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SKY 골목에서 살았던 지난 추억을 꺼내봅니다

@@ 조회수 : 3,012
작성일 : 2014-04-13 02:17:35

오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서 참 마음이 무거워지더군요. 처음 나온 그 엑스맨이라는 학생의

심리가 뭔지 참 공감이 되었어요. 물론 하는 행동은 정신적인 문제가 상당히 큰 것 같기는 하지만.

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가 학군이 딱히 좋다 하긴 뭐하지만 80학번부터 90학번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골목이었어요. 선시험 후지원, 논술(88학번 잠깐), 다시 학력고사로 턴! 웃지 못할 교육정책에

이리 저리 흔들렸지만 이 골목의 자녀들은 굳건하게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대...최하의 학벌이

한양대 공대였습니다. 이대는 영문학과 아니면 의대로 끝. 당시엔 재래시장에서 장 보고 사는 서민보다

조금 나은 수준? 다행히 다들 개룡남에서 출발했지만 부모님이 금융권 직장을 다녀서 학자금 받고 졸업들을 했죠.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당시 학력고사에서 예일여고, 미림여고 등은 전국수석입학자도 나와주었고 근처에

예일여고가 있었어요. 지금은 자율고인지 자사고인지로 변한 대성고등학교가 진학율이 좋았던 걸로 알아요.

숭실, 충암, 명지....이런 학교도 서울대 입학율이 꽤 높아서 추첨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흔히들 명문대라는 곳을

갔지요. 60년대 초반에서 중반에 출생한 자녀들은 성장해서 별 무리 없이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하거나 유학을

가게 됩니다. 은행 금리가 두 자리 수였으니...부동산 투기만큼이나 예금, 적금, 주식 모든 경제적 안정이 뒤따랐죠.

이제 그들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평범한 명문대 학생부터 배우하고 결혼했다가 이혼한 의사, 성격 차이로 파경을

맞은 서울대 박사 오빠 등등...고만고만하게 사는 계층부터 의사부부가 된 커플은 메디컬 빌딩까지 세웁니다.

 

그러니까 천차만별의 인생을 살게 되더군요. 의대 간 한 이웃집 오빠 어머니가 아침 프로에 단골로 나오고

고부간의 사이가 좋다고 온갖 자랑을 하더니 결국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이혼을 하고, 그 다음은 골목에서

제일 성적이 좋았던 서울대 공대 오빠...아예 집도 몰락하고 본인도 이혼하고....그런데 재혼해서 잘 삽니다.

그 부모님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뜨고 계시고 아직도 조문을 갈 정도로 그 모임은 끈끈한 유대감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자녀들이 낳은 아이들에 대한 학벌의 집착이 거의 광적이라는 겁니다.

아낌없이 모든 돈을 쏟아붓고 안 되면 해외로 보내고 학부라도 유학해서 엄청난 지원을 해가며 스펙을 쌓게 했어요.

저희 집은 그 중에서 예외는 아니었는데 전 썩 공부에 관심이 있지 않았고 유일하게 그 골목에서 낮은 대학을 가고

말았죠. 제가 마지막 타자였는데 그랬습니다. 중경외시 중의 하나. 제 소꿉친구들은 명문대 교수와 결혼하거나 판검사와 살고 있죠.

 

명문대를 나와서 밥을 굶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능력 있는 배우자를 만나면 그럭저럭 재산을 모으게 됩니다.

그것 외에 다른 점은 모르겠습니다. 인성이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새누리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을 보면 진정한 보수 중의 왕보수구나...라는 생각? 사람 사는 게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예요.

다만, 자녀들이나 부모님, 본인의 건강에 적신호가 오니까 바로 무너지더군요. 삶이 비참해지는 거지요.

주식으로 아내 몰래 투자했다가 말아먹는 거나, 뭐 부동산 투자했다가 손해보는 일도 보통 사람하고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그 학벌이 든든한 정신적 지원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국적은 바꿔도 학적은 못 바꾼다고

참 그런 고정관념이 뿌리 박힌 게 나아지질 않는 것 같아요. 지금 키우고 있는 제 자녀들에게도 참 어떻게 설득을 해야

이 세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가르쳐주기가 힘듭니다. 갈피를 못 잡겠어요. 학벌 프리미엄이란 것을

평생 보고 자란 제가 과연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다독이면서 학창시절에 많은 사색을 하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해줄

자신이 없어질 때가 있거든요. 일단은 노력 중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씁쓸합니다. 저 역시 그 바운더리에서 소외당해

보니 오늘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그 학생이 참....이해가 가더군요. 가슴이 저려왔어요.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방임도 참 쉽지가 않으니...사람 키우는 일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늘 고민합니다. 봄맞이 대청소를 해놓고 나니 온 몸이 쑤시네요. ^^;;;;

다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 활기찬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살아보니 건강이 제일입니다. 화이팅 합시다. 아자!!

