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만 쓰겠습니다.
(읽으시는 분들께서 편향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공무원이던 남편이 2010년 2월 집에서 자살을 했습니다. 설 연휴 당일이었습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유족보상금지급거부를 취소해달라는 소송 진행 중입니다.
1심에서 패소하였습니다. 현재 항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판결문을 받고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글 씁니다.
일반 상식선에서 다른 사람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항소를 할 변호사는 염두에 두고 있는 분이있구요..
A근무처에서 7년 정도 근무하고 B근무처로 이동한 후 바로 우울증이 발병했고, 근무지 이동 한달 후부터 개인정신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A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B에서는 전체 근무평가에서 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업무에 전혀 적응을 못했습니다. (근무지 이동 후 업무실적이 안좋다는 것은 재판부가 인정하는 사실..하지만 7개월의 평가 중 특정 한 달에는 근무평가가 상위권이었던 적이 한 번 있습니다. 범인검거에서 실적을 인정 받았었나봅니다. 네..남편은 경찰공무원이었습니다.)
-개인정신과 진료기간 2009년 6월 1일 ~7월말, 2009년 11월~2010.1월 27일까지
7월말 증세가 호전되어 1차우울증 삽화에서 벗어낫다고 판결문에서 표현하네요.
그리고 또 다시 근무지 이동을 앞두고 우울증이 발병하여 09년 11월부터 다시 병원에 갑니다.
이 당시는 진료기록에 의하면 이전보다 심한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2010. 2월 초 B근무처에서 C근무처로 보직 이동 후 일주일만에 자살했습니다.
메모나 유서 한 줄 없었고,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전화한통 없었습니다.
부검결과, 체내에서 우울증 약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1월 말까지 병원에 갔기때문에 계속 약을 복욕 중이었던거죠.
자살하던 날 오전 정신과 병원에 전화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본인이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이었나봅니다.
설연휴였는데 병원에 전화를 했었던 기록이 휴대폰에 남아있습니다.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경위를 종합해 보면,
근무환경 변화에서 오는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이 생겼고,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근무 실적에 대한 부담감도 많았다고 진료기록에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그 병의 증세로 자살을 하게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찾아갔던 @@대학병원, ##대학병원 산업의학과 전문의는 남편의 우울증 발병원인이 업무스트레스때문이다라고 결론짓고 자살 또한 우울증의 병적증세다..라고 감정을 해주었고..
실제로 법원에서 지정한 S의료원과 J대학병원에서도 남편의 우울증 발생 원인이 업무스트레스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자살에 이르게된 원인 역시 우울증의 증세에서 비롯되었다고 감정 결과가 나왔죠..
그런데 패소했습니다.
제가 해석한 판결문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업무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생긴건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점차 나아질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판결문에 실제로 판사가 썼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한건 우울증의 병적증세인 정신공황 상태가 아니고!
우울증세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여왔음에도 당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 범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자살을 시도할 당시 극심한 우울증 증세로 인하여 심실상실 내지 정신착락의 상태에 빠져 자유로운 의지가 결여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중략) 유능한 경찰관으로 인정받아 오다가,
"업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하여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받고 자괴감, 죄책감, 중압감 등에 시달리다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판결문에 썼습니다.
제가 남편이 떠난 후, 우울증에 대한 공부를 하던 중, 우울증환자들의 경우 극심한 우울증의 상태에는 자살을 시도할 기운조차 없지만(남편은 심각한 우울증 상태일 때 5일간 겨우 4시간만 잤다고 진료기록에 나와있습니다.) 호전되는 우울증의 시기에 더 많이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고 자료 혹은 어떤 판례에서 봤습니다.
남편을 담당하던 개인병원 의사선생님도 그러시더군요. 우울증 환자들에게 우울증이 심각하고 경하고를 따질 수 없다. 울울증이라는 건 평소엔 가벼운 증상이던 것도 어느 한 순간 깊은 우울감에 빠져서 얼마든지 심각한 상태로 변할 수 있다고..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우울증 생긴건 인정한다. 그런데 호전되고 있었다. 그리고 남편이 겪은 스트레스의 강도가 일반상식으로 비춰볼 때 극심한 상황이 아니었을거다. 남들도 보통 다 겪는 통과의례이다. 그리고 근무 시간도 더 줄어들었는데 업무에 대한 과중함이 있던 것도 아니다. 조금 더 참고 견디면 극복할 수 있었는데, 스스로 자손심에 대한 심각한 훼손으로 현실도피한것이다. 그래서 공무상 재해가 아니다.
