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바람결도 달라졌고 하늘도 부드럽다
어쩜 절기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나 싶고 지구 온난화니 뭐니 해도 자연의 균형은 생각보다 견고하다
추석 밑이라 그런지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고프다
밥도 꽉꽉 눌러 한공기 뚝딱 해치우고...
달달한 커피까지 덤으로 얹어주고 하면 금상첨화
습기 빠진 마른 바람의 초가을 문턱...
딱 이맘때의 날씨는 귀하다
어영부영하면 금세 간다
동네길 걷다 맞은편에서 손 붙잡고 오는 꼬맹이 둘...
전방 30미터쯤부터 눈에 띄었다
귀여운 살집에 체격 좀 있고 바가지 머리...그리고 동그란 뿔테 안경 속으로 눈웃음 짓는 남자 아이
곁에 찰삭 달라붙은 여리여리 선이 얇은 여자아이...
조용한 이른 오전의 동네 길가에 두 꼬맹이들의 대화
엄마가 어쩌구 하는 걸 보니 둘은 남매다
오빠가 동생을 놀이방에 데려다주는 모양이다
그 인상이 너무 천진하고 개구져서 마주보고 오는 그 순간에 눈이 마주쳐 그냥 웃었다
애들도 배시시 웃어준다
날씨에 실려다니느라 가뜩이나 제정신이 아닌데... 요 이쁜 아이들이 환하게 웃어주니 참...
찰나에 바람이 훅하고 부는데...
눈물이 날려구 한다
내 오빠도 연년생 동생 보호한다고 저리 다정하고 살가웠는데
지금은 생활에 치이고 삶에 주눅들어 점점 팍팍해지는 우리 오누이의 사이가 서글퍼졌다
차라리 침묵이 대화보다 나은 사이가 돼버렸다
그나마 조무래기적 추억이 있어 다행이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넘어가지 못할 장면이다
이래서 가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