 

 

 

 

IP : 175.194.xxx.22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4.13 2:26 AM (175.194.xxx.227)

    은평구 역촌동의 좁은 골목입니다. 지금은 개발 되서 다세대빌라가 들어선 것 같아요.

  • 2. 여류
    '14.4.13 2:28 AM (114.205.xxx.252)

    잘 읽었습니다. 학벌이 다가 아닌듯

  • 3. 엑스맨 고등학교때
    '14.4.13 5:12 AM (121.88.xxx.128)

    친구들한테 부유한 집이란 말까지 듣고 잠이 들었어요.
    그 학생은 대학교는 들어간건 가요.
    왜 그런 행동을 했다고 나오나요?
    그 뒤가 궁금하네요.

  • 4. 아버지가 교수
    '14.4.13 6:11 AM (182.227.xxx.225)

    위로 줄줄이 있는 누나들이 다들 명문대를 갔고
    아마도 하나 있는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던 듯.
    결국 재수해서 아버지가 교수로 있고 학생 입학에도 관여할 수 있는, 수도권대학에 입학했으나...
    여기까지 봤어요

  • 5. ~~
    '14.4.13 8:46 AM (116.41.xxx.48)

    저 80년대 학번 예일여고 나왔어요. 덕분에 다른 학교 학생보담 학력고사 20점쯤 좋게 나온 듯.. 그러나 이것땜에 내 인생 달라진 것 같지않고 친구들도 괜찮은 친구들 많았고 공부 웬만하면 서울대 연고대 이대 까지는 나왔죠. 우리반에서 고 3때 16등까지 숙대 갔구요..단 커트라인 낮은 과 위주로 학교에서 보냈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5671 촛불집회나 침묵시위 정보 좀 알려주세요.-서울 4 ㅠㅠ 2014/05/01 746
375670 우린. 다 같이 미망인입니다 1 보통사람 2014/05/01 729
375669 김어준의 세월호 의혹 7 KFC 2014/05/01 2,788
375668 이와중에 진짜 죄송 해요 폭력선생 대처 어떻게 해야ㅠ 13 2014/05/01 2,613
375667 사월은 영원히 문을 닫지 않는다 2 우제승제가온.. 2014/05/01 572
375666 너무 속이 뒤집혀서.. 정홍원 아직도 일 지장주고 있어요 7 ㅇㅇ 2014/05/01 1,490
375665 이 사진 한 장이... 가슴을 후빕니다ㅠㅠ 11 구원 2014/05/01 4,766
375664 아래 좌파 라면 클릭금지 댓글0 만들어주세요!!! 12 ... 2014/05/01 564
375663 좌파한테 털렸던 컵라면 사건의 진실이라네요 14 정차병환자들.. 2014/05/01 1,912
375662 이와중에...모기출현했네요.. 2 모기 싫어 2014/05/01 613
375661 저도 죽었을것 같아요 13 ... 2014/05/01 2,263
375660 세월호 참사로 뚜렷해진 다섯 부류의 사람들 16 참맛 2014/05/01 3,524
375659 천안함 분향소는 340곳, 세월호는 17곳뿐 5 이게먼가요 2014/05/01 691
375658 같이 기도해요. 1 간절히 2014/05/01 448
375657 이 와중에 찌라시 2014/05/01 608
375656 말기암 호스피스병동 입원 비용 여쭈어봅니다.(인천인근) 6 말기암환자 2014/05/01 63,479
375655 오늘 새벽 다이빙벨 성공기를 퍼왔습니다. 7 다이빙벨 2014/05/01 1,673
375654 들을수록 입이벌어지는 김어준의 KFC # 6.5 - 번외편.. 7 엘리지 2014/05/01 2,292
375653 공교롭게도 5.16이 될 가능성이..... 5 ........ 2014/05/01 2,279
375652 무너질까봐 무섭대요 18 200층 롯.. 2014/05/01 4,771
375651 김용민의 조간브리핑(5.1) - '박근혜 포옹 할머니' 알고.. lowsim.. 2014/05/01 1,290
375650 세월호 침몰 후 2 ..... 2014/05/01 701
375649 군당국과의 밀착 찌루 2014/05/01 472
375648 이 와중에서 그래도 책 한 권 일독할 것을 권해봅니다. 12 사랑이여 2014/05/01 1,923
375647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보신 분 계세요? 8 ... 2014/05/01 1,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