 엉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한켠으로는 걱정스런 맘이 꼬물거린다.

이런 마음을 지위기 위해서 누나의 발걸음에 생각의 보폭을 맞춰본다.

 

'빵집에 들렸겠지.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빵을 사려는데 오늘 따라 다 떨어진 게야. 망설이다가 다른 빵집에 들린 거겠지. 미련하게. 그냥 올 것이지.'

 

다보탑이 그려진 10원 주화를 공중전화에 끼워 넣고 다이얼을 돌려본다. 딸깍하는 돈 먹는 소리 대신 뚜뚜하는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직장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착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는데 지루한 수학수업 시간만큼이나 늦어지는데도 누나의 말 꼬리 같은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부터 다방 장미의 문도 닫혔다. 상을 당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는 알림쪽지가 붙어 있었다. 누나의 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면 장미네에서 누나의 전화 또는 도착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장미도 답답하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다.

아니,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짜증을 키워본다.

'오기만 해 봐라. 넌 죽었어.'

그리고는 다시 누나의 발걸음을 뒤밟아 본다.

 

내일 모레, 모레하고도 모레모레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잡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 들렸겠지. 당면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사고, 사고.... 깎아주세요, 어쩌고저쩌고 하니 늦어질 수밖에....답답해, 빨리 오기나 할 것이지. 미련 곰퉁이...

 

한 시간이 넘었다.

부산스레 달려온 버스가 한 움큼의 사람을 쏟아낼 때마다 눈을 쫑긋거리며 누나를 골라보려 애쓰지만 석류알갱이처럼 새콤한 누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때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누나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시내로 출퇴근을 하면서 누나를 마중 나가는 것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30여분 거리가 되는데 오는 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동산을 에도는 산모퉁이가 전봇대 두 마장거리가 된다. 문제는 요 산모퉁이에 귀신이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IP : 121.153.xxx.18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0617 운전면허 적성검사 6 .. 2015/07/04 1,116
    460616 구제역 물백신 사태-계약 땜에 3년 더 써야 한데요 1 이런세상에 2015/07/04 477
    460615 하와이 패키지 5 경험있으신분.. 2015/07/04 1,933
    460614 식당용김치, 어떻게 만드나요? 7 맛있어요 2015/07/04 1,673
    460613 방금 생생정보 이태리 정통 파스타집 1 파스타 2015/07/04 898
    460612 서울대병원에 피자 돌린 14번 환자 3 기특하네 2015/07/04 6,703
    460611 백주부 계란 깨는 선전 넘 웃겨요 6 백주부 2015/07/04 2,971
    460610 그리스 교통비무료화해 버스회사운행못해 교통도 마비 7 진보정치수준.. 2015/07/04 1,680
    460609 제왕절개 넘 힘드네요 8 .. 2015/07/04 3,102
    460608 다른분들은 어떻게 하세요? 해저탐험 2015/07/04 626
    460607 두부톳무침이라고 아세요 3 ㅡㄷㄴㅈ 2015/07/04 1,203
    460606 엘지 트롬 전기 건조기 Vs.가스 건조기 6 ... 2015/07/04 36,226
    460605 전신사진 찍으면 사각형. ㅠ 2 .. 2015/07/04 1,335
    460604 첫인상과 성격이 많이 다르신 분 계세요? 10 2015/07/04 3,747
    460603 술먹고 연락두절 남자 17 그래 2015/07/04 9,670
    460602 내일...결혼식입니다... 24 오가다 2015/07/04 15,715
    460601 삼시세끼에서 김하늘 성격이 이상했나요? 37 ㄴㅂㅂ 2015/07/04 22,608
    460600 유분수분 많은 액상 파데 추천좀해주세요 1 . 2015/07/04 888
    460599 감사합니다.펑할게요~ 21 ㅇㅇ 2015/07/04 13,947
    460598 거절을 못받아들이는 성격.. 4 ... 2015/07/04 2,094
    460597 미국여행...날짜 계산이 안 됩니다. ㅜㅜ 2 헬프미 2015/07/04 1,824
    460596 3키로 빠졌는데 아~~무도 몰라봐요. 17 다이어터 2015/07/04 3,463
    460595 사회성 좋은 남자는 바람 필 확률이 높은가요?? 4 재순 2015/07/04 3,245
    460594 노후대책 15 노후 2015/07/04 4,918
    460593 보통체격인데 가냘프게 보는 이유는 무얼까요? 7 세라 2015/07/04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