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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보다 더 괴로운 단맛

외식 조회수 : 2,475
작성일 : 2014-10-01 14:29:29

사람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외식할 때 단맛 땜에 너무 힘들어요.

어차피 외식 음식에 조미료의 역사는 제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맛이고, 심지어 어머니의 숨은 손맛도 결국은 조미료라는 웃지 못할 일도 있지만요.

저는 집에서는 조미료 사용 않습니다만 보조로 쓰는 각종 시판 제품들에 다 조미료들이 들어있으니 제가 안 쓴다고 해도 안 쓰는 게 아닌 셈이죠.

정규직장을 다닐 때는 외식을 매일 하고 사람들 만날 일도 잦아 회식도 많았는데 요즘은 집에서 주로 일을 하다 보니 점차 외식과는 거리가 멀어지더라구요. 그래서 바깥맛을 잊다시피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한번 외식을 하게 되면(주로 한식입니다만) 짠맛 때문에 오후 내내 물 들이키게 되구요, 

조미료는 재료 속에 적당히 섞여  입에 거슬릴 정도가 아닌 정도라면 대충 용서해 줍니다. 다만 적당히 푹 끓여 그냥 소금간만 해도 좋은 콩나물국 같은 것에 굳이 조미료칠 해대는 집은 참 이상하더군요. 예를 들어 새마을 식당 같은 곳의 고기 양념과 함께 일체가 된 조미료맛은 특징이지만 곁들이로 나오는 콩나물국의 맛은 정말 조미료 비용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암튼 그런 제게 최근 너무 거슬리는 맛은 바로 단맛입니다. 체인점 떡볶이의 단맛이야 애들 입맛에 맞춰 그럴 거라고 포기하고 있지만 백반, 한정식 집에서도 반찬에는 모두 설탕을 뿌리나 봅니다.

며칠 전 누가 매실액에 대해 언급했지만 적당히 사용하면 양념맛과 어울려서 감칠맛을 더하지, 진저리날 정도의 단맛의 주범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매실액은 비싸니까 그렇게 오만 반찬에 뿌리다시피 사용은 못할 거고.

사람들과의 약속 장소가 오피스타운보다는 주로 대학교 근처여서 식사장소를 정하려면 정말 곤혹스러워요. 고기양념부터 곁들이 반찬까지 모두 단맛, 단맛. 심지어 김치를 아예 내지 않는 집들도 있습니다.

퓨전한정식이니 뭐니 깔끔은 떨지만 깊은 맛은 하나도 없고, 맛 자체가 어설프고. 그런데도 손님은 많고.

제가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젊은 층들 입맛과는 차이가 있겠지요. 다만 과다한 단맛으로 장난치는 집들 때문에 외식할 때마다 정말 머리가 복잡합니다.

심지어는 보쌈김치 속도 이제는 단맛으로 칠갑하고 있네요. 체인점 아닌 단골 보쌈집은 얼마 전 임대료 때문인지 오랜 역사를 접고 폐점해 버려서 상큼한 맛의 보쌈김치도 어디 가서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굳이 먼 곳까지 찾아가서 먹겠다는 부지런한 성격도 아니고.

저는 단맛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젊은 블로거들의 '달다구리'란 말은 거슬려 하지만 케잌이나 쿠키 등도 적당히 섭취하고, 아이스크림이나 시럽 듬뿍 친 라테 등도 기피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단맛이 어울리지 않는 음식들이 있잖아요. 한국은 설탕이라는 천연 재료가 나지 않던 나라라서 요리에 꿀이나 과즙 등 대체재로 단맛을 내려 했고, 이는 고급음식이라 서민들 차례에는 돌아올 수 없었지요. 재료의 한계로 모자란 맛을 살리기 위해 여러 요리법이 개발될 수밖에 없었죠. 전통적이고 서민적인 음식, 주식요리와 반찬으로 접하는 음식들은 특유의 '무뚝뚝한 맛'이 있습니다. 깊은 맛이라 표현하긴 그렇지만 제게는 익숙한 그런 맛입니다. 지금 어린 세대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세대만 하더라도 어머니의 맛으로 알고 자랐고, 저 역시 그런 요리법을 익힌 사람인데요.

단맛이 트렌드가 되어간다면 어쩔 수가 없다 해도 원래의 맛은 맛대로 어느 정도 지켜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손맛이란 기록으로 남지도, 계량화되지도 않은 채 구전 내지는 기억으로 전승되는 것인데 앞으로 몇십년 지나면 현재의 단맛이 '우리의 맛이여!'라고 기억될까요?

여기에 가끔 요리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팔린다고 '비법'을 말씀하시긴 하지만 지나친 당도는 어떻게 조정이 안 되나요?

밑반찬류야 그렇다 쳐도, 잡채, 무생채, 콩나물, 물김치, 각종 찜요리 그외 생각도 안 나는 여러 음식들.....에 넘쳐나는 저 어색한 단맛...

나이가 들면 건강하던 이도 자연스럽게 당뇨가 생긴다는데 혹시 이런 식생활과도 관련있지 않으려나요?

 

암튼 오늘도 회식을 앞두고 식당 결정해야 되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투덜투덜대 봤습니다.

재활용, 지나친 짠맛, 과도한 조미료와 더불어 단맛 문제도 한번쯤 82에서 거론해봐야 되지 않나 싶어요.

