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무기력 등으로 고민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제 사무실의 사례를 하나 말씀드릴게요.
몇해전에 지인통해 어느 아가씨의 취업의뢰를 받았어요. 취업의뢰라고 해도 거창한 건 아니구요 월급이 적어도 좋으니 애가 집에서 나오게 계기를 만들어 달라는 거였어요.
1년반전에 동생이 사고로 죽고 난 후 우울증에 빠져 있던 음대 졸업하고 작곡일 하던 27살 아가씨였어요. 음악하는 예민한 감수성에, 밤낮바뀐 생활에, 작곡이니 집에서만 활동하고, 거기다 동생의 죽음과 우울한 집안분위기..우울할 조건을 고루 갖춘 아가씨였어요. 아가씨부모님이 저러다 큰 딸마저 잃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도와달라고 해서...
그래서 그 아가씨는 저희 사무실에서 전공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잡심부름 업무를 하게 되었어요. 바닥 청소하고 쓰레기통 비우고 복사하고 커피타고 설겆이하고 서류 파일링하고 은행심부름하고 우편물 심부름하고 등등...주5일 9시부터 6시까지 근무에 월급은 세후 80정도...정말 작은 금액이지만 사실 우리 사무실도 굳이 그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엔 지각하는 날도 있고 멍하니 있는 때도 많아서 답답하긴 했지만...다행히 아가씨가 본인도 우울증을 극복해야 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본인도 노력하고....그렇게 1년이 지나고 보니 그 어느 직원보다 건강한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옆에서 지켜본 바 우울증 극복에 제일 좋은 건...
1. 규칙적인 생활, 특히 밤낮이 바뀌지 않아야 하고
2. 하루 세끼 규칙적인 식사...어쨌든 사무실에 나오니 하루 세끼 밥은 제시간에 먹게 되고
3. 몸을 움직여서 하는 단순한 일...사람이 누워 있으면 생각만 많아지고 몸은 가라앉게 되어 있어요
4. 이러저런 잡담을 할 동료나 친구...꼭 속을 털어 놓을 친한 친구가 아니더라도 대화 상대는 필요한 것 같아요
5. 햇볕을 쬐는 것
나중엔 집에서 회사까지 5킬로가 넘는 길을 운동화 신고 생수한병들고 걸어서 출근하더라구요. 작은 월급이지만 계획을 세워 쇼핑도 하고 여행도 하고 언제 자살기도를 한 아가씨였나 싶게 건강해졌어요. 나중엔 자기가 이렇게 건강한 적이 처음이라고, 다 좋은데 너무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하다 보니 음악을 못하겠다고 푸념을 할 정도였어요.
우울하다고 하시는 분들...일단 집 밖으로 나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