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개요 _____
토욜일 오후, 남편은 운동을 하고 저녁식사후 술 한잔 마시고 온다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12시에 택시를 탔다고 전화를 하고는 집에 도착할 시각(12:25)이 넘어서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편은 택시를 탈 무렵 이미 많이 취했다. 그리고 그렇게 취해서 택시를 타면 인사불성으로 자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택시 기사들이 내게 전화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기에 남편이 택시를 탔다는 전화를 하는 순간서부터 나는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12:35, 남편에게 전화하니 통화중, 그리고 계속해서 통화중이다. 문자를 했다. 통화중이라도 문자는 받을 수 있으니까. 전화가 왔다. 집 앞이란다. 술에 취해서 아파트까지 택시를 타지 않고 아파트단지 앞 중학교에서 내렸다 보다했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록 집에 오지 않는다. 5분이면 충분히 집 안에 들어오고도 남는 시간인데... 다시 전화를 했다. 통화중이다. 이번에도 문자를 하니 전화를 한다. 또, 집 앞이란다. 내가 언성을 높였다. “당신 술 취해서 택시 타면 내가 얼마나 예민해 지는지 몰라? 집에서 기다리며 걱정하는 사람 생각은 안 해? 대체 집 앞에서 뭘 하는 거야? 전화는 왜 이리 계속 통화 중이고? 지금 정확히 어디야? 빨리 들어와!” 그리고 나서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아파트 복도에 서서 남편이 오는 걸 기다렸다.
몇 분 후 아파트 단지 안으로 남편이 어기적어기적 걷는 모습이 보인다. 또 몇 분 후,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닫히는 불빛이 복도 끝에서 보였다. 그런데 남편은 보이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더니 남편은 다리를 휘청거리며 통화중이고, 조용하라는 손짓을 한다. 나도 어서 오라는 손짓을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남편이 들어오지 않는다.
여전히 엘리베이터 앞에서 휘청거리며 통화중인 남편을 나는 말없이 손으로 잡아끌어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남편은 말을 하지 않고 전화기만 들고 있다. 운동하는 곳의 선배들은 종종 초딩 소년들처럼 말하고 싸우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남편이 선배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투정을 들어주고 있구나.‘ 생각했지만, 통화중이면서도 남편은 말 추임새 한번 없이 전화기만 들고 있다.
방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전화기를 들고 있다. 남편은 가방에서 운동복을 꺼내고 세탁실에 던지고 내가 있는 주방으로 왔다. 어느새 전화는 끊은 후였다. 나는 남편이 전화를 끊는 맺음말을 듣지 못했는데...
주방에서 남편에게 물었다. 오늘 운동하는 곳에서 무슨 일 있었냐고. 대체 누구와 통화를 그렇게 오래하냐고. 그런데 평사시였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을 남편이 갑자기 버럭하며, “당신이 내가 운동하는 곳의 모든 것을 알아야해?!” 한다. 나는 “내가 다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오늘 당신 행동이 다른 때와 다르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궁금하지 않아?!”
잠시 서로 약간의 언성을 높였다. 남편은 미안하다하고 샤워하러 들어갔다. 아무래도 좀 남편이 이상하다. 어느 선배와 통화했는지 확인하려 남편의 핸드폰을 열었다. 남편은 이름이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택시 탄 이후 20번 정도 전화를 했고 그 중 통화가 이루어 진 것은 택시에서 4분, 그리고 엘리베이터와 집에 와서까지 통화 한 9분이었다. 그리고 택시에서의 통화 4분 직후에 온 문자메세지에는 [ ......왜.. 목소리도 들려주지 않아..]라고 씌여 있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샤워를 한 남편이 침대에 등지고 누워있는 내게 다가왔다. 나는 평상시처럼 남편에게 술 마셨으니 작은 방에 가서 자라고 했다. 남편이 술 취해서 잠을 자면 코골이와 몸부림이 너무 심해서 술 마신 날은 함께 잠을 자지 않는다. 나는 혼자 침대에 누워 멍해진 머리를 회전시키려 애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냥 침대에 누워 눈만 껌벅거리며 밤을 지새웠다.
일요일 아침, 남편은 운동 갈 준비를 한다. 나가기 직전 나에게로 와서 운동 간다고 말하며 깨우려 한다. 나는 항상 남편을 현관문 앞에서 배웅을 해 줬지만, 그때는 그럴 마음이 아니었기에 남편을 등진 채, ‘나 졸려’ 한마디만 했다. 여전히 머리가 멍했다.