 

       

 

IP : 119.64.xxx.194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맞아요
    '14.10.1 2:36 PM (115.139.xxx.121)

    저도 어느순간엔가부터 단맛에 길들여져 집에서 반찬만들때도 조금씩이라도 설탕을 넣고 있더라구요. 밖에서 파는 반찬들은 아예 설탕 들이부은것같구요.
    점점더 한식이 한식답지않게 변하는것같아요. 일단 저는 핑계가 달달해야 애가 조금이라도 더 잘 먹기땜에 ㅠㅠ

  • 2. 제말이요
    '14.10.1 2:40 PM (223.62.xxx.30)

    저도 나가서 음식 사먹을때마다 괴롭습니다.
    달달, 짭잘한 온갖 반찬들... 된장찌개, 쌈장은
    말할것도 없고 계란말이조차 설탕 넣고 만들더군요. 정말 당분 과다 섭취인거같아요

  • 3. dma
    '14.10.1 2:50 PM (182.215.xxx.139)

    저는 김밥을 참 좋아했는데, 파는 김밥들이 대부분 단맛이 나서 언제부터인가 잘 안먹게 되었어요. 고소한 참기름과 간이 잘된 나물맛과 어우러진 옛날 김밥을 좋아해요.

  • 4. 요즘 외식음식들...정말 달아요
    '14.10.1 2:58 PM (125.176.xxx.188)

    전 단음식을 즐기는 편인데도 요즘 외식은식은 정말이지...ㅠ.ㅠ
    안달아도 되는 동치미 부터 시작해서 단 음식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쌈장도 된장이 떨어져 된장찌게에 시판쌈장을 대신 넣은 적이 있는데요
    달아서 못먹었단 전설이~~~~~
    한국음식 모두가 초딩입맛으로 변하는건지 왜 이러죠 ㅠ.ㅠ

  • 5. uu
    '14.10.1 3:02 PM (1.242.xxx.102)

    어릴때 신맛이 엄청 좋고 단맛 질색했는데 50대가 되니 반대가 되더라고요
    달디단 케익이 가끔 땅기구요
    요즘 반찬에 단맛 거의 들어가죠 요리프로에도 조미료 대신 넣는다고도 하고
    매실청은 신맛이 살아있어 모든요리에 넣지못하니
    저는 무청과 양파청을 설탕대신 사용합니다 물론 설탕과 무 양파에 나오는 물이라 생각되어
    설탕량의 두배를 넣습니다

  • 6. 맞아요
    '14.10.1 3:26 PM (14.52.xxx.175)

    동감입니다.
    요즘 맛집 블로거니 TV 프로그램이니 난리들이라
    마치 음식문화가 더 발전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식과 분식 등 일반적인 음식 문화 자체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퇴보된 것 같아요.

    떡볶이 같은 '애들'음식이라 할 수 있는 건 양보한다 쳐도
    어느 식당을 가도 찌개며 밑반찬이며 죄다 단맛...

    이건 정말 심각한 수준의 음식 퇴보 같아요.

    단맛을 내는 후식과
    풍부하고 다채로운 맛의 본식이 구분되어야 하는데
    죄다 그냥 맵고 달고 짠 정체모를 양념으로 뒤범벅되다 보니
    사람들이 뭔 맛인지도 모르고 먹는 것 같아요.

  • 7. ...
    '14.10.1 3:32 PM (211.245.xxx.215)

    맞아요. 조미료는 좀 용서가 된다 치고 한식의 단맛은 정말 참기힘들어요.

  • 8. 외식
    '14.10.1 3:54 PM (119.64.xxx.194)

    저뿐만 아니라 그렇게 느끼는 분이 많으셨군요.ㅜㅜ
    한식의 '후진성'이 비계량화에 있다며 조리법을 만드는 것은 좋으나 거기에 알게 모르게 설탕 혹은 그 유사품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세계화'를 위해 외국인들 입맛에 맞추느라 단맛은 필수로 하나 봅니다. 얼마 전 일 때문에 단체로 일본 여행을 다녀왔는데 한식이 한번 메뉴에 있었어요. 잡채도 달고, 닭도리탕은 매운데다 달고, 된장찌개는 풀다 만 것 같이 밍밍하고... 그 되다가 만 맛도 한국인이랍시고 다들 맛있다고 먹더라구요. 여행이 주는 흥분과 며칠 만에 먹는 한식이라 반갑기도 했겠지만 한국보다 더 맛있다, 역시 한국 사람은 한식을 먹어야 어저고 하며 호들갑을 떨어대는데 아니라고 하기도 그래서 그냥 수저만 들다 말았어요...

    그런 식당 경영하는 사람들이 외국 방송에 나와서 한국 요리의 전문가인양 설탕 듬뿍 들어간 레서피 소개하는 것도 좀 그렇고.... 시대를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만드는 사람들에게 정말 묻고 싶어요. 그 단맛이 정말 훌륭하다 생각해서 그러는지, 오로지 마케팅과 장사를 위해 그러는지...

  • 9. 이미 중독
    '14.10.1 4:20 PM (211.59.xxx.111)

    됐는지 단것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저도 원글님처럼 그놈의 달달하다는 말이 정말 싫어요.
    달달하다...? 원래는 액체나 묽은 음식에 적당히 단맛이 난다 정도의 의미같은데
    엄청 단 케이크나 크림도 달달하대고 연애얘기도 달달하대고...그놈의 달달 달달...한글파괴 같아요ㅋㅋ

  • 10. 외식
    '14.10.1 8:17 PM (119.64.xxx.194)

    허걱, 윗님. 무슨 한식 보급회씩이나^^ 다만 발꼬락 다이아 여사- 누군지는 아무도 몰라요^^- 보단 제가 더 한식에 대한 기본개념은 장착했다 생각합니다.

    외식의 보편화와 확산이 이런 니맛내맛도 아닌 무자비하고 무성의한 맛을 보급시킨 일등 공신이겠죠.

    나이가 들면 입맛보다 몸이 불편한 재료에 대해 막 반응하네요. 속이 더부룩한 게 정체 모를 재료를 못 받아들이네요. 그렇다고 제 입맛이나 신체가 그리 고급도 아니건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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