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을하늘 보다가 유치환의 행복

제인에어 조회수 : 2,296
작성일 : 2014-10-09 22:34:15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중고등시절 취미가 시외우기였어요. 국어공부는 안하고
시외우기 작가약력외우기.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찾아보기를 하면서 놀았죠.^^

그때 외웠던 시 중에 유치환의 행복이란 시가 있었네요.
대학 가서는 어둡고 날카로운 시를 외웠지만
청소년기 감수성에 유치환의 행복은 너무나 예쁜 시였네요.
나중에 유치환 시인이 실제로 애인이었던 여류시인에게 보낸 편지가 시로 발표되었다는걸 알고 더욱 이 시를 좋아하게 되었구요.
하지만 더 나중에 알게 된건
유치환 시인이 유부남이었다는...
그걸 알고나니 이 시의 분위기가 확 깨지더군요.

 
IP : 119.195.xxx.23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말
    '14.10.9 10:37 PM (175.182.xxx.24) - 삭제된댓글

    시인의 아내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시였을거예요.
    행복은 얼어죽을....
    내막을 알고는 행복해 질 수 없죠.

  • 2. 가을 우체국 앞에서 -윤도현
    '14.10.9 10:41 PM (211.207.xxx.143)

    https://www.youtube.com/watch?v=dIY6y5f98qk

  • 3. 가을되면
    '14.10.9 10:53 PM (182.231.xxx.93)

    늘 찾아듣는 노래인데
    윗님 덕분에 한번 더 들어요

    고등때 이백원짜리 연습장 표지가 시 가 많았는데
    시 를 외우던 그 시절이 그립네요.

  • 4. 고등학교때
    '14.10.9 11:29 PM (223.62.xxx.103)

    국어선생님이 정신적인 사랑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시면서 배운 시였고, 한참 토론했었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9883 마왕...불꽃같은 삶이네요 4 YHSMOM.. 2014/10/28 2,517
429882 마왕 안녕 잘가 6 안녕 2014/10/28 971
429881 바보같이, 난 그가 일어날 거라 믿고 있었어요. 4 ... 2014/10/28 875
429880 유년기때 사진. 그리고 최근까지 잘정리되어있는 인터뷰네요 4 그의 인생을.. 2014/10/28 2,327
429879 故노무현 추모콘서트 故신해철 - 그대에게 4 ... 2014/10/28 1,803
429878 이제 20년 전 노래라니... 2014/10/28 585
429877 댓글 모두 감사합니다 16 고민입니다 .. 2014/10/28 2,523
429876 신해철의 '무한궤도' 1988 MBC 대학가요제 - 그대에게 9 대학가요제 2014/10/28 1,707
429875 해철님 마지막 방송 2 ... 2014/10/28 1,341
429874 이런 경우는 처음이고 앞으로도 없을듯해요 3 진정한 영웅.. 2014/10/28 1,208
429873 친구가 저한테 의지를 많이 하지만 부담스러워요 4 ... 2014/10/28 1,700
429872 미친듯이 슬프다... 7 얄리 2014/10/28 1,323
429871 지난여름 마왕이 배캠대타디줴이했던거듣고있어요 3 음악캠프 2014/10/28 1,257
429870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신 이후로 4 인생무상 2014/10/28 1,440
429869 리부트 마이셀프 ㅡ 아따 뮤비 보시죠 1 음악만은 비.. 2014/10/28 575
429868 해철님 가시는길 꽃이라도 바치고싶은데.. 19 깨비 2014/10/28 2,991
429867 교정끝나고 충치진단 꼭 받아야하나요?? 1 .. 2014/10/28 861
429866 고마워요 잘가요 2 위로 2014/10/28 397
429865 욕먹으면 오래산다는게 정말 맞는거 같아요 10 ... 2014/10/28 2,351
429864 신해철 노래 하나도 모르는데,,, 6 바람 2014/10/28 1,306
429863 거지같은 2014년 6 정말 2014/10/28 1,667
429862 카톡차단친구 해제후 실수로 친구추가 취소를 눌러버렸어요ㅜㅜ 2 .. 2014/10/27 24,718
429861 제가 문젠가봐요. 아이 때문에 들인 도우미아주머니가 청소를 넘 .. 21 아놔 2014/10/27 6,748
429860 신해철 소식 듣고 나서 느낀점 1 슬퍼요 2014/10/27 3,058
429859 영귤 어디서 주문하셨나요? 2 제주 2014/10/27 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