그 날 오후 남편에게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6시, 남편의 선배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 왜 같이 안 나왔냐고, 다음 주에는 꼭 보자고 하며, 남편과 한잔 더 하고 보내겠다고 한다. 10시, 남편의 선배가 남편을 택시 태워 보냈다고 전화를 했다. 그 말에서 내 남편이 매우 취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남편이 도착할 무렵 전화를 하니 통화 중... 나는 아파트 복도로 나갔다. 마침 그때 복도끝에서 휘청이는 걸음으로 전화를 끊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집에 들어 온 남편에게 나는 전화기를 달라고 했다. 남편은 전화기를 순순히 줬고, 운동복을 세탁실에 던지고 샤워를 하고 방에 자러 들어갔다.
남편의 통화 기록을 보니 택시를 탄 10시 그 이전의 모든 통화기록이 삭제되었다. 그리고 분명히 집에 들어오기 전 복도에서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는데 10:30분 그 시각의 기록도 없고, 단지 10시 이후 지인에게 한 3건의 발신 통화기록만 있었다. 메시지를 살펴보았다. 10:07 [영화봐요. 왜?..] 10:07 [문자해요] 라는 2건의 문자가 어제와 같은 번호로 와 있었다. 그리고 어제의 그 문자도 그대로 있었다. 아마도 오늘 택시를 탄 이후에 휴대폰 통화기록 전체를 삭제하고, 집에 들어오기 직전에 지인에게 한 발신통화 말고는 또 삭제를 한 듯했다. 하지만 문자는 하나도 지우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의 휴대폰 문자150개를 일일이 다 살펴보았다. 그 저장되지 않은 번호에서 온 문자는 오늘 2개, 어제 1개 그리고 4개월 전 남편의 생일날 오전 [아름답고..따스하고 좋은날이네요. 이런날 태어났군요 당신은. 생일 축하해요.] 이것까지 총4개였다. 남편의 문자는 올해 1월 것부터 필요한 것만 저장돼 있었다.
나는 남편의 휴대폰 메시지를 중요한 것과 미지의 문자 4개만 남기고 다 지웠다.
월요일 아침, 내가 일부러 맞춰놓은 남편의 휴대폰 알람 소리에 남편이 먼저 일어났다. 그리고 출근하기 직전, 남편이 화장실에 있을 때 남편의 휴대폰을 보니 그 4개의 문자는 삭제된 상태였다. 출근은 따로 했고, 회사에서는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있다.
지금 혼란스런운 나_____
우리는 결혼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부부이다. 아직 아이는 없고 내년에 출산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남편과 같은 직장을 다니기에 남편의 동선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나나 남편은 서로에게 휴대폰이나 지갑을 잘 맡기고, 나를 자신의 모임에 데려가는 것을 좋아하고, 여러모로보나 내 남편이 외도를 했을 시간적 여유는 없다고 생각된다.
아!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생일 축하한다는 문자를 남편이 지우지 않고 남겨 둔 것을 내가 지운 기억이 났다. 애석하게도 그 문자를 보낸 번호는 저장해 두지않았다... 하지만 문자메세지의 글투를 보면 동일인 듯하다.
그 문자를 보고도 문제 삼지 않은 것은, 그 여자가 우리의 결혼을 모르고 보낸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남편이 그 문자를 저장한 것에 대해서는 실망했지만, 나는 나에 대한 부심이 있었기에, 그 따위 문자쯤은...하며 넘어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나르시시즘에 나는 눈이 멀었었고, 나는 그때 그 싹을 잘랐어야했다...
어제 밤새 잠도 못 자고 생각한 방법은, 남편이 내 앞에서 미지의 그녀와 전화 통화했던만큼(아무리 술에 취했기로서니!) 나도 똑같이 남편 앞에서 남편전화기로 그 번호에 전화해서 [***의 아내입니다. ***씨와 연락 주고 받는 것 그만하세요. 특히 생일문자 보내는 것 말이에요. 상간녀로 고소당하고 싶지 않으면!] 이렇게 하고. 이번 주말에 있는 시부모 제사에 가서 큰아주버님 내외께 남편이 외도한다. 그래서 이혼할거다. 라고 한 후 이혼 절차 진행하기... 였다. 하지만 오늘 맑은(그나마 맑은) 정신에 생각하니, 내가 이혼에 준비돼 있지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형태로든 이 문제를 남편에게 꺼내고 문제 해결하고 싶은 마음과, 이 문제를 입 밖에 내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어 버려 끝장이 날 것 같은 두려움에 덮어두고 싶은 마음도 든다.
어떻게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어떻게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