제가 오늘 판결문을 받고 정리한 내용은 저렇습니다.
작년 이후 판결을 받기까지 저를 괴롭히는 질문이 있습니다.
업무스트레스는 업무량에 비례하는 건가요?
최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하여(대부분 갑자기 업무량이 많아지거나 과로를 한 경우) 우울증(혹은 우울증세가 있었다고 판단되는 경우)으로 인해 자살한 공무원에 대해 공무상재해로 인정한 판례가 두 건 있습니다. 이 두 분은 갑자기 일이 과중해지고 재판부가 판단하기에도 이전과 달리 업무량이 과도하게 많아져서 업무 스트레스가 생겼다고 인정했습니다.
제 남편의 경우, 전혀 다른 근무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달라진 업무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스트레스, 동료들과의 문제, ㅣ실적 부진에 따른 부담감)로 우울증이 생겼습니다.
재판부의 판결문에서는 기존에 (4일 기준)44시간 에서 근무시간이 24시간으로 줄었는데 업무량이 많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적어도 이 재판부는 업무스트레스가 근무시간, 업무량에 비례한다고 본 것 같습니다.
제 남편 77년생입니다. 당시 5살 아들, 15개월 딸이 있었고. 결혼 6년차에 별 문제없이 잘 살던 가정이었습니다.
행복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젊디 젊은 가장이 자기불만족으로 현실도피하려고 가족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하루 아침에 저 세상으로 갈 이유..
재판부에서 말한 저 이유가 합당한건가요?
덧붙이자면, 사건 있기 이틀 전 저와 아이들은 설 연휴라서 친정에 와 있었고, 설 날 당직 근무 후 다음 날 아침 친정으로 내려오기로 했었습니다. 전날밤에 전할 말이 있어 연락을 했는데 전활 안받아 자는 줄 알았고, 다음 날 아침에도 통화가 되지 않아 근무지로 전화를 했고, 출근전이라고 하여 동료들에게 집에 가달라고 부탁해서 설날 오전 동료들에게 집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우울증환자를 혼자 두고 아이들 데리고 친정에 먼저 가 있던 이유 설명하자면 지금까지 쓴 글의 분량을 또 써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남편에게서 어떤 죽음의 징조라도 발견했다면 혼자 두고 갈 이유가 없겠죠..
제가 아이들과 남편 옆에 있었다면 지금 이런 상황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후회로 눈물로 보낸 날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불행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을 가장해서 온다고 하더군요. 이제와보니 왜 그렇게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지..
지금도 수백, 수천번 생각합니다. 그 때 ...했더라면 ..하겠지... 그 헛된 후회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어느 한 순간 깊은 우울감에 빠진 남편이 그 순간의 공황증세를 극복할 수 없었나봅니다.
우울증의 병적증세가 아니었다면,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아니었다면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저 또한 남편이 저와 아이들을 버리고 떠났다는 배신감에 힘들던 시간이 있었고, 남편을 이해하고 놓아주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 남편은 자살한 것이 아니라, 병사한 사람이다. 라고..
재판부에서도 우울증의 병적 증세로 인해 자살했다고 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을 한 줄 남겼습니다.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에게 사정이 생겨서 제대로 된 서면이나 질문지 등 변호사의 활동이없었습니다. 병원의 감정서에 100%의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감정서는 저희에게 유리하게 나와서 승소를 기대했었는데 결과는 패소였습니다.
재판부가 우울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안타깝다는게 패소한 원고인 제 입장입니다.
항소에서는 제대로 해 볼 생각입니다. 재판은 모아니면 도라죠..
어차피 1심부터 대법원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1심 승소를 기대하다가 막상 패소를 하니 정신적 충격이 꽤 큽니다.
두서없고 긴 글이라 이해하기 힘드시겠지만..우울증에 대해 관심이 있고 혹시라도 우울증에 관한 지식을 갖고 계신 분들께 고견을 요청합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일반인의 상식에서 제 주장이 이해될 수있는 상황인지 그게 제일 궁금합니다.
친정부모님도 그러시네요. 안될 것 같으면 그만 둬라.. 너만 힘들잖니..
근데 항소안하고, 상고 안하면 평생 후회될 게 뻔합니다.
그리고 지난 일년 반보다 더 힘든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하기에 계속 진행하려고합니다.