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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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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여자 컴플렉스 벗어나는 방법 있을까요?

36노처녀 조회수 : 2,828
작성일 : 2014-09-02 07:11:04
36세 미혼이고 아래 남동생 있어요.
며칠전에도 결혼이야기를 꺼내시더니 "장녀는 살림밑천이라 대충 가르치고 보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집에 와서 많이 울었어요.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이구나 확인사살 당한 기분이었어요.
제가 독립해서 사는데 본가만 갔다오면 마음이 상해서 돌아오는 편인데 그러면서도 또 가요.
안가면 마음이 불편하고 죄스러워 견디기가 힘들어요.

집이 가난했고 전 대학을 못가고 20대 내내 생활비를 벌었어요.
서른즈음에 아파서 병원다니느라 직장을 그만둔 것이 생활비를 그만 댄 계기가 되었구요.
그에 비해 남동생은 몰빵 투자를 받으며 대학원까지 다녔고 유학간지 몇년 되었어요.
동생은 똘똘했고 전 좀 우유부단한데다 가난하니깐 동생을 가르쳐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구요.
생각해보니깐, 생활적인 부분(옷을 사준다거나 간식을 사주는 것 등)에선 장녀라고 더 받기도 했는데
인생이 바뀔만한 일(대학 진학, 하고싶은 공부에 대한 투자, 진로에 대한 조언)에선 차별을 많이 받았더라구요.
아무래도 투자를 많이 받은 동생은 번듯하게 자라 부모님의 자랑거리에요.
저를 보지 않은 부모님 지인들은 제 존재도 잘 몰라요. 항상 아들 자랑만 하셔서요.
저와 동생 사이가 애틋한데..누나에게 잘하는 아들이지, 동생에게 잘하는 딸이라고는 안하세요.
대신 저를 아는 지인들에겐 딸 자랑을 많이 하세요. 우리 딸이 용돈 줬네, 여행 보내줬네, 뭐 사줬네
엄청 자랑하다보니깐 주변에선 천사가 딸로 내려왔다고 찬사까지 받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자랑은 하는데 주선을 서겠다 하면 갑자기 입을 다물고 아들자랑으로 넘어가요.
한번은 홧김이지만 "너는 내놓을 게 없다 집에 얼마나 했다고 대드냐 부끄럽다"라고 해서 제가 충격받은 적도 있어요.

딸은 대충 가르쳐도 될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걸 아시고선 요즘들어 엄마는 미안한 눈치를 종종 보이지만
아빠는 전혀 모르세요. 왜 시집을 못가는지. 야무지고 이뻤으면 진작 갈걸 못나서 못간다라고만 생각하시죠.
두 분 다 많이 못배우시신 분들이긴 해요.
아빠는 딸을 더 귀히 여기는 부잣집에서 자라 아무 존재감 없이 자랐고, 그래서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했어요.
결혼해서 효자남편 빙의해 엄마를 고생시켰는데 친가에선 지금까지 아무도 아빠를 인정해주지 않아요.
효도해야 하니깐 직장도 안다니고, 결혼생활 37년간 직장생활한 연수가 5년 될까말까에요.
엄마는 아들 차별 쩌는 집에서 자랐지만 딸이 더 많아서 아들딸 차별을 잘 몰랐다고 하셨어요.
그 중 큰이모가 사별 후 재혼하면서 딸 두명을 엄마가 6년동안 키우시고 중학교까지 보내셨어요.
가족끼린 돕고 살아야한다고 부모님이 그러셔서 그래야만 하는 줄 알고 살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아빠와 결혼했대요.
큰 딸은 저희엄마 결혼으로 고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 그만두고 
작은 딸은 중학교만 겨우 졸업해서 저희 엄마를 많이 원망했다 하더라구요.
그래도 20대 초반 젊은 여자가 조카 둘을 키우니깐 옮기는 회사마다 사장님들이 잘해줬다고 회상하세요.
아빠가 참 나쁘죠. 조카 둘 키우는 여자 월급이 많으니깐 결혼해서 돈 안벌어도 살겠다 생각했대요.
결혼 당시 아빠는 백수였고 엄마는 암만 힘들어도 왜 백수와 결혼해 시댁가서 살았는지...
두분 다 집안에 희생만 하고 산 케이스에요. 

