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인상이야기가 또 나오고 있는데 이게 과연 금연에 효과가 있을까요?
정말 정부에서 담배와의 전쟁을 위한 정책일까요?
담배값인상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데스크시각-이동훈] 담배와의 전쟁 성공하려면
1996년 8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기호식품으로 분류돼 온 담배를 마약으로 선언한 것이다. 담배가 마약보다 평생 끊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되는 계기가 됐고 이로 인해 금연운동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이로부터 12년이 지난 2008년 대선에 출마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0년을 피운 담배를 끊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니코틴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지난해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장례식에서 금연껌을 씹다 구설에 오르더니 이달 초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도 같은 장면이 포착돼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오죽 망신살이 뻗쳤으면 책상에서 아예 껌을 치워버렸다고 한다.
수익자 부담원칙 적용하기를
우리 정부가 미국 대통령도 못 끊는 담배에 전쟁을 선언했다. 보건복지부 담당 국장은 최근 금연의 날 행사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세계보건기구의 담뱃세 인상 권고를 받아들여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 일원으로서 담뱃세 인상을 강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5년처럼 500원 수준은 어림도 없고 선진국 수준까지 상당 폭 올리겠다는 것이다. 논리는 간단하다. 값이 비싸야 담배를 입에 물 엄두를 못 낸다는 것이다. 국산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저렴해 가장 비싼 노르웨이의 6분의 1에 불과한데,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49%로 OECD 그룹에서 최상위권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정말 담배와의 전쟁 승리를 원한다면 세밀하고 투명한 분석이 필요하다. 자칫 국민 세금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관계가 명쾌한지 따져야 한다. 정부는 노르웨이를 예로 들지만 우리보다 담뱃값이 3배가량 비싼 프랑스나 네덜란드의 흡연율은 비슷하다. 거꾸로 우리와 가격이 비슷한 멕시코의 흡연율은 프랑스·네덜란드의 절반도 안 된다. 또 비교 대상을 선진국에만 국한할 일도 아니다. 2008년 국내 의대 교수가 분석한 대만의 사례를 보면 청소년들은 담뱃세를 인상했는데도 오히려 흡연율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탄력성은 어떨까. 가격 탄력성이란 값을 올릴 경우 수요의 변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담뱃세 인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바로미터로 사용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100여편의 연구들을 보면 담배의 가격 탄력성이 -0.25∼0.5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 흡연율이 떨어질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AC닐슨이 2005년 행한 조사에서는 6개월간의 탄력성이 -0.1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가격의 탄력성이 이렇게 낮다는 약점을 간파한 때문인지 내년에 가격을 상당 폭 올린 뒤 정기적으로 담뱃세를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흡연자 보듬는 사업도 필요
정부는 좀 더 진솔해야 한다. 담뱃세가 ‘죄악세’이긴 하지만 흡연자들을 세금 걷기 쉬운 대상으로만 다루지 말라는 것이다. 이들을 죄인으로 만든 장본인은 수십년간 전매청 사업으로 수익을 챙긴 정부 아닌가. 담배 한 갑에 354원씩 걷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이 어떻게 사용돼 왔는지를 살펴보면 답은 명확하다. 지금까지 이 돈은 국민건강생활 실천을 위한 여건 조성 사업보다는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거나 일반회계 사업에 투입되는 ‘쌈짓돈’ 신세였다. 정부가 인용하기 좋아하는 수익자·원인자 부담 원칙을 담배에도 적용한다면 전쟁 승리 요건은 갖춘 셈이다. 담배를 중독성 강한 재화로 인정한 이상 흡연자들을 진정으로 보듬는 사업을 확대한다면 조세저항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712605&code=11171213&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