저 독립하는 것도 정말 우연히 기회가 되어서 하게 된건데..같이 살았으면 스트레스가 더했겠죠. 
동생은 유학가기 전에 가난하다보니 고민이 많았는데 부모님의 바램도 컸고 제가 가라고 부추겼어요. 
네 인생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부모님 뒤치닥거리하다간 인생이 바뀐다, 차라리 좀더 잘되서 오는게 낫다
동생도 수긍했고 좋은 기회가 와서 갑자기 가게 되었어요.
동생도 이제 자리잡고 공부하는데..멀리 떨어져서 뭘 해줄 수가 있겠어요. 전화통화만 겨우 하는거죠.
아들 뒷바라지 몇년 하니깐 이젠 서운하신지 그걸 저에게 풀어요.
아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괘씸하다 어쩌고 하면서요.
동생은 또 저에게 전화해 도대체 왜 그러는지 힘들다 내가 뭘 할 수 있느냐고 하소연을 해요.

엄마 입장에서야 젊을 땐 조카 카우느라 고생해, 결혼해서 효자남편 때문에 고생해, 가족 뒤치닥거리하느라
60세가 되었으니 인생 허무하고 낙이 없겠죠.. 먹고는 살아야하니깐 일은 계속 해야하고 앞은 안보이고..
가르친 아들은 언제 와서 효도할지 모르고, 대충 가르친 딸은 벌이도 변변찮은데 결혼도 못하고 있고..
선을 보라고 해도 딸은 죽어도 안보려고 하고..
시집갈 돈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대학 다닌다, 뭘 배운다, 취미생활한다, 치아교정한다, 운동한다 이러니 답답하겠죠.

독립해 살면서 자존감도 조금 높아지고, 자신감도 회복하는데 본가만 갔다오면 그게 무너지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안가면 죄스럽고, 살면 얼마나 사신다고 나 조금 힘들고 말자 이러고 갔다와요.
그럼 또 며칠을 울고 힘들게 살구요.
가족 넷 중 가해자 없이 피해자만 있는 꼴이에요.굳이 따지자면 가해자는 아빠가 되지만
내가 좀더 힘들면 가족이 덜 힘들겠지라는 생각이 절 지배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그런 세뇌교육을 시키긴 했지만,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거든요.
작년에 저보다 열살 많은 돌싱을 만나 결혼하라고 하셔서 제가 지랄발광을 하다가 5개월동안 연락을 끊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울고불고 어떻게 네가 그럴 수가 있냐고;; 
전에도 제가 난리쳐서 엄마가 울고불고 한 일이 서너번 되는데,,이런 일이 있고나선 조심하세요.
그런데 제 마음은 가벼워지는 게 아니라 더 무거워지고 힘들어요.

독신은 자신없지만, 결혼을 못하는 이유 중 제일 큰 이유는 제가 매력이 없어서일거고..
그 다음은 나와 같은 자식을 키울까봐 무섭구요.
그런데 결혼 못하는 것도 왜 죄스럽게 생각하는지 제 자신이 답답해 미칠 것 같아요.
왜 내 인생의 촛점이 부모님에게 가있고, 마음 아파하면서도 왜 끊질 못하는지..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답답한 맘에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읽어주신 분들 감사해요..

IP : 175.192.xxx.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
    '14.9.2 7:24 AM (175.223.xxx.95)

    글 잘 읽었어요. 제가 보기에도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이 마음이 고우세요. 36세란 나이는 무얼 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예요. 결혼이든, 다른 하고 싶은 일이든지요. 이제 우선 부양 그만 하세요. 전화반호를 바꾸시든지 이사를 가시든지 원글님의 인생을 위해 생각할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서.. 무얼하고싶은 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고민해보세요.
    저도 마흔 초반 여직 미혼이지만, 제가 못나서 시집를 못갔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그냥 제 모든 성향이 결혼과 안맞다는 잠정적인 결론으로 서두르지 않을 뿐인 걸요. 자신을 충분히 살펴보시면, 살펴보신 후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36세, 미혼의 자기자신일지라도, 자신에 대해 또..가족에 대해 보다 좀더 편안한 긍정적 인정을 하게되는 것만으로도 원글님의 인생이 더 좋은 쪽으로 변하게 될 거예요.
    저도 저의 현재(상황,성격,관계) 대해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삶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리고 원글님.. 글 참 단정하고, 공감가게 참 잘쓰세요.^^ 출근길에 두서없이 썼네요. 늘 응원할께요.

  • 2. 그루터기
    '14.9.2 7:29 AM (110.14.xxx.122)

    토닥토닥. 할만큼 하셨어요. 가족과 이젠 어느정도 거리를 두셔도 되어요. 인생은 하고 싶은 일 하기에도 너무 짧아요. 자신만의 시간을 만드시길 강추합니다. 결혼한 사람들 부러워보이죠? 하지만 다들 근심은 조금씩 안고 살아요. 여행도 가보시구 배우는것도 시작해보세요. 화이팅!!!

  • 3. 웨딩싱어
    '14.9.2 7:55 AM (115.137.xxx.155)

    결혼이 삶의 전부인 시대는 갔어요.
    내 삶의 주체가 되어야해요. 예전 노래가 생각나네요. .
    내 인생은 나의 것.. 죄책감 느끼지 마시구요.
    원글님이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다 잘될거야.....힘내세요.

  • 4. 희생병
    '14.9.2 9:33 AM (39.7.xxx.61)

    희생하다보면 자꾸 희생만 하게되는거 같아요
    상대방은 그럼 고마워하냐?
    처음에는 도움받으니까 고마워해도 계속될수록 희생해주는 사람을 노예처럼 생각하고 만만히 보게되요
    엄마가 님 혼처자리로 말도 안되는 열살많은 돌싱남자 소개한것도 님을 하찮게(;) 보는게 무의식에 있어서일테구요.
    (아마 엄마 본인은 그런남자랑 결혼하라면 본인은 또 싫어할거면서..)

    암튼 님의 가치는 님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생각하세요.
    가족내에서든 직장에서든, 스스로의 자리를 만들어야지 누구 뒷치닥해주다보면 어느새 또 하녀신세로 전락합니다..

    일단 몸은 독립하셨다니, 마음만 독립하시면 될거 같네요.
    거리조절 잘하시고 상처받을거 같으면 가까이하지 마세요.
    제일 소중한건 나고, 내인생이니까요.

    그리고 효도라는 거에 목매지 마세요.
    그거 때문에 마음 무너지고 상처받는 자식들, 효도 명분으로 막말하는 부모들 많으니까요.
    그냥 조선시대 지배논리로 편하게 써먹은게 충효지,
    외국에선 부모자식이라도 그렇게 일방적으로 갖다바치기 바라고 그런거 없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아직 좀 미개한가봐요..

    암튼 멋지게 잘 사세요~
    님을 소중히 여겨야 남들한테든 가족한테든 존중받을수 있습니다^^

  • 5. ..
    '14.9.2 10:01 AM (175.197.xxx.237)

    착한 딸 컴플렉스만 문제가 아니라
    작한 누나 컴플렉스도 병입니다.
    몸도 아팠던 36살 먹은 누나에게
    멀리 유학가있는 동생이 자기가 뭘 할 수 있냐고 하소연했다고요?
    동생도 서른 넘었을텐데 철이없네요.
    원글님을 대학 못보낼만큼 집이 어렵다면 대학원 나오고 유학 갈 것이 아니라 취업을 했어야하지않는지...
    부모 부양에 대해 아무 의무도 못느끼고 있군요.
    십년 넘게 생활비를 댄 누나에게 미안함도 없구요.
    자신이 누나에 비해 몰빵 투자 받은 것 알고 있나요?
    동생과 애틋한다는 것은 원글님이 동생을 감싸줘서 그런 것 같아요.
    이제 네가 부모님 책임 지라고, 생활비도 보내라고 말해보세요.
    동생은 쌩 돌아설겁니다.
    그래도 말하셔야해요.
    나는 그동안 많이 해왔다.이제 네가 해라, 이렇게요.
    원글님을 얽어매는 마음의 사슬을 하나씩 벗어나세요.
    착한 딸, 그거 아무 소용없더군요.
    제가 40 중반 넘어서 가슴 터지는 일을 겪으며 깨달았어요.
    그후로 손을 뗐는데 ㅎㅎㅎ
    아무도 제게 뭐라 안해요.
    자기들도 찔렸나봐요.
    다만 다 모였을 때 화기애애했던 친정은 이제 없어요.
    제가 다 떠안고 살 때는 그렇게 화기애애하며 자주 모이더니
    의무를 나눠갖더니 뿔뿔이 흩어지네요.
    뭐 제 몸과 마음은 날아갈 것처럼 가